미래를 꿈꾸는 예술의 거리

이 연 진 ㅣ 고려대학교 에너지환경정책학 박사과정

1.들어가며

날씨가 좋아지며 공연업계가 성수기를 맞아 공연과 콘서트가 성행하고 있다. 코로나 엔데믹 선언을 기다렸던 만큼 더욱 많은 인원이 몰리고 있다. 하지만 이런 콘서트가 기후변화에 악영향을 준다는 사실을 대부분은 알지 못한다. 단지 음악을 듣고 공연을 즐길 뿐인데 온실가스가 배출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

온실가스 배출은 공연을 주최·관람하는 인력의 이동, 조명 및 음향 장치의 사용, 다양한 무대 세트, 소품, 의상의 제작과 폐기하는 등 모든 과정에서 일어난다. 한국문화관광연구원에 따르면 문화예술 분야는 창작-매개-향유 전 과정에서 환경 오염이 일어나며 2020년 기준 공연장 한 곳의 1년간 탄소배출량은 약 542톤 CO2eq으로 산정했다 1). ​

영국예술위원회(Arts Council England) 보고서에 따르면 환경프로그램에 가입한 747개 문화예술 관련 시설이 일년(’18~’19)간 사용한 전기량은 379,000,000kW/h, 소비한 물의 양은 72억 리터, 배출한 쓰레기양은 154,400톤으로 환산한 전체 탄소발자국은 114,547톤 CO2eq2)이었다. 해당 전기량은 영국 내 122,000가구가 사용할 양이며, 115,000개의 나무가 100년간 흡수해야 하는 온실가스의 양이다. ​

세계적인 뮤지컬 핫플레이스 브로드웨이는 공연 산업의 환경 영향을 줄이기 위해 녹색전환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브로드웨이 사례조사를 통해 한국 연극·뮤지컬 거리의 녹색전환 전략을 모색하고자 한다.

2. 브로드웨이(Broadway)

브로드웨이는 미국 뉴욕 맨해튼 남쪽 끝에서 북쪽 끝을 비스듬하게 가로지르는 길이자 미국의 연극 뮤지컬 계를 일컫는 말이다. 1900년 브로드웨이 42번가에 빅토리아 극장이 설립된 것을 시작으로 세계적인 뮤지컬을 대표하는 장소로 거듭났다. 현재 웨스트 42번가에서 웨스트 53번가에 걸친 브로드웨이의 극장 지구에는 40여개의 극장이 위치하고 있다.

<그림 1> 브로드웨이 (출처: 게티이미지 코리아)

브로드웨이 극장들은 극장의 크기와 공연 성향에 따라 3가지로 나뉘는데, 브로드웨이 극장, 오프브로드웨이 극장, 오프오프브로드웨이 극장이다. 우선 브로드웨이 극장(Broadway theatre)은 브로드웨이 중심가에 있는 수용인원 500명 이상의 대형극장이다. 이런 큰 극장은 대개 오래된 극장으로 예술적 가치보다는 상업성을 우선하는 경향이 강했으며, 상업적 성공을 노린 유명 극이 주로 공연된다. 이러한 브로드웨이 대형극장의 상업성을 비판하는 20세기 초 미국 연극 사조에 의해 두 번째 유형인 오프브로드웨이 극장(Off-Broadway theatre)이 만들어졌다. 오프브로드웨이 극장은 중심가를 벗어난 곳이나 골목에 위치한 조금 작은 규모의 중형극장이다. 주로 상업성과 예술이 균형을 이룬 작품이 공연된다. 마지막 유형인 오프오프브로드웨이 극장(Off-Off-Broadway theatre)은 브로드웨이식 상업연극에 반대하는 오프브로드웨이 연극 범위에서 더 나아가 1960년대 중반부터 뉴욕을 중심으로 전개된 전위적인 연극운동을 말한다. 오프오프브로드웨이 극장은 수용인원이 100명 이하 수준이며 지하실 등 비교적 외딴곳에 있는 소형극장을 말한다. 주로 예술성만을 추구한 실험적인 연극이 많이 개최된다. 이렇듯 가지각색의 화려한 극장들과 뮤지컬을 떠올리면 탄소중립과 거리감이 느껴진다. 실제로 지속가능한 공연을 만들기 위한 노력이 공연의 미적인 부분을 떨어뜨리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존재한다. 브로드웨이는 어떻게 녹색전환을 추진 중일까?

3. 글로벌 공연예술계의 녹색전환 ​

친환경 공연을 위한 정책 수립 ​

공연 업계의 친환경 정책은 줄리의 자전거(Julie’s Bicycle)의 친환경 정책 및 실천 가이드라인을 참고하면 된다. 줄리의 자전거는 문화예술 분야의 지속가능성을 위한 컨설팅 비영리 단체이다. 환경정책 가이드라인은 조직이 가치있게 생각하는 것과 어떠한 변화를 원하는지 이해관계자 간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자신이 속한 조직이 무엇을 대표하는지, 어떤 편에 서 있는지 이해하면 변화를 원하는 영역의 범위를 정할 수 있다. 조직이 통제하고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요인을 찾고 우선순위를 정하는 것이다. 아래 질문을 통해 어떤 영역부터 다루기 시작할지, 누구와 협력을 시작할지 알아낼 수 있다. 이러한 범위를 설정한 후에 정책과 액션플랜 수립 단계로 넘어갈 수 있다.

<표 1> 환경정책 수립을 위한 통제, 영향력, 걱정의 범위설정 (출처: 줄리자전거 친환경정책 가이드라인 저자번역)

환경정책은 의사결정을 뒷받침하는 원칙으로 조직의 사명과 목표, 이러한 목표가 사회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이해하고 수립해야 한다. 정책 개발을 위한 프로세스는 5가지로 나눠진다. 아래 표에 세부적으로 나와 있다. 나아가 액션플랜은 주요 목표와 구체적인 조치와 책임, 일정, 예산이 포함되어야 하며 모니터링도 함께 진행해야 한다.

[문화예술 분야 환경정책 개발 프로세스]

1. 중요한 것을 결정하고 비전을 수립 가치를 체계화하고 주요 이해관계자를 식별하며, 협력 방안과 목표 파악 등

2. 지금 할 수 있는 영향력의 범위를 지정 환경을 주제로 한 창작 작업을 개발, 관람객에게 대중교통 이용요청 등

3. 조직 활동에 대한 관련 정보를 수집 에너지와 수도, 폐기물 청구서 등으로 폐기물의 양과 유형을 추정, 환경영향평가 등

4. 수집한 정보와 이해관계자의 관점을 이해한 뒤 주요 포인트를 식별해 우선순위 지정 제작자와 관객, 공급 업체의 관점을 얻기 위한 전략 설계(인터뷰, 설문조사 등)

5. 변화를 약속하고 정책을 반복 전달 우선순위 영역을 기반으로 액션플랜 개발(액션플랜, 모니터링, 검토 포함)

글로벌 지속가능한 극장 네트워크 STAGES

유럽연극협회(European Theatre Convention)는 1988년 설립되어 오랜 전통을 가진 유럽의 공공극장 네트워크로 유럽 31개국에 64개 회원사를 보유하고 있다. 유럽연극협회는 문화예술 분야에서 지속가능성을 적용하는 새로운 연극 방식에 도전하기 위해 STAGES(Sustainable Theatre Alliance for a Green Environmental Shift) 극장 연합을 만들었다.

STAGES는 유럽의 주요 연극 네트워크, 학계의 파트너 등 14개의 영향력 있는 연극 단체와 연출가 케이티 미첼(Katie Mitchell)과 안무가 제롬 벨(Jérôme Bel)을 중심으로 기후 위기로 인한 가장 큰 도전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책을 도출하기 위해 모였다. 해당 프로젝트는 세 가지 프로젝트로 나눌 수 있다.

첫 번째, 지속가능한 공연 프로젝트로 파트너들은 사람이나 물건을 옮기지 않고 유럽 전역과 멀리 대만까지 기후위기에 대한 긴급한 새로운 공연 투어할 수 있는 혁신적인 공동 제작 시스템을 개발했다. 이 무대는 현지 자원, 현지 감독, 현지 배우, 현지 세트 및 현지에서 생산된 전기를 기반으로 재창조된다.

두 번째, 지속가능한 혁신 프로젝트에서 로잔(Theâtre Vidy-Lausanne)과 UNIL 지속가능성 역량 센터에서 개발한 새로운 자동 분석 프로세스는 파트너가 조직에서 지속가능한 변화를 위한 주요 영역을 식별하도록 도와준다. 도넛 경제학 개념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전체적인 이해를 기반으로 하며 건물, 폐기물 관리만 평가하는 것이 아니라 관람객의 여행 및 일과 삶의 균형과 같이 더 폭넓은 주제를 다 포괄하여 인사이트를 제공한다.

마지막으로 지속가능한 미래 프로젝트는 매년 참여형 온라인 포럼과 워크숍을 개최한다. 다양한 예술가와 과학자 및 관객이 모여 바람직한 미래에 대해 의논하며 향후 연극의 방향성을 그려간다.

4. 브로드웨이의 ‘그린 쇼’ ​

브로드웨이 그린 얼라이언스

브로드웨이 그린 얼라이언스(Broadway Green Alliance, BGA)는 2008년 미국 브로드웨이 공연산업협회인 브로드웨이 리그(Broadway League)와 미국 천연자원보호협회(Natural Resources Defense Council)가 협력하여 만들어졌다. 공연전문가와 환경전문가가 함께 브로드웨이에서 친환경 공연 산업을 정착시키기 위해 만들어진 단체이다.

BGA는 공연업계에서 친환경적인 문화를 확산시키기 위해 극장 커뮤니티에 대한 환경교육, 동기부여, 구체적인 실현 방안 등을 제공하는 친환경 공연 산업 이니셔티브 활동을 추진하고 있다. ‘친환경 공연(green show)’를 만들기 위해 가장 강조하는 부분은 모든 출연진과 제작진이 참여하는 것이다. BGA는 구성원을 참여시키기 위해 제작 시작 단계에서 1) 친환경 공연을 달성하기 위한 정책 수립과 전달, 2) 그린캡틴을 선출을 강조한다.

뮤지컬에는 댄스 캡틴이라는 포지션이 존재하는데 말 그대로 안무와 관련된 모든 부문을 총괄하는 중요한 역할이다. 이와 비슷하게 브로드웨이 뮤지컬에는 그린 캡틴이라는 특별한 역할이 있다. 그린 캡틴은 공연 전후 과정에서 각종 재활용, 친환경적인 조언과 실행을 총괄하는데, 개인 텀블러 사용부터 화학물질이 들어간 얼음 팩 대신 냉동 완두콩으로 마사지를 하고 의상 세탁에 친환경 세제를 사용하는 등 창의적인 방법으로 친환경 공연을 만들기 위해 노력한다. 리허설 첫날, 출연진이나 제작진 가운데 한 명이 그린 캡틴으로 지정되며 그린 캡틴은 친환경 활동을 추진하고 BGA와 공유하는 매개자 역할을 맡는다. 현재 브로드웨이의 모든 공연에 그린 캡틴이 활동하고 있으며, BGA 홈페이지에서 각 뮤지컬을 담당하는 그린 캡틴을 확인할 수 있다.

<그림 2> 브로드웨이의 그린 캡틴 및 졸업생 리스트 (출처: BGA 홈페이지)

그 외 순회공연 회사의 구성원들을 대상으로 한 투어링 그린 캡틴(Touring Green Captain), 뉴욕 바깥 지역 극장에서 모집하는 지역별 그린 캡틴(Regional Green Captain), 대학 연극을 대상으로 한 대학 그린 캡틴(College Green Captain), 브로드웨이를 넘어서 오프브로드웨이 그린 캡틴까지 확대해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다. 현재 미국 내 1,200여 명의 그린 캡틴이 활동 중이다.

<그림 3> 브로드웨이 그린 얼라이언스 성과 (출처: BGA 홈페이지)

에너지와 자원 절감을 위한 여러 가지 활동을 하고 있다. 먼저 에너지 부문에서는 브로드웨이의 모든 조명을 에너지 효율이 높은 LED 조명으로 변경해 매년 800톤 이상의 탄소배출량을 절감하고 있다. 공연 후 의상 세탁에도 에너지 효율이 높은 세탁기를 사용해 두 달 동안 외부 조명을 밝힐 수 있는 양의 에너지를 절감하고 있다. 친환경 세제를 이용해 환경 영향 역시 줄이고 있다.

재활용 부문도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섬유 부문은 Actors Equity Building의 섬유 수집 거점을 활용해 8,600kg 이상의 섬유를 수거하여 재활용하였다. 그 외에도 악보와 대본 등에 사용되는 바인더를 만개 넘게 재활용하고 있으며, 마이크와 백스테이지에서 근무하는 의상, 헤어, 메이크업 스태프를 위한 손전등을 일회용 배터리가 아닌 충전식 배터리로 변경하여 폐기물을 절감하였다.

BGA는 주요 이니셔티브 중 하나로 타임스퀘어에서 일 년에 두 번 전자폐기물과 섬유 재활용 행사를 개최한다. 업계 관계자는 물론 관광객도 자유롭게 함께 참여할 수 있다. 섬유 재활용 드라이브(Textile Recycling Drive)는 사용하지 않는 옷, 신발, 커텐, 가방 등 다양한 물품을 기부할 수 있으며, 업계 관계자와 관광객 모두 무료로 참가할 수 있다. 전자폐기물 드라이브(E-waste Drive)는 컴퓨터, 카메라, 스마트폰 등 전자폐기물을 재활용하는 행사로 첫 번째 폐기물 바구니는 무료이다.

BGA는 홈페이지에 극장용 자재 재활용에 관련된 데이터베이스를 제공한다. 각 주(state)별로 진행 중인 재활용 프로젝트의 재생 물질, 회사의 위치와 홈페이지를 공개해 공연업계의 자원순환을 위한 오픈플랫폼을 구축했다.

<그림 4> 미국 각 주별 극장용 자재의 재활용, 소싱 데이터데이스 (출처: https://www.broadwaygreen.com/database )

브로드웨이 그린 얼라이언스는 녹색전환을 위한 공연업계 가이드라인을 제공한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공연을 재개하는 시점을 변화를 위한 기회로 보고 그리너 리오프닝 툴킷 보고서(Greener Reopening toolkit)를 통해 포괄적인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보고서의 3개 섹션은 1) 환경보건 및 안전, 2) 백스테이지 및 공연 진행, 3) 식음료 운영 등으로 구성돼있다. 백스테이지 및 공연진행 섹션에서 회사 운영, 무대, 조명, 음향, 분장, 오케스트라 등 파트 별로 개선 사항을 제시하여 공연 제작자들이 지속가능한 공연을 개최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세부적인 예시로 극장에서 다회용기 사용, 종이 자료를 디지털 매체로 대체(티켓, 프로그램, 악보, 대본 등), 재활용이 가능한 의상·무대·악기 사용, 일회용 배터리가 아닌 충전이 되는 기기 사용, 친환경 조명·소재를 사용하는 등 대안을 제공한다. 이외에도 홈페이지에서 지속가능한 생산에 대한 사례 소개와 교육 비디오를 제공하고 있다.

연극 배경 천은 여러 겹으로 칠해진 직물 폐기물이기 때문에 일반적인 직물처럼 재활용할 수 없으며 여러 가지 환경적 문제를 유발한다. 천연섬유로 만든 직물은 매립지에서 분해되어 메탄을 생산하지만, 의류를 만드는 과정에서 화학적 처리를 하기 때문에 매립지에서 분해되지 않는다. 또한, 석유 유래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진 합성 섬유는 매립지에서 분해되는데 수백년이 걸린다. 이런 배경에서 Scenery는 브로드웨이에서 버려지는 연극 배경 천을 가방으로 업사이클링했다. 뮤지컬 무대의 일부를 소장할 수 있다는 부분이 굉장히 인상적이다. 현재까지 29,150파운드의 섬유 폐기물을 가방으로 전환했으며 앞서 언급한 위키드 “Green Bag”을 디자인과 제작을 맡는 등 여러 방면에서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그림 5> Scenery의 가방 (출처: Scenery 홈페이지)

브로드웨이의 친환경 공연 무대 제작 과정을 통해 문화예술계에서 다양한 형태로 기후변화와 지속가능성에 대해 고민하는 모습을 살펴보았다. 한편에서 친환경 공연 제작 과정에서 심미적인 요소를 해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존재한다. 하지만 중요한 부분은 제작 과정에서관습적으로 해오던 방법을 의심하고 필요한 부분만을 추려내어 새로운 대안을 찾고자 하는 태도이다.

미래지향적이고 지속가능한 공연

<그림 6> 뮤지컬 위키드 (출처: 브로드웨이프로덕션, by Joan Marcus)

<위키드>는 8년 전부터 모든 무선 마이크에 들어가는 일회용 알카라인 배터리를 니켈 금속 수소화물 충전식 배터리로 전환했다. 이전에 일회용 배터리는 쇼당 38개의 AA배터리가 필요했기 때문에 매년 15,808개의 배터리가 폐기되었다. 충전식 배터리로 전환하여 매년 96개의 배터리로 버려지는 양을 줄였고, 5년 동안 22,000달러를 절약했다. 충전식 배터리는 일반적으로 다섯 시간에서 여섯 시간이 소요되어 공연이 여러 번 있는 경우에 충전시간을 고려해 계획해야 한다. 위키드는 두 세트의 배터리를 사용하여 문제를 해결했다. 두 세트는 헷갈리지 않게 색상을 다르게 지정하였다. 배터리 용량을 유지하기 위해 24시간 동안 완전한 충전, 방전, 냉각하는 방식으로 관리하지만, 결국 배터리 용량은 줄어들기 때문에 꾸준한 모니터링을 통해 주기적으로 교체해주는 것이 중요하다. BGA는 일 년에 두 번 충전식 배터리의 교체 비용을 지원해주어 평균수명인 10개월 주기로 교체하고 있으며, 모든 배터리는 재활용을 위해 수거하고 있다.

인쇄 부문에서도 전문업체에 대량으로 사전 주문하는 대신 사내에서 재활용 용지를 활용해 대본과 악보를 인쇄하며, 이를 통해 매월 5,000 달러 가량을 절약하고 있다. 직접 인쇄를 통해 쇼에 필요한 부수만 인쇄할 수 있으며 마지막 캐스팅 변경사항도 포함할 수 있어 제작 비용을 절약할 수 있다.

뉴욕시 녹색 보조금 지원 대상(NYC Theatre Greening Grants) 중 하나로 AfterWork 극장이 선정되었다. 해당 보조금의 목표는 이러한 지역사회 구성원이 개발한 환경친화적인 프로젝트를 지원하고 이러한 프로그램을 더 많은 관객에게 홍보하는 것이다. 선정된 극장의 요구사항을 검토하고 최대 750달러까지 지급한다. AfterWork 극장은 <슈렉> 연극을 제작하는 접근방식을 바꿔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획기적으로 줄였다. 세트는 같은 공연을 했던 다른 극장에서 기증을 받았으며, 추가적으로 필요한 세트는 주변 극장의 세트를 활용하였다. 슈렉 전용 의상과 소품은 대부분 재활용하여 제작했다. 새로운 재료의 구매는 최소화했으며, 의상은 각 출연진이 가지고 있는 옷을 활용하고, BGA 커뮤니티원에게 빌리거나 기부물품을 대여했다. BGA는 공연을 만들면서 남은 자재와 자투리 천부터 소품, 공연이 끝난 후 폐기되는 무대 의상까지 재사용 될 수 있게 커뮤니티를 활성화하고 각 부문의 학교와 제휴하여 재활용을 촉진한다.

<그림 7> 뮤지컬 그리닝 슈렉 (출처: 브로드웨이그린얼라이언스, AfterWork Theatre)

이 외에도 공연의 주제 자체를 기후변화로 설정하고 저탄소 공연을 만드려는 노력도 진행 중이다. 국내에서도 국립극단에서 <기후비상사태:리허설>, <당신에게 닿는 길> 등 기후위기를 주제로 한 작품들이 종종 보이고 있다. 이런 공연의 의의는 무대를 보는 관객에게 기후변화와 환경 보호에 대해 생각할 기회를 주고, 개인이 지속가능성에 한 걸음 더 나아가 인식하고 삶에 적용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준다는 점에 있다.

5. 브로드웨이를 품은 뉴욕시의 탄소중립

브로드웨이가 자리하고 있는 뉴욕은 미국에서 가장 공격적인 기후변화 대응 정책을 펼치는 주 중 하나이다. 2019년 뉴욕의 기후 리더십 및 지역사회 보호법(Climate Leadership and Community Protection Act)을 제정하고 1990년 배출량을 기준으로 2030년까지 40%, 2050년까지 85% 이상의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을 추진하며, 2050년까지 탄소중립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그림 8> 뉴욕시 전경 (출처: Wikimedia Commons by King of Hearts)

온실가스를 줄이기 위해 장기적인 에너지 전략을 세웠으며 첫 번째 목표는 2030년까지 70%를 재생에너지 발전으로 채우고, 2040년까지 전력 부문에서 탄소배출 제로화라는 야심찬 목표를 세웠다. 이를 위해 91개 대규모 신재생에너지 프로젝트에 210억 달러, 건물의 탄소 배출 절감에 68억 달러, 태양에너지 활용 확대에 18억 달러를 투자하고 있다. 동시에 건물분야의 에너지 효율을 향상시키기 위한 정책도 함께 시행 중이다.

두 번째, 교통 부문에서 23%가 발생하고 있어 트럭과 개인 승용차를 줄이기 위한 정책을 강화하고 있다. 시내에서 자동차가 필요하지 않게끔 자전거 도로 시스템을 강화하고 보행자 친화적인 거리를 만들었다. 2035년부터 신규 가솔린 차량의 판매를 금지했으며, 2035년까지는 소형차의, 2045년까지 모든 신규 중대형 차량의 배기가스를 제로화하는 법을 제정했다. 전기 차량 도입을 촉진하고 전기차량 충전 인프라 역시 확대하는 등 친환경 교통 부문에 10억 달러 이상을 투자하고 있다.

세 번째, 폐기물 감축을 통한 온실가스 감축을 시도하고 있다. 매립장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의 양은 전체 뉴욕 배출량의 4%이다. 매립지로 향하는 물품을 최소화하기 위해 중고물건 거래 활성화를 위한 재활용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옷, 사무용품, 전자제품 등에 대한 분리수거와 재사용을 통해 순환경제를 촉진하고 있다. 뉴욕시의 적극적인 기후변화 대처와 브로드웨이 그린 얼라이언스의 에너지 감축과 자원순환이 촘촘하게 얽혀 돌아가 브로드웨이의 녹색화가 촉진된 것으로 보인다.

6. 결론 ​

브로드웨이의 녹색전환 사례를 통해 문화예술계의 지속가능성을 달성하기 위해 노력을 살펴보았다. 브로드웨이의 가지각색 다른 매력의 극장들이 얼라이언스 안에서 같은 목표를 갖고 움직였기에 많은 양의 에너지와 자원의 사용을 절감할 수 있었다. 이러한 결과는 연극 산업에서 책임감을 느끼고 지속가능성에 대해 고민하며 현장에서 조금씩 적용했기에 달성할 수 있었다. 가장 중요한 부분은 참여자들이 일상에서 번거로움을 이기고 친환경 행동을 실천하는 것이다.

예술경영지원센터가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티켓 판매 규모는 콘서트를 제외하고 5,590억 원 규모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 중 뮤지컬이 전체 공연 티켓 판매액의 76%를 차지한다. 국내 공연시장의 규모가 성장하는 만큼 온실가스 배출량도 급진적으로 증가할 것이다. 2022년 뮤지컬 시장의 극장 규모별 비중을 살펴보면 대형극장 뮤지컬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다. 1,000석 이상 대극장 뮤지컬 공연 건수는 558건으로 전체 공연 건수의 20%였다. 하지만 대형극장 뮤지컬 티켓 판매액은 3,157억 원으로 전체 뮤지컬 티켓 판매액의 74%를 차지했다. 대형극장 뮤지컬은 공연 건수는 적지만 한 공연 당 객석 수가 많고 평균 티켓 가격도 높아 공연 수에 비해 높은 매출을 창출하고, 그 결과 뮤지컬 시장이 대형극장에 의존하는 경향이 높게 나타났다. 이러한 배경에서 국내 녹색전환은 브로드웨이의 극장들과 같이 대형극장을 중심으로 시작하여 중소규모 극장으로 확장하는 방법이 효과적일 것으로 보인다.

국내에서 국립극단이 기후위기를 주제로 창작극을 제작하고 제작 과정에서 발생하는 탄소발자국을 산정하는 등 저탄소 공연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국내 예술 현장의 저탄소화는 구체적인 방안이 마련되어있지 않아 실천하기 어려운 점이 많다. 공연예술계 저탄소화를 촉진하기 위해 브로드웨이의 그리너 리오프닝 툴킷(Greener reopening toolkit)과 영국의 시어터 그린 북(The Theatre Green book) 등 국내에도 공연예술 창작환경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철학을 담은 매뉴얼 제작이 필요하다.

뉴욕시 사례를 통해 지자체 정부의 지원이 문화예술계 전환을 촉진할 수 있음을 확인했다. 문화예술계 자원순환을 위해 정부의 장기적인 지원도 필요해 보인다. 영국예술위원회는 예술위원회 보조금을 받는 기관을 대상으로 연간 탄소발자국 보고를 권고하고 있다. 지속가능한 문화예술계를 만들 수 있도록 정부에서 점진적인 보조금을 도입하고 문화예술계 탄소배출량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한다면 분석을 통해 국내에 적합한 친환경 정책을 수립할 수 있을 것이라 기대된다.

마지막으로 예술 단체와 공공 부문에는 전문가가 부족한 상황으로 브로드웨이의 그린 캡틴과 같이 지속가능한 공연부문을 이끌어갈 기후전문가 양성이 필요해 보인다. ​ 전문가들은 “기후위기는 과학적 조치만이 아니라 문화적 전환이 동시에 이뤄져야 근본적인 해결이 될 수 있다”고 말한다. 기후위기를 주제로 한 공연은 무대를 보는 관객에게 기후변화에 대해 생각할 기회와 함께 개인이 지속가능성에 인식하고 삶에 적용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줄 수 있어 문화적 전환을 촉진할 수 있는 좋은 수단이라 생각된다. 동시에 공연의 제작과 상영, 무대의 폐기 등 모든 과정에서 강조할 부분은 저탄소 공연을 만들기 위해 아이디어를 내고 이를 실천할 참여 구성원의 인식변화라고 생각된다.


각 주

1) 문화시설 운영 탄소발자국 = (연간 전력 사용량 * 전력 탄소배출 계수) + (연간 도시가스 사용량× 도시가스 탄소배출 계수) + (연간 유류 사용량 * 유류 탄소배출 계수) + (연간 수도 사용량 × 수도 탄소배출 계수) + (연간 폐기물 배출량 * 폐기물 탄소배출 계수)

2) Arts Council England, 2020, Sustaining Great Art and Culture: Environmental Report 2018/19

참 고 문 헌  

• 노영순 외 2인 (2021) 문화예술의 친환경적 관점 도입을 위한 연구

• 예술경영지원센터: 2022년 공연티켓판매동향 총결산

• 최준영 외 (2023) 공연예술분야의 지속가능한 창작 사례집: 공연예술 창제작 중심으로

• Broadway green alliance Official Website: About Us

• New York Theatre Guide Official Website: Overview of New York Theatre – Scenerybags Official Website

• Julie’s Bicycle (2022) Environmental Policy and Action Plans 2022

• 이데일리 (2023.09.04.) 2043년 기후위기로 종말이 찾아온다…연극 ‘당신에게 닿는 길’

• KOTRA (2021.12.13.) 뉴욕주, 2035년부터 모든 신규 경량 차량 탄소배출 제로 의무화

• The Musical (2023.04.05.) [Focus]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들어선 뮤지컬 시장

• The Musical (2023.09.28.) [Special] 지속가능한 공연예술 ①~③


이 연 진 ㅣ 고려대학교 에너지환경정책학 박사과정

지속가능한 올림픽과 에펠탑

서 인 애 ㅣ 이화여자대학교 건축도시시스템공학과 석사

1. 들어가며 

코로나19 팬데믹 이후로 많은 유명 관광지들이 과잉 관광으로 문제를 겪고 이에 대한 대책을 세우고 있다. 이전에는 여행이 사람들에게 가져오는 만족감과 지역 경제 이익에 초점을 맞추었지만 이제는 여행이 환경과 지역사회에 미치는 영향이 중요해졌기 때문이다. 프랑스는 코로나 이후 환경에 대한 관심이 높아져 지속가능한 관광으로의 전환을 하고 있다. 2023년 4월 13일 프랑스 관광공사는 정부부처 관광계획(France Destination 2030)을 기반으로 프랑스 환경에너지관리청과 지속가능하고 책임 있는 관광을 위한 파트너십을 체결하여, 2022-2024년 기간 동안 7천만 유로(940억)를 생태관광 조성, 산악 숙박 시설 보수, 환경을 고려한 호텔 분류 기준 강화 등에 투자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또한 프랑스 국적 항공사인 에어프랑스는 2030년까지 지속가능한 연료 사용, 친환경 케이터링 등으로 이산화탄소를 30% 감축할 예정이다. 그 외 프랑스 관광청은 지속가능한 관광을 위해 다양한 친환경 관광 상품을 개발하였다. 

본 사례조사에서는 전 세계 많은 관광객들이 방문하는 에펠탑과 파리 하계올림픽을 중심으로 파리의 친환경 계획과 랜드마크의 상징성을 들여다보면서 문화, 관광 분야에서의 소프트 파워의 중요성을 알리고자 한다. 

2. 파리의 탄소중립과 2024 하계올림픽의 지속가능성

2015년 12월 12일, 파리에서 열린 21차 유엔 기후변화 협약 당사국총회(COP21)에서 196개 당사국이 모여 파리기후변화협정을 체결하였다. 교토 의정서는 온실가스 배출량이 많은 선진국 37개국만을 대상으로 의무적으로 감축하도록 제한했다. 그러나 파리기후변화협정은 거의 대부분의 국가들이 기후행동에 동참하도록 당사국들이 스스로 정한 감축목표(NCD)를 5년마다 제출하여 이행사항들을 점검하고, 이전보다 더 높은 수준의 NDC를 제출해야 한다. 

2016년 11월 4일, 파리기후변화협정이 국제법으로서 효력이 발효된 것을 축하하기 위해서 파리의 녹색 불빛이 에펠탑과 개선문을 밝혔다. 프랑스 파리는 매년 많은 관광객들이 방문하고, 에펠탑은 도심 어느 곳에서나 볼 수 있도록 화려한 만큼 에너지를 많이 사용하지만 현재 친환경 도시로 변화하고 있다. 전 세계 에너지의 3분의 2이상을 도시에서 소비하고 이산화탄소배출량의 70% 이상을 차지한다. 향후 수십 년 동안 건설, 주택, 에너지 효율, 발전 및 운송 등 도시 기반 시설에 대한 선택은 탄소배출량에 엄청난 영향을 미칠 것이다. 이를 위해 탄소중립 도시를 위한 계획을 세우는 것이 중요하다. 

프랑스는 관광객이 가장 많이 오는 파리를 중심으로 도시를 바꾸어나가고 있다. 최근 파리는 에펠탑에 풍력을 설치하고 지속가능한 도시로 바꿔나가고 있다. 이를 통해 세계시민들에게 관광 명소와 올림픽 개최지로서의 지속가능성을 보여주고 탄소배출을 줄일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본 사례는 올림픽 + 프랑스의 랜드마크인 에펠탑의 지속가능한 변모 과정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지속가능한 도시, 파리

파리는 친환경 도시가 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 파리는 세계에서 가장 밀집되고 효율적인 대중교통, 환경, 수자원, 생물 다양성, 책임감 있는 생산과 소비 등에 관여하고 있다. 지구 온난화에 대응하기 위해 파리는 2050년 넷제로를 목표로 2004~2018년 이미 온실가스 배출을 20%를 감축했다. 기후변화에 적응하기 위해 여름 동안 시원한 장소(광장, 정원, 박물관, 도서관 등)를 만들어 사람들이 열을 피할 수 있다. 대기 및 소음 공해를 방지하고 파리 환경의 공기 질을 개선하기 위해 걷기와 자전거 타기를 장려한다. 또한, 파리의 생물 다양성을 촉진하고 산책할 수 있는 많은 공간을 제공하기 위해 2014~2018년 15ha의 도시농업과 15ha의 공원 및 정원이 조성되었다. 책임 있는 생산, 소비 및 순환 경제 수단을 장려하는데, 2017년 파리시는 현지에서 생산된 제품과 파리의 장인이 만든 제품을 일반 대중에게 홍보하기 위해 Fabriqué à Paris(파리에서 생산)이라는 라벨을 만들었다. 따라서 장인이 만든 식품, 가구, 장식품 의류, 패션 액세서리 등 수도에서 생산된 제품을 선택하여 쇼핑할 수 있다. 2007년 파리시는 적극적인 기후 행동계획을 채택했다. 그 결과, 2004년부터 2018년까지 도시의 탄소배출량은 20% 감소했고, 온실가스 배출량은 25% 감소했다. 제3차 파리 기후 계획(2018)은 2020~2030년 탄소 상쇄 및 격리 실행 계획으로 배출 에너지 소비 감소, 재생에너지 개발, 기후변화 적응, 지역 전환을 가속화 하였다. 파리시는 2050년까지 지역 탄소배출량을 100% 줄여 파리의 배출 제로 목표를 달성하고, 넷제로를 달성하기 위해 2004년에 비해 80% 감소시키기 위해 지역 이해관계자를 탄소배출량 상쇄에 참여시키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현재 파리는 2050년에 탄소중립을 달성하기 위해 여러 가지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2030년까지 파리 지붕의 20%에 태양광 패널이 설치될 예정이다. 이미 파리 옥상에는 76,500㎡의 태양광 패널이 설치되어 있다. 또한, 파리는 2024년 올림픽 및 패럴림픽 개최를 위해 방문객과 파리 시민들이 도시를 즐기고 지속가능한 도시로 만들기 위해 주요 도로의 보행자화, 산책로, 친환경 교통을 만들어 나가고 있다. 2024년까지 모든 디젤차는 도시에서 금지되고 2030년까지 휘발유차도 금지될 예정이다. 파리시는 200만 명의 주민이 도시와 상호 작용할 수 있도록 주민들이 집에서 15분 이내에 모든 서비스(대중교통, 상점, 학교)를 이용할 수 있도록 도시를 바꿔나가고 있다. 

2024 파리 올림픽 

프랑스는 1924년 하계 올림픽을 개최한 이후 100년 만에 파리에서 하계 올림픽을 개최할 예정이다. 파리 2024 조직위원회는 2012년 런던과 2016년 리우 올림픽 평균에 비해 탄소배출량을 절반으로 줄일 계획이다. 이 목표는 IOC의 올림픽 어젠다 2020+5와 2015 파리기후변화협정을 모두 반영한다. 현재 대규모 행사에서 탄소배출을 줄이기 위한 해결책은 없지만, 2024년 파리 올림픽에서는 탄소배출을 줄이기 위해 전 세계에서 지속가능한 방식에 대한 길을 제시한다. 앞으로 탄소 감축은 모든 올림픽 개최국의 계약 요구 사항이 될 것이다. 2030년부터 올림픽 개최 계약 시 직접 및 간접 탄소배출을 최소화하기 위한 구속력 있는 요구 사항을 설정한다.

<그림 1> Paris 2024 탄소배출 목표 (출처: Paris 2024)

파리 2024는 개최 도시와 주민들의 요구에 적응하는 저 영향 올림픽이라는 IOC의 철학에 따라 신규 건설을 최소화하고 있다. 행사장의 약 95%는 기존 시설(필요한 경우 리노베이션 및 현대화) 또는 임시 구조물이 될 것이다. 올림픽 경기장은 대중교통으로 접근할 수 있도록 선정되었다. 파리 2024는 주요 스포츠 행사에서 에너지 보존, 혁신과 창의성을 장려하면서 지속가능한 표준을 설정하고 있다. 올림픽과 패럴림픽 게임은 100% 재생 가능 에너지(청정 전기와 바이오가스)로 운영된다. 모든 장소는 전력회사 Enedis를 통해 그리드로 연결되고 EDF에 의해 풍력과 태양광 발전소에서 공급되는 전력을 공급받게 된다. 디젤발전기 사용을 피함으로써 13,000톤에 해당하는 탄소배출량을 줄일 수 있다. 올림픽 위원회는 스포츠 행사에서 1,300만건의 식사와 간식들을 지속가능한 방식으로 제공하려고 한다. 프랑스는 식사 당 평균 2.3kg의 탄소배출 대신 1kg의 탄소배출을 목표로 한다. 따라서 재료의 80퍼센트는 프랑스산을 이용하고 그 중 30%는 유기농으로 제공할 계획이다. 식물성 제품의 양은 두 배로 늘리고, 일회용 플라스틱의 양은 절반으로 줄이려고 한다. 파리의 랜드마크인 에펠탑과 트로카데로(Trocadero) 프로젝트는 트로카데로(Trocadero)부터 샹드마르(Champ-de-Mars) 및 에콜 밀리테르(Ecole Militaire)까지 전체 지역이 보행자와 환경친화적인 교통수단을 위한 새로운 녹지 공간을 만들기 위해 재설계되고 변형된다. 에펠탑을 찾는 연간 3천만 명의 방문객을 위해 보행자 우선 거리로 가족들이 즐길 수 있는 휴식 공간이 되도록 하였다. 

파리 2024는 ARO 접근방식(회피, 감소, 상쇄)을 적용하고 있으며, 배출량을 예측하고 올림픽의 매력을 활용하여 조치할 수 있는 예상(A, Anticipate)과 이동(M, Mobilise)이라는 두 가지 추가 단계를 도입했다.

<그림 2> Paris 2024 올림픽의 AAROM 접근방식 (출처: Paris 2024)

• 예상: 지난 하계 올림픽에서는 평균 350만 톤의 CO2가 배출되었다. 파리 2024는 이를 출발점으로 간주하고 탄소배출량을 측정하는 도구를 개발한다.

• 회피: 기존 또는 임시 시설의 95%를 사용하고 관련 지역에서 올림픽이 끝난 후 사용할 수 있는 시설만 건설함으로써 파리 2024는 기후에 미치는 영향뿐만 아니라 행사가 미치는 영향을 줄인다. 

• 감소: 파리 2024는 배출원을 정확하게 식별하고 저탄소 구조, 재생에너지, 지속가능한 케이터링 등 모든 활동에 대한 솔루션을 제안했다. 결과적으로 파리 2024는 CO2 150만 톤을 초과하지 않는 목표를 설정했다. 이는 이전 하계 올림픽 평균 탄소배출량의 절반이다. 

• 상쇄: 파리 2024에서는 배출의 가장 광범위한 범주인 scope 3을 고려했다. 여기에는 관중의 이동과 같은 올림픽의 간접적인 영향도 포함된다. 피할 수 없는 탄소배출은 5개 대륙 전체에 환경적, 사회적 이익을 모두 제공하도록 설계된 프로젝트를 통해 상쇄될 것이다. 파리 2024는 프랑스에서 기후 친화적인 프로젝트의 시작과 개발을 지원함으로써 탄소배출보다 더 많은 탄소를 상쇄할 수 있는 최초의 국제 스포츠 행사가 되고자 한다. 

• 이동: Paris 2024는 스포츠의 잠재력을 활용하여 올림픽에 관련된 모든 사람(직원, 파트너, 스포츠 운동, 시민)을 이 과정에서 하나로 결속시킨다. 이를 위해 파리 2024는 직원들이 개인적이고 직업적인 탄소배출량을 인식하고 줄이는 데 도움이 되도록 설계된 앱인 “Climate Coach”를 출시했다. 

<그림 3> 에펠탑과 파리 2024 올림픽 경기장 (출처: Paris 2024)

2024년 파리 올림픽이 끝나면 센 생 드니(Seine-Saint-Denis)의 올림픽 및 패럴림픽 선수촌 부지에 8,876그루의 나무를 심을 예정이며, 보행자와 친환경 모빌리티를 위한 공원과 6ha의 녹지 공간이 조성된다. 또한 바이오 원료, 지열 에너지 및 태양광 패널, 공기 순환을 촉진하는 건축을 통해 6,000명의 주민을 수용하여 환경친화적인 미래실험도시로 만들 예정이다.  

3. 파리의 랜드마크, 에펠탑

<그림 4> 에펠탑 (출처: Gurgen Bakhshetyan, Shutterstock)

에펠탑과 넷제로  

매년 수백만 명의 방문객이 에펠탑을 보기 위해서 파리를 방문하고 있다. 세계에서 가장 상징적인 건축물 중 하나인 에펠탑은 현재 친환경 랜드마크로 변하고 있다. 이는 전 세계 사람들에게 랜드마크도 그 상징성을 잃지 않고 지속가능하게 변할 수 있다는 점을 알려줄 수 있다. 에펠탑은 구조물에 재생에너지를 설치하여 친환경적인 에너지원을 이용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고, 환경친화적인 것도 충분히 미적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줄 수 있다. 

에펠탑의 역사 

에펠탑은 1889년 3월 31일, 2년 2개월의 공사 끝에 대중에게 공개된 후 세계에서 가장 높은 건물이 되어 국제적인 명성을 얻고 있다. 에펠탑은 당시 프랑스 혁명을 주제로 100주년을 맞았던 파리 세계 박람회(1889년)의 주요 기념물로서 산업 및 기술 분야에서 프랑스인의 대담함을 세계에 보여주는 것이 목표였다. 에펠탑의 디자인은 에펠 연구소 회사(Eiffel Institutions Company)에서 근무하는 두 명의 엔지니어인 Maurice Koechlin과 Emile Nouguier에 의해 시작되었다. 처음에는 회의적이었던 구스타브 에펠은 두 엔지니어의 특허권을 구입하고 1885년에 자신의 계획을 발표했다. 1887년 7월 8일에 에펠과 정부가 서명된 계약에는 1890년 1월 1일부터 구스타브 에펠이 20년 동안 에펠탑의 상업적 이용을 자유롭게 누릴 수 있으며 그 이후에는 파리시가 소유자가 된다고 규정했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에펠탑의 미학과 효용성에 의문을 제기했고, 샹드마르스 주민들까지 모여 이렇게 큰 기념물을 지을 수는 없다며 국가에 반대하는 행동을 펼치기도 했다. 그러나 에펠탑은 결국 대중적인 관심과 독특한 구조와 높이로 인해 철거되지 않고 파리와 프랑스의 상징이 되었다. 그로 인해 에펠탑은 1931년 뉴욕에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이 세워질 때까지 40년 동안 세계에서 가장 높은 건물로 기록되었고 현재 전 세계 여행자들은 에펠탑을 보기 위해 프랑스에 방문한다. 

에펠탑 재료- 철강의 특징 

에펠탑을 건설하는데 사용된 순철(iron)은 광석이 녹을 때 과잉 탄소를 제거하는 퍼들링이라는 정제 과정을 거친다. 이를 통해 순수한 철을 얻을 수 있다. 그러나 철을 부식에서 보호하기 위해 7년마다 두꺼운 페인트로 코팅해야하며 현재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퍼들링 공정을 통해 생산된 철판과 빔은 Levallois Perret에 있는 에펠 공장에서 리벳을 사용하여 사전 조립되었다. 이후 구조물 장착을 위해 에펠탑 건설 현장으로 옮겨졌다. 프리패브 시스템 덕분에 2년 2개월 5일이라는 기록적인 시간 안에 에펠탑을 건설할 수 있었다. 

철강(iron, steel)은 전 세계 최종 에너지 사용량의 8%를 차지하며 에너지 관련 CO2 배출량의 7%를 차지한다. 건설 및 운송과 같은 인프라에서 순철과 강철(steel)은 중요한 요소이다. 세계 철강의 절반 이상이 건물과 인프라에 사용되고 있다. 철강은 건물에서 두 번째로 많이 사용되는 재료이다. 에펠탑은 순철로 만들어지지만 도시의 탄소를 저감하기 위해서 건물을 지을 때 강철에 대한 사용을 피하고 검증된 저탄소 대안으로 전환하는 것이 중요하다. 강철 부문에서 탄소배출을 줄이기 위해서는 두 가지 방법이 있다. 1) 탄소기반 방법을 사용하면서 탄소 포집 기술과 결합, 2) 수소 또는 직접 전기분해와 같은 대체 환원제를 사용하여 철광석을 선철로 화학적으로 변환시켜 탄소(코르크)를 대체(Rissman 2020) 하는 것이다. 전기로 구동되는 전기로에서 스크랩으로 철을 만들면 기존 철 생산 보다 60-80% 에너지를 덜 쓸 수 있다. 

에펠탑이 친환경으로 변하는 과정

에펠탑은 인구 3,000명의 도심만큼 많은 에너지를 소비하는데, 이는 1년 365일 약 15시간 동안 방문객이 사용하는 엘리베이터로 인해 발생한다. 에펠탑은 2020년까지 에너지 소비와 탄소배출을 25% 줄이겠다는 파리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4년간 리노베이션 되었다. 에펠탑 리노베이션 공사는 2,800만 파운드 규모로 2015년에 완료되었다.

<그림 5> 에펠탑 내부에 설치된 풍력 터빈 (출처: UGE International Ltd.)

에펠탑 내부에는 두 개의 풍력 터빈이 지상 약 400피트 높이에 배치되어있다. 에펠탑 2층에는 21피트 높이의 풍력 터빈이 바람이 들어오는 최적의 위치에 타워와 같은 색깔로 설치되었다. 터빈 제조업체인 UGE international은 타워의 미적, 구조적 안정성을 보존하기 위해 대형 구성품을 리프팅 장비를 사용하지 않고 숙련된 작업자들이 로프, 윈치 및 도르래를 사용하여 직접 끌어올렸다. 또한 풍력 터빈 하부에는 콘크리트와 같은 지지구조가 없어 터빈의 진동을 흡수하고 공진 주파수를 견딜 수 있는 강철 기초를 만들었다. 터빈이 설치된 후 바로 아래 레스토랑에 소음 우려가 있었지만 터빈은 40dB 미만으로 조용히 작동하였고 터빈은 타워와 같은 색상으로 칠해져 눈에 띄지 않게 했다. 두 터빈에서 생성된 10,000kWh는 1층 레스토랑, 기념품 가게, 전시관 등의 전력을 공급할 수 있다. 이는 연간 6.7GWh에 비해서는 에너지가 적게 생성되지만 사람들이 에펠탑을 방문할 때 랜드마크에서의 재생에너지를 이용하는 것을 통해 재생에너지에 대해 긍정적으로 생각할 수 있다.

에펠탑은 풍력 설치뿐만 아니라 태양광 패널 설치와 시설물을 리노베이션 하였다. Ferrie Pavilion에 설치된 107 제곱피트 면적의 태양광 패널에서 생성되는 에너지는 두 개의 파빌리온에 필요한 물을 가열하는데 사용되는 에너지를 절반정도 생산한다.

빗물 수집 시스템은 빗물을 화장실로 보내 물 사용을 줄일 수 있다. 1층은 전망을 방해하지 않는 창문의 위치를 변경해서 여름에는 바닥의 열기가 25% 감소시켜 냉방 비용을 절약하였다. 1층 조명은 기존 조명보다 에너지 효율이 훨씬 높은 LED 조명으로 변경되었다. 이러한 각 장소에서의 에너지 절약으로 타워 에너지 소비는 30% 줄어들었다. 

에펠탑의 극복 과제: 유지 관리 

에펠탑은 구스타브 에펠의 권고에 따라 1892년부터 평균 7년마다 전체적으로 다시 칠해진다. 페인트공들은 구스타브 에펠 시대 때부터 사용했던 전통적인 방식인 손으로 도장한다. 에펠탑은 2024년 파리 올림픽 및 패럴림픽 게임을 위해 현재 20번째 재도장을 진행한다. 에펠탑과 같은 구조물은 5~10년마다 다시 칠해져 경제적으로 상당한 부담이 발생하고 탄소배출량이 늘어난다. 수리를 위해 손실되는 인력 비용과 유지 관리로 인해 예정된 서비스가 지연될 때 발생하는 경제적 비용이 많이 든다. 건물을 더 크게 지으면 그 영향은 더욱 커지게 된다. 

4. 지속가능한 도시와 랜드마크의 중요성 

프랑스의 탄소중립과 도시의 랜드마크 

프랑스는 전력 생산의 대부분이 원자력 에너지(71%)와 수력(10%)으로 인해 선진국들 중에서 1인당 탄소배출량이 낮은 편이다. 그러나 원자력 발전소가 노후화되고, 운송 분야에서 여전히 화석연료를 많이 쓰고 있기 때문에 전반적인 이산화탄소 배출이 증가하고 있다. 2019년 에너지와 기후법은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법제화하고 배출 저감 경로를 강화하였다(2050년까지 1990년대 대비 85% 감소). 그러나 프랑스의 노력에도 2021년도에 2015년 파리 협정에서 목표로 하였던 에너지 효율, 재생에너지나 탄소 감축에 대한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였다. IEA는 2021 프랑스 보고서를 통해 2030년 프랑스의 에너지와 기후 목표를 도달하기 위해서는 미래 에너지믹스에 대한 시기적절한 결정과 청정에너지 전환에 대한 투자 가속화가 필요하다고 하였다. 향후 10년 이내에 프랑스가 지속가능하고 정의로운 전환을 위한 에너지 정책 실행이 필요한 것처럼 한국도 이에 대한 계획 재검토 및 탄소 감축을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사람들에게 탄소중립과 재생에너지에 대한 중요성을 알리기 위해서는 도시의 관광 명소와 랜드마크를 통해 긍정적인 인식을 줄 수 있다. 

파리의 에펠탑은 세계에서 가장 많이 방문하는 랜드마크 중 하나로 사람들에게 지속가능성에 대한 메시지를 전달한다. 현재 에펠탑은 단순히 미적인 랜드마크의 기능을 넘어 재생에너지를 사용하여 에너지를 생산할 수 있다.

에펠탑의 특별한 행사, “Paris de l’hydrogène”

<그림 6> 수소에너지로 빛이 밝혀지는 에펠탑 (출처: TOYOTA)

랜드마크 구조물을 밝히기 위해서는 타워 내부의 조명이나 외부에서 비추는 발전기가 필요하지만 최근 재생가능한 수소에너지로 에펠탑을 밝힌 “Paris de l’hydrogène”이라는 행사가 있었다. 보통은 에펠탑의 비추는 이벤트를 위해 디젤엔진으로 연소하는 발전기를 사용한다. 하지만 수소 연료 전지 시스템을 장착한 이 발전기는 수소가 산소와 반응해서 물과 열만 방출하고 소음이 없다. 이러한 특별한 이벤트는 이산화탄소를 배출하지 않은 친환경 연료인 수소를 통해서 연료 전지에 전력을 공급할 수 있고 수많은 관광객들에게 지속가능한 발전이 가능하다는 희망의 메시지를 전달하였다. 이를 통해 앞으로 프랑스 외의 다른 랜드마크와 기념비에서도 청정에너지 기술이 적용될 수 있음을 상징한다.

한국의 랜드마크와 탄소중립 

프랑스는 지속가능한 관광 전환을 위한 프로젝트를 위해 환경부, 경제부, 관광부 등 정부부처 조직 내 협력으로 진행 중이다. 최근 K-culture의 인기로 한국에 많은 관광객들이 몰리고 있는데 정부에서도 세계적인 흐름에 발맞춰 책임 있는 관광으로의 전환을 준비해야 한다. 또한, 파리 에펠탑 사례와 같이 한국에서도 랜드마크의 친환경 리노베이션과 신재생에너지의 적용, 친환경 도시 계획을 통해 지속가능한 도시의 비전을 보여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서울의 랜드마크인 남산타워, 롯데타워 등의 기존 건물에서의 에너지 절감 및 신재생에너지 적용 및 도시를 친환경적으로 바꿔 2050 넷제로가 이뤄져야 한다. 이처럼 많은 도시에서 사람들이 방문하는 관광지를 지속가능하게 만들면 더 많은 나라들이 도시를 친환경적으로 만들어 전 세계적으로 넷제로를 달성할 가능성이 높아지게 될 것이다. 


참 고 문 헌  

• Paris 2024 Official Website: Having the carbon footprint of the games 

• Paris Tourist Office Official Website: Paris a sustainable city 

• Paris Convention and Visitors Bureau 

• UNEP & Yale Center for Ecosystems + Architecture (2023.09.) Building Materials and the Climate: Constructing a New Future 

• UNFCCC Official Website: The Paris Agreement 

• UNFCCC Official Website: City of Paris Carbon Neutral by 2050 for a Fair, Inclusive and Resilient Transition https://unfccc.int/climate-action/un-global- climate-action-awards/climate-leaders/city-of-paris 

• Un Jour de Plus à Paris Official Website: The History of the (tumultuous) construction of the Eiffel Tower 

• 한국관광 데이터랩 (2022.05.25.) 지속가능한 관광지 조성을 위한 프랑스 관광업계의 변화 

• ASME Official Website (2015.08.05.) The Eiffel Tower Goes Green – EcoFriend (2019.06.19.) Here’s how Eiffel Tower is going green 

• Energy Observer (2021.06.03.) Lighting up the Eiffel Tower with green hydrogen: we made it!

• Explore France (2023.07.25.) Paris 2024 in figures: record-breaking games 

• Forbes (2022.11.23.) A Guide To The Paris Agreement And Intl. Climate Negotiations (Part 1) 

• Galvanizers Association (2021.07.16.) Reducing Whole Life Carbon Footprint by Avoiding Maintenance and why carbon footprint should be a whole life calculation 

• IEA (2021.11.) France 2021 Energy Policy Review 

• IOC Official Website (2023.07.31.) Media > Opinion > Paris 2024: raising the bar for more sustainable sporting events 

• National Geographic (2018.05.30.) From Historic to Cutting Edge: Revitalising Iconic Buildings 

• Timeout (2021.11.03.) How Paris plans to become Europe’s greenest city by 2030 

• The Eiffel Tower Official Website (2020.03.04.) 15 essential things to know about the Eiffel Tower 

• The Eiffel Tower Official Website (2022.12.20.) Major work to maintain the Tower for the future 


서 인 애 ㅣ 이화여자대학교 건축도시시스템공학과 석사

지구가 없으면 테니스도 없다

조 윤 지 ㅣ 가천대학교 글로벌경영학과 4학년

1. 사람만 즐거운 이벤트?  

월드컵, 올림픽, 아시안 게임. 아마 전 세계인이 함께 열광하고 흥분하도록 만드는 커다란 이벤트는 단연코 위와 같은 스포츠 경기일 것이다. 스포츠 경기처럼 기대 반 긴장 반의 두근거림으로 모두의 심장이 하나처럼 뛰는 대형 이벤트는 흔치 않다. 여행이나 공연 관람, 전시회 관람 등도 우리를 설레게 만들어주는 일상 속 이벤트이긴 하지만, 동시에 세계인의 이목을 집중시키는 이벤트는 역시 대형 스포츠 대회다. 올림픽부터 월드컵, 메이저리그까지. 집에서 편안하게 TV 중계를 통해 관람하거나 혹은 대형 스크린 중계를 해주는 곳에서 다른 사람들과 함께 응원할 수도 있다. 하지만 경기의 열기를 직접 느끼고, 현장의 생동감을 경험하고 싶어 하는 스포츠 열성 팬이라면 경기장에 찾아가서 관람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설레는 마음을 안고 입장한 경기장에서 관객들은 그 자리에서 열정과 일상의 스트레스 등을 모두 쏟아 붓고는, 경기가 끝나면 한결 후련한 마음으로 기진맥진 경기장을 나온다. 하지만 정말 후련할까? 2022년 환경부에서 발행한 제6차 전국 폐기물 통계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 기준 연간 스포츠 레저 시설에서 발생하는 폐기물의 양은 축구장 총 7,089.5톤, 야구장 총 3,444.01톤, 구기체육관은 2,333.38톤, 골프장은 무려 12,155.63톤가량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2017년 기준으로 작성된 제5차 전국 폐기물 통계조사 보고서에서 발생하는 양보다도 훨씬 증가한 수치임을 확인할 수 있다. 2017년 조사된 양에 따르면 당시 축구장의 1년 폐기물 발생량은 1,342톤, 야구장은 2,203톤으로 축구장에서만 무려 5,700여 톤 가량의 폐기물이 증가했다. 지난 5년 사이 지구의 기후 위기는 더욱 심각해졌으며, 인간이 자연을 침범한 대가로 얻은 코로나 바이러스가 기승을 부렸음에도 불구하고 스포츠 레저 시설에서의 폐기물 발생량은 되려 늘어나고 만 것이다. 

<그림 1> 스포츠 레저시설 종류 별 2021년 폐기물 발생량 (출처: 제6차 전국폐기물통계조사, 2022)

이로써 우리는 경기를 통해서 배출하는 것이 단지 묵어있던 스트레스뿐만이 아니라는 불편한 사실을 직시하게 되었다. 스포츠 경기는 사람들의 열정적인 응원과 함께 양심과 쓰레기를 경기장으로 배출시킨다. 사람들은 경기를 관람하면서 단순히 스포츠만을 즐기지 않는다. 스포츠 이벤트는 일회용기에 포장된 음식을 마구 소비하고 폐기할 편리함을 제공한다.

<그림 2> 스포시설에서 발생한 쓰레기 (출처: freepik.com)

스포츠 경기가 자연에게 지고 있는 빚은 비단 관람 중 발생하는 쓰레기만이 전부가 아니다. 월드컵이나 올림픽, 아시안게임, 메이저리그처럼 거대한 스포츠 경기가 한 번 개최되는 동안에는 선수들의 비행기를 통한 이동, 중계 방송 송출에 필요한 에너지, 구단 유지 관리 등 여러 영역에서 다양한 이유로 상당한 양의 탄소 배출이 이루어진다. 

실제  대표적인 스포츠 중 하나인 축구를 예시로 들어보자. 유럽의 에너지 회사인 셀렉트라(Selectra)의 연구에 따르면, 전 인류의 탄소배출량 중 스포츠가 차지하는 비중은 0.3%~0.4%인 것으로 드러났다. 0.3~0.4%라고 하면 굉장히 적은 것처럼 보일 수 있으나 이는 덴마크의 전체 탄소 배출량에 맞먹는 양이다. 한 국가에서 연중 배출하는 탄소의 양만큼 한 철 잠깐 이루어지고 끝나는 스포츠 경기 몇 번 만에 배출된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스포츠 전문 보도 매체인 디 애슬레틱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프리시즌 기간 내 타이와 오스트레일리아 등을 오가며 배출한 이산화탄소의 양이 1800 톤이라고 지적했다. 이는 무려 350가구가 1년 간 전기를 사용할 때 배출되는 이산화탄소 양에 필적한다.

이러한 문제점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것이 바로 대형 스포츠 이벤트이다. 이에 심각성을 느끼고, 스포츠계에서도 탄소 중립을 선언하며 탄소 제로 월드컵, 그린 올림픽 등을 표방하고 있다. 한국에서는 2018년 개최되었던 평창 올림픽이 이에 해당되고, 더 최근의 경기 중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았던 카타르 월드컵이 해당된다. 두 스포츠 게임 모두 탄소 제로를 달성하겠다는 큰 포부를 밝히며 자칭 ‘친환경 스포츠 경기’라는 이름을 내걸었다. 그러나 이는 결국 허풍에 불과했다. 평창 올림픽은 친환경 올림픽을 개최하겠다며 올림픽 경기 한 번을 위해서 산을 벌목하는 등 모순된 행동으로 지탄을 샀다. 카타르 월드컵에 대해서는 여러 언론 매체에서 전반적으로 왜곡된 탄소 배출량 측정 방식과 비합리적인 신축 스타디움 투자 등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두 스포츠 행사 모두 실상 그린워싱으로 불명예스러운 마무리를 지었다. 

말로만 탄소중립, 실체는 기후악당 ‘카타르 월드컵’

<그림 3> 산림 벌채로 인해 파괴된 숲

탄소중립 스포츠 경기가 그린워싱에 그쳤던 단적인 예로 당장 지난 해 열렸던 카타르 월드컵이 있다. 카타르 월드컵의 경기장은 우선 월드컵 개최만을 위해 새로 지어진 신축 스타디움만 7개에 달한다. 이 7개의 새로운 경기장을 짓는 과정에서만 벌써 65.4만톤의 이산화탄소가 배출되었다. 더군다나 이 7개의 스타디움은 지어진 이후, 어떻게 활용될 것인가에 따라 탄소 배출이 추가적으로 지속해서 발생할 수밖에 없다. 유지 및 관리에만 들어가는 에너지도 상당할뿐더러, 만약 제대로 활용되지 않고 방치된다면 그야말로 화려한 월드컵을 위한 보여주기 식 낭비라는 지적을 면할 수 없는 처지다. 당장 월드컵 경기 한 번을 위해 지속해서 활용되기 힘든 화려하고 거대한 규모의 스타디움을 7개나 신축하고도 피파는 홈페이지를 통해 카타르 월드컵이 탄소 중립을 실현할 친환경 경기라고 홍보한 바 있다. 그 중 대표적인 친환경 실천 사례로 내세운 것이 바로 아부드 스타디움, 일명 ‘974 스타디움’이다. 별칭이 974 스타디움이 된 것은 화물 컨테이너 974개를 재활용 하여 만들었기 때문이다. 해당 컨테이너의 소재는 강철로, 경기 후에는 이 컨테이너를 모두 해체하여 재활용 할 계획이기 때문에 탄소 배출을 줄일 수 있고, 친환경적인 경기장 설계라는 것이 피파 측의 입장이다. 그리고 카타르 월드컵이 종료된 이후, 이 974 스타디움을 구성하고 있던 컨테이너들은 계획대로 모두 해체되었다.

<그림 4> ‘974 스타디움’의 전경

그러나 여기엔 숨은 함정이 있다. 컨테이너 박스를 재활용 해 만들었고, 그것을 다시 해체하여 재활용하겠다고 했으니 보통은 여기에 쓰인 “재활용”이라는 단어에서 친환경적인 이미지를 떠올릴 것이다. 하지만 정말로 친환경적일지는 자세히 따져봐야 한다. 앞서 카타르 월드컵의 스타디움 신축에만 65.4만톤의 이산화탄소가 배출되었다고 언급한 바 있다. 놀라운 것은, 피파가 그토록 친환경적임을 주장하는 근거 중 하나였던 저 ‘974 스타디움’을 건설하는 데에만 무려 43.8만 톤의 이산화탄소가 배출되었다는 점이다. 또한 스타디움 신축 과정에서 배출된 이산화탄소를 포함해 카타르 월드컵에서 발생한 탄소배출량은 360만 톤에 달하며, 이는 약 46만 가구가 연간 배출하는 탄소 배출량과 맞먹는 규모의 양이다. 단지 며칠의 경기 동안 그렇게 수많은 가구의 연간 사용량을 배출하는 것이다. 대규모의 탄소배출을 야기한 것은 비단 카타르 월드컵 뿐만이 아니다. 2018년 개최되었던 러시아 월드컵은 200만 톤, 2016년 개최되었던 브라질 월드컵은 450만 톤에 이르는 탄소를 배출했다. 이 쯤 되니 스포츠 경기는 기후 위기 시대에서 지구 가열의 주범임이 확실해 보인다. 

2. 윔블던, 기후 악당의 누명을 벗다 

스포츠계의 새로운 행보 

세계인의 일희일비가 갈리는 공이 코트 위를 넘나드는 동안, 지구는 홀로 탄소라는 막중한 짐을 짊어지게 되었다. 세계인의 우레와 같은 함성, 박수 소리와 함께 오염 물질 또한 집약적으로 터져 나왔다. 그동안의 스포츠는 지구에 커다란 부담을 안겨줌으로써 성대하게 치러질 수 있었다. 그러나 스포츠 경기와 각종 이벤트가 끝날 때마다 버려지는 쓰레기, 비행기로 이동할 때마다 발생하는 막대한 양의 탄소 배출 등을 이제는 더 이상 외면할 수 없어졌다. 탄소 중립은 미룰 수 없는 세계인의 당면 과제가 되었으며, 여기에서 예외란 존재하지 않는다. 지구상의 모든 생명체와 생태계가 걸려있는 문제인 만큼, 어떤 분야라 할지라도 탄소 배출량을 줄이고 궁극적으로 넷제로를 달성하지 않는 한 기후위기의 위협에서 벗어날 수 없다. 스포츠 분야 역시도 그 책임을 나눠 가진다. 

그러나 지금까지 친환경, 탄소 중립을 내걸고 개최되었던 여러 대회들은 결국 그 속을 들여다보면 그린워싱에 불과했다. 이에 분노한 야구 팬들은 ‘지구가 없이는 야구도 없다’는 팻말을 들고 시위를 하는 등,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친환경 스포츠 공약‘에 대해 불만을 표출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러한 시민들의 요구, 환경 단체의 문제점 지적과는 다르게 여전히 스포츠계에서 일어나고 있는 큰 변화는 없는 것처럼 보인다. 스포츠 경기에서 중요하게 다뤄지는 것은 언제나 선수들의 승패와 화려한 개막식, 폐막식 정도다. 정작 그러는 동안 인류는 기후위기의 위협에서 패배하고 있음에도 말이다. 그렇다면 정말로 대안은 없는 것일까? 이대로 스포츠는 자연의 적이 되어야 하는 것일까? 

여기에 명쾌하게 “그렇지 않다”는 대답을 내놓은 스포츠 대회가 있다. 수많은 관중들이 기대하는 거대한 스포츠 경기도 얼마든지 자연친화적일 수 있다는 것이다. 이를 보여주는 사례가 바로 윔블던 챔피언십이다. 윔블던 챔피언십이라는 이름에 대해서는 아마 스포츠에 관심이 많지 않은 사람이라도 한 번쯤은 들어봤을 것이다. 1877년 영국에서 창설된 윔블던 선수권 대회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테니스 토너먼트 경기로써, 그 오랜 역사만큼 자자한 명성과 드높은 권위를 보유하고 있다. 현재는 영국 런던 머튼 구에 위치한 윔블던 올 잉글랜드 클럽에서 개최되고 있으며 경기장에는 메인 센터 코트 외에도 주변부에 여러 개의 잔디 코트가 마련되어 있어 동시에 여러 경기를 치를 수 있다.

<그림 5> 윔블던 올 잉글랜드 클럽의 전경 (출처: 윔블던 공식 홈페이지)

윔블던 테니스 선수권 대회는 연중 개최되는 4대 그랜드 슬램 대회 중 호주 오픈, 프랑스 오픈 경기가 치러진 이후인 세 번째로 개최된다. 윔블던 챔피언십의 개최 시기는 보통 매년 6월 말에서 7월 초까지로, 약 2주간 경기가 진행된다. 그렇다면, 현재 윔블던이 자연에 부담을 줄이고자 하고 있는 노력이 과연 다른 스포츠 경기의 “그린워싱”과는 어떤 차이점을 보이는 것일까? 윔블던 챔피언십의 일명 ‘지속가능성’이라는 주장도 역시 자신들의 행보를 좋게 포장하고자 붙인 그린워싱에 불과한 것은 아닌가? 이미 우리는 그동안 지속가능성을 주장하는 기업과 기관들이 일부 정보를 왜곡하고 과장하여 온 사례를 너무도 많이 보아왔다. 윔블던의 노력 역시도 이러한 위장환경주의에 지나지 않는 게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드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윔블던은, 어쩌면 지금까지의 스포츠계가 걸어온 행보와는 조금 다를지도 모른다. 비록 완벽하지 않을 수는 있으나 윔블던 챔피언십의 탄소중립을 위한 노력이 아무런 의미도 없다고 말할 수는 없을 것이다. 적어도 그들이 유의미한 변화를 꾀하고 있는 것만은 확실하다.  

윔블던의 탄소 중립, 그리고 지속가능성 실현이 결코 허장성세가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는 단적인 결과가 하나 있다. 바로 윔블던 챔피언십의 탄소 배출량이다. 윔블던 챔피언십에서 배출된 탄소의 양은 35,894 톤이다. 언뜻 보면 이 역시도 적지 않은 양인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앞서 소개한 월드컵에 비하면 고작 100분의 1에 불과한 양으로, 윔블던 챔피언십이 탄소 배출량을 줄이기 위해 얼마나 노력했는지를 한 눈에 알아볼 수 있다. 이런 놀라운 결과는 어떻게 해서 탄생할 수 있었던 것일까? 

<그림 6> 윔블던 챔피언십에서 발생한 탄소배출량 (단위: 톤)

윔블던 챕피언십의 탄소 배출량을 분석해보자. 총 35,894톤의 배출된 탄소 중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역시 교통수단이었다. 이동 수단에서 발생한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33,461톤으로 전체의 91.3%에 해당한다. 

<그림 7> 윔블던의 이동수단에서 발생한 탄소배출량 (출처: the eco experts)

위 도표는 ‘에코엑스퍼트(The Eco Experts)’에서 윔블던 챔피언십의 교통수단 이용에서 발생한 탄소 배출량을 각 교통수단 별로 분석하여 시각화 한 도표이다.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역시나 약 2만 톤을 배출한 비행기였다. 비행기는 윔블던 챔피언십뿐만 아니라 다른 스포츠 이벤트에서도 가장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높은 부분이었다. 비행기를 통한 선수들과 관객들의 이동이 스포츠 경기에서 발생하는 절반 이상의 탄소배출량을 차지한다. 비행에서 발생하는 탄소 배출량 감축은 윔블던 챔피언십을 포함하여 스포츠 이벤트의 고질적인 문제로, 향후 해결해야 할 과제에 속한다. 하지만 비행에서 발생하는 탄소 배출량이 약 180만 톤에 달했던 카타르 월드컵과 비교하면, 2만 톤은 1/90밖에 되지 않는 양으로 매우 적은 축에 속한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여기에는 윔블던 챔피언십을 관람하러 온 50만 명의 관객 중 단 11%만이 비행기를 이용했다는 점도 작용했다.

지상 이동수단의 경우 윔블던 측에서 직접 전기차량을 마련했다. 윔블던은 경기 기간 중 선수들이 전기차를 통해 이동할 수 있도록 20대의 전기차를 제공하였으며, 관객들에게는 전기로 움직이는 버기를 통해 이동할 수 있도록 하였다. 윔블던의 이러한 조치에서 이동 중 발생하는 탄소를 줄이기 위한 노력을 엿볼 수 있었다. 

<그림 8> 전기 버기 (출처: freepik.com)

윔블던의 제로-웨이스트 필드 

다른 영역에서 발생한 이산화탄소의 양에 대해서도 알아보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특히나 –457이라는 숫자를 기록한 쓰레기 부문은 잘못 본 것이 아닌가 싶은 마음에 더욱 눈길이 간다. 우리가 익히 아는 스포츠 경기의 쓰레기 발생량으로는 음수가 절대 나올 수 없다. 관객들이 버리고 남긴 쓰레기로 경기장이 몸살을 앓는다는 기사는 수도 없이 많다. 한국의 경기장만 해당되는 내용이 아니라 영국의 리버풀에서도 같은 문제로 골머리를 썩고 있다. 그런데 똑같이 영국에서 개최되는 윔블던 챔피언십에서는 쓰레기에서 발생한 이산화탄소의 총량이 음수라니. 어떻게 이것이 가능할 수 있었을까?

<그림 9> 윔블던의 쓰레기 처리에서 발생한 탄소배출량

윔블던 챔피언십은 쓰레기를 재활용함으로써 탄소 배출량을 상쇄시키는 전략을 택했다. 윔블던 경기장 내에서 발생한 쓰레기를 처리하는 데에서 발생한 탄소 배출량보다 그 쓰레기가 재활용 되지 않았을 때의 탄소 배출량을 줄여낸 양이 더 컸다. 윔블던은 그 덕에 쓰레기 처리 부분에서의 탄소 배출량을 마이너스로 만들어 낼 수 있었다. 한국에서는 보통 경기를 관람할 때 주로 먹는 메뉴가 치킨과 맥주인 반면, 영국에서는 테니스 경기를 관람할 때 딸기와 생크림 혹은 피쉬앤칩스를 먹는 전통이 있다. 윔블던 챔피언십에서도 물론 관객들이 먹다 남긴 딸기와 생크림, 피쉬앤칩스 등 음식물 쓰레기가 발생했다. 그러나 윔블던은 이를 음식물 쓰레기 처리장으로 보내는 대신, 농업에 활용할 수 있도록 퇴비화하는 방법을 취했다. 음식물 쓰레기는 잘 발효시키면 유기 농업의 훌륭한 퇴비가 될 수 있다. 

윔블던 챔피언십은 자체적으로 제로 웨이스트 경기장을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그러한 윔블던 챔피언십 경기 기간 동안 경기와 관련하여 발생한 쓰레기의 실제 총량은 약 5,600톤으로, 이 중 10%는 소각되었으나 나머지 90%는 재활용된 것으로 추정된다. 윔블던에서는 제로 웨이스트 경기장 정책 실현을 위해 플라스틱 빨대를 일절 사용하지 않도록 했으며, 경기장에서 사용된 커피 컵 등의 용기는 전부 리유저블 컵을 사용하였다.

<그림 10> 윔블던의 리유저블 컵 사용 (출처: 윔블던 공식 홈페이지)

윔블던 챔피언십은 또한 일회용 커피 컵을 사용하지 않는 것뿐만 아니라, 관객들이 플라스틱 병에 든 생수를 구입하지 않을 수 있도록 곳곳에 음수대를 설치하였다. 관객들에게는 사전에 텀블러를 지참할 수 있도록 안내하여 무료로 음수대에서 물을 받아 마실 수 있도록 하는 등의 노력을 취했다. 여기서 다가 아니다. 스포츠 경기의 꽃이라고 하면 역시 한정으로 판매되는 MD 굿즈 상품이 빠질 수 없을 것이다. 많은 스포츠 경기 팬들이 MD 상품을 구매하기 위해서 경기장의 판매 부스 앞에 새벽부터 줄을 서거나 하는 일은 스포츠 이벤트의 익숙한 풍경 중 하나다. 그러나 이렇게 판매되는 수많은 상품 역시도 포장 쓰레기라는 불편한 꼬리표가 붙기 마련이다. MD 상품 판매를 통해서 팬들은 의미 있는 상품을 수집하는 즐거움을 얻고, 스포츠 경기 주최 측은 이윤을 얻는다. 그러나 우리가 얻는 것은 그 뿐만이 아니다. 상품 생산과 유통에서 발생하는 탄소 배출뿐만 아니라 상품을 둘러싸고 있는 포장 패키지의 처리에서 발생하는 탄소 배출량 역시도 얻고 있는 것이다.  

윔블던은 이렇듯 MD 상품 판매에서 발생하는 불필요한 탄소 배출량을 줄이기 위해 상품의 패키지를 전부 재활용 가능한 소재로 변경하고, 플라스틱 포장재를 일절 사용하지 않도록 했다. 일례로 상품 중 하나인 윔블던 타월의 경우, FSC 인증 마크를 받은 카드 밴드를 사용해 포장하였다. 

<그림 11> FSC 인증마크 (출처: fsc 코리아)

FSC 인증이란 Forest Stewardship Council의 약자로, 산림자원을 보호하고 지속가능한 산림 경영을 실현하기 위해 설립된 NGO인 국제산림관리협의회로부터 환경, 사회, 경제적 영향을 고려한 원칙과 기준에 의해 제 3자 기구에 평가를 받는 제도를 의미한다. FSC 인증 숲에서 FSC의 환경, 사회 기준을 준수한 나무 소재로 만든 제품 또는 소비 후 재활용된 소재거나 소비 전 제품을 재활용한 소재로 제작된 제품 등의 경우 심사를 통해 FSC 인증 마크를 받을 수 있다. 

윔블던에서는 매 경기마다 발생한 탄소 배출량을 계산하여 공식 웹사이트에 보고서를 공개하고 있다. 해당 보고서에 따르면, 재생 가능한 에너지원의 사용량이 재생 불가능한 에너지원의 사용량보다 월등히 많은 것을 알 수 있다. 재생 불가능한 에너지원, 즉 화석 연료의 사용으로 인해 발생한 탄소 배출량은 2022년 기준 64톤에 그친다. 이전 시즌인 2021년 보다 사용량이 2배가량 늘어났다는 점에서는 비판을 피해갈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윔블던에서는 이 수치를 0으로 줄여나가기 위해 부단한 노력을 펼치고 있다.

2019년부터 윔블던은 넷제로(탄소 중립) 실현을 위해 재생 에너지를 도입한 것은 물론, 2022년 경기부터 메인 스타디움 천장에 태양광 전지판을 설치하여 전력을 보태고 있다. 또한 2019년부터는 재생 가능한 에너지를 구입하여 사용하고 있다. 윔블던에서 사용되는 부지 주변의 조명은 전부 고효율 LED 램프로, 불을 밝히는 데에 사용되는 탄소 배출량을 최소화하였다. 

<그림 12> 윔블던의 탄소 배출량 보고서 (출처: 윔블던 공식 홈페이지)

그러나 아직 화석 연료와 천연 가스 사용을 완전히 배제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천연 가스 사용으로 발생하는 탄소 배출량은 2022년 시즌 기준 2189톤에 달한다. 윔블던은 2030년까지 화석 연료와 천연 가스 사용을 전면 배제하고, 전부 재생 에너지로 대체할 것임을 밝혔다. 

스포츠 경기에서 유니폼 역시 빠질 수 없는 항목이다. 윔블던에서는 대대적으로 선수들에게는 흰색 유니폼을, 볼보이나 심판 등 스태프들에게는 남색과 흰색을 바탕으로 한 디자인의 유니폼을 입도록 하고 있다. 이러한 전통은 윔블던이 시작 된 이후 거의 변하지 않은 채 지금까지도 계속해서 이어져 내려오고 있다. 윔블던의 유니폼은 윔블던의 역사만큼이나 유구한 상징인 것이다. 그러나 최근, 이 고아한 전통을 지키며 전해 내려온 유니폼에도 변화가 생겼다. 바로 경기에서 심판, 볼보이 등 스탭들이 입을 유니폼을 친환경 유니폼으로 준비했다는 점이다. 이들은 경기에서 입게 될 유니폼 하나에도 빠지지 않고 신경을 쓴 것이다. 

<그림 13> 윔블던의 유니폼 (출처: 폴로 랄프로렌)

윔블던의 새 유니폼을 출시한 브랜드는 ‘폴로 랄프 로렌’이다. 해당 브랜드는 17년 째 윔블던의 유니폼 디자인을 담당하고 있는데, 친환경 스포츠 이벤트로 거듭나고자 하는 윔블던 챔피언십의 행보의 발맞추어 최근 에코 유니폼을 선보였다. 해당 유니폼은 지속가능한 친환경 소재로 제작되었다. 체어 심판, 라인 심판 등 코트 위의 모든 스태프들이 입게 될 유니폼은 전부 재활용 된 소재를 사용하였다. 폴로 랄프 로렌측은 윔블던의 취지에 맞게 테니스 경기에 필요한 기능성을 놓치지 않으면서도, 지속가능성에 초점을 맞추어 유니폼을 제작했다고 밝혔다. 

앞서 윔블던 챔피언십에서는 경기를 관람할 때 딸기를 먹는다는 전통에 대해 간단하게 언급하였다. 가볍게 이야기하고 지나간 문제이지만, 사실 우리가 무엇을 먹는가라고 하는 문제는 자연 보호에 있어 아주 큰 영향을 미치는 문제이다. 언뜻 보기엔 “딸기를 먹는 것이 그렇게 대단한 일인가”라고 생각될 수 있다. 그러나 이렇게 사소해 보이는 식생활, 그리고 식재료의 선택이 보이지 않는 거대한 탄소 배출의 주범이다. 무엇을 먹는가의 문제는 우리의 손으로 지구를 위험에 몰아넣을 수도, 혹은 위험으로부터 구해낼 수도 있는 중대한 문제이다. 최근에는 이러한 문제에 대한 자각으로, 비건에 대한 수요가 나날이 증가하고 있는 추세이기도 하다. 

우선 윔블던에서 제공되고 있는 먹거리들은 지역에서 제철에 생산된 로컬 푸드이다. 로컬 푸드는 음식이 생산된 지역으로부터 소비자들의 식탁에 오르기까지의 운송 과정에서 발생하는 탄소 배출량인 푸드 마일리지를 최소화할 수 있는 훌륭한 선택이다. 전 세계 식품 운송 과정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가 전 세계 탄소 배출량의 약 6%나 차지한다. 식품 관련 탄소 배출량의 20% 역시 운송 과정에서 발생한다. 또한 제철에 생산된 농산물이라는 것 역시 하우스 농업보다도 자연의 시스템을 존중하는 방식으로 재배된 것이라 할 수 있다. 사실 계절에 맞지 않는 농산물을 재배하기 위해 온실의 온도를 유지하느라 많은 화석연료 에너지를 필요로 하고, 그 과정에서 온실가스 배출량을 증가시키기 때문에 제철에 나는 채소가 아닌 것을 먹는다고 했을 때 발생하는 탄소발자국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윔블던은 이러한 사항 역시 고려하여 관객들이 먹는 음식까지도 기후위기를 가속시키지 않을 수 있는 최선의 방안을 찾아냈다고 할 수 있다.

<그림 14> 윔블던의 딸기 & 크림 (출처: 윔블던 공식 유튜브)

아울러 딸기란 완전한 비건 식품이다. 과일과 채소 등 식물성 식품의 탄소 발자국은 육류에 비해서 현저히 낮다. 한국에서는 스포츠 경기를 관람할 때, 주로 고깃집이나 치킨집에서 먹고 마시며 다함께 스크린 중계를 보거나, 치킨을 집으로 배달 시켜 TV 중계로 시청하거나 하는 식이다. 그러나 이렇게 육식과 함께 하는 스포츠 경기는 인간들의 즐거운 이벤트를 위해 지구를 더욱 빨리 소모시키고, 고갈시키는 지름길이기도 하다. 유엔 식량 농업기구에 따르면 전체 온실가스 배출량에서 축산업이 차지하는 비율은 15%로, 전 세계의 자동차가 배출하는 온실가스 비중인 13.5%보다도 많은 양이다. 

육류의 물 발자국은 소 1kg당 8,763리터, 돼지 1kg당 5,988리터, 닭 1kg 당 4,325리터로 밝혀졌다. 또한 소에게서 고기 200g을 얻기 위해서는 곡식 1.6kg이 투입되며 닭 1kg을 위해서는 곡물 1.5kg이 투입된다. 닭 1kg과 곡물 1.5kg이라 하면 그 양에 차이가 크게 없어 보인다. 하지만 이렇게 말하면 어떨까? 닭 한 마리가 보통 1kg이고, 밥 한 공기는 보통 쌀 100g에 속한다. 닭 한 마리를 먹기 위해 곡물 15인분을 낭비하는 셈이다. 만일 우리가 하루 한 끼 채식으로 전환할 경우 하루 약 3.25kg의 탄소를 줄일 수 있다. 한국에서도 경기를 보면서 치맥을 즐기는 대신 윔블던에서의 전통처럼 과일과 같은 완전 비건 간식을 곁들인다면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하루 4.27kg까지도 줄일 수 있다. 

윔블던에서는 생물 다양성 보존을 위한 노력도 아끼지 않고 있다. 지역의 생물 다양성을 지키기 위해서 윔블던의 식재료는 모두 토종 종자를 사용하고 있다. 생물 다양성을 보존하고, 다양한 품종의 동식물들을 지켜나가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다. 대기업에서 보급하고 있는 종자로 단일 경작을 하게 될 경우, 토양의 특정 성분만이 소모되고, 식물들이 자라날 토양의 영양 균형이 깨지는 것은 물론 미생물의 종류도 단일화된다. 이렇게 되면 결국 토양 침식과 황폐화로 이어진다. 이러한 방식으로 농사를 지속할 경우 경작지에서 토양 유실이 발생하게 되고, 표토층이 망가지는 등의 이유로 그 땅에서는 더 이상 농업을 지속할 수 없게 되고 만다. 뿐만 아니라 식물들도 병이 든다. 어떠한 전염병이 식물들 사이에 유행하게 될 때, 한 가지 품종만을 기르는 밭의 경우 전부 병에 걸리게 되어 살아남지 못하는 반면 여러 품종을 기르는 채소밭이라면 그 병에 강한 유전자를 가진 품종은 살아남는다. 아일랜드의 감자 대기근 역시도 생물 다양성을 보존하려는 노력 대신, 맛과 생산성이 좋은 품종 한가지만을 전국적으로 심었다가 발생하게 된 참극이다. 

토종 종자는 그 땅에서 원래부터 자라고 있던 생물종이다. 따라서 그 토양의 성분이나 기후 등에 가장 적합한 식물임을 의미하기도 한다. 토종 종자를 지켜나가는 것은 단일화 되어가고 있는 우리의 식탁에 오르는 식물로 인해 무너져가는 생태계를 복원하는 일이다. 또한 기후 위기에 대비하여 식량 안보를 확보하기 위한 것이기도 하다. 

윔블던에서는 생물 다양성을 지키기 위해 지역 커뮤니티에 식물을 기증하거나 테니스 코트 사이의 벽을 다양한 곤충과 새들이 머무를 수 있도록 꽃과 풀을 심어 자연친화적인 천연 파티션으로 구성하였다. 또한 윔블던 공원에 서식하는 산참나무를 보존하기 위하여 참나무의 도토리를 수확해 다시 땅에 심어주는 등 지역의 생물 다양성 증진을 목표로 여러 가지 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그림 15> 꽃과 덤불로 이루어진 윔블던의 파티션 (출처: 윔블던 공식 홈페이지)

3. 지구가 허락하는 즐거움 안에서 

앞으로의 스포츠, 윔블던이 시사하는 것 

지금까지 윔블던의 사례를 통해 일 년 혹은 몇 년에 한 번 펼쳐지는 대형 스포츠 경기도 자연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 안에서 얼마든지 즐길 수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윔블던 챔피언십이 시도하는 것처럼, 스포츠 이벤트는 방식을 조금만 달리하고 자연을 배려하는 마음이 있다면 기후 위기의 원인이 아니라, 위기 극복의 방법이 될 수도 있다. 이렇게 선구적으로 자연과 공생하는 스포츠의 길을 개척해나가는 윔블던의 사례를 통해서, 우리는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다. 자연과 공생할 수 있는 방법이라면 스포츠 경기를 개최하면서도 충분히 찾아낼 수 있다는 것을 윔블던이 증명한 셈이다. 

실제로 윔블던 챔피언십 외에 같은 테니스 종목 경기인 US 오픈도 기후 위기에 스포츠 경기가 미치는 부담을 최소화하고자 많은 시도를 해나가고 있다. US 오픈은 2008년부터 지속가능성 프로그램을 실시한 바 있는데, 최근까지도 프로그램 내에 많은 항목들을 추가해 나가며 실천을 지속하고 있다. 예컨대 제공하는 음식의 24%는 베지테리언, 8%는 비건 메뉴를 도입하고, 70톤 가량 발생한 음식물 쓰레기는 퇴비로 만들거나 재생 에너지의 원료로 재활용하고 있다. 코트 주변에는 고효율 LED 등을 설치하여 에너지 효율을 최대화하였고, 경기 기간 동안 발생한 쓰레기의 95%는 재활용되었다. 가장 큰 탄소 배출원인 이동수단 역시 비행기대신 지하철이나 대중 교통을 이용할 수 있도록 장려함으로써 다량의 탄소 배출을 감축할 수 있었다.  이렇듯 이미 여러 메이저 스포츠 이벤트에서 선제적으로 지구와 공생하기 위한 즐거움을 모색하는 중에 있다. 

한국은 이미 기후 악당으로 악명 높은 국가 중 하나에 손꼽히고 있다. 무분별한 소비와 대량생산, 대량폐기. 전쟁으로 인해 물질적으로 궁핍했던 시절이 트라우마가 된 것인지 무조건 새 것과 큰 것, 빠른 것, 좋은 것이라고 하면 너도나도 벌떼처럼 달려들어 이미 있던 것을 버리고 새로 구매하기 바쁘다. 보릿고개의 아픔을 삼겹살과 치킨으로 해소하려 들고, 코리아가 어딘지 아느냐고 물어 보면 모른다는 반응이 대다수였던 지난날과 달리, ‘한류의 열풍’이라는 감격에 취해 공연장을 가득 채우는 K-pop의 음악소리만을 주목하느라 쓰레기로 가득 찬 공연장은 보지 못한다. 결국 한국은 과거의 트라우마에서 벗어나는가 싶은 순간과 동시에 기후 악당이 되고 만 것이다. 한국에서 발생시킨 이산화탄소가 한국의 상공에만 떠있는 것이라면 좋으련만, 실상은 그렇지 못하다. 한국과 같이 소비문화가 발달해 있고, 생활수준이 어느 정도 높은 국가에서 발생시킨 이산화탄소는 저개발 국가 혹은 제 3세계 국가의 가장 가난한 나라와 지역부터 재난의 형태로 되돌아온다. 결국 우리가 먼지 구름과 함께 일으킨 발전이라는 신화는 가난한 사람들을 홍수, 가뭄, 기아, 빈곤에 몰아넣고야 만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한국의 위상을 높이기 위해 거대한 스포츠 경기를 개최하는 것 자체에 죄의식을 가져야 하는 것일까? 적어도 윔블던은 그렇지 않다고 말한다. 다만 윔블던 챔피언십이 보여준 것처럼 모두의 노력을 합심해야 할 필요는 있다. 

우선 한국에서도 경기장의 조명을 고효율 LED 등으로 교체할 수 있을 것이다. 실제로 경기가 있는 날, 스포츠 경기장 주변은 굉장히 밝고, 눈이 부실 정도의 조명으로 인해 빛 공해가 심한 편인데 이러한 빛 공해를 줄이면서 전력을 덜 소모할 수 있는 LED 램프를 이용한다면 자연을 덜 파괴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국내에서는 경기장 등에서 단순히 야구 혹은 축구 경기만 열리는 것이 아니라, 흔히 ‘롤드컵’으로 알려져있는 리그오브 레전드 경기 등 e-스포츠 경기가 개최되거나 K-pop 아이돌의 콘서트도 개최된다. 여기에 어김없이 공통적으로 등장하는 것이 MD 상품이다. 현재는 많은 MD 상품의 패키지들이 일회용 플라스틱이나 비닐 등으로 포장되어 판매되고 있지만 윔블던에서 했던 것처럼 재생 가능한 친환경 용지 등으로 포장한다면 불가연성 쓰레기, 일회용 포장 쓰레기 등을 줄일 수 있을 것이다. 

관객들 역시도 변화를 주는 것이 필요해 보인다. 경기장에서 먹고 마시는 것의 종류만 바꾸어도 탄소 배출량을 크게 줄일 수 있다. 건강에도, 자연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치는 치킨과 캔 맥주 대신 신선한 제철과일과 함께 경기를 관람해 보는 것은 어떨까? 친밀한 사람들과 경기를 관람한다면 과일로도 충분히 즐거울 수 있을 것이다. 경기장 주변에서도 과자나 배달음식처럼 일회용기, 포장 쓰레기가 발생할 수 있는 외부 음식을 금지하고 다회용기에 도시락을 담아오도록 장려하거나 다회용 컵에 음료를 받아 마실 수 있도록 텀블러를 지참하도록 미리 안내하여 음료의 내용물만 판매하는 방법이 있다. 원래 해오던 습관에서 벗어나는 것은 처음엔 번거롭지만, 익숙해지면 감당할 수 있는 불편함이다. 우리 모두가 조금씩만이라도 변화하고 지구를 배려한다면 지구 역시도 우리 인간의 스포츠를 응원하지 않을 이유가 없을 것이다.


참 고 문 헌  

• 환경부 (2022) 전국폐기물통계조사 : 제6차(2021~2022년)

• Forest Stewardship Council Korea Official Website: FSC 로고를 사용하는 방법

• The Championship Wimbledon Official Website: Sustainability 

• The Championship Wimbledon Official Website: What does Net Zero mean for the AELTC?

• The US Open Official Website: Green Initiatives 

• Zero Carbon Academy (2023.07.03.) Game, set and match? Wimbledon aims to reduce its impact as tennis grapples with sustainability challenges 

• The Eco Experts Blog (2022.09.30.) What is Wimbledon’s Carbon Footprint? 

• 그린포스트코리아 (2020.12.25.) 크리스마스에 넷플릭스 보면서 치맥 먹는 게 환경오염의 원인? 

• 비건뉴스 (2023.03.07.) [에코&비건] 채식이 지속가능한 이유 

• 환경일보 (2018.02.21.) 평창올림픽의 그늘 ‘가리왕산 스키장’ 복구 힘들어

• 한국일보 (2022.11.23.) 카타르월드컵이 친환경적이라고?… 사실은 ‘그린 워싱’이다

• ESG경제 (2022.07.06.) 식품 운송할 때 탄소 배출, 세계 탄소배출량의 6% 차지

• Euronews (2021.10.28.) Climate crisis: How can football make a difference?

• KBS뉴스 (2013.05.17.) [이슈&뉴스] 넘치는 쓰레기, 몸살 앓는 경기장 

• The Athletic (2022.08.01.) Floods, fires and why football can play a big role in tackling climate change


조 윤 지 ㅣ 가천대학교 글로벌경영학과 4학년

친환경적인 월드투어, 문화산업의 새로운 패러다임

김 지 은 ㅣ 전남대학교 생물학과

1. 전 세계적으로 활발해진 월드투어, 함께 증가한 탄소배출량

<그림 1> 콘서트 장면 (출처: Pixabay)

2023년 현재, K-pop은 전 세계적으로 수억 명의 팬을 보유하고 있는 글로벌 문화 현상으로 자리 잡았다. 미국, 유럽, 남미, 아프리카 등 전 세계 각지에서 K-pop 콘서트가 열리고 있으며, K-pop 가수들의 앨범은 전 세계 차트에서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기도 하다. 특히 2012년 데뷔한 방탄소년단을 주축으로 블랙핑크, 트와이스, 세븐틴, 에스파 등 다양한 K-pop 그룹이 전 세계적으로 성공을 거두면서 글로벌 음악 시장의 주요한 트랜드가 되었다. 

2023년에는 코로나19 팬데믹이 완화되면서, 전 세계적으로 콘서트 활동이 활발해지기도 했다. 특히, K-pop 아티스트들의 월드투어 콘서트가 크게 증가했다고 보도되고 있다. BTS, 블랙핑크와 트와이스는 각각 약 150회, 120회, 60회의 공연을 진행하며, K-pop 아티스트의 월드투어 횟수 기록을 경신했다. 현재 국내외 주요 매체의 보도를 종합하면 2023년에 이뤄진 월드투어의 콘서트의 횟수는 약 600회 정도로 추정할 수 있는데, 세 그룹의 콘서트 횟수만 더해도 절반 이상이 되는 것이다. 또한 2022년 총 콘서트 횟수인 약 400회보다 약 50% 증가한 수치이므로 콘서트의 횟수가 증가함에 따라 계속해서 탄소배출량도 함께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안슈츠 엔터테인먼트 그룹(Anschutz Entertainment Group, AEG) 관련 콘서트 아웃소싱 회사인 안슈츠 엔터테인먼트 프레젠츠(AEG Presents)가 발표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영국에서 열린 600여 개의 콘서트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평균적으로 1회 공연당 약 100톤의 탄소를 배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연구에서 탄소배출량의 가장 큰 비중은 공연장 이동으로 인한 것으로 공연을 위해 아티스트와 스태프, 관객이 이동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탄소배출량이 전체의 약 70%를 차지했다. 특히, 해외 투어를 하는 아티스트의 경우, 비행기나 배를 이용하는 과정에서 많은 탄소를 배출하기 때문에 해외 투어의 경우 더 많은 탄소를 배출할 수밖에 없는 것이 사실이다. 또, 무대 조명, 음향 장비, 냉난방 시설 등의 사용으로 인한 탄소배출량은 약 25%를 차지했고 쓰레기 발생으로 인한 탄소배출량은 약 5%를 차지했다. 콘서트장에서 발생하는 쓰레기는 대부분 재활용이 되지 않고 소각되거나 매립되기 때문이다. 

콜드플레이(Coldplay)의 친환경 월드투어 추진 배경

2019년 11월 14일, 콜드플레이는 BBC와 인터뷰에서 전 세계 투어를 당분간 중단하겠다고 선언했다. 콜드플레이의 리더 크리스 마틴은 기후변화에 대한 우려를 표명하며, 지속 가능한 투어를 만들고 어떻게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에 대해 연구하는 과정에 있다고 말했다. 당시 콜드플레이의 4년 만에 새 앨범 Everyday Life를 선보이며 전 세계 팬들의 관심을 모았었는데 그는 월드투어를 하는 대신, 요르단에서 2번의 공연과 유튜브를 통해 전 세계 시청자에게 무료로 방송하겠다고 밝혔다.

이 인터뷰에서 리더 크리스 마틴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 “우리가 세계를 여행하는 특권을 갖고 싶다면, 우리는 모두 지구에 살고 있다는 사실을 떠올려야 한다.” 이 말은 콜드플레이가 기후변화에 대한 우려와 함께 친환경적인 월드투어를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주는 것과 같았다. 특히 이날의 인터뷰에 대해 세계자연기구(WWF)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아티스트들의 환경보호에 대한 의지와 노력에 대해 환호하며 찬사를 보냈다. 

실제로 콜드플레이는 2016년과 2017년 사이에 진행한 월드투어 “A Head Full of Dreams”에서 109명의 크루, 32대의 트럭과 9명의 버스 운전사가 5개의 대륙을 횡단했고 122개의 콘서트를 열었으며 540만 명의 관중들을 동원했다. 그리고 콜드플레이의 공식 홈페이지에 따르면 약 250만 톤의 탄소를 배출한 것으로 추산한다고 밝혔다. 이는 단순한 추산일 뿐이며 공연에 참석한 관객들이 공연장까지 이동하기 위해 차량이나 대중교통을 이용했다면 그보다 훨씬 많은 1인당 약 1톤의 탄소를 배출한 것으로 추정할 수 있고, 이는 연간 자동차 운행으로 인한 탄소배출량과 비슷한 수준이다. 

이러한 탄소배출량을 줄이기 위해 콜드플레이는 친환경 월드투어를 위해 다음과 같은 노력을 기울일 계획이라고 밝혔다.

· 비행기 대신 기차를 이용하여 이동

· 재생 에너지를 사용

· 친환경 연료를 사용

· 일회용품 사용 줄이기

· 재활용 가능한 용기 사용

· 음식물 쓰레기 줄이기

· 친환경 메시지 전달

콜드플레이는 친환경 월드투어를 목적으로 하여 2022년에 “Music of the Spheres” 월드투어를 재개했다. 이는 2023년 11월까지 미국, 유럽, 아시아, 남미 등 전 세계에서 총 120여 개의 공연을 펼치며 진행될 예정이다. 현재까지 약 700만 명의 관객이 관람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월드 스타들이 전 세계적으로 광범위한 인기를 누리고 있는 만큼 그들의 영향력 또한 무시할 수 없다. 친환경적인 월드투어는 뮤지션들의 환경보호에 대한 의식을 보여줄 뿐만 아니라, 대규모의 팬들 더 나아가서는 일반 대중들에게도 환경보호에 대한 인식을 높이는 데 기여하고 있으며 환경보호에 대한 관심과 실천이 사회 전반으로 확산 될 수 있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더불어 친환경적인 월드투어를 성공적으로 해내려면 다양한 분야의 협업과 관중들의 도움이 필요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어떻게 대규모의 탄소배출량을 감축시킬 수 있는지 콜드플레이의 월드투어를 중심으로 여러 사례들을 통해 알아보고자 한다.

2. 아티스트들의 친환경 투어에 대한 노력과 현실적인 어려움

콜드플레이의 월드투어, “Music of the Spheres

현재 콜드플레이가 진행 중인 월드투어는 다양한 신기술과 SAP, DHL, BMW, Energy Floors 및 KultureCity와의 파트너십 등을 통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줄이기 위해 싸우고 있다. 특히 콜드플레이의 공식 홈페이지의 지속가능성 이니셔티브에 따르면 다음 세 가지 원칙에 따라 월드투어가 진행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 감소(Reduce) 

· 재창조(Reinvent) 

· 회복(Restore) 

소비를 줄이고, 재활용을 늘리면서 탄소배출량을 줄이는 방법과 새로운 친환경 기술을 이용하여 지속할 수 있는 투어 방법을 개발하는 방법, 그 외에 초과한 탄소배출량에 대해서는 자금을 지원하여 탄소배출량을 줄이겠다는 3가지의 원칙으로 이루어져 있다.

2022년 10월 5일 콜드플레이는 BBC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라이브 연주를 하고 사람들과 소통하는 것이 우리가 밴드로서 존재하는 궁극적인 이유입니다. 동시에 우리는 지구가 기후 위기에 직면해 있다는 것을 매우 잘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지난 2년 동안 환경 전문가들과 상의하여 이 투어를 지속할 수 있게 만들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마찬가지로 중요한 것은 투어의 잠재력을 활용하여 긍정적인 영향을 계속해서 끌어내고 추진하는 것입니다. 모든 것을 제대로 할 수는 없겠지만 우리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고 우리가 배운 것을 공유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그들의 목표는 2016-2017 세계 공연에서 발생한 탄소배출량의 50%를 감축하는 것으로 삼았다.

빌리 아일리쉬의 월드투어, “Happier Than Ever, The World Tour”

빌리 아일리쉬의 월드투어 또한 콜드플레이의 “Music of the Spheres” 월드투어와 함께 친환경 월드투어의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콜드플레이와 마찬가지로 탄소배출량을 50% 줄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비건 팝스타로 알려진 그녀는 여러 환경 단체를 지원하고 팬들이 그녀의 글로벌 투어 동안 더 많은 식물성 식사를 섭취하도록 권유한다. 관중들이 30일 동안 매일 한 번의 식물성 식사를 하도록 권장하기도 하였으며 “The Pledge with Support + Feed”의 시작을 비건 기업인 위키드 키친(Wicked Kitchen)과 협력하여 100,000인분의 채식 식사를 제공할 것을 발표했다. 또 빌리 아일리시 액션 빌리지(Billie Eilish Action Village)를 조성하여 친환경적인 메시지를 전하는 것도 포함하고 있다.  

또 2019년 지미 팰런(Jimmy Fallon) 토크쇼에서 아일리쉬는 투어를 “가능한 한 친환경적”으로 만드는 것에 대해 이야기한 바 있다. 특히 환경 비영리단체인 REVERB와 협력하여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는 것뿐 아니라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기 위한 조치에 모든 역량을 발휘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 투어는 “기후 포지티브”를 목표로 하고 있으며 탄소 순 배출량 제로를 넘어 대기에서 이산화탄소를 적극적으로 제거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에드 시런의 월드투어, “+ – = ÷ x World Tour” 

“가능한 모든 공연을 전기를 사용하고 싶어요.”라고 인터뷰에서 직접 언급한 에드 시런은 2022년부터 친환경적인 월드투어를 진행하고 있다. 그는 환경보호에 대한 약속의 일환으로 “내가 할 수 있는 한 많은 영국의 땅을 야생의 상태로 돌리기를 희망한다.”라고 설명했다. BBC 라디오 런던에서 그는 “가능한 많은 나무를 심기 위해 많은 땅을 사려고 노력하고 있다.”라고 말하기도 하였다. 

이외에도 신스팝 히트곡 메이커 핫칩(Hot Chip)은 비영리단체인 Forests Without Frontiers와 협력하여 800그루의 나무를 심어 2022년 투어의 탄소배출량을 상쇄시켰다. 작곡가 겸 가수인 패신저(Passenger)는 2021년 앨범 Songs for the Drunk and Broken Hearted가 판매될 때마다 나무를 심겠다고 약속했다. 또 환경 자선 단체인 Ecologi와 파트너십을 맺은 후 현재 18,000그루의 나무를 심는데 자금을 지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전 세계의 많은 아티스트들이 투어의 탄소 발자국에 대해 점점 더 의식하고 있으며 다양한 방법으로 친환경적인 투어를 만들어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친환경적인 월드투어를 위해서는 여전히 다음과 같은 어려움이 존재한다. 

친환경 투어의 현실적인 어려움 

친환경적인 월드투어를 위해서는 이동 수단, 에너지 사용, 폐기물 처리 등에서 비용이 증가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비행기 대신 기차를 이용하는 경우, 이동 시간이 길어져 숙박비나 식비 등의 비용이 증가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투어의 기간이 길어지는 만큼 아티스트의 컨디션을 고려하여 공연 횟수를 줄여야 한다. 이는 직접적인 손실로 다가오기 마련이다. 그리고 재생 에너지를 사용하거나 일회용품 사용을 줄이는 등의 노력을 위해서도 추가적인 비용이 필요하다. 

무대 세트를 옮기는 것은 훨씬 더 큰 환경 문제를 예기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뮤지션들의 세트에는 정교한 디자인, 맞춤형 조명 및 기타 특수 장비가 포함되는 경우가 많으며 모두 합치면 무게가 수 톤에 달한다. 이러한 장비들은 아티스트가 도착하기 전까지 미리 준비되어 있어야 하며 콘서트가 끝난 후 바로 다음 장소로 배송되어야 하기에 대부분 비행기를 이용하는 방법을 택한다. 만약 보트로 운송될 수 있다면 더 적은 탄소배출량으로도 운송이 가능할 것이다. 

친환경적인 월드투어가 무엇인지, 이러한 노력이 왜 중요한지 모르는 관객들이 여전히 많다. 콘서트에서 나오는 수많은 일회용품을 재활용이 가능한 용기로 대체하기 위해서는 많은 관객의 협조가 필요하고, 여러 부분에서 불편함을 감내해야 하는데 이를 설득시키기 위해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특히 라디오헤드(Radiohead)가 Best Foot Forward라는 컨설턴트 조직과 협력하여 작성한 두 번의 투어에 대한 환경 비용 보고서에서는 탄소배출량의 가장 큰 부분으로 관중들의 교통수단을 꼽는다. 영국 맨체스터 대학(University of Manchester)의 틴달기후변화연구소(Tyndall Centre for Climate Change Research)의 연구 결과에서도 투어의 전체 탄소배출량 중 34%는 공연장에서 발생하며, 33%는 관객들의 이동에서 발생한다고 알려졌다. 따라서 관객들에게 친환경적인 월드투어의 필요성과 중요성을 알리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알려져 있다. 

기후변화가 심각해지고 있음에 따라 친환경적인 월드투어는 점점 더 중요해지고 있다. 월드투어를 기획하고 진행하는 아티스트들과 관계자들의 노력이 필요하며 관객들의 인식도 변화해야 한다. 이러한 기술적, 경제적, 사회적 등 다양한 어려움이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친환경 월드투어는 환경보호에 기여하는 성과를 거두고 있다. 

3. 콜드플레이가 이뤄낸 친환경  월드투어의 성과 

2022년 콜드플레이 월드투어 재개 

2019년 월드투어 중단을 밝혔던 콜드플레이는 2022년 3월 18일을 코스타리카(Costa Rica) 공연을 시작으로 월드투어를 재개하겠다고 밝혔다. 도미니카 공화국, 멕시코, 미국, 독일, 폴란드, 벨기에, 영국 등의 콘서트에 앞서서 코스타리카를 첫 공연지로 선택한 이유는 친환경 투어의 상징적인 의미가 담겨있기 때문이다. 콜드플레이는 가능하다면, 모든 에너지가 재생에너지로 사용이 가능한 곳에서 일을 하고 싶다고 밝히며 코스타리카는 재생가능한 에너지로 전력의 99%를 생산할 수 있다는 점에서 첫 콘서트 장소로 선정한 이유라고 설명했다. 코스타리카는 최근 6년간 5개의 다른 발전 물질들을 개발하여 청정 발전량의 98%를 넘어섰고 2022년 기준으로 99.9%의 전력을 재생가능한 에너지로 발전시킬 수 있도록 개발된 바 있다. 

콜드플레이의 공식 홈페이지에 올라온 성명서에 따르면 투어의 모든 과정이 MIT(Massachusetts Institute of Technology) ESI(Environmental Solutions Initiative)의 John E. Fernandez 교수에 의해 수집, 평가되고 독립적으로 검증되었다. 특히 첫 12개월 동안 배출량의 데이터는 지난 “A Head Full of Dreams” 투어(2016-2017)에 비해 47%의 탄소배출량을 감축했다고 한다. 이는 250만톤으로 계산하였을 때 약 117.5만톤의 탄소배출량을 감축한 결과이다. 2023년 기준 한국의 1인당 연간 탄소배출량이 약 11.5톤이라고 할 때 10,300명에 해당하는 분량을 줄인 셈이 된다. 

콜드플레이는 항공 여행을 최대한 줄이기 위해 신중하게 경로를 정하고 사전에 계획을 하였지만, 불가피한 경우에 대부분 상업 항공편을 이용한다. 그러나 장비가 운송이 필요할 때는 지속 가능한 항공연료(SAF)를 이용하고 있다. SAF는 식당에서 사용한 식용유와 같은 폐기물과 잔류물에서 전적으로 추출한 친환경 대안이기도 하다. SAF를 화석 제트 연료와 혼합하지 않고 독립적으로 사용하면 기존 화석 제트 연로에 비해 온실가스 배출량을 최대 80%까지 줄일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투어를 통해 항공 이용 시 SAF를 사용하며 553톤의 탄소배출량을 감소시켰다. 

또한 세계를 대표하는 물류기업 DHL이 콜드플레이 월드투어 “Music of The Spheres Tour”의 공식 물류 파트너로 선정되었다. DHL과 콜드플레이는 이번 월드투어를 통해 저탄소 공연의 선례를 만들고, 음악 및 공연 산업의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한 실천들을 확산시키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 DHL은 현재 항공과 해상 운송에서는 첨단 바이오연료를 이용해 탄소배출량을 저감하고 있으며 육로 운송의 경우 전기 차량과 바이오-LNG를 연료로 사용하는 트럭을 사용하고 있다. 투어 전반에 걸쳐 재생 가능한 디젤을 사용하며 대부분은 트럭 운송 연료로 공급된다. 이는 운송 수단 부분에서 탄소배출량을 75%에서 95%까지 감소시킬 수 있는 것으로 밝혔다. 

DHL의 GoGreen팀은 DHL의 모든 화물 운송과정으로부터 데이터를 가져와 이를 EcoTransIT라는 화물 운송의 탄소배출량을 계산하는 도구에 연결하여 탄소배출량을 효과적으로 줄이기 위한 방법을 사용 중에 있다. 이 방법론과 평가방법은 운송 서비스의 수명 주기 평가(Life Cycle Assessment, LCA)를 위한 유럽 표준 탄소 측정 방법인 EN16258과 지속 가능한 물류 산업을 촉진하기 위해 개발된 GLEC(Global Logistics Emission Council)의 Framework를 포함한 주요 업계 지침을 따르고 있다. 더불어 더 이상 탄소배출량을 줄일 수 없는 경우, 탄소 중립 조정을 위한 옥스퍼드 원칙(Oxford Principles for Net-Zero Aligned carbon Offsetting)의 지침에 따라 불가피한 배출량을 줄이겠다고 약속하였다. 

현재 콜드플레이의 무대는 거의 전적으로 재생 가능한 초저배출 에너지로 구동된다. 무대의 뒤와 타워 위에 태양광 발전기를 설치하여 공연에 쓰이는 대부분의 전력을 담당한다. 또 BMW와 파트너십을 체결하여 최초로 충전이 가능한 이동식 배터리를 개발하였으며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재생 에너지를 100% 이용하여 공연을 진행할 수 있다. 더불어 레이저 및 조명과 저에너지 LED 스크린 등 이전 투어에 비해 전력 소비가 최대 50% 줄어든 초고효율 장비로 교체하여 에너지 효율성을 높였다.

<그림 2> 콘서트장 내 수동 전기 발전 자전거 부스 (출처: Coldplay 공식홈페이지)

또한 세계 최초로 관객이 뛰는 만큼 에너지를 생산할 수 있도록 누르는 압력을 통해 전기를 만드는 바닥재를 사용해 경기장 곳곳에 키네틱 플로어(Kinetic Floor)를 설치해 두었다. 공연하는데 필요한 에너지를 관중들의 에너지로 직접 공유받는 것이다. 그리고 무대 한 편에 공연에 쓰일 배터리를 충전할 수 있도록 수동 전기 발전 자전거를 설치해 관객들의 협조를 끌어냈다. 이는 공연장 내 태양광 설치물, 키네틱 플로어, 전기 발전 자전거를 통해 평균 15kWh의 전력을 생산하며 C-stage 공연에 전력을 공급하고 공연 제작진이 사용하는 전화, 노트북 및 공구 충전소를 제공하기에 충분하다. 

무대 디자인 또한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도록 설계가 되었다. 재활용 강철 및 기타 지속 가능한 자원들을 우선시하였고, 경량, 저탄소 및 재사용할 수 있는 재료들의 조합으로 무대를 만들었다. 또 화물 운송을 최소화하기 위해 현지에 있는 장비, 자재 및 자원들을 활용하는 방안을 선택했다. 특히 주목해야 할 것은 스테이지가 순환성에 중점을 두고 설계되었다는 점이다. 투어가 끝나면 무대 건설에 사용된 자재들을 해체하여 적절하게 재활용할 수 있다는 강점을 지녔다. 

공연을 위해 관객들이 착용하는 LED 손목 밴드는 100% 재활용 및 생분해할 수 있는 식물성 재료로 만들어졌다. 더욱이 재사용이 가능하여 매 공연 이후 관객으로부터 손목 밴드를 다시 수집하고 소독하는 과정을 거쳐 다음 공연에 다시 쓰인다. 이를 통해 손목 밴드의 생산량을 80%까지 줄였으며 투어 첫해 손목 밴드의 반환율은 86%에 이른다. LED 손목 밴드 생산 업체 Pixmob의 연구에 따르면 한 번의 투어에서 6.4톤의 배터리 폐기물을 감소시켰다. 

또 해로운 화학물질을 크게 줄이고 지속할 수 있는 불꽃놀이를 만들기 위해 새로운 물질들을 사용하였다. 공연 중간에 사용되는 색종이 조각은 100% 생분해성 물질로 만들어졌고 이전 투어보다 훨씬 적은 압축가스로 점화시킬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급수대 또한 팬들을 위해 무료로 운영하며 일회용품 사용을 줄이는 것을 권장하였고 관객들 스스로 폐기물을 줄일 수 있도록 하였다. 그리고 투어에서 나온 쓰레기 중 66%는 매립지에 묻을 수 있는 형태로 배출한다. 이외에도 투어를 위해 제공된 식사 중 남은 3,770끼의 식사를 보호받지 못하는 이들을 위해 기부하였으며 사용되지 않은 73kg의 세면도구 또한 집이 없는 이들을 위해 제공되었다. 투어에서 구매할 수 있는 물품 또한 마찬가지로 가능한 경우 모든 플라스틱과 폴리에스터는 유기농 면과 같은 천연 섬유와 재활용 가능한 요소로 만들어졌다. 구매한 물건은 재활용 종이, 카드 또는 퇴비화 가능한 봉투에 담겨 제공된다. 이러한 모든 제품은 지속가능하고 윤리적인 방식으로, 공정한 임금 및 좋은 근무 조건을 포함한 윤리적 작업 관행을 입증하는 공급업체를 통해 공급된다. 

경기장을 오가는 팬들의 이동은 직접적인 탄소배출량 계산에 포함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SAP와 협력하여 무료로 사용할 수 있는 월드투어앱(World Tour App)을 개발하였다. 콜드플레이는 이 앱을 통해 팬들이 저탄소 교통수단을 이용해 콘서트에 올 것을 추천한다. 저탄소 여행을 약속하는 팬에게는 할인 코드가 제공되며 이 앱 사용을 기반으로 공연을 오가는 총 탄소 발자국을 계산하고 있다고 밝혔다. 수집한 초기 데이터에 의하면 이전 투어에 비해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관객들의 비중이 더 높아졌고 간접 배출량이 크게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외에도 EarthPercent의 창립 기부자로서 계속해서 파트너십을 맺고 일하고 있으며 투어, 음반, 출판 등의 수익의 10%를 환경 및 사회적 프로젝트와 ClientEarth, The Ocean Cleanup 및 One Tree Planted를 포함한 자선 단체에 분배하여 투자하고 있다. The Ocean Cleanup와 협력하여 해양 보존과 바닷속 해초 및 산호초 복원 관리를 지원하고 있으며 Sea Shephered의 고래, 돌고래와 같은 해양 야생동물 보호에도 많은 힘을 보태고 있다. 2021년 3월, 말레이시아의 클랑강(Klang River)에는 Ocean Cleanup과 협력하여 1대의 태양광 구동 River Intercepter를 설치한 바 있다. 이 기계는 투어의 시작 이래로 158톤의 쓰레기와 13톤의 해양 플라스틱을 제거하는 큰 성과를 이뤄냈다. 또, 짐바브웨(Zimbabwe)의 Miti Yangu 지역의 프로젝트인 My Trees Trust를 지원하며 광활한 야생 지역을 보호하여 숲 재생을 지원하며 멸종위기에 처한 야생 동물들에게 서식지를 제공하는 역할도 수행하고 있다. 

저탄소 음식을 통한 탄소배출량 감소 

음식의 탄소배출량은 사람의 탄소 발자국의 최대 20%를 차지할 수 있다. 식품의 생산뿐만 아니라 재료가 운송되는 과정과 남은 폐기물 또한 기후변화에 크게 작용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모든 밴드, 승무원들에게 제공되는 음식은 식물성 및 고기가 없는 메뉴가 기본으로 제공된다. 또 유기농 농산물을 주재료로 이용하고 있으며 식재료 운송과정에서의 탄소배출량을 줄이기 위해 지역 공급업체 또는 농장에서 공급되는 것을 사용한다. 이외에도 실험실에서 재배한 합성 배양 식품의 개발을 지원하고 있으며 잉여 식품을 기부하기 위해 지역 푸드 뱅크와 협력하고 있다. 남은 야채 껍질 및 찌꺼기와 같은 유기 폐기물은 최대한 퇴비화하여 폐기물의 양을 최소로 하고 있다.

콜드플레이는 One Tree Planted와 협력하여 공연의 티켓이 판매될 때마다 한 그루의 나무를 심겠다고 약속했다. 특히 산불이나 과도한 벌목으로 인해 삼림이 많이 훼손된 캘리포니아, 아이티, 안데스 산맥, 브라질, 루마니아 등 21개의 나라에서 산림화 프로젝트를 지원하였다. 이를 통해 건강한 산림 구조의 재건을 가속화 하는 데 도움을 주고 있으며 궁극적으로 숲을 복원하여 생물 다양성을 보존하는 것이 목표이다. 2022년 6월 기준으로 관람객 1명당 5만 그루 이상의 나무들이 식재되었다고 한다. 

뿐만 아니라 토양 복원 프로젝트도 지원하고 있다. 토양 건강은 건강한 지구에 매우 중요하다. 토지를 재생하고 생물 다양성을 증진하며 수백만 톤의 CO2를 격리하는 긍정적인 역할을 하기 때문인데, 생물 다양성이 풍부한 고대 삼림 지대는 복잡한 토양 구조로 인해 최대 80% 더 많은 탄소를 격리할 수 있다. 이러한 이유로 생물 다양성이 풍부한 삼림 지대를 직접 지원하여 유기농 농산물의 생산을 촉구하고 있다. 이는 단일 재배 농경으로 토지가 황폐해지는 것을 막아 토양의 자연스러운 복원력을 유지시킨다. 

4. 지속 가능한 공연을 위한 업계들의 동향 

리버브(REVERB) 

REVERB는 Z세대의 대표 스타 빌리 아일리쉬(Billie Eilish), 유명한 싱어송라이터 숀 멘더스(Shawn Mendes), 일렉트로닉 뮤직을 선도하는 오데자(ODESZA), 전 세계를 휩쓸고 있는 해리 스타일스(Harry Styles), 그 외에도 수많은 아티스트의 친환경 투어를 돕고 있는 제작단체이다. 아티스트와 축제 개최자와 협력하여 이벤트가 환경 친화적으로 진행될 수 있도록 돕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음악 산업의 환경적 영향을 줄이기 위해 음악가와 공연장과 협력하기도 하고 음반사, 사무실 및 스튜디오의 친환경 운동 활동 또한 지원하며 에너지 절약, 쓰레기 감축, 탄소배출량 감소 등 다양한 분야에서 친환경 활동을 펼치고 있는 것으로 유명하다. “음악 기후 혁명”을 내세우며 음악이라는 국경을 초월하는 보편적인 언어로 음악 커뮤니티를 통합하여 기후 위기를 극복하자는 메시지를 전한다. 

<그림 3> REVERB의 성과 (출처: REVERB 공식홈페이지)

REVERB는 에너지 절약의 일환으로 LED 조명 사용, 태양광 발전 시스템 설치, 에너지 효율 개선 등 다양한 방법을 이용하고 있다. 또한 쓰레기 감축을 위해 일회용 물병을 없애는 것부터 지역 농산물을 사용하도록 장려하고 있으며 관광버스에 지속 가능한 바이오디젤 연료를 공급, 음식물 쓰레기 퇴비화 및 환경 기금 모금 등에 이르기까지 콘서트 및 투어에서 탄소 발자국을 줄이기 위한 포괄적인 프로그램을 만들고 실행한다. 

액션 빌리지에서는 콘서트 참석자들이 직접 그 지역 혹은 전국의 비영리단체 및 캠페인과 연결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팬들은 그 곳에 위치한 RocknRefill의 무료 급수대에서 가져온 다회용기에 물을 채울 수 있다. 2018년 아티스트 핑크(P!nk)의 Beautiful Trauma Tour에서는 UNICEF와 아동 기아 퇴치 캠페인인 No Kid Hungry 작업을 지원한 바 있다. REVERB의 현장 코디네이터가 매 공연마다 메인 부스를 설치하였고 팬들이 직접 Beautiful Trauma Action Village에서 기금 모음 캠페인에 대한 정보를 제공받으며 기부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게끔 촉구하였다. 

2018년에 이어 2019년, 2023년 투어까지 REVERB와 함께한 핑크는 파트너 Musically Fed와 함께 남은 음식을 지역 식량 안보기관에 기부하고, 팬들의 호텔 투숙 중 버려질 세면도구를 기부받아 지역 보호소에 제공하였다. 또 재활용 물병 회사인 Nalgene과 파트너십을 맺어 재활용 텀블러의 수익금 100%를 환경 운동 및 비영리단체에 지원하는 목표를 추가하였다. 그 결과 액션 빌리지에서 팬들이 모금한 금액은 약 7,000만원에 달하고, 약 6만 명의 팬들이 액션 빌리지의 활동에 참가하였으며 일회용 플라스틱 물병 14,000개를 아낄 수 있었다. 또 밴드와 제작진이 사용하고 남은 음식물로 만든 퇴비는 1,800kg에 달한다. 

이처럼 REVERB는 다양한 활동을 통해 직접적인 탄소배출량을 줄일 뿐만 아니라 팬들의 행동방식의 변화를 촉구하고 세계의 환경 문제, 기아 문제, 식량 문제 등에 관심을 유도하여 일회성에 그치지 않고 더 멀리 갈 수 있는 친환경 콘서트를 개최하는데 도움을 주고 있다. 2022년 연구 결과에 따르면 북미, 유럽, 호주에서 열렸던 빌리 아일리쉬의 “Billie’s Happier Than Ever Tour” 공연에서 Eco-Village 부스가 운영되었고 많은 팬의 호응을 얻은 바 있다. 이 투어에서는 기후 기금 모금을 위한 캠페인을 열었을 뿐만 아니라, 30일 중에 하루를 자발적으로 채식하겠다는 팬들의 약속을 모은 바 있다. 

현재 REVERB의 활동은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으며 2022년 기준, 2,000개 이상의 공연에서 100만톤 이상의 탄소배출량을 줄이고, 1억 개의 쓰레기를 감축하는데 기여했다. 현재는 유럽, 북미, 남미, 아시아, 아프리카 등 30개 이상의 국가에서 활동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REVERB는 음악 산업의 환경적 영향을 줄이기 위한 노력을 통해, 공연 산업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선도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안슈츠 엔터테인먼트 프레젠츠(AEG Presents) 

안슈츠 엔터테인먼트 그룹(Anschutz Entertainment Group, AEG)은 미국 로스앤젤레스에 본사를 둔 세계 최대의 스포츠 및 엔터테인먼트 기업이다. 그 중 AEG Presents는 AEG 그룹의 공연 사업 부문으로 1996년 설립되었으며, 세계 최대의 공연 기획 및 제작 회사 중 하나이다. 매년 전 세계에서 10,000개 이상의 공연을 제작하고 있으며 연간 매출액은 약 20억 달러에 달한다. 빌리 조엘(Billy Joel), 엘튼 존(Elton John), 마이클 잭슨(Michael Jackson), 비욘세(Beyonce), 케이티 페리(Katy Perry) 등 세계적인 스타들과 함께 했으며 2019년에는 AEG Presents KOREA를 설립하고 블랙핑크, 방탄소년단, 싸이 등 한국의 대표적인 K-pop 스타들의 공연을 제작한 바 있다. 

이런 AEG Presents는 2008년부터 글로벌 비즈니스에 지속가능성을 접목시키기 위해 노력해왔다. 전 세계의 수많은 공연에 지구를 보호하기 위한 메시지를 불어넣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공연 산업에서의 친환경적인 영향력을 촉진하는데 최선을 다하고 있다. 음악, 스포츠, 티켓팅, 부동산 포트폴리오 전반에 걸쳐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는 동시에 고유한 플랫폼을 활용하여 지역 사회의 더 넓은 활동에 영향을 미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AEG Presents가 독일의 슈투트가르트(Stuttgart)에 위치한 Mercedes-Benz Arena 축구경기장에서 시행한 지속가능성 프로그램에는 LED 구동 야광봉을 재활용하는 것이 포함되어 있다. 각 행사가 끝나면 참석자들은 야광봉을 지정된 수거통에 쉽게 반납할 수 있으며, 내부 전담팀이 꼼꼼하게 야광봉을 분해하고 재활용을 위해 케이스를 분류한다. 그리고 LED 및 배터리의 재활용 가능성을 평가하는 절차를 거친다. 이는 폐기물을 감소시킬 뿐만 아니라 독일 및 지방 정부의 규정에 부합하는 지속가능성 전략을 따르기 위함이기도 하다. 더 나아가 직원과 손님을 적극적으로 참여시켜 환경 의식에 관심을 둘 수 있는 문화를 조성하기도 한다. 또한 폐기물 수집 및 처리에 관해서는 지역 내의 재활용 시설과 긴밀히 협력하여 선순환을 이끌어 내고 있다. 

2023년 2월, AEG Presents의 사업부인 골든보이스(Goldenvoice)는 캘리포니아주(State of California) 남서부 항구도시 롱비치(Long Beach)의 캘리 바이브(Cali Vibes)에서 레게 페스티벌(Reggae festival)을 활용하여 새로운 지속가능성 프로그램과 기술을 시험하기 시작했다. 환경 영향과 탄소배출량을 추적할 수 있도록 운영 방법을 개선함과 동시에 참석자들에게 지속가능한 운영의 중요성을 교육했다. 대규모 행사에서 폐기물과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는 것이 어렵다는 점을 인식한 골든보이스팀은 지속가능성 회사인 Three Squares, Inc.를 고용하여 프로그램의 계획 및 실행을 감독하는 데 도움을 받았다. Three Squares팀은 현장 품목을 재사용, 기부, 퇴비화 또는 재활용하는 방안을 선택해 전체적인 폐기물 최소화 전략을 구현했으며, 또 지역 인프라를 활용하여 남은 쓰레기들을 지역의 재생 에너지 시설로 보냈다. 더불어 재사용 가능한 컵 회사인 r.Cup과 제휴하여 음료 서비스에서 일회용 컵을 교체하고, 업사이클링회사인 Rewilder과 협력하여 스크린, 현수막 등의 품목을 새로운 의류로 재활용했다. 

r.World 

친환경 혁신의 선두주자인 The Reusies가 2022년 가장 혁신적인 재사용 회사로 r.World를 꼽았다. 이 회사는 2017년에 설립되어 100개 이상의 도시에서 수백만 개의 일회용 컵과 용기를 재활용한 바 있다. 특히 r.World에서 제작한 재사용 가능한 라이브 이벤트용 컵인 r.Cup은 공연계의 일회용 폐기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공연, 이벤트 등에서 사용한 컵의 수거부터 세척, 소독, 검사, 재포장까지 모든 과정을 처리할 수 있도록 인프라를 구축했을 뿐만 아니라 회사의 플랫폼인 r.Turn을 이용하여 앱을 통해 간편하게 주문하고 재고를 확인하며 과정을 추적할 수 있도록 했다.  

<그림 4>  재사용이 가능한 r.Cup의 모습 (출처: r.World 공식홈페이지)

현재 r.Cup은 AEG Presents의 소유인 덴버(Denver) 최고의 음악 공연장 4곳(Bluebird Theatre, Gothic Theatre, Mission Ballroom, Ogden Theatre)에 설치되었다. 이러한 장소에서 나온 수천 개의 컵이 매주 덴버의 r.Cup 공장에서 세척 및 소독된 이후 다시 배송되는데 이는 최대 300회까지 재사용이 가능하도록 만들어졌다. 더욱이 모든 사용이 끝난 이후에도 다른 제품으로 업사이클링(upcycling)될 수 있도록 고안되어 제작되었다. 미국을 기반으로 한 비영리단체인 Upstream이 수행한 “reuse wins at events : A life-cycle analysis of reusable and single-use cups”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연간 300개의 이벤트를 개최하는 경기장에서는 평균 540만 개의 일회용 컵을 사용하여 무려 63.75톤의 플라스틱 폐기물을 배출한다고 한다. 이런 경기에서 단순히 r.Cup으로 교체했을 경우에는 1톤 미만의 폐기물이 발생하므로 1년에 무려 62톤의 폐기물을 절감할 수 있는 것이다. 

2023년 12월 6일, L.A.의 시의회는 도시에서 폐기물을 없애는 방안에 만장일치로 투표하였다. L.A.에서는 매년 약 3천만 톤의 폐기물이 발생하며, 그 중 일회용 플라스틱이 가장 큰 원인으로 밝혀졌기 때문인데 그로 인해 이후로는 도시 공연장에서 일회용 플라스틱이 금지되었다. 그 후 r.World는 공연장의 폐기물 절감에 현명한 대안으로 더욱 두각을 드러내고 있다. 

한국 음악 산업의 문제점과 변화의 시작 

이러한 친환경적인 콘서트 문화의 변화에도 불구하고 K-pop 음반이 배출하는 플라스틱이 최근 6년간 14배가 증가했다는 사실이 보도되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의 ‘음악 이용자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2022년 전체 음악 이용 수단 중 실물 음반 이용률은 11.7%에 불과한데 실제로 하이브가 2023년 7월 발표한 ESG보고서에 따르면 2022년 동안 앨범을 만들고 포장하는 데만 약 900여 톤에 해당하는 플라스틱을 사용한 것으로 밝혀져 큰 논란이 되었다. 이는 케이팝의 인기가 계속 증가함에 따라 앨범 판매량이 증가한 것도 있지만 ‘앨범깡’이라는 팬덤 문화의 영향도 있다. ‘앨범깡’이란 무작위로 들어 있는 포토카드 중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여러 장의 앨범을 구매하는 행위를 말한다. 혹은 앨범 1개당 팬 사인회에 갈 수 있는 응모권 1회를 부여하여 팬들의 중복 구매를 유도한다. 이 때문에 많은 양의 앨범이 쓰이지 않고 버려지는 것이다. 특히 K-pop 앨범은 소장 가치를 높이기 위해 다양한 케이스 소재와 구성품, 포토카드, 포스터, 포토북, 엽서 등 많은 상품이 결합된 채로 판매되고 있는데 이렇게 제작된 앨범은 소재로 인해 재활용이 어려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러한 문제성이 대두되면서 다양한 기획사에서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SM엔터테인먼트는 2022년 5월, NCT DREAM의 정규 2집 리패키지 앨범 ‘Beatbox’를 친환경 소재로 제작했다. 이 앨범은 국제산림관리협의회(FSC) 인증받은 용지와 자연에서 쉽게 분해되는 콩기름 잉크, 휘발성 유기 화합물 배출이 없는 환경친화적인 자외선(UV) 코팅 등을 사용했다. 또 YG엔터테인먼트는 블랙핑크 정규 2집 ‘BORN PINK’를 FSC 인증 용지 및 콩기름 잉크 등을 사용해 친환경 음반으로 제작하였고 음반과 사진, 비디오를 다운받아 감상할 수 있는 ‘KIT’ 앨범을 함께 발매하였다. 이에 하이브는 2023년 7월, 방탄소년단 제이홉의 첫 번째 솔로 앨범 ‘Jack in the Box’를 위버스 앨범 형태로 발매했다. 위버스 앨범은 CD를 포함하지 않고, 디지털 음원과 뮤직비디오, 앨범 사진 등을 제공하는 방식으로 CD 생산과 배송에 따른 환경 오염을 줄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 밖에도 JYP는 2022년 업계 최초로 RE100을 이행하면서 본격적인 ESG 경영 행보에 나서고 있다. 

블랙핑크는 2021년 9월 18일 UN의 지속가능개발목표(Sustainable Development Goals, SDGs) 홍보대사로 아시아 아티스트 최초로 임명된 바 있다. UN SDGs는 2030년까지 인류의 지속 가능한 발전을 달성하기 위한 17개의 목표와 169개의 세부 목표로 구성되어있는데 특히 11번~15번까지는 지속 가능한 도시와 공동체 조성, 지속 가능한 소비와 생산 패턴, 기후위기 대응, 해양 생태계 보전, 육상 생태계 보전에 대한 메시지를 전한다. 

블랙핑크는 홍보대사 임명 이후 유튜브 공식채널에 기후위기에 관한 영상을 올리기도 하고, 2022년 9월에는 UN의 SDGs 고위급회의에 참석하여 기후위기 대응과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메시지를 전달한 바 있다. 또 영상을 통해 국내외 많은 팬에게 당장 기후 위기를 인지하고 개인이 할 수 있는 행동에 나서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하기도 했다. SDGs를 테마로 한 앨범을 발매하기도 하였으며 SDGs 관련 캠페인에 참여하는 등 다양한 방식으로 SDGs를 홍보하는 데 힘쓰고 있다.

<그림 5>  블랙핑크의 SDGs 성명 메시지 영상 (출처: UN 공식Youtube채널)

이처럼 이들의 홍보 활동은 전 세계에 SDGs에 대한 관심을 높이고, SDGs 달성을 위한 노력을 촉구하는데 기여한다. 특히 젊은 세대의 적극적인 참여를 많이 유도함으로써 지속 가능한 사회의 발전에 많은 영향을 끼치고 있다. 뿐만 아니라 K-pop 산업의 사회적 책임을 강화하는데 기여하는 바도 크다. 

2023년 9월 서울에서 열린 블랙핑크 콘서트에서는 국내 최초로 탄소배출량 측정이 이루어졌다. 이틀 동안 공연장을 찾은 관객들의 이동 수단, 거리, 숙박 여부 등의 정보를 수집하며 무대 안팎에서 발생한 직간접적 탄소배출량을 조사하기 위해 노력했다. 3만 명의 관객 중 2,000여 명의 관객들이 조사에 참여하였고 YG엔터테인먼트는 올해 안에 이러한 수치들을 담은 보고서를 발간할 예정에 있다고 한다. 해외에서 많은 팬들이 콘서트를 위해 몰려오는 만큼 의미 있는 첫걸음이기도 하고, 업계 전반으로 확산할 가능성을 보여준 의미 있는 시도라고 할 수 있다. 

이번 연구에서는 콜드플레이의 월드투어를 중심으로 친환경 월드투어의 개념과 필요성, 그리고 다양한 업계의 친환경적인 노력에 대해 살펴보았다. 크게는 공연장의 시설, 전력망에서부터 작게는 관객들이 마시는 물, 음식, 버려지는 쓰레기들의 퇴비화 과정까지, 한 공연을 만들고 기획하는 단계에서부터 설비들을 해체하고 이동시키는 마무리 과정까지의 모든 과정에서의 탄소 발자국을 줄이기 위한 노력이 돋보였다. 많은 과정 속에서 다양한 업계의 협력이 필요함과 더 많은 탄소배출량을 감축시키기 위해 계속해서 획기적인 시도와 연구개발이 필요하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시대가 흐를수록 공연의 규모가 갈수록 커지고 있으며 관객들이 한 시점에 특정한 장소에 많이 모이는 핫플레이스로써 콜드플레이의 친환경 투어가 전하는 시사점이 매우 크다고 할 수 있다. 

콜드플레이는 지속가능성 보고서를 통해 하나의 아쉬움을 드러냈다. 모든 기록된 수치들이 실제 배출량 감소를 기준으로 작성되었으나 탄소 상쇄나 탄소 배출권이 고려되지 않은 점을 꼽았는데, 이는 공연계의 지속 가능한 여행에 업계 표준이나 배출량 보고를 위한 표준적인 방법론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뜻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콜드플레이는 계속해서 친환경 투어에 대해 홍보하고 있으며 1998년 세계자원연구소(WRI)와 세계지속가능발전기업협의회(WBCSD)가 공동으로 만든 GHG Protocol(온실가스 배출량 측정의 국제 표준 기준)과 같은 인정된 원칙을 따르고 모범적인 기준을 확립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러한 친환경적 변화의 흐름을 더 개선하고, 확장하기 위해서는 여전히 많은 기술적, 경제적, 사회적 어려움을 극복해야 한다. 그러나, 많은 이들이 기후 위기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만큼 여러 아티스트와 산업 관계자들의 노력, 그리고 관객들의 인식 변화를 통해 이러한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으리라 생각된다. 이는 모두의 즐겁고 행복한 여가 생활을 유지하는 힘이 될 뿐만 아니라 음악 산업의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한 중요한 기반이 될 것이다. 


참 고 문 헌  

•맹양 & 한창완 (2021.12.) 위드 코로나 시대 케이팝(K-pop) 온라인 콘서트 발전 연구. 애니메이션연구 제17권, 제4호, 통권 제60호 

•AEG Official Website – C. Bottrill et al. (2010) Carbon soundings: greenhouse gas emissions of the UK music industry. Environmental Research Letters, Vol. 5, No. 1 

•Coldplay Official Website (2023.06.02.) Sustainability: Sustainability Update – Emissions Update https://www.coldplay.com/emissions-update/ 

•M. Connolly et al. (2016) An economic perspective on rock concerts and climate change: Should carbon offsets compensating emissions be included in the ticket price?. Journal of Cultural Economics, Vol. 40, No. 1 

•Music Declares Emergency (2023) Report on the carbon footprint of Swiss music festivals 2022 – Pixmob Official Website 

•Popular Science Official Website: Environment > Sustainability 

•How musicians like Radiohead and Massive Attack are making their tours less stressful on the environment 

•REVERB Official Website 

•r.World Official Website 

•Upstream Official Website: Reuse Wins at Events 

•A life-cycle analysis of reusable and single-use cups 

•Vkind Official Website: Billie Eilish Putting Climate Action at Forefront of World Tour 

•데일리안 (2023.09.15.) 케이팝 날자 덩달아 뛰는 굿즈 시장…폭발적 성장 뒤의 그림자 

•매일경제 (2022.06.16.) JYP엔터, 업계 최초 RE100 이행…재생에너지 사용확인서 받았다. 

•매일경제 (2023.10.27.) 블랙핑크도 그린으로…K팝, 멋진데 착하기까지! 

•비즈니스포스트 (2022.11.15.) K-팝 선한 영향력 글로벌로, 케이팝포플래닛 탄소중립을 외치다. 

•한겨레 (2022.04.21.) ‘처치 곤란’ 케이팝 앨범 8천장, 연예기획사 되돌아간 까닭은? 

•한겨레 (2022.09.22.) 블랙핑크, 유엔에서 “기후위기, 꾸물거릴 시간 없어…지금 당장 함께해야” 

•10ASIA (2022.09.21.) 블랙핑크, ‘UN SDG Moment’서 “기후 위기 당장 함께 해야“ 강단 있는 메시지 

•AV Magazine (2023.04.12.) Panther speakers make Sheeran and Bublé’s tours greener 

•BBC (2019.11.21.) Coldplay to pause touring until concerts are ‘environmentally beneficial’ 

•DHL Official Website (2022.07.19.) Press: DHL, 콜드플레이와 협력해 지속가능한 월드투어 진행 

•EEPower (2023.11.26.) Renewables, Audience Energy Literally Powering Coldplay Summer Concert Tour 

•ESG경제 (2023.10.24.) K팝, 플라스틱 앨범 폐기물 양산…”친환경으로 전환 시급” 

•Rolling Stone UK (2022.01.05.) Ed Sheeran reveals plans to tour in an electric campervan 

•Sappi Graphic Papers (2022.08.05.) Why pop stars are like the paper industry when it comes to planting trees 

•Sustainability Magazine (2023.07.11.) Coldplay work towards net zero on sustainable tour 

•Tyndall Centre for Climate Change Research (2019.11.28.) Tyndall Centre Manchester creates plans for zero carbon concerts


김 지 은 ㅣ 전남대학교 생물학과

[유튜브] 글로벌 탄소중립 관광명소: 세계 최고의 그린핫플을 찾아라!

[글로벌 탄소중립 관광명소] 세계 최고의 그린핫플을 찾아라! 🌏 1부 – 물고기에게 물어봐
[글로벌 탄소중립 관광명소] 세계 최고의 그린핫플을 찾아라! 🌏 2부 – 엉덩이는 알고있다

1부 영상 링크 : https://youtu.be/lwKf890Q6B0?si=KTiQZFkQraAQjjJM

2부 영상 링크 https://youtu.be/Dj5X-MtNNDA?si=Ftn29VThYe-adqGs

우리 연구소가 기후변화청년모임 빅웨이브와 함께 “도레미파솔라시티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준비한 영상이예요.

영상에서는 최근 발간한 사례연구집 “그린핫플을 찾아라 : 글로벌 탄소중립 관광명소 10″(보고서 다운로드 여기 클릭!)에서 다룬 사례 8곳을 중심으로 각 사례별 특징을 퀴즈 형식으로 재밌게 소개해드려요.

시청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베네치아를 침몰로부터 구하려는 이탈리아의 고군분투

김 은 회 ㅣ 경희대학교 국어국문학과

1. 들어가며: 기후변화의 위기에 직면한 도시

도시는 온실가스의 주요한 배출원이며, 기후변화에 취약한 곳이다. 동시에 도시는 기후변화 감축과 적응 정책이 적용되는 곳이다. 기후위기에 회복 탄력성 있는 관광도시를 만들기 위해서 지역의 인식을 파악하고 자연 과학적인 위험 데이터를 기반으로 융복합적인 분석을 통해 지역 맞춤형 기후변화 감축 및 적응 대책을 만들고 시행해야 한다. 우리가 살펴볼 베네치아는 120여 개의 섬과 177개의 운하로 이루어져 경이로움과 기이함이 교차한다. 수로로 벽을 세운 미로 같은 이곳에는 광장과 미술광, 오래된 성당 등 볼거리가 즐비하다. 391개의 연결 다리를 통해 정수를 만낄 수 있다. 특히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만큼 뛰어난 경관을 가진 명소가 많아 세계 각국에서 베네치아를 관광하기 위해 방문한다. 

베네치아와 같이 인구와 사회 주요 시설이 밀집한 도시는 기후변화의 극한 기후 위험으로 인해 큰 피해를 볼 가능성이 높다. IPCC는 도시의 기후위험을 크게 5가지인 홍수, 가뭄, 대기오염, 보건, 열로 분류하였는데(IPCC 2022), 베네치아는 수상 도시로서 강수량 변화 등으로 인한 홍수와 폭풍, 집중호우로부터 취약하며, 도시를 둘러싼 석호의 해수면 상승과 염도 증가로 건물들이 부식되는 등 위기를 겪고 있다. 

이 글에서는 전 세계적인 관광 명소인 이탈리아의 베네치아가 기후변화의 위기를 어떻게 극복하고 있는지 살펴보고 시사점을 도출하고자 한다.

2. 위험에 처한 인류의 자산, 베네치아

수상 도시 베네치아의 형성 과정

<그림 1>  2019년 12월 베네치아 대홍수로 인해 침수된 잠긴 도로와 운하 (출처: 위키피디아, 2019)

베네치아는 이민족의 침공을 피해 석호에 있는 작은 섬들로 이주했던 주민들로부터 시작되었다. 베네치아와 석호 일대는 충적 미사토(진흙)로 이루어져 있다. 이 지역에는 석호와 바람, 파도, 조류에 밀린 모래와 사주가 많다. 토르첼로(Torcello), 이에솔로(Iesolo), 말라모코(Malamocco) 같은 작은 모래섬은 처음에는 임시 피난처였지만, 이후 피난민이 계속 몰려들고 어부를 비롯한 정주 인구가 늘어나면서 거주지의 면적을 늘릴 필요성이 대두되었다. 베네치아인들은 건물을 지을 단단한 기초를 다지기 위해 진흙 습지대에 물기에 강한 오리나무 말뚝을 깊고 촘촘하게 박아 넣었다. 이 나무 말뚝 위에 이스트리아 석회암 팜을 올린 뒤 건물을 지었다. 임시 거주지는 점차 영구 정착지가 되었고, 농민과 어부의 최초 피난처였던 베네치아는 해양 국가로 변화하여, 작은 섬인 리알토(Rialto)가 새로운 도시의 핵심부로 선정되었다. 척박한 자연환경에 적응하고 극복하기 위한 건축 방식을 고안해내어 독특한 도시 형태를 이룩한 것이다. 베네치아의 수로는 도시가 바닷물에 잠기는 것을 막고, 도시 내외 물자를 운송하는 역할을 담당해왔다. 광장과 주택을 연결했던 수로는 자연스럽게 사람을 모이게 하여 커뮤니티를 형성시키는 역할도 하였다. 이러한 자연과의 지속적인 상호작용은 오늘날에도 이어지고 있다.

홍수와 폭우로 점차 가라앉는 도시와 그에 적응해온 베네치아

<그림 2>  아쿠아 알타 기간 동안 침수된 베네치아의 폰다멘타 델 스퀘로 (출처: 위키피디아, 2019)

2019년 11월 13일, 이탈리아의 베네치아에서는 큰 홍수가 발생했다. 12일 밤부터 시작된 폭우로 인해 수위가 상승하여 최대 수위는 187㎝까지 치솟았다. 베네치아 조수 모니터링 및 예측 센터에서 기록한 최고 수위인 194㎝까지 치솟았던 1966년 이래 53년 만에 가장 높은 수위를 기록한 홍수였다. 이로 인해 베네치아 도시 대부분의 주택과 상가의 1층이 침수되었고 산 마르코 대성당도 물에 잠겼다. 이번 침수는 산 마르코 대성당이 1200년 동안 여섯 번째로 침수된 사건이었다. 산 마르코 대성당의 모자이크 바닥과 대리석 기둥에 소금물이 스며들었고, 종탑 산책로도 파괴될 정도로 큰 홍수였다. 

이 홍수는 한 번의 침수로 끝나지 않았다. 13일 이후 일주일 동안 계속되는 폭우로 수위는 이후에도 154㎝, 150㎝를 기록했다. 짧은 기간에 세 차례의 홍수가 발생한 것은 역사상 매우 이례적인 사건이었다. 홍수로 인해 베네치아 도시의 90%가 물에 잠겼고, 산 마르코 대성당뿐만 아니라 주변 60여 곳의 교회가 피해를 입었다. 베네치아 전체 교회의 절반에 달하는 피해였다. 같은 해 12월 23일에는 베네치아의 조수 수위가 약 한 달 반 만에 급격하게 상승하여 143㎝까지 치솟았다.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산 마르코 광장을 포함한 많은 지역이 홍수 피해를 입었다. 루이지 브루나로(Luigi Brugnaro) 베네치아 시장에 따르면 2019년 베네치아의 홍수 피해액은 10억 유로 (약 1조 3천억 원)에 달했다.

수상 도시로 잘 알려진 베네치아는 아드리아해 베네치아만 안쪽의 거대한 석호 위에 흩어져 있는 120개의 작은 섬들 위에 건설되었다. 도시 내에는 운하가 마치 거미줄처럼 얽혀 있다. 베네치아의 시가지는 석호를 이루는 사주 위에 세워졌기 때문에 지반이 약해서 지반침하의 문제가 자주 발생하는 문제가 있었다. 비가 많이 내리는 시기에는 물난리가 빈번했고, 베네치아는 바다와 가까이 있기 때문에 조수의 영향을 받아 수위 변동이 일어나는 것은 비일비재한 일이었다. 특히 아드리아해 북부에서는 가을부터 봄까지 계절풍으로 알려진 시로코가 북쪽을 향해 불고, 이에 반대되는 하강풍인 보라가 베네치아 석호의 바닷물이 외해로 흐르는 것을 막는 역할을 하는데, 이 과정에서 바닷물의 만조가 겹치면 베네치아 석호의 조수 수위가 높아졌다. 베네치아에서는 이러한 현상을 ‘아쿠아 알타(acqua alta)’라고 부른다. 

앞서 2019년의 홍수와 1966년 홍수, 이 두 차례 대형 홍수 사이에 50년이 넘는 시차가 있다. 하지만 최근 추세를 보면 대규모의 침수피해가 도래하기까지는 반세기가 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1923년부터 기록된 공식 수위 자료를 보면 지금까지 150cm를 넘은 아쿠아 알타 사건은 십여 차례인데, 그중 다섯 차례가 최근 3년간 발생했다. 맨체스터 대학 건축학부 교수인 샐리 스톤은 “기후변화로 해수면이 올라가면서 해수면 높이에 세워진 도시들이 모두 취약함을 드러내고 있다”라고 말했다. 그중 하나인 베네치아에서도 지난 수 세기 동안 수차례 아쿠아 알타와 맞물린 소규모 홍수가 발생한 것이다. 그런데 최근에는 높은 수위의 발생 빈도가 전례 없이 빈번해지고 있다. 

게다가 이런 상황은 앞으로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탈리아 살렌토대와 베네치아 카포스카리대 공동 연구진은 기후변화 진행 속도에 따라 2100년의 베네치아의 평균 해수면이 지금보다 최소 17㎝에서 최대 120㎝까지 상승할 것으로 예상했다. 지구 기온 상승폭이 산업화 이전에 비해 2도 이하로 관리되더라도 2100년 베네치아의 해수면은 32cm 상승할 전망이다. 해수면이 120㎝까지 오르면 베네치아의 15% 정도가 물에 잠기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사실상 도시의 7분의 1이 영구 침수되는 셈이다. 기온이 4도 상승하고 빙하가 대거 녹는 최악의 시나리오에선, 2100년 베네치아 해수면 상승을 180cm로 전망한다. 이는 2019년 홍수 때와 비슷한 수위이다. 영국 리즈대학 교수인 나타샤 바로우는 “남극 및 그린란드 대륙 빙하와 산악 빙하가 계속 녹고 있기 때문에 향후 수십 년간 해수면은 계속 상승할 것”이라고 말했다. 해수면이 조금만 높아져도 폭풍과 조수 및 파도의 최저 수위가 오르기 때문에 베네치아 해안가에는 홍수의 강도와 빈도가 크게 증가하는 것이다. 

<그림 3> 동일한 조수 현상이 지반 높이에 따라 다르게 나타나는 아쿠아 알타 (출처: Città di Venezia) 

베네치아에서는 아쿠아 알타 현상이 발생할 때, 수위가 해수면을 기준으로 100~120㎝ 사이로 상승하거나 하강하는 것이 일상적인 일이다. 계절적 홍수로 알려진 아쿠아 알타는 베네치아 지역 특성상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여겨지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조수 현상의 지속 시간은 짧은 편이다. 예를 들어 만조가 최대 120㎝에 도달하면 평균 1시간 30분 이내로 지속된다. 조위 값은 ㎝ 단위로 표시되며, 1897년에 베네치아의 기준(0)이 된 Punta della Salute로부터 해수면이 110㎝를 초과하면 아쿠아 알타로 간주된다. 베네치아의 지반은 균일한 평면에 펼쳐져 있지 않기 때문에 도시 포장도로의 높이에 따라 동일한 조수 현상이 도시의 여러 지점에서 다양하게 발생한다. 가령, 베네치아의 가장 낮은 지역 중 한 곳인 산 마르코 광장에서는 조수 높이가 82㎝ 이상이면 만조가 감지되는 반면, 조수위가 105㎝까지 상승하면 리알토 다리 지역이 침수되기 시작한다. Stazione FS 기차역 앞 광장에서는 사람이 걸을 수 있는 높이에 닿으려면 135㎝의 조수 높이가 되어야 한다

<그림 4> 산 마르코 교회를 방문하기 위해 인도교에서 기다리고 있는 관광객들 (출처: 위키피디아, 2008)

최근 10년 동안 해수면이 평균적으로 110㎝를 넘어서는 일은 일 년에 6번밖에 없었다. 해수면이 110㎝를 넘어서면 도시의 12%가 몇 시간 동안 물에 잠긴다. 특히 늦가을이나 겨울에 이 도시를 방문하면, 베네치아에서 가장 낮은 지역인 산 마르코 광장에 물이 차오르는 모습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장화를 신고 임시 다리를 건너는 사람들이나 이러한 침수 상황에 적응하는 상인을 포함한 베네치아 주민들의 모습을 흔히 볼 수 있다. 이상 조류가 발생하면, 해수면이 140㎝를 훌쩍 넘어 59%의 구시가지가 물에 잠기게 된다. 해수면이 140㎝를 넘는 경우, 산 마르코 광장의 경우에는 60㎝ 정도 침수된다. 따라서 베네치아에는 이러한 수위 변동을 예측하고 대응할 수 있는 시스템이 갖추어져 있다.

<그림 5> 만조 시 수상 서비스 (출처: ACTV)

아쿠아 알타로 인해 물이 차오른 경우에는 임시 고가 플랫폼으로 구성된 지정 보행자 경로를 따라서 시내를 이동할 수 있으며, 보행로는 조수 높이가 120㎝에 도달할 때까지 사용할 수 있다. 조수 높이가 95㎝에 도달하면 일부 노선이 변경될 수 있지만, 매우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고 대중 수상 교통 서비스는 일정에 따라 운영된다. 육지와 해상 모두에서 운송 서비스를 제공하는 베네치아대중교통회사(Azienda del Consorzio Trasporti Veneziano,ACTV)에서 만조 시 수상 교통 서비스를 확인할 수 있다. 베네치아 지방자치단체의 ICPSM(Istituzione Centro Previsione e Segnalazioni Maree)에서 수신한 조수 수준을 기반으로 수상 서비스를 제공한다. 해수면 상승에 관한 정보는 베네치아 해상 예측 및 경보 센터(Centro Previsioni e Segnalazioni Maree del Comune di Venezia)에서 확인할 수 있다. 홍수 정보는 웹과 스마트폰을 통해 실시간으로 제공된다. 베네치아 시민에게 아쿠아 알타 예보를 담당하는 센터는 하루에 수차례 예보를 하고 있으며, 웹사이트나 베네치아 자치 단체의 소셜 채널을 통해 베네치아 해수면 높이의 실시간 관측, 당일은 물론 이틀 이후까지 해상 예보를 확인할 수 있다. 아쿠아 알타 현상이 있는 날에는 베네치아 구시가지와 섬에서 해상 경보 사이렌이 울린다. 해수면 상승에 앞서 여러 가지 알림 소리가 나는데, 예상 해수면 상승 높이를 미리 알려 대비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3. 모세 프로젝트(MOSE Project): 홍수를 방어하는 이동식 장벽

모세 시스템의 기술과 위치

<그림 6> 모세 시스템 설치 위치 (출처: MOSE Projects)

1966년 홍수로 인해 수위가 194㎝까지 올라 베네치아 전 지역이 침수되는 일이 발생하자, 위험에 대비하고자 1984년 이탈리아는 유명 엔지니어들을 모아 모세(Modulo Sperimentale Elettromeccanico, MOSE; 실험적 전자 기계 모듈) 프로젝트를 설계했다. 베네치아 석호를 둘러싼 사주 부분에 조수 유입을 차단하는 전자 기계 모듈, 즉 인공 장벽을 설치한다는 계획이었다. 이 모듈은 평상시에는 바닷속에 잠겨 있다가 조 수 수위가 110㎝를 넘으면 공기가 주입되어 가벼워지면서 수면 위로 올라와 베네치아로 들어오는 조수를 차단하게 된다. 모세 프로젝트는 오랜 설계 끝에 2003년 착공했지만, 환경보호론자들의 반대와 일부 정치인들의 사업 지연 시도, 시 당국의 예산 부족으로 중단되기를 반복하였다. 완공 시점이 2016년에서 2021년으로 연기되었고 사업비도 16억 유로(약 2조 6백억 원)에서 55억 유로(약 7조 8백억 원) 로 증액되었다. 2019년 11월 53년 만에 수위가 187㎝까지 올라가는 대홍수를 겪은 베네치아는 30년째 추진 중인 모세 프로젝트 추진에 속도를 내겠다고 밝혔다. 

석호 입구의 이동식 방벽은 베네치아 누오바 컨소시엄을 통해 트리베네토주 교통부(Provveditorato Interregionale per le Opere Pubbliche del Triveneto)가 건설을 총괄한다. 공사는 2003년에 시작되어 리도, 말라모코, 키오지아 입구에서 동시에 진행되고 있다. 모세 시스템은 아드리아해에서 석호로 조수가 퍼져나가는 해안 철책의 세 문인 리도, 말라모코, 치오지아 입구에 위치해있다. 만조로부터 석호 전체를 완벽하게 방어할 수 있도록 하는 베네치아 798/84법1)에 의거하여 모바일 게이트의 장벽을 예측하는 통합 작업 시스템이 개발되었다. 수질, 형태 및 경관 보호, 항구 활동의 유지를 보장하는 기능적인 방어 체계를 제공한다.  

모세는 거대한 장벽처럼 보이는 이동 게이트로 구성되어 있으며, 총 4개의 모세(인공 방어 장벽)가 있다. 리도 입구에 2개(베네치아에 가장 가까운 장벽은 다른 두 장벽의 두 배 크기이며 깊이가 다른 2개의 수로로 구성됨)는 각각 21개의 문으로 구성되고 북쪽에 1개의 장벽이 있다. 남쪽 수로에서 두 개의 장벽이 중간 섬에 의해 서로 연결되는 20개의 수로; 말라모코 항구 입구에 19개의 수문으로 구성된 1개의 장벽과 치오지아 항구 입구에 18개의 문으로 구성된 1개의 장벽이 있다.

모세 수문의 작동 방식

<그림 7> 수문의 작동 방식 (출처: MOSE Projects)

홍해를 가른 모세의 기적을 본떠 ‘모세 프로젝트’라고 명명된 이 프로젝트는 아드리아해 해저에 78개의 거대한 이동식 댐을 설치해 큰 파도가 밀려올 때 등 필요한 경우 댐이 수면 위로 부상하도록 작동된다. 모세가 작동하지 않는 평상시에는 바다에 잠겨 있기에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베네치아에 홍수를 일으킬 수 있는 조수 위험이 높아지면, 압축 공기가 주입되어 가벼워진 수문이 수면 위로 올라오게 된다. 수면 위로 올라온 수문은 베네치아로 들어오는 조수를 차단한다. 경첩축을 중심으로 회전하면서 바닷물이 빠지게 되면 수문은 수면 위로 올라와 석호로 들어오는 조수의 흐름을 차단하는 것이다. 수문은 만조 기간 동안에만 작동한다. 조수가 감소해 석호와 바다의 수위가 같은 수준에 도달하면 수문은 다시 바닷물로 채워져 잠기게 된다. 각 게이트는 두 개의 경첩으로 하우징 상자에 연결된 금속 상자 모양의 구조로 구성된다. 각 게이트의 너비는 20m이며 설치된 입구 채널의 깊이에 비례하여 길이나 두께가 다르다. 리도(Lido-Treporti) 게이트의 길이는 18.6미터, 두께는 3.6미터, 말라모코(Malamocco) 게이트 길이는 29.6미터이고, 키오지아(Chioggia) 게이트의 두께는 5미터이다. 항구 입구의 평균 폐쇄 시간은 수문 개폐 조작 시간 포함하여 약 4~5시간이다. 5년마다 수문을 주기적으로 교체하며 장벽 당 4개의 문을 매년 교체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그림 8> 장벽 이동 실험 (리도, 말라모코, 키오지아 방벽의 움직임 테스트) (출처: MOSE Projects. 2021)

그러나 전문가들은 모세 프로젝트의 장기적인 홍수 예방 효과를 두고 엇갈린 견해를 보인다. 시스템을 설계한 엔지니어와 베네치아시에서는 모세 시스템이 완공되면 3미터 높이의 조수까지 차단할 수 있다고 주장하지만, 일부 전문가 집단의 반응은 회의적이다. 2011년 유네스코 보고서 역시 모세 프로젝트가 몇 년간은 홍수 예방에 도움이 되겠으나 기후변화가 촉발한 해수면 상승으로 인해 결국 조수 높이는 시스템이 막을 수 없는 수준에 이른다는 것이다. 

4. 지속가능한 관광을 위한 베네치아의 노력

대형상선 금지법령: 석호 생태계를 위한 보호 정책

관광 산업에서 주목받는 세계유산의 일부 지역에서는 기후변화와 더불어 인간의 활동으로 인하여 훼손되는 경우가 발생한다. 베네치아의 경우, 석호 내 선박 배기가스와 모터보트의 사용이 큰 문제가 되었다. 따라서 베네치아에서는 더 큰 위험 발생과 훼손 방지 및 보존을 위하여 2021년 3월 여객선, 유람선, 수상택시 등과 관련한 대형상선 금지법령을 마련하였다. 

 2021년 3월 31일, 이탈리아 정부는 베네치아 석호에서 유람선과 대형상선의 입항을 금지하고 석호 외곽에 새로운 항구를 건설하기 위한 입찰을 요청하는 법령을 발표했다. 베네치아 주민들은 수년 동안 정부에 석호에서 대형상선의 통항을 금지할 것을 촉구해 왔다. 상업용 선박 교통으로 인한 침식이 석호의 생태계를 손상시킨다는 것이 결정적인 계기였으며, 안전사고와 관련된 문제도 이유가 되었다. 무게가 상당한 크루즈가 석호의 운하를 통과할 때 침전물을 빨아들이기 때문에 정기적으로 수로를 준설해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동식물이 포함된 퇴적물은 석호의 생태계로 되돌아가지 않고 버려지게 된다. 안전사고와 관련해서는 2012년 토스카나 질리오 섬에서 114,500톤급 대형 여객선이 침몰해 32명이 목숨을 잃은 사건과 2019년에 베네치아에서 유람선이 지우 데카 운하의 여객 터미널에 접근하던 중 부두와 관광 보트에 충돌하여 4명이 부상을 입은 사건이 있었다. 이탈리아 정부는 7월 13일 성명을 통해 “베네치아 석호 보호를 위한 중요한 조치”라며 금지 조치를 발표했고, “베네치아와 석호의 예술적, 문화적, 환경적 유산을 보호해야 할 필요성과 크루즈 활동 및 상품 운송과 관련된 필요성을 조화시키고자 한다”고 밝혔다.

<그림 9>  베니스의 크루즈선 코스타 네오 클래시카와 곤돌라 (출처: 위키피디아, 2015)

이후 정부는 같은 해 8월 1일부터 베네치아 도심을 통과하는 유람선 운항이 금지됨을 선언했다. 이탈리아 크루즈선 국제협회(CLIA) 등 크루즈 산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의 반대가 있었지만 베네치아 석호 보호라는 큰 목적 아래 금지령을 발표한 것이다. 대형 유람선은 도심 항구에 정박하는 대신 베네치아 석호를 통과하여 본토의 산업 항구인 마르게라에 정박하는 경로로 항로를 변경할 예정이다. 금지 조치는 대형상선의 길이가 180미터, 높이 35미터(약115피트), 무게 25,000톤 이상이거나 조종 시 일정량 이상의 연료를 사용하는 상선에 적용된다. 정부는 1억 5,700만 유로(1억 8,500만 달러)를 들여 마르게라에 최대 5개의 선석을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아직까지는 대형상산 금지법령의 한계점이 존재한다. 정부는 이 법령으로 인해 재정적 손실을 입는 사람들에게 보상을 약속했지만 여객선 산업에 고용된 4,200명의 현지 근로자가 포함되는지 여부는 분명히 명시하지 않았다. 대형상선의 특성상 베네치아에서 수천 명을 고용하기 때문에 경제적 이익을 충당하는 근로자에 대한 대책이 미비했다는 아쉬움을 받았다. 대형선박이 마르게라 산업 항구에 정박하기에는 아직 인프라가 정비되지 않았다는 점도 있다. 마르게라는 본토에 있지만 여전히 베네치아 석호 안에 위치하기에, 마르게라 부두는 “단기 및 중기적 해결책”이 될 것이라는 한계가 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정부는 석호 바깥에 영구적인 항구를 건설해야 한다는 판결을 내리며 장기적인 해결책을 모색하고 있다. 

지속가능한 베네치아 투어: Enjoy Respect Venezia

<그림 10>  지속가능한 관광을 장려하는 베네치아 시의 인식 개선 캠페인 (출처: The New York Times, 2021)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도 지정된 베네치아의 아름다움과 독특함을 보존하기 위해서는 자연과 예술적 환경을 훼손하지 않고, 주민들의 일상과 조화를 이루는 다른 사회 및 경제 활동의 발전을 방해하지 않는 지속가능한 관광이 필요하다. 베네치아 시 공식 관광 웹사이트(CITYPASS VENEZIA UNICA)에서는 지속가능한 베네치아 투어를 제안한다. Enjoy Respect Venezia는 베네치아의 환경, 경관, 예술적 아름다움, 주민의 정체성을 존중하는 책임감 있는 행동을 하도록 방문객을 유도하기 위해 마련된 시 차원의 베네치아 인식 개선 캠페인이다. 책임감 있는 여행이 지속가능한 발전에 기여할 수 있다는 믿음으로 관광객이 미치는 영향에 대한 인식을 제고하는 것이 목표이다.  

시민들의 자발적인 참여: 베네치아 라군 플라스틱 프리의 활동

베네치아 라군 플라스틱 프리(Venice Lagoon Plastic Free)는 베네치아에 기반을 둔 젊은 비영리 단체이다. 베네토 지역의 자발적 협회 지역 등록부와 베네치아시 협회 등록부에 공식적으로 등록되어 있다. 베네치아시와 석호, 인근 본토 마을과 도시에서 분산된 대규모 정화 활동을 운영하며, 연구, 교육 기관 및 센터와 협력하여 베네치아 해역에서 독립적인 환경 모니터링 이니셔티브를 수행한다. 지역 및 국제적으로 다른 조직과 개인을 연결하여 행동의 플랫폼 역할을 한다. 관광객이 많이 찾는 지역에서 일회용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도록 장려한다. 베네치아의 운하, 다리, 둑에 일회용 플라스틱을 무단 투기하지 않도록 재사용 가능한 보조용기 사용을 권장하거나, 일회용 플라스틱을 줄이는 캠페인을 진행한다.

<그림 11>  베네치아현의 도시인 치오지아 청소 및 모니터링 (출처: plasticfreevenice, 2022)

‘베네치아 라군 플라스틱 프리’는 2019년 여름부터 베네치아의 수로와 석호에서 플라스틱 및 기타 파생 미세 오염 물질을 찾기 위해 매년 물 샘플링 및 분석을 수행했다. 2019년 8월 말, 해양 생태계의 미세플라스틱과 상관관계가 있는 미량원소를 파악하기 위해 베네치아 대운하 수역에서 질적 분석을 실시했다.

5. 시사점: 안전하고 회복력 있는 관광도시이자 정주지를 조성하기 위한 노력

베네치아는 해수면 상승에 대처하는 글로벌 관광 명소이다. 자금력과 관광지로서의 세계적인 명성을 고려할 때, 해수면 상승 문제에 대한 기술과 접근법을 실험하고 검증하는 중요한 기반 역할을 한다. 이를 위해 베네치아는 모세 해안 방벽부터 물결을 최소화하는 보트, 대형상선 금지, 주민들의 자발적인 참여까지 다양한 방법을 시도하고 있다. 이러한 시도들은 베네치아를 해수면 상승에 대처하는 실험적인 도시로 자리매김하며 다른 도시나 지역의 해수면 상승 대응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중요한 지식과 기술의 발전으로 이어질 것이다. 

우리나라 동해에서는 다른 해역보다 높은 해수면 상승이 예상되는데, 동해안은 이미 해안침식과 육지부 후퇴 문제가 심각한 곳이다. 앞으로 해수면이 계속 높아진다면 더 많은 모래 해안의 질식이 예상되고 이는 해수욕장과 같은 지역의 관광자원의 훼손은 물론 시민의 재산과 안전에도 심각한 위협이 된다. 연안 지역 기후변화 대응 방향으로는 크게 범람의 영향 감소(내수 및 외수 침수), 재해 취약성 감소, 연안 생태계의 보전 및 복원, 의사결정 구조의 변화로 구분할 수 있다. 재해 대응체계 구축 및 점검, 재해 사후 복구 체계, 이상기상 예보 및 경보, 훼손된 연안 서식지 복원, 연안습지 등 주요 생태계 보호 등의 방법을 지역 특성에 적합한 맞춤형 정책으로 발전시켜 현장에 적용시켜야 한다. 이는 결국 의사결정의 구조인 지역의 거버넌스로 귀결된다. 이해관계자 협의체 구성, 적응정책의 거버넌스 확보, 불확실성에 기초한 리스크 관리 등을 통해 지역에 따라 다르게 나타나는 기후변화 영향과 이에 따른 적응 대책을 검토, 결정해 시행해야 한다. 기후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적응 대책을 간과하지 않고 선도적으로 대응하는 것이 중요하다. 

탄소중립을 추구하는 관광 정책과 관광객들의 인식과 정책 지지, 그리고 그들의 실제 행동들은 각각 독립적으로 측정하기 어렵다. 이러한 다양한 측면들이 유기적으로 맞물려 나아가고 상호 영향을 주고받을 때 관광 분야에서 탄소중립과 온실가스 감축과 기후변화 적응 정책을 실현하는 데 더 큰 성과를 이끌어 낼 수 있다. 추후 관광 관련 정책입안자 및 관광지 운영자들은 기후변화와 관련하여 관광객의 기후변화 인식을 향상시키고 관광 정책 지지와 친환경 행동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항공사, 호텔 및 기타 여행업체들이 탄소 배출량 감소와 폐기물 관리에 주도적으로 참여함으로써 지속가능한 관광을 실현하는 것 역시 중요하다. 환경친화적인 기술 도입, 재생에너지 사용, 효율적인 자원 활용, 지속가능한 건축 및 운영 관행 채택 등 관광지의 특징과 조건에 따른 노력이 필요하다. 지역 사회와의 협력을 강화하고 관광 업계의 이해와 참여를 촉진하여 종합적인 지속가능성을 추구해야 한다. 지속적인 안내 홍보와 관광객를 대상으로 하는 기후변화 프로그램 운영 및 교육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


각 주 
1)  베네치아 798/84호 법은 Mose 건설을 규정하고 홍수 구호 조치와 관련된 위원회를 소개한다.

참 고 문 헌  

•김종갑 외 (2020) 우리는 가장 빠르고 확실하게 죽어가고 있다 2 

• 노현석 (2015) 기존수로를 활용한 내륙뱃길 제안에 관한 연구. 부산대학교 대학원 석사학위논문 

• 손세관 (2003) 베네치아의 도시조직과 주거형식의 변천에 관한 연구. 한국도시설계학회지 도시설계, 제10권, 제1호, pp. 5-20 

• 이태동 (2023) 기후변화와 도시: 감축과 적응 

• ACTV Official Website: Servizi di navigazione in caso di alta marea https://actv.avmspa.it/it/content/acqua-alta-servizi-di-navigazione-previsti 

• T. Alberti et al. (2023) Dynamical diagnostic of extreme events in Venice lagoon and their mitigation with the MoSE. Scientific Reports, Vol. 13, No. 1, p. 10475 

• Città di Venezia Official Website: Venice and high water https://www.comune.venezia.it/en/content/venice-and-high-water 

• D. Faranda et al. (2023) Attributing Venice Acqua Alta events to a changing climate and evaluating the efficacy of MoSE adaptation strategy. NPJ Climate and Atmospheric Science, Vol. 6, No. 1, pp. 181–188 

• MOSE Projects Official Website: Lagoon https://www.mosevenezia.eu/lagoon/?lang=en 

• The Official Tourism Website of the City of Venice: Visit Venice > Sustainable Venice 

• Venice Lagoon Plastic Free Official Website 

• Wikipedia: Acqua Alta 

• CNN (2021.07.14.) Venice bans cruise ships from the city center – again 

• Reuters (2021.04.01.) Italy approves new decree to keep cruise ships out of Venice lagoon 

• The New York Times (2021.07.14.) Italy’s Government to Ban Cruise Ships From Venice 

• 서울경제 (2019.11.13.) 폭우에 침수된 伊 베네치아…산마르코대성당도 일부 잠겨 

• 연합뉴스 (2021.09.04.) 기후변화로 2100년 베네치아 해수면 최대 120㎝ 이를수도 

• BBC Future Planet (2022.09.28.) Italy’s plan to save Venice from sinking 

• BBC News 코리아 (2022.10.01.) 베네치아 침몰을 막기 위한 이탈리아의 계획


김 은 회 ㅣ 경희대학교 국어국문학과

세계가 감탄할 만한 독보적인 행보를 보이는 친환경 축구 경기장

조 연 민 ㅣ 친환경 컨텐츠 제작자

1. 스포츠·축구 산업계의 탄소중립

기후변화가 스포츠·축구 산업계에 끼치는 영향 

오늘날 세계적으로 영향을 끼치고 있는 기후변화에 대응하는데 국제적인 차원의 노력이 불가피해졌다. 1992년 6월 체결된 유엔기후변화협약은 이산화탄소와 온실가스 배출을 제한하고 지구 온난화를 방지하기 위해 세계 각국이 동의한 협약이다. 이 가운데 ‘UN 스포츠 기후 행동 협정(UN Sports for Climate Action Framework)’은 스포츠단체들의 친환경 활동 참여를 독려하기 위해 지난 2018년 출범했다. 이 협정은 스포츠 단체가 조직 및 대회 운영에 있어 탄소 배출량을 줄이고, 스포츠 팬에게 기후변화에 대한 인식을 확산시키며, 나아가 스포츠 팬들의 행동을 유도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현재는 IOC, FIFA, UEFA 등 국제스포츠기구와 미국 프로농구(NBA), 미국 풋볼리그(NFL), 스페인 프리메라리가(LA LIGA) 등 프로스포츠리그, 유벤투스, PSG, 리버풀, 뉴욕 양키스 등 프로구단을 포함해 현재까지 총 248개의 세계적인 스포츠 단체들이 참여하고 있다. 

우리는 여가생활로 경기장을 주로 찾지만 기후변화와 어떤 관련이 있는지는 모르는 경우가 많다. 경기장을 기후변화의 심각성에 빗대어 표현한다면 얼마나 큰 영향을 끼치고 있는지 깨달을 수 있다. 경기가 열리는 동안 폭풍과 홍수와 같은 기후 관련 재난으로 인해 5,000명 이상의 이민자가 발생한다. 경기장에 비교하자면, 세계는 매 초마다 경기장 그라운드에 사용되는 나무 덮개 하나를 잃는다. 이는 경기가 끝날 때쯤이면 전 세계적으로 약 5,400개 만큼이 손실되는 양이다. 우리가 경기장을 찾는 시간에 지구의 다른 쪽에서는 수천 명의 이민자와 자원을 잃고 있는 것이다. 

<그림 1> 물에 잠긴 경기장 (출처: 조연민)

축구 산업계의 탄소중립을 위한 노력  

축구 산업계는 더 큰 위험을 막고 지속적인 축구 문화를 구축해나가고자 노력하고 있다. 풋볼포퓨처(Football For Future, FFF)라는 기관은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축구 경기 내에서 환경적으로 더욱 지속가능한 문화를 구축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기후과학자, 지속 가능 환경전문가 등으로 구성되어 축구 산업계의 이해관계자에게 기후변화로 인한 자연, 문화 및 비즈니스 환경에 대응하는데 필요한 지식과 방법에 대한 실질적인 역량을 부여해 주고 있다. 이렇게 함으로써 축구계가 가진 기존의 문화에 지속가능성이라는 개념을 도입하고 지구에 관심을 갖는다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에 대해 목소리를 내고 있다. 그리고 협업이 가장 큰 영향을 미치므로 기후변화에 대처하려면 환경적, 경제적 지속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모두가 협력해야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풋볼포퓨처의 활동 범위는 매우 넓고 다양하다. 축구계에 지속가능성에 대한 인식 제고를 위해 영국 정부 정책을 언급하는 것부터 여러 프리미어리그 구단의 아카데미와 협력하여 기후변화와 자연과학의 기초에 대한 교육을 하며 차세대 역량 강화를 도모하기도 한다. 특히 축구의 가장 큰 무대인 월드컵이 환경적으로 지속가능하도록 개최되는 것을 비전으로 삼고 있다. 실제로 가장 많은 탄소발자국이 발생하며 이는 주로 경기장 신축을 위한 고탄소 건축 자재 사용과 수백만 명의 해외 방문객 유치로 인한 것이다. 이와 같은 점을 해결하기 위해 풋볼포퓨처는 장기적으로 필요하지 않으면 새로운 건축이 필요하지 않다고 말하며 무건축 월드컵을 지향하고 있다. 하나의 대안으로 ‘드래그 앤 드롭(Drag and Drop)’ 경기장을 제시했는데, 이는 일명 ‘분리형’ 경기장으로 월드컵 기간 동안 사용된 경기장을 분해하고, 다른 대회 개최를 위해 다른 장소에 재건을 하는 것이다. 이는 지구 반대편에서 몇 년 간격으로 같은 경기장을 볼 수도 있다는 것을 상상할 수 있다. 

<그림 2> 풋볼포퓨쳐의 비전 (출처: 풋볼포퓨처 공식 홈페이지)

이러한 물리적인 방법 외에도 월드컵에서 발생하는 탄소 발자국을 계산하는 일관된 접근법을 확립해야 한다고 말한다. 실제로 각 대회는 서로 다른 접근법과 다른 내용을 포함하기 때문에 탄소배출량을 정확하게 비교하는 것이 더욱 어렵다. 이와 관련된 사례로 2022 카타르 월드컵과 관련된 탄소 배출량은 무려 아이슬란드의 연간 배출량과 맞먹는 360만 톤인 것으로 추산됐다. 비영리 단체인 카본마켓워치(Carbon Market Watch)는 영구적인 새 경기장 건설과 관련된 배출량이 과소계산되었기 때문에 360만 톤은 과소평가된 수치라는 주장을 하며 실제로 이보다 더 많은 탄소가 배출됐다고 말했다.  

그렇기에 풋볼포퓨쳐는 월드컵 개최의 기본 기준으로 탄소 배출량이 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모든 것은 월드컵 유치 과정에서 시작하는데 FIFA는 평가 보고서에서 채점 기준 전체에서 환경을 크게 무시하여 교통 분야를 위험도가 낮은 것으로 최종 평가를 내린다. 그러므로 입찰 과정에서부터 탄소 발생을 고려 사항으로 포함시켜 방문객의 국제 여행 및 건설에서 발생하는 탄소의 환경적 영향을 실제로 다루는 것이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 또한 월드컵이라는 보편적 플랫폼을 활용하여 전 세계적으로 기후 인식을 높이고 지속가능한 넷제로 사회로의 전환을 추진하는 것이다. 오늘날 모든 산업 분야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기후변화이기에 지구인이 하나가 되는 월드컵 시즌에 전 세계인이 가장 많이 찾는 관광 명소인 축구 경기장의 친환경적 운영은 필연적인 과정이라고 생각된다.

2. 프리미어리그 가장 친환경적인 경기장    

가장 인기있는 영국 축구계의 생존을 위한 탄소중립 

스포츠 경기 중 가장 인기가 많은 종목과 리그를 생각하면 쉽게 영국의 축구리그인 프리미어리그가 떠오른다. 오래된 축구 역사를 가지고 있고 팬들의 열성적인 지지를 얻고 있지만 그 명성이 오래된 만큼 경기장의 지리적 위치, 노후화 등의 시설 여건은 기후변화에 취약점으로 남게 되었다. 2014년에 영국의 잔디 경기장은 악천후로 인해 시즌당 평균 5주 동안 손실을 입었고, 경기장의 3분의 1이 시즌당 2~3개월 정도 기간의 손실을 보았다. 2015/16 시즌에는 악천후로 인해 20개 이상의 축구 리그 경기가 취소되었다. 잉글랜드 칼라일을 연고로 하는 칼라일 유나이티드 구단은 태풍 데스몬드(Desmond)에 의해 거의 £200,000(한화 약 3억 원)의 비용으로 49일 동안 홈그라운드를 사용하지 못했다. 또한, 2020년 2월, 태풍 시아라(Ciara)로 인해 프리미어리그 경기 1경기와 여자 슈퍼 리그 경기 6경기가 취소되었다. 

실제로 프리미어리그 축구장의 4분의 1이 향후 30년 동안 홍수 위험에 처해 있다. 첼시의 스탬포드 브릿지, 웨스트햄의 올림픽 스타디움, 사우스햄스턴의 세인트 메리스, 노리치의 캐로우 로드 등이 여기에 해당된다. 헐 시티와 카디프 시티의 경기장은 2050년까지 완전히 물에 잠길 것으로 예상되므로 더욱 위험하다. 현재 프리미어리그가 기후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하는 것은 단순히 마케팅적 차원이 아닌 구단이 생존하기 위한 필수적인 선택으로 다가온 것이다. 프리미어리그에 속한 구단들은 이미 생존을 위해 그리고 지속가능한 축구 경기를 위해 탄소중립을 실천하고 있다. 그 중에서도 독보적으로 친환경적인 행보를 보이고 그린핫플로 명소인 곳이 있다. 

그린핫플로 유명한 토트넘 홋스퍼 스타디움

<그림3> 토트넘 홋스퍼 스타디움 (출처: 토트넘 홋스퍼 공식 홈페이지)

유럽 축구리그인 프리미어리그의 토트넘 홋스퍼 구단에는 62,850명을 수용할 수 있는 런던 최대 규모이자 가장 친환경적인 경기장인 토트넘 홋스퍼 스타디움이 있다. 2019년 4월 개장한 경기장은 런던의 활기찬 스트리트 푸드 문화를 벤치마킹한 60개 이상의 음식 및 음료 매장을 운영하고 있어 경기장을 방문한 팬들은 채식을 포함한 다양한 선택을 할 수 있다. 그중 경기장 내의 마켓 플레이스에 위치해 있는 유럽에서 가장 긴 바(bar)인 골라인(The Goal Line)은 꼭 방문해 봐야 할 핫플이다. 

<그림 4> 토트넘 홋스퍼 스타디움의 골라인 (출처: 토트넘 홋스퍼의 X 계정)

매년 약 200만 명의 방문객이 방문하는 경기장에는 스타디움 투어와 더 데어 스카이워크(The Dare Skywalk)를 포함한 방문객 명소를 갖추고 있을 뿐만 아니라 세계적 수준의 콘퍼런스 및 이벤트 시설을 갖고 있다. 구단은 관람객들이 몸소 체험할 수 있는 친환경 정책들을 펼치고 있는데, 경기장의 전기 공급은 100% 재생에너지로 운영되며 폐기물 매립 제로 정책, 재사용 가능한 맥주잔 제도를 운용하고 있으며 탄소 배출량을 획기적으로 줄이기 위해 자가용 외의 다양한 대중교통을 이용하기를 적극적으로 권장하고 있다. 

<그림 5> 더 데어 스카이워크 (출처: 토트넘 홋스퍼 공식 홈페이지)

프리미어리그 구단 중 독보적인 행보  

세계 최초 넷제로 축구 경기 개최 

게임제로(Game Zero)는 2021년 9월 19일 슈퍼선데이에 토트넘이 첼시를 상대로 한 세계 최초의 넷제로 메이저 축구 경기였다. 이 경기에서 넷제로를 실현하기 위해 Sky와 토트넘은 경기의 전력 공급에 사용되는 에너지, 팬과 구단 모두를 위한 경기장 왕복 이동, 경기장 내의 음식 등 경기 날 활동으로 발생할 수 있는 탄소 배출을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했다. 이들은 게임제로를 통해 팬들의 기후변화 문제에 대한 인식을 높이고 기후변화를 막기 위해 생활방식을 바꿀 수 있는 쉽고 간단한 방법을 제공하는 데 의의를 가진다. 게임제로 경기에서 탄소배출량을 감소한 방법은 다음과 같으며, 이러한 경기 개최를 목표로 설정함과 동시에 팬들에게 탄소배출량을 줄이도록 영감을 주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표 1> 게임제로 경기에서 토트넘 홋스퍼의 탄소배출량 감소성과 (출처: 토트넘 홋스퍼 공식 홈페이지)
<그림 6> 게임제로 경기날 자전거를 이용하는 구단 홍보대사 (출처: 토트넘 홋스퍼 공식 홈페이지)

또한 남은 배출량을 상쇄하기 위해 스카이는 탄소중립 및 기후금융 분야의 선도적인 전문가이자 장기 파트너인 Natural Capital Partners와 협력하여 동아프리카에서 재조림 프로젝트를 진행하였다. 이 프로젝트는 소작농이 자신의 땅에서 자라는 나무를 조달, 재배, 육성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데, 나무가 자라면서 대기의 이산화탄소를 제거하고 농민에게 자원을 제공하는 역할을 함으로써 실질적인 넷제로를 달성하였다. 또한 토트넘 홋스퍼 선수였던 다빈손산체스는 이 당시 로우랜드 힐너서리 스쿨(Rowland Hill Nursery School)이라는 영국 런던의 유아원의 어린이들과 함께 나무 심기 행사에 참여하여 토트넘 홋스퍼 스타디움 인근 녹지 공간에 구단과 스카이가 기부한 나무를 심는 일을 도왔다. 이는 구단 차원에서 넷제로 노력을 위한 활동뿐만 아니라 지역사회을 지원한다는 구단의 핵심정책과도 일맥상통한다. 

<그림 7> 토트넘 홋스퍼 나무심기 행사 (출처: 토트넘 홋스퍼 공식 홈페이지)

게임제로 경기에 선보인 조치 중 어느 것도 일회성이 아니라는 점이 중요하다. 주최 측에서는 계속해서 모든 운영을 평가하고 구단이 앞으로 나아가면서 탄소 배출량을 줄이는 방법을 강구해나갈 계획이라고 한다. 이제 첫발을 뗀 행사로 좋은 결과를 공유함으로써 전 세계 축구 클럽, 스포츠 단체, 운동선수 및 팬이 탄소 배출로 인한 환경 영향을 줄이도록 영감을 주는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프리미어리그 지속가능성 순위 1위 

토트넘 홋스퍼는 UN이 지원하고 스포츠 포지티브(Sport Positive)가 제작, BBC 스포츠가 발행하는 프리미어리그 지속가능성 순위에서 4년 연속으로 1위를 차지했다. 스포츠 포지티브는 모든 프리미어리그 구단의 주요 환경 지속가능성 정보를 체계적으로 수집하는데 클럽 운영에서 전략적으로 활동하고 정책을 수립하며 팬, 직원 및 선수들을 참여시키고 있는 클럽에게 더 많은 점수가 부여한다. 여기서 토트넘 홋스퍼는 리버풀과 함께 24점 중 23점을 획득해 가장 높은 순위를 기록했다.

<그림 8> 프리미어리그 지속가능성 클럽 순위 (출처: 토트넘 홋스퍼 공식 홈페이지)

토트넘 홋스퍼는 개인, 기업, 학교 및 기타 조직에 1년 안에 배출량을 10% 줄일 것을 요구하는 10:10 이니셔티브의 창립 멤버이며 2009년 시행 이후 활동하면서 지금의 구단 정책이 마련되었다. 모든 운영 수준에서 환경적 영향을 최소화하고 구단 전체의 효율성과 지속가능성을 개선하기 위해 관련된 이니셔티브와 기술을 수용하고 있으며 직원, 공급업체 및 파트너와 협력하고 있다. 

<표 2> 구단의 핵심 정책 (출처: 토트넘 홋스퍼 공식 홈페이지)

경기장 전반에 걸친 친환경 운영  

관람객의 쓰레기통 분리배출 

토트넘 홋스퍼는 가능한 구단 전체에서 발생하는 폐기물을 재활용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재사용 가능한 음료 컵을 이용해 ‘매립 쓰레기 제로’ 폐기물 관리 프로그램을 운영하여 폐기물을 처리할 때 알맞은 쓰레기통을 선택하기만 하면 모든 폐기물이 재활용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그림 9> 토트넘 홋스퍼 경기장 내의 건식혼합 재활용통과 일반 쓰레기통 (출처: 토트넘 홋스퍼 공식 홈페이지)

경기장 전체에 걸쳐 각 위치에 두 개의 다른 통이 설치되어 있다. 하나는 일반쓰레기통, 다른 하나는 건식 혼합(Dry Mixed) 재활용통인데 여기에는 빈 플라스틱 및 유리병, 빈 깡통, 종이, 소판지를 버릴 수 있다. 이 경우 남은 음식이나 액체가 들어 있지 않도록 주의해야 하며 남은 음식물을 포함한 다른 모든 폐기물은 일반 쓰레기통에 버려야 한다. 이 과정을 최대한 간소화하면서 올바른 쓰레기통을 사용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직원이 근처에 있으니 올바르게 버리고 있는지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경기가 끝나면 건식 혼합 재활용통은 에드먼턴 지역에 있는 자재재활용시설로 옮겨져 폐기물을 분리하고 품질 좋은 단일 자재를 생산한 다음 포장 및 재처리되어 이를 취급하는 회사로 보내진다. 만약 건식 혼합 재활용통에 일반 쓰레기를 버린다면 분류 및 용도 변경 과정이 불가능해지므로 올바른 쓰레기통을 이용해야 한다. 이렇게 함으로써 경기장을 찾는 팬들은 경기장 내의 폐기물 처리를 도울 수 있으며 더욱 지속가능한 경기장으로 만드는데 협력할 수 있는 것이다. 경기에서 남은 음식은 런던의 자선단체인 펠릭스 프로젝트(The Felix Project)에 기부되어 런던 내 빈곤 가정 아이들에게 음식을 기부함으로써 자체적으로 음식물 쓰레기를 줄인다.  

100% 재사용하는 플라스틱 컵

<그림 10> 영국 베이스플로우의 맥주컵 (출처: 베이스플로우 공식 홈페이지)

구단은 운영 전반에 걸쳐 일회용 플라스틱을 줄이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사용하는 제품이 수명을 다하지 않도록 하는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 구단은 일반 구역 전체에 재사용컵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영국 제조업체인 베이스플로우(Base-Flow), 리유저블 컴퍼니(Reusable Cup Company)와 협력하여 베이스플로우는 경기장 전체에 맥주 컵을 제공하고, 리유저블 컵 컴퍼니(Resuable Cup Company)는 다른 모든 음료 종류의 컵을 제공한다. 관람객이 음료를 다 마신 후 컵을 폐기해야 하는 맞춤형 통은 재활용통에 받침대로 받쳐놓아져 있다. 컵은 경기가 끝난 후 회수하여 현장에서 꺼내어 세척한 후 다시 사용할 수 있다. 그러므로 경기 날 제공되는 일회용 플라스틱 컵은 모두 재활용이 가능하다.

재생에너지 사용으로 스코프 2 배출량 0 달성 

토트넘 홋스퍼는 재생에너지 사용인증서(REGO) 및 브룩그린(런던의 에너지 공급업체)가 경기장에 제공하는 100% 인증된 재생에너지를 사용함으로써 스코프 2 배출량 제로를 달성했다. 건물 설계에 있어서는 단열, 태양열 차단, 건물 벽면 열 성능을 높여 추가적인 에너지 사용을 줄였다. 이로 인한 경기장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10년 전에 지어진 경기장보다 약 50% 적었고 이제는 건축 규정 기준의 22% 개선을 목표로 하고 있다. 또한 트레이닝 센터 전체에 걸쳐 75m2 면적의 태양광 패널과 공기 열원 히트 펌프 등의 재생에너지 개발 및 공급을 위한 기술을 적용했다. 

<그림 11> 토트넘 홋스퍼 스타디움 태양광패널 (출처: 토트넘 홋스퍼 공식 홈페이지)

지속가능한 교통수단 이용 권장 

앞서 말했듯이 경기장에서 배출되는 탄소량의 대부분은 스코프 3에 해당하는데, 그중 가장 많은 지분을 차지하는 것이 팬의 방문이다. 한 번에 몇만 명을 수용할 수 있는 경기장의 특성상 팬들이 오고 가는 교통수단을 친환경적으로 변경할 수 있다면 획기적으로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 구단의 공식 홈페이지에는 팬들을 위해 서비스 개선, 새로운 셔틀버스 및 지역 서비스, 보행자를 위한 더 나은 정보, 실시간 여행 정보, 명확한 전광판 안내 및 정기적인 교통정보 업데이트를 하고 있으며, 경기 당일 프로그램에 한 해 팬들에게 직접 제공된다. 

최근에는 경기일에 자가용을 이용하는 팬이 23% 이하(즉, 14,250명)로 클럽의 목표 달성에 근접한 것으로 나타났다. 구단은 경기장 주변에 새로운 자전거 보관대를 설치하고 팬들에게 경기일에 자전거를 타는 것을 적극적으로 권장하고 있다. 전기차를 타고 오는 관람객을 위한 전기차 충전소는 경기장 곳곳에 설치되어 있어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다. 

탄소 배출 제로인 음식이 가능한 이유 

토트넘 홋스퍼 스타디움으로 배달되는 모든 음식은 탄소 배출이 없다고 한다. 이게 어떻게 가능할까? 구단은 레이놀즈(Reynolds)와 협력하여 태양열로 작동하는 트랙터 장비를 구비한 전기 냉장 트레일러로 배달된다. 경기 날이 아닐 때는 더엠(The M)을 포함한 음식점의 모든 메뉴에는 채식주의자 및 비건 옵션이 포함되어 있다. 경기 날에 제공된다는 일명 ‘비건 매치데이 식품’에는 비트루트버거, 두부카츠카레, 핫잭프루트 샌드위치 등이 제공되고 있다. 

<그림 12> 토트넘 홋스퍼 스타디움 레스토랑 더엠(The M)

또한 가능하면 모든 식품의 원재료는 현지에서 지속적으로 공급되도록 노력하고 있다. 음식을 제공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남은 음식을 처리하는 것 또한 못지않게 중요하다. 경기장에서 나오는 폐기물은 50마일도 채 떨어지지 않은 Wicks Manor 농장의 돼지들에게 먹이를 주는데 사용되고, 이 돼지들은 구단이 제공하는 돼지고기 제품에 사용되는 방식으로 자원순환을 실행하고 있다. 쌀 같은 경우는 업계 최초로 지속가능한 농업으로 쌀을 생산한 국제 브랜드인 리소 갈로(Riso Gallo)에게 공급받고 있다.  

생태 환경 구축 

경기장을 방문할 때 경기장 주변을 걸어본 적이 있는 팬들은 경기장의 생태친화적인 환경을 느낄 수 있다. 구단은 몇 년 전 경기장을 건설하기 앞서 경기장 부지에 대한 상세한 생태조사를 실시하여 여러 기준선을 설정하였다. 이 지역은 건물, 땅, 스탠딩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으며 생활 편의시설로는 일부 잔디 지역과 고르게 배치되어 있는 반숙성 및 다 자란 나무들이 있다. 건물과 나무는 일반적으로 박쥐와 새들에게 은신처가 되면서 동시에 번식할 수 있는 공간을 조성함으로써 경기장 내 부지의 생태적 가치를 높이기 위해 다양한 휴식처 및 둥지 기능을 하고 있다. 서식 생물로는 황조롱이, 찌르레기, 칼새 그리고 도시 환경에서 흔히 발견되는 다양한 다른 조류 종들을 포함하여 지역적으로 중요한 다양한 종들을 아우르고 있다. 

 3. 프리미어리그 구단의 기후행동 

토트넘 홋스퍼를 포함한 다른 구단들 대부분이 참가하고 있는 레이스투제로(Race To Zero)는 2030년까지 탄소 배출량을 절반으로 줄이고 2040년까지 넷제로를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작년 COP26에서 시작되었으며 기업, 도시, 지역, 금융 및 교육 기관을 포함한 기후 활동가들을 결집하여 분명한 목표를 세운 뒤 실행 계획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있다.

<그림 13> 레이스투제로 로고 (출처: UNFCCC 공식 홈페이지)

토트넘 홋스퍼는 2021년 1월 레이스투제로에 참여하여 전 방면에서 넷제로를 달성하기 위한 노력을 하겠다고 말하였으며 협정에 따라 행동 원칙을 세웠다. 2040년까지 탄소 배출량을 ‘0’으로 만드는 목표를 설정했고 탄소 배출량이 가장 많은 스코프 3 배출량 측정에 주력을 두며 어떤 부문에서 탄소가 가장 많이 나오는지 파악하고 어떤 식으로 탄소를 감축할 것인지 계획하고 있다. 리버풀은 온라인으로 경기를 시청할 경우 사용되는 에너지양을 측정한다. 구단은 콘텐츠 하나를 한 시간 시청할 경우 탄소 55g이 배출된다고 말하며 더 친환경적인 방식으로 콘텐츠를 제공하는 방안에 대해 고려 중이라고 한다. 특히 경기장에 900그루 이상의 나무, 울타리, 덤불, 야생화 등을 심은 공로를 인정받았다. 안필드 구단은 앞으로 탄소배출량을 80%까지 줄일 수 있는 지속 가능한 항공 연료를 이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맨시티는 건설·공사 작업 시 발생하는 탄소량과 경기 당일 구장에서 경호를 서는 경찰관 수, 경찰 차량 등이 배출한 탄소량도 추적한다. 울버햄튼은 수자원 사용 시 배출된 탄소량을 계산한다. 아스널 FC, 아스톤빌라 FC 등도 향후 밸류체인 전체 탄소 배출량을 공개할 계획이라 밝힌 바 있다. 

4. 축구 산업계에 주는 시사점 

세계적인 관광 명소 중에서도 축구와 기후변화와의 관련성은 매우 큰 시사점을 가진다. 축구 산업계 그리고 유럽 축구리그 중 가장 인기가 많은 프리미어리그 구단의 지구를 지키기 위한 실질적인 정책들과 팬들이 경험할 수 있는 이벤트들을 사례로 가져와 살펴보았다. 프리미어리그 구단 중에서도 가장 친환경적인 구단으로 손꼽히는 토트넘 홋스퍼의 경기장인 토트넘 홋스퍼 스타디움을 소개하면서 구단의 녹색 전환을 위한 노력을 알아보았다. 그중에서도 구단의 핵심 정책은 타 구단도 벤치마킹해도 될 만큼 환경친화적인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경기장에서 배출되는 탄소를 넷제로로 만들기 위한 구체적인 노력이 눈에 띄는데, 스타디움 주변을 녹색 부지로 만들고 산림을 조성함으로써 스타디움 자체에서 어쩔 수 없이 배출되는 탄소에 대해 이를 상쇄하려는 효과를 볼 수 있다는 것이 그 점이다. 실제로 숲은 생물 다양성에 매우 중요하고 우리 모두가 배출하는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는 데 도움이 되어 매우 중요하기 때문이다. 현재 토트넘 구단이 업계를 선도하며 경기장을 친환경적으로 운영하는 것을 다른 프리미어구단, 타 유럽 축구 구단 및 각국을 대표하는 축구 구단과 관련 협회들에서 관심을 가지고 제도적으로 시행한다면 머지않아 축구 경기장을 찾는 팬들도 그린 명소를 직접 체감할 수 있을 것이며 팬들 스스로도 환경적 영향을 최소화하려는 노력을 하게 될 것이다. 

더 나아가 세계의 주요 축구 구단뿐만 아니라 각 나라를 대표하는 축구 구단까지 이들이 경기장을 운영하면서 팬들에게 환경적인 이슈에 대해 꾸준히 알리고 인식을 높이는 역할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책임감을 갖고 스피커 역할을 한다면 세계인들이 환경 문제에 대해 언급하는 날이 오지 않을까 생각된다. 이는 장기적으로 본다면 세계인의 축제인 월드컵에도 영향을 끼쳐 FIFA가 개최지를 선정하는데 환경적 영향을 우선시하는 평가항목이 만들어질 수도 있을 것이다. 나아가 각국에서도 월드컵 유치를 위해 자국의 경제적 효과보다는 어떻게 하면 탄소 배출을 줄이도록 노력할 수 있을지에 대한 논의의 장이 펼쳐지지 않을까 기대된다. 


참 고 문 헌  

•Base-Flow Official Website: Cup Wash and Management Service

• Football For Future Official Website: Mission

• Reusable Cup Company Official Website

• Sky Group Official Website: Game Zero

• Tottenham Hotspur Official Website: The Stadium > Sustainability – Passionate About Our Planet

• 조선미디어 더나은미래 (2023.06.07.) 탄소추적 나선 EPL 구단들… 직관 팬 교통수단부터 TV 시청 전력량까지 측정

• ESG경제 (2023.10.10.) ‘2030 월드컵’개최국 늘린 FIFA, 환경 피해 논란 진화에 진땀

• Football For Future Official Blog (2022.11.29.) FFF Visions: An Environmentally Sustainable World Cup

• Tottenham Hotspur Official Website (2021.12.01.) News – Game Zero achieves net zero carbon status


조 연 민 ㅣ 친환경 컨텐츠 제작자

세계 3대 자연사박물관이 친환경 분야에서도 세계 최고와 최초의 역사를 쓰다

1. 자연사와 친환경  

요즘 우리는 모든 산업 분야와 일상생활 속에서 친환경으로 변모하는 삶을 살고 있다. 모두가 체험하고 있는 친환경 세상이지만 환경과 가장 밀접하고 중요한 분야 중 한 곳은 자연사이다. 자연사라는 단어는 우리에게 생소하게 들릴 수도 있을 것 같다. 게다가 관광지로 자연사박물관을 간다는 것은 국내에서는 드물다. 자연사박물관은 고사하고 국내에서 박물관을 여행으로 간다는 것은 어릴 때 부모님과 가서 지식을 습득하고 무언가를 체험하는 장소와 같은 느낌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한국에는 자연사박물관이라는 이름을 가진 박물관은 존재하지만 나라를 대표할 만큼 규모있고 역사가 깊다고 말할 수는 없다. 

그러면 해외는 어떨까? 국내에서는 친숙하지 않지만 해외에는 나라를 대표할 만큼 명성이 높은 자연사박물관이 몇 개의 국가에 있으며 그 나라에 방문한다면 꼭 가봐야 할 명소로 유명하기도 하다. 앞으로 소개하겠지만 이러한 세계적인 자연사박물관은 보통 그 역사가 오래된 경우가 많아 현대에 이르러 발생하고 있는 기후변화에 적응하기 더욱 취약한 분야 중 하나이다. 그렇기에 자연사박물관의 기존 운영 방식을 바꾸는 작업은 매우 까다로우면서도 동시에 귀중한 수집품들을 관리해야 한다는 사명감을 띄기도 한다. 자연사박물관은 이 특성상 친환경으로 운영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이르렀음을 알 수 있다. 

<그림 1>  영국 사우스 켄싱턴에 위치해 있는 자연사박물관 전경 (출처: 자연사박물관 공식 홈페이지)

좀 더 근본적으로 말하자면 자연사박물관은 자연에 있는 동물, 식물, 광물 그리고 생태계와 인간의 지식을 늘리고 그 결과를 전시와 여러 가지 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대중이 쉽게 학습하게 하는 기관이다. 그러므로 과거와 현재에 존재했거나 존재하는 인간과 인간 이외의 모든 생물과 그들의 진화에 있으며 아울러 지구와 이웃 행성들의 구성과 진화에 있다는 것이다. 표본을 수집, 보관하고 연구원들이 표본을 연구하여 독창적인 논문을 발표하는 곳이면서 동시에 일반인과 유치원에서 대학원에 이르는 모든 학생들에게 전시, 강의와 기타 프로그램을 통해 교육하는 곳이다.  

그중에서도 세계 3대 자연사박물관은 미국, 독일 그리고 영국에 위치한 자연사박물관으로 그 역사가 족히 백 년에서 몇백 년 단위일 정도로 역사가 깊다. 그중 영국의 국립자연사박물관은 8천만 개 이상의 표본과 300명이 넘는 과학자의 규모를 갖춘 세계 최고의 과학 연구센터이자 매년 500만 명이 넘는 방문객이 방문하는 유럽 최고의 관광 명소 중 한 곳이다.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자연사 전시품들을 보존하고 있기 때문에 이를 안전하게 유지하기 위해서는 특정 조건을 필요로 함과 동시에 지속가능성을 염두한다면 앞으로 더 복잡해질 것으로 보인다.  

앞의 설명들을 참고하면 영국의 국립자연사박물관의 주된 역할은 과학 연구, 전시 및 교육에 치중된 것으로 보인다. 그렇지만 이에 못지않게 영국의 국립자연사박물관은 친환경적인 관광 명소 1위로도 유명하다. 게다가 표본 수집은 더 어려워지고 전시품들은 안전하게 유지해야하는 입장에서 친환경적인 운영까지 해냈다고 볼 수 있다. 어떻게 그것이 가능했을까? 박물관은 최대한 탄소배출을 줄이기 위한 목표를 설정했는데, 그 계획은 친환경 기술로 전환하고 이후 지어지는 모든 새로운 건물에서 넷제로를 지향하는 것이다. 그렇지만 실제로 모든 부분에서 넷제로를 달성한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워 보인다. 즉 얼마나 효율적이든 상관없이 일부에서는 일정량의 이산화탄소를 항상 생성할 것이 분명하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배출량을 없앨 수 있는 모든 것을 하고 그 후 최후의 수단으로 탄소상쇄 프로그램으로 실제 넷제로를 달성하는 전략을 세웠다. 

<그림 2> 영국 자연사박물관 전시품 (출처: 자연사박물관 공식 홈페이지)

 
이와 같이 박물관을 운영함에 있어서 자체적인 노력과 더불어 대외적으로 대응하기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영국의 자연사박물관은 친환경 분야에서 세계 최고와 최초의 기록을 세우며 역사를 써나가고 있어 그린핫플로 선정하게 되었다. 다음 챕터에서 선정을 하게 된 배경을 구체적으로 소개하고, 그 후 탄소중립을 위한 자체적인 운영과 방문객들이 접할 수 있는 친환경적인 요소 등을 알아본 뒤 마지막으로 국내 자연사박물관에 주는 시사점을 도출하고자 한다.  

2. 세계 최고와 최초의 기록을 가진 친환경 박물관

<그림 3> 세계에서 가장 친환경적인 관광명소 순위 TOP10 (출처: Uswitch 홈페이지)

세계에서 가장 친환경적인 관광 명소  

영국의 자연사박물관은 유럽의 대표 관광 명소로 이미 유명하다. 그렇지만 박물관 및 미술관 분야로 봤을 때 세계에서 가장 친환경적인 관광 명소라는 사실은 그만큼 알려지지 않은 듯하다. 영국의 소비자 제품 비교 웹사이트인 Uswitch 에너지팀이 세계에서 가장 많이 방문하는 관광 명소 중 27곳을 뽑았다. 위 그림에서 보듯이 탄소 저배출, 물 절약, 재활용 지침, 생태보존 노력, 재생에너지 및 지속가능한 운송수단을 항목으로 하여 세계에서 가장 친환경적인 관광 명소를 채점하여 순위를 매겼다. 친환경 점수로 환산하는데 60점 만점에 44점을 받아 1위 미국 디즈니랜드, 2위 시드니 오페라하우스, 3위 미국 나이아가라 폭포, 4위 홍콩 디즈니랜드에 이어 5위를 기록하였다. 그렇지만 순위권에 있던 박물관 및 미술관 중에서는 1위를 차지했으며 10위권 내의 유일한 박물관 및 미술관에 해당한다는 점이 주목할 만하다. 특히 자연사박물관은 환경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가장 높은 인식을 갖고 있는 친환경 인증에서 최고 점수를 받았고, 2019년에 박물관은 총 온실가스 배출량을 5%까지 성공적으로 줄여 탄소발자국을 10,139톤으로 만든 성과도 가지고 있는 등 친환경 분야에서 독보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세계 최초 과학기반 탄소감축목표를 설정한 박물관

<그림 4> 과학기반 탄소감축목표 로고 (출처: SBTi 홈페이지)

세계에서 가장 친환경적인 관광 명소로 이미 발표가 됐지만, 세계 최초의 타이틀을 가진 박물관이기도 하다. 영국 자연사박물관은 세계 최초로 과학기반 탄소감축목표를 설정한 박물관이기도 하다. 과학기반 탄소감축목표 이니셔티브(Science-based Target Initiative, SBTi)는 파리기후협약을 달성하기 위한 기업 및 금융기관의 탄소 감축 목표 기준을 제시하고 모니터링 하는 이니셔티브이다. 현재 전 세계 1,700개가 넘는 기업 및 기관이 과학기반 감축목표 수립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영국 정부는 2050년까지 넷제로에 도달하는 것을 목표로 하여 정부 관련 기관들을 대상으로 우선적으로 이 목표를 달성할 것을 요구하였다. 영국 자연사박물관의 경우 2050년보다 무려 15년이 앞선 2035년까지로 설정하였고 2031년까지 탄소배출량을 60% 감소시키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는 현재 탄소배출 감소를 위해 얼마나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고 성과를 이루는데 자신 있는지를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실제로 영국 자연사박물관은 세계 최초로 과학기반 탄소감축 목표를 자연에 의한 지속가능한 계획의 일환으로 하는 것으로 발표하면서 파리기후협약에 따라 과학기반 탄소감축목표를 설정한 세계 최초의 박물관이 되었다. 

3. 지속가능한 박물관의 탄소중립 실천 

탄소배출 감축 

영국 자연사박물관은 ‘지속가능한 박물관’이라는 사명감을 가지고 탄소중립을 실천하고 있다. 박물관을 운영하며 의사결정을 내릴 때 항상 지속가능성을 고려하면서도 환경친화적인 방식을 채택하려고 한다. 자체적인 기술 연구와 자원을 재사용하면서 탄소배출과 에너지 소비를 줄이고 있으며 이를 박물관을 방문하는 관람객에게까지 닿을 방법도 모색하고 있다. 

<그림 5> 영국 자연사박물관 스코프 1 & 2 탄소배출량과 관련 에너지비용 (출처: 자연사박물관 지속가능보고서) 

최근 4년 자연사박물관의 스코프 1&2는 직접적인 탄소배출량을 추산한 것으로 사우스 켄싱턴에 위치한 자연사박물관이 압도적으로 차지하고 있으며 트링과 원스워스에 위치한 박물관의 탄소배출량 비율은 매우 적었다. 탄소배출량보다 더 눈에 띄는 것은 에너지 비용이 크게 감소했다는 것이다. 이렇듯 자연사박물관은 탄소배출 정보뿐만 아니라 지속가능성과 관련된 항목들을 분류하여 통계자료로 명시하고 있으며 지속 가능 보고서를 발간하여 공개하는 등 투명한 운영을 하고 있다.  

재생에너지로 전환  

영국의 자연사박물관은 런던의 사우스 켄싱턴과 하트퍼드셔 주의 트링이라는 두 지역에 각각 위치해 있다. 트링에 위치한 박물관의 경우 2020년 총 시스템 용량이 88kWp인 318개의 태양광 패널을 설치하여 매년 75,835kWh까지의 전력을 생성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었다. 이는 건물의 연간 전기 사용량을 충당할 만큼이며 나아가 연간 약 £9,100(한화 약 1,500만 원)의 전기세를 절약할 수 있다. 연간 21톤 이상의 이산화탄소배출량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되며, 10,514그루의 나무를 심는 것과 동등한 효과를 가져온다. 

<그림 6> 트링에 위치한 자연사박물관 건물의 태양광패널 (출처: 자연사박물관 공식 홈페이지)

사우스 켄싱턴에 위치한 박물관은 2022년에 고생물 건물동의 지붕에 소규모 태양광 발전기를 설치하였다. 사우스 켄싱턴에서는 대부분의 전기가 현장의 3세대 에너지 센터에서 나오는데 비록 천연가스를 태우지만 냉방, 난방 및 전력을 포함하기 때문에 폐기물을 줄이는 효과를 주며 현재로서는 에너지를 관리하는 가장 효율적인 방법인 것이다. 그러면서도 박물관은 2035년까지 이 에너지 센터를 탄소중립화할 수 있는 방법을 연구하고 있다. 지금까지는 에너지 절약 차원으로 장비 업그레이드와 열 펌프 도입과 같은 조치를 시행하면서 전력 소비를 통제하고 관리하고 있다. 그 외, 에너지 절약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전담 매니저를 채용하고 2030년까지 에너지 집약도(energy intensity)를 40% 감소시키는 것을 목표로 한다. 기존 시스템을 더 효율적으로 만들고 모든 새로운 프로젝트에 ‘에너지 효율성’이라는 항목을 고려함으로써 이를 달성할 계획이라고 한다.  

대체 교통수단 권장  

비행기와 자동차가 발생시키는 온실가스의 양은 어마어마하다. 그렇기에 박물관 직원들은 필요한 경우에만 이동 수단을 이용하도록 권장하고 있으며, 가끔씩 연구자들은 손상되기 쉬운 샘플을 안전하게 운반해야 할 때 비행기를 타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비행기에 대한 의존을 줄이기 위해 합당한 사유나 예외 사항을 제외하고 영국 내에서 국내선과 비즈니스 클래스 비행기를 타지 못하도록 하는 새로운 정책을 도입했다. 최근에는 직원의 통근 패턴을 조사하고 이동 수단을 전기차로 업그레이드할 수 있는지 고려하고 있다고 한다. 

<그림 7> 방문객에게 지속가능한 교통수단을 홍보하는 박물관 사이트 (출처: 자연사박물관 공식 홈페이지)

공식 홈페이지에는 지속가능한 운송수단으로 방문객들에게 집에 차를 두고 대중교통 이용을 권장하는 일종의 캠페인이 진행되고 있다. 생물 다양성의 관점에서 접근하여 개인이 캠페인에 참여하여 기여할 수 있도록 장려한다. 자가용을 이용한다면 도시의 교통체증과 대기오염의 원인이 되어 결국 우리의 건강과 자연에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친다고 말한다. 그래서 가능하다면 집에 차를 두고 걷거나 자전거를 타거나 대중교통을 이용함으로써 대기오염을 줄이는 것을 권장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폐기물로 인한 환경오염 줄이기

박물관은 폐기물로 인한 환경오염과 과소비라는 두 가지가 자연에 큰 위협이 되고 있다고 경각심을 드러냈다. 가능한 적은 양의 폐기물을 생산하려고 노력하고 재사용 및 재활용을 극대화하기 위해 방문객, 협력 업체, 전시 등과 같이 다각도에서 접근하고 있다. 기본적으로 박물관의 방문객은 박물관 내에 위치한 카페와 출구에서 폐기물을 재활용할 수 있으며, 개인 텀블러로 곳곳에 설치되어 있는 식수대에서  물을 받아 마시는 방법으로 플라스틱 사용을 줄일 수 있다. 대표적인 폐기물인 가구와 기타 물품의 수명주기를 연장하기 위한 내부의 재사용 지침 또한 마련되어 있다. 특별 전시회에 쓰이는 세트, 좌석 및 벽체는 가능한 경우 재활용된다. 전시가 종료되면 장비 및 패널을 전시품 공간으로 이전하여 연구를 목적으로 하는 방문자를 위해 별도의 공간을 마련하여 자원을 재사용하는 효과를 가져오고 있다. 

<그림 8> 플라스틱을 포함하지 않는 자연사박물관의 멤버십팩 (출처: 자연사박물관 공식 홈페이지)

물론 현장에서 재사용되지 않고 재활용해야 하는 경우가 있다. 박물관에서 발생하는 폐기물은 모두 매립지로 가지 않는다. 한국과 동일하게 일반 폐기물은 소각되며, 혼합 폐기물은 영국의 폐기물 처리 시설로 보내져 특성에 맞게 분류된 다음 재처리 공장으로 보내진다. 음식물 쓰레기의 경우 무산소 조건에서 분해되어 비료로 만들어지는데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기체를 포집하여 에너지로 사용한다. 보통 종이류로 분류되는 다량의 판지의 경우 종이 펄프 공장으로 회수하여 새로운 제품으로 만들며 유리는 유리 공장에서 재사용한다.  

박물관은 이미 체계적인 폐기물 처리 시스템을 갖추며 세계적으로 친환경적인 명소로 꼽히는데 좋은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현재에 머무르지 않고 개선해 나가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박물관은 평균 재활용률을 최소 60%로 높이는 것을 목표로 하여 폐기물을 더욱 면밀하게 모니터하고 일련의 폐기물 감사를 수행할 것이며, 재사용을 할 수 있는 방법을 찾을 계획이라고 하니 박물관뿐만 아니라 전시를 업종으로 하는 기관들에게 모범 사례로 인식을 높여줄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물 절약을 최우선으로  

세계적인 박물관의 물은 어디서 오고, 연간 얼마나 사용이 될까? 박물관의 물은 사우스 켄싱턴의 상수도 및 지하수에서 공급되며 과거에는 매년 약 40개의 올림픽 규모 수영장 정도의 물을 사용했을 만큼 엄청났다. 현재는 물 절약을 위해서 화장실에서 변기의 물을 내릴 때 사용되는 물의 양을 줄이는 이중 수세식 변기를 설치하거나 감지 제어 또는 누름 버튼을 설치하는 등의 조치를 점차적으로 취해오고 있다. 2026년까지 2018년 대비 물 소비 20% 감축을 목표로 하고 있어 물 소비 패턴을 모니터링하여 절약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나갈 예정이다. 또한 물 절약을 장려하기 위한 직원 교육을 실시하고 물 재사용을 위해 싱크대의 오수 및 빗물을 재활용하는 등의 조치를 취하고 있다. 

공급 업체와 공급망에서 탄소배출 감소 

 박물관에서 탄소배출을 줄이기 위해 가장 중점으로 두는 곳은 어느 분야일까? 탄소배출은 박물관의 건물뿐만 아니라 박물관 운영을 위해 구매하는 상품의 제조 등 다양한 곳에서 발생한다. 이는 스코프 3인 공급망에 해당되며 스코프 1, 2에서 발생하는 탄소배출의 두 배로 추정하고 있다 스코프 1, 2는 건물에서의 에너지 사용으로 인한 배출을 다루며 이에 즉각적으로 대처하고 있지만, 스코프 3의 경우 박물관이 자체적으로 통제하는 것이 제한적임과 동시에 그 계산이 복잡하고 다루기 어려운 실정이다. 그렇기에 지속가능한 운영 방식을 위해서 공급망에서 탄소배출을 줄이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박물관은 상위 30개 공급 업체에게 탄소배출 정보를 요청하고 지속가능한 조달 가이드를 도입하고 있다. 

지속가능한 소재 사용 

자연사박물관을 찾는 관람객들의 필수 코스 중 한 곳은 박물관 안의 상점일 것이다. 박물관은 자체적인 연구와 전시를 기본으로 하고 있지만 또한 관람객의 편의를 위한 쇼핑 서비스도 제공하고 있다. 그만큼 박물관은 소매 분야에서도 선도 기업이 되는 것을 주요 목표 중 하나로 생각하며 여기에 지속가능성을 포함시키며 종합적으로 고려하고 있다. 이르면 과다한 포장재와 일회용 플라스틱을 없애는 등의 과제에 대한 해결책을 찾기 위해 공급업체들과 협력하고 있으며, 더 지속가능한 소재를 구매하고 제조 공정에 사용하는 등의 작업도 진행 중이다. 상점을 방문하는 관람객들은 의류부터 액세서리, 장난감 등의 상품을 고르는 것부터 포장하는 것까지 모든 것에서 친환경적인 요소를 체험할 수 있다. 상점에 판매되는 모든 의류는 100% 재활용, BCI 1) 인증이 된 원단 또는 유기농 원단으로 만들어졌다. 또한 액세서리에는 버진 폴리에스터를 사용했는데 이를 더 지속가능한 대체재로 바꾸려는 작업도 진행 중이다. 솜 인형과 같은 장난감에는 재활용 PET가 사용되었고 놀이형 장난감에는 외피 원단 및 구성에 있어 가능한 경우 rPET 2) 를 사용하였다. 상품을 포장하는 것은 어떨까? 꼭 필요하지 않은 버블랩은 사용을 중단했고 현재 재활용 종이를 대안으로 하여 현장은 물론 온라인 배송에도 사용하고 있다. 그리고 이 일회용 종이봉투 또한 100% 재활용 종이로 만들어졌기 때문에 관람객은 집으로 가져간 패키징 된 종이를 분리수거함으로써 친환경 활동에 기여할 수 있다. 크리스마스 시즌에 상점을 방문하는 관람객들은 크리스마스트리를 볼 수 있는데, 2021년과 2022년의 모든 크리스마스 장식에는 플라스틱이 전혀 포함되지 않았으며 2023년의 크리스마스트리의 장식도 그와 같았을 것으로 보인다. 

<그림 9> 자연사박물관 기프트샵 (출처: VISIT LONDON 홈페이지)

우리는 관람객이기에 보통 상점을 방문하지만, 사실 상품이 상점에 도달하기까지는 박물관의 소매팀과 창고팀을 거치는 과정이 필수적이다. 이들은 제품의 포장재를 선택하고 재활용되는 데까지 모든 과정에서 지속가능한 자원으로 대체되도록 하고 있으면서도 관람객이 제품을 재활용하기 쉽도록 명시하고 있다. 먼저, 배송물을 종이, 골판지, PET 및 HDPE 3) 플라스틱으로 구분 지어 재활용하도록 분류한다. 가능한 경우 공급업체와 협력하여 배송 포장물을 제거하고 티셔츠와 액세서리를 개별적으로 포장하는 대신 큰 외부 가방에 한 번에 포장하는 등 포장재를 최소화하고 있다. 지속가능한 자원으로 제품을 만들기 위해 소재도 신중히 선택하고 수성/식물성 잉크를 사용하여 제품 수명을 더 오래가도록 한다. 또한 일회용 플라스틱과 일회용품에 대한 의존을 줄여 소비자가 더 지속 가능한 라이프스타일을 지향하도록 한다. 다양한 제품 라인을 갖고 있는 만큼 앞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지만 이와 같은 활동을 꾸준히 함으로써 공급업체, 박물관, 관람객에 이르기까지 지속가능한 발전의 선순환이 이루어질 것으로 보인다.

환경적 영향을 최소화하는 카페와 레스토랑 

자연사박물관을 방문하는 모든 사람들이 즐겨 찾는 장소가 상점도 있지만 당연코 음식점을 빼놓을 수 없을 것이다. 박물관은 자체적으로 음식을 만들어 제공하지 않고 ‘베누고’라는 외식업체로부터 영양 가득하고 지속가능한 음식을 제공받고 판매하고 함으로써 가능한 한 환경적 영향이 적도록 하고 있다. 박물관은 베누고의 탄소배출 관련 정보들을 명확하게 설명함으로써 지속가능한 운영을 한다는 신뢰성을 가지고 있다. 이들이 제공하는 커피, 물, 케이터링, 포장, 식품 라벨 그리고 탄소 감축 기여를 위한 활동에 대해 구체적으로 알아보자.  

<그림 10> 베누고 레스토랑 전경 (출처: 베누고 공식 홈페이지)
<표 1> 베누고의 서비스 (출처: 영국 자연사박물관 공식 홈페이지)

4. 우리나라 박물관에 주는 시사점 

박물관들은 그 특성상 오래된 인프라와 귀중한 전시품들을 관리해야 하기에 기후변화에 취약한 분야 중 하나로 손꼽힌다. 영국 정부가 관리하는 런던자연사박물관에서는 2031년까지 기존의 탄소배출량을 60%까지 줄임과 동시에 세계 최초로 과학기반 탄소 감축 목표를 설정하여 2035년까지 넷제로를 달성하기 위해 매우 다양한 운영을 시행하고 있기에 우리나라의 박물관들이 벤치마킹할 수 있는 요소들이 많을 것으로 보인다. 

가장 탄소배출이 많은 분야를 개선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데 박물관의 직접 운영으로 인한 탄소배출량인 스코프 1, 2의 2배 이상에 해당하는 스코프 3가 이에 해당한다. 대표적으로 해당하는 것이 방문객의 이동수단, 공급업체로부터 상품을 받는 유통 과정에서 발생한다. 방문객의 교통수단은 친환경적으로 바꾸는 방향으로 권고할 수 있을 것이다. 자가용보다는 대중교통 사용, 자가용을 사용한다면 친환경 에너지를 사용하는 전기차 및 적어도 하이브리드차를 선택하여 환경오염을 줄이는데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방문객들이 박물관에 오기까지 어떤 교통수단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박물관의 친환경 운영에 기여할 수 있다는 인식을 가질 수 있도록 홍보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것이다. 공급업체에게 받는 상품의 유통 과정에서는 유통 과정 뿐만 아니라 상품이 저탄소 재질, 성분으로 이루어져 있는지의 여부까지도 스코프 3에 해당된다. 그렇기에 박물관이 거래하고 있는 공급 업체에게 탄소 배출 정보를 요청하고 유통 과정에서 탄소 배출을 줄이는 운송 수단으로 전환, 업체와 거래 시 저탄소 상품을 선택하는 등 지속 가능한 방향으로 공급망을 개선할 수 있다. 

영국의 런던자연사박물관은 이러한 친환경 정책들을 방문객들이 직접 체감할 수 있도록 박물관의 곳곳에 잘 배치해두었다. 상점에서 판매하는 모든 의류는 100% 재활용 또는 유기농 원단으로 만들어졌고 포장재에는 버블랩을 사용하지 않고 재활용 가능한 종이로 패키징하고 있다. 운영하는 식당은 환경적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외식업체인 ‘베누고’를 통해 음식을 공급받고, 베누고의 탄소 배출 관련 정보들을 명확하게 설명을 하고 있다. 앞서 구체적으로 표로 제시하였듯이, 이들이 제공하는 커피, 물, 케이터링, 포장, 식품 라벨 그리고 탄소 감축 기여를 위한 활동을 참고한다면 박물관의 운영을 개선하고 방문객들은 이를 경험하여 박물관의 탄소중립에 대한 노력을 체감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나라의 박물관들도 방문객이 상점에서는 저탄소 제품을 구매하고 카페와 레스토랑에서는 저탄소 음식을 경험하도록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박물관에서 저탄소 제반 시설들이 마련된다면 머지않아 녹색관광명소로도 한발짝 더 나아갈 수 있지 않을까 기대된다. 

각 주 
1) Better Cotton Initiative의 약자로 지속 가능한 면화 생산을 위해 원면 경작 시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고 농민과 지역 사회의 생활개선을 지원하는 비영리단체로, 물, 토양, 생물 다양성, 작업 환경개선 등 7가지 원칙을 충족한 기업에게 인증을 부여하고 있다. 
2) 페트병을 재활용하여 만들어진 플라스틱 재질의 소재. 
3) 고밀도 폴리에틸렌의 약자로 환경호르몬이 검출되지 않은 무독성 친환경 플라스틱. 
4) 생물의 다양성 보존, 환경보호, 노동자의 권리를 보호하는 국제 비영리 단체. 소비자는 열대우림동맹 제품 구매로 지구촌 환경과 공동체를 생각하는 현명한 소비를 할 수 있다. 
5) 영국의 가장 큰 식품 인증제도로 영국정부와 국가농부연합이 함께 제정한 인증 제도이다. 원료 생산자에서 최종 소비자까지 전반적인 과정이 특정한 표준을 유지하도록 하고 있으며, 주로 식품안전과 동물 건강, 환경영향 등을 평가한다.  

참 고 문 헌  

– 서대문자연사박물관 공식 홈페이지: 발자취 
– 이창진 & 조준오 (2010) 한국 국립자연사박물관 설립 방안 연구, 한국지구과학회지 제31권, 제6호 
– 임종덕 (2015) 이상적인 국립자연사박물관 건립을 위한 정책 제언 연구. 한국지구과학회지 제36권, 제7호 
– 한국자연사박물관 공식 홈페이지: 박물관연혁 
– BENUGO Official Website: Our Story – Sustainability
– National History Museum Official Website: A sustainable Museum 
– National History Museum (2020) Natural History Museum Annual Report and Accounts 2019-2020  
– National History Museum Official Website (2021.11.04.) Press 
– The Natural History Museum announces science-based carbon reduction target

탄소중립행 열차가 곧 출발합니다!

호그와트행 기차 플랫폼 9¾은 평범한 사람들은 찾지 못한다. 플랫폼 9와 10 사이에서 그저 높은 벽을 마주할 뿐. 하지만 플랫폼이 거기 있다고 믿고 용기를 내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딱딱한 벽을 마법처럼 통과해서 열차 플랫폼에 도착할 수 있기 때문이다. 2050년 탄소중립으로 가는 여정도 순탄할 리 없다. 탄소중립으로 가는 제로투어를 떠날 거라면 녹색철도 플랫폼을 잘 찾아보길. 자동차로도 갈 수 있지만, 해리와 그의 절친 론은 고약한 나무에 처박히는 통에 온갖 고생을 다 했으니 말이다!

기차는 다양한 교통수단 중에 가장 탄소를 적게 배출하는 것 중 하나다. 영국의 2018년 데이터를 참고하면, 기차가 배출하는 여객킬로당 온실가스양은 버스의 40%, 휘발유를 사용하는 중형 자동차의 20%, 국내선 비행기의 16%에 불과하다. 세계에너지기구(IEA)의 에너지 집약도 자료에서도 기차가 자동차와 비행기보다 10배 더 효율적인 것으로 나온다.

2017년 여객 교통수단별 에너지 집약도
(출처 : IEA, 2019)

철도는 동력을 이용하는 여객운송의 8%, 화물운송의 7%를 차지하는 반면에, 수송 부문 에너지 수요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에 불과하다. 만약 자동차, 트럭, 비행기가 철도를 대체한다면, 연간 12억 tCO2e(이산화탄소 환산톤)의 온실가스가 더 배출될 것이다. 특히 고속철도는 탄소집약적인 단거리 비행을 대체하는 효과가 있어 탄소중립 달성에 더욱 효과적이다. 같은 여정에 대해 고속철도는 항공기 이용을 80% 가까이 줄인다.

철도의 전기화 비율이 다른 교통수단보다 높은 것도 탄소중립에 유리한 점이다. 전 세계적으로 여객철도의 3/4, 화물철도의 1/2이 전기화했는데, 에너지 믹스에 따라 재생에너지 비중이 높아지면 이러한 변화를 탄소중립 달성의 기회로 활용하기에 철도가 가장 유리하기 때문이다.

탄소중립행 여정에서 철도는 비행기, 자동차, 버스, 전기차, 어떤 것과 붙어도 백전백승이다. 물론 자세히 들여다보면, 열차 동력을 전기에서 얻냐 디젤에서 얻냐에 따라 차이가 있고, 같은 전동차라 하더라도 그 전기를 석탄에서 얻냐 재생에너지에서 얻냐에 따라 또 차이가 난다. 그래서 녹색철도의 가능성은 아직도 무궁무진하다.

탄소중립행 녹색철도가 평범한 철로를 달릴 순 없는 법! 전 세계에 깔린 철로만 백만 킬로미터가 넘는데, 이 철로에 태양광 발전기를 설치하면 기차가 가는 곳마다 전기를 생산할 수 있지 않을까? 꿈같은 생각을 행동으로 옮긴 곳이 있으니 독일이다.

독일 도이체반의 철로 태양광

독일 동부 지역의 오레 산맥 인근 철로는 길이 200㎞의 태양광 발전소다. 철로 침목 위에는 침목과 같은 크기의 태양광 패널이 설치되어 있다. 독일 국영 철도회사 도이치반(Deutsche Bahn)은 회사 차원의 2040년 탄소중립 목표 달성을 위해 영국 에너지 회사 뱅크셋(Bankset)과 함께 철로 태양광 프로젝트를 시험 중이다. 이 철로 태양광 패널은 1km마다 0.1MW의 전력을 생산하며, 현재 규모로도 20MW의 전력을 생산한다. 프로젝트 담당자의 분석대로 향후 독일 전체 철로에서 태양광 설치가 가능한 20,000㎞ 구간으로 확대 설치할 경우, 철로 태양광 발전기의 전력 생산량은 원자력발전소 2기에 맞먹는다

철로 태양광의 가장 큰 장점은 태양광 패널을 설치할 별도의 부지가 필요 없다는 점이다. 독일에는 약 60,000km에 이르는 철로가 전역에 설치되어 있다. 독일의 지방 곳곳을 연결하는 지선철도는 하루에 한두 번 밖에 기차가 지나다니지 않는 소위 ‘노는 땅’이다. 이 철로를 재생에너지 생산에 활용하는 것은 토지이용 측면에서 매우 효율적이다. 우리나라는 국토가 좁고 인구가 많다. 전국 방방곡곡을 잇는 6,000km의 한국 철로를 에너지 생산 기지로 이용할 수 있다면 국토이용 효율 측면에서도 100점이다.

독일 동부 지역의 오레 산맥 인근 철로는 길이 200㎞의 태양광 발전소다. 철로 침목 위에는 침목과 같은 크기의 태양광 패널이 설치되어 있다. 독일 국영 철도회사 도이치반(Deutsche Bahn)은 회사 차원의 2040년 탄소중립 목표 달성을 위해 영국 에너지 회사 뱅크셋(Bankset)과 함께 철로 태양광 프로젝트를 시험 중이다. 이 철로 태양광 패널은 1km마다 0.1MW의 전력을 생산하며, 현재 규모로도 20MW의 전력을 생산한다. 프로젝트 담당자의 분석대로 향후 독일 전체 철로에서 태양광 설치가 가능한 20,000㎞ 구간으로 확대 설치할 경우, 철로 태양광 발전기의 전력 생산량은 원자력발전소 2기에 맞먹는다

철로 태양광의 가장 큰 장점은 태양광 패널을 설치할 별도의 부지가 필요 없다는 점이다. 독일에는 약 60,000km에 이르는 철로가 전역에 설치되어 있다. 독일의 지방 곳곳을 연결하는 지선철도는 하루에 한두 번 밖에 기차가 지나다니지 않는 소위 ‘노는 땅’이다. 이 철로를 재생에너지 생산에 활용하는 것은 토지이용 측면에서 매우 효율적이다. 우리나라는 국토가 좁고 인구가 많다. 전국 방방곡곡을 잇는 6,000km의 한국 철로를 에너지 생산 기지로 이용할 수 있다면 국토이용 효율 측면에서도 100점이다.

차체를 제작할 때 재활용이 가능한 철·알루미늄 등의 소재를 사용하고, 차체 경량화로 열차의 구동 에너지를 줄이는 방법이 있다. 또는 수천 킬로미터의 철로를 폐기물을 재활용해서 만든 재생 소재로 제작하면 탄소를 감축할 수 있다. 철도 운영 시스템을 디지털화하는 것도 에너지 소비 효율을 개선하는 데 크게 기여한다. 열차 주행방식을 ‘에코 드라이브’의 에너지 절약형으로 바꾸는 것도 중요하다. 가감속도, 최고속도, 역행·제동 효율, 정차시간 등 많은 요인들이 에너지 소비에 관여하기 때문이다. 철도의 동력원을 전환하는 방법도 있다. 디젤을 태워서 가는 열차라면 전기화해서 직접적인 온실가스 배출을 줄일 수 있고, 전기철도라면 전력원을 재생에너지로 바꾸면 효과적이다. 마법의 주문이 수백 가지듯, 녹색철도로 거듭나는 방법도 수백 가지다.

이때 철도 시스템 운영에 필요한 재생에너지를 철도회사가 자체적으로 생산하여 에너지 자립을 달성하는 방법도 있다. 태양광 패널을 설치할 수 있는 공간은 철로 외에도 많다. 이미 역사 지붕, 철길 옆, 방음벽, 열차 지붕에 태양광 패널을 설치한 사례들을 찾아볼 수 있다. 호주의 바이런 베이 지역에는 세계 최초의 태양광 열차가 운행 중이다. 열차 지붕에 태양광 패널을 장착하고 3km 길이의 바이런 베이 리조트 구간을 달린다. 햇빛이 좋은 날에는 태양광 에너지로만 일일 4~5회 주행한다. 미국 자료에 따르면, 300W 용량의 태양광 패널 하나면 한 사람이 기차로 하루에 적게는 8km, 많게는 32km까지 이동할 수 있다.

바이런 베이 태양광 열차 전경 (출처 : https://byronbaytrain.com.au/sustainability/)

철도회사가 자체적으로 태양광 발전소를 설립해서 전력을 생산할 수도 있다. 철로 태양광을 실험 중인 독일의 ‘도이치반’은 슐레스비히홀슈타인 지역에 약 12만 평 규모의 태양광 발전소를 설치해서 42MW의 전력을 생산한다. 영국의 국영 철도회사 ‘네트워크 레일’도 재생에너지 회사와 파트너십을 맺고 약 50MW의 전력을 생산할 계획이다. 50MW는 전동차를 구동하는데 필요한 에너지를 제외한 나머지 비구동(non-traction) 에너지 수요의 15%를 충당할 수 있는 규모다. 영국 철도회사는 2030년까지 비구동 에너지의 100%를 재생에너지로 공급할 계획이다.

일본의 수도권 지역에서 철도를 운영하는 도큐전철(Tokyu Railways)은 자체 태양광 발전소를 설립하지 않고, 대신에 지자체가 발급하는 비화석연료 에너지인증서를 구입하는 방식으로 재생에너지를 조달한다. 도큐전철의 열차들은 매일 3백만 명이 넘는 승객을 싣고 8개 노선, 100km가 넘는 철로를 달린다. 도큐전철은 철도 운영에 사용한 전력량만큼의 비화석연료 에너지인증서를 구입하여 배출한 탄소를 상쇄한다. 이런 방식으로 도큐전철은 2022년 3월부터 7개 철도노선과 1개 트램노선을 운영하는 데 필요한 모든 에너지를 태양광, 지열, 수열 등의 재생에너지로 조달하고 있다. 2019년 RE100 가입을 선언한 일본 최초의 철도회사는 무려 3년 만에 그 목표를 달성했다. 도큐전철에 따르면, 비화석연료 에너지인증서를 구매하는 방식으로 감축한 탄소량은 일본의 56,000 가구가 일 년 동안 배출하는 탄소량에 맞먹는다.

전기기차가 녹색철도의 유일한 모델은 아니다. 독일의 브뢰머베르데에는 수소열차 6대가 2022년부터 운행 중이다. 그것도 테스트용이 아니라 정규 여객 열차다. 이 수소열차는 수소로 전기를 생산해서 구동하며, 오로지 물만 배출한다. 수소탱크와 연료전지는 열차 지붕 위에 설치되어 있다. 지금은 산업공정 부산물로 생산된 ‘그레이 수소’를 갖다 쓰지만, 4년 뒤에는 풍력과 태양광으로 생산한 ‘그린수소’를 사용할 계획이다. 우리나라도 수소열차 기술개발에 성공해 테스트 주행까지 마쳤다.

독일 Bremervörde 지역의 수소철도 (출처 : www.evb-wasserstoffzug.de/en/#press)

철도가 꼭 사람과 화물만 나르라는 법은 없다. 전력망처럼 철도망도 전국 곳곳에 구축되어있는 국가적 인프라다. 전기화된 철도망과 전력망을 연계하여 철도망을 전력망처럼 쓸 수는 없을까? 꿈같은 이야기 같겠지만, 철도-그리드(Railway to Grid) 시스템에 대한 연구도 이미 진행 중이다. 전기철도망과 전력망을 연결해서 재생에너지 기반의 분산에너지 시스템을 위한 유연성 자원으로서 시너지를 창출하는 것이 목표다.

탄소중립행 녹색철도는 칙칙폭폭 소리도 내지 않고, 하얗게 연기도 뿜어 올리지 않는다. 그렇다고 기차여행의 낭만이 없겠는가? 어딘가로 떠나는 설렘은 항상 있게 마련이다. 해리포터 3인방의 풋풋한 첫 만남도 기차 안이 아니었던가. 탄소중립 시대, 기차여행의 낭만은 청정한 하늘과 고요함으로 재정의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