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들어가며
시드니 오페라 하우스는 마치 프랑스 파리의 에펠탑과 같이 호주를 생각했을 때 떠오르는 대표적인 랜드마크(Landmark)이자 공학적인 아름다움을 갖춘 건축물이다. 실제로 2022년 4월 시드니 오페라 하우스는 미국토목학회(American Society of Civil Engineers, ASCE)부터 세계 최고 건축상을 수상하였을 뿐만 아니라, 2007년 ‘건축 형태와 구조적 설계의 모든 면에서 창의력과 혁신의 다양한 측면’을 인정받아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록되었다. 이 아이코닉한 건물은 예술과 문화의 중심으로 떠오르면서 자원순환과 환경보전과 같은 다양한 측면에서도 높은 평가를 받아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한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본고에서는 시드니 오페라 하우스의 탄생 역사부터, 해당 건물이 왜 그리고 어떻게 녹색전환(Green Transition)을 진행하였는지, 그리고 녹색전환의 성과를 전달하고자 한다.
2. 오페라 하우스 녹색전환 이전의 이야기
시드니 오페라 하우스, 일단 진행시켜!
시드니 항구 쪽, 돌출된 반도형태 지리에 있는 시드니 오페라 하우스는 마치 조개가 건물을 뒤덮고 있는 구조로 산드로 보티첼리의 유명한 그림인 ’비너스의 탄생’을 연상시킨다. 현대 문화예술 공간의 모범이 되는 오페라 하우스의 건설은 2차 세계대전이 끝난 1940년대 말 시드니 시민들이 뉴사우스웨일스(New South Wales, 이하 NSW) 주 정부에 문화센터 건립을 요청하면서 시작되었다. NSW주 정부는 1956년 당시 세계 최고의 설계를 채택하고자 하는 포부를 가지고 독립적인 심사위원회를 구성하여 개방된 형태의 국제 설계 대회를 개최하였다. 해당 설계 대회는 설계상의 한계나 비용 한도를 두지 않고 단지 2개의 공연장과 2가지 기능을 가진 건물을 주제로 실시되었는데, 총 32개국 뛰어난 건축가들의 233개의 작품이 출품되었다. 흥미로운 점은 최종 당선작으로 당시 무명이었던 덴마크 출신 건축가 요른 웃손(Jørn Utzon)의 설계가 선택되었다는 점이다. 제출된 웃손의 설계는 몇 개의 큰 도형으로 이루어진 단순한 스케치에 불과했다. 설계비용도 산출되지 못할 정도로 개략적인 도면은 신소재나 새로운 건축 공법을 개발해야 할 정도로 현실적으로 구현하기 어려운 건축 설계였다.
웃손의 전례 없는 설계 개념에도 불구하고, NSW주 정부는 700만 호주달러(한화 약 61억 8,430만 원)를 투자하여 1963년 1월 준공을 목표로 일단 착공했다. 결과적으로 예상했던 오페라 하우스의 건설 기간보다 10년이 더 걸렸으며, 예산은 예상치의 14배에 달하는 약 1억 호주달러(현재 가치로 9.3억 호주달러, 한화 약 8,220억 원)가 투입되었다. 부분적으로는 악천후의 영향이 있었지만, 가장 큰 문제는 완성된 최종 설계도가 없어서 발생한 문제였다. 그렇기에 디자인 솔루션 도출과 조가비(또는 돛) 형태의 지붕 구조 건설을 완료하기까지 8년이라는 시간이 더 걸리게 되었고, 그리고 지붕 쉘(Shell)에 사용할 특수 세라믹 타일 기술개발까지 3년이라는 세월이 더 필요하였다. 특히 지금도 너무나 유니크한 지붕 구조는 당선의 핵심 요소로 전례 없는 대형 구조물이었기에 당시 비용 효율적으로 건설하는 방법을 아는 사람이 없었다. 결국 당대 뛰어난 공학자들과 경제학자들이 해결책을 찾기 위해 최소 12번 이상 재설계 과정을 반복하게 되었다. 그래서 조가비 형태의 건물을 지탱하기 위해 기초 공사는 1959년 3월이 되어서야 시작하게 되었는데, 무수한 재설계 과정으로 기존에 설치된 기둥들이 지붕을 지탱하기 힘든 구조로 판명되어 철거 및 교체되기도 하는 등 수많은 시행착오가 있었다. 1973년에 겨우 완성된 시드니 하우스는 탄생부터 계획보다 많은 시간과 비용이 투입되어서인지, 건물의 지속가능성과 환경에 대해 깊은 고민을 할 수밖에 없었던 것 같다.
현재 시드니 오페라 하우스는 매년 평균 1,100만 명의 관람객이 방문하는 문화 명소로, 1,800개 이상의 공연을 개최한다. 딜로이트 컨설팅 회사는 이 건축물이 호주 내수시장에서 미치는 문화적·상징적 시장가치를 62억 호주달러(한화 약 5조 4,810억 원)로 추산하기도 하였다. 이는 오페라 하우스가 단순히 아이코닉한 장소만이 아닌 MZ세대가 꼽는 핫 플레이스로, 다양한 영향력을 미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렇기에 오페라 하우스는 친환경적인 이미지와 환경 리더십을 갖추어 다른 이들도 따라 할 수 있는 가이드라인을 제공하고자 노력해왔다. 다음 장에서는 시드니 오페라 하우스가 왜 그리고 어떻게 성공적으로 녹색전환할 수 있었는지에 관하여 설명하고자 한다.
3. 오페라 하우스의 녹색전환 이야기
시드니 오페라 하우스는 매우 성공적인 녹색전환 건물이다. 녹색전환 성공 스토리를 알기 위해 시드니 오페라 하우스를 호주의 지속가능성 아이콘으로 등극시켰던 팀의 수장인 엠마 봄보나토(Emma Bombonato)의 인터뷰를 통해 이야기를 시작하고자 한다.
그녀의 인터뷰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유산 보존(Heritage Conservation)을 한다는 것은 어찌 보면 또 다른 형태의 지속가능성”이라는 언급이다. 유산 보존은 역사의 지속성을 위한 문화적 가치로만 고려했기에 더욱 충격적으로 다가왔었다. 그렇기에 다음 질문이었던 “오페라 하우스가 유네스코 세계 문화유산으로 등재되어 있기에 환경효율성 극대화를 위해 인위적 개입이 최소화되어야 하지 않느냐?”는 인터뷰 질문에 인위적 개입의 정도를 따지기보단, 오히려 기존 상태를 보존하고 잘 관리하여 건물과 가구들의 수명 자체를 연장하는 방안을 마련하는 자체가 지속가능성 측면에 긍정적이라고 설명하였다. 이런 그녀의 생각이 적극적으로 개입하여 지속가능성을 고려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는 방점에서 시드니 오페라 하우스의 녹색 전환이 시작되지 않았나 싶다.
그녀의 팀이 역사적 건물이자 공연 문화의 상징인 오페라 하우스의 녹색전환 방안을 찾기 시작할 때, 벤치마킹할 사례가 없었다. 그녀는 마치 오페라 하우스의 탄생처럼 녹색전환을 위한 최종 설계도 없이 기둥을 하나하나 만들어 갈 수밖에 없었다. 그렇기에 시드니 오페라 하우스가 환경 지속가능성(Environmental Sustainability)과 녹색전환을 이루기 위해 긴 기간 동안 여러 차례 중장기 계획안을 발표하고, 공시된 가이드라인들을 착실히 수행해 왔다. 흥미로운 점은 환경을 고려하는 측면에서 정량적인 부분과 정성적인 부분 모두를 고려했다는 점이다. 시드니 오페라 하우스는 지속가능성 목표 달성을 위해 대내적으로 에너지 사용량, 물 사용량, 전기 사용량, 쓰레기 재활용 및 감축 등의 정량적 지표를 개발 및 개선할 뿐만 아니라, 대외적으로 공인된 인증 기관들로부터 친환경 인증을 받기 위해 노력해 왔고 현지 원주민과의 연결성 강화, 지역사회 및 지방 정부와의 연계 강화, 민간기업들과의 협업 확대 등을 정성적 부분들로 고려해 왔다. 최근에 자주 회자되고 있는 ESG(Environemnt, Social, Governance)가 비재무적인 요소를 평가하듯, 다양한 분야에서의 정량적 지표와 정성적 목표 설정과 달성 노력이 시드니 오페라 하우스를 오늘날 호주를 대표하는 녹색건물로 만든 게 아닌가 싶다.
인터뷰의 마지막쯤에 엠마 봄보나토는 오페라 하우스와 같은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건물이 탄소중립을 달성할 수 있음을 보여주고 싶었을 뿐만 아니라 우리가 설정한 단계들과 노력을 통해 다른 이들도 할 수 있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다고 하였다. 다음 장에서는 유네스코(UNESCO)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시드니 오페라 하우스가 녹색건물 전환을 위해 어떠한 계획을 수립하고 노력해 왔는지를 설명하고자 한다.
명확한 목표설정과 지속적인 도전
가장 먼저, 시도니 오페라 하우스는 친환경적인 건물로 변모하기 위해 2023년까지 총 4차례의 계획을 수립하여 환경 지표(indicator)들을 설정하고 지속해서 개선해 왔다. 기점이 되는 2010년 이전에도 매년 친환경 계획을 수립 및 공표하였으나, 이는 이후의 계획들과 비교했을 때 단순히 친환경적 요소만 고려한 수준이었다. 예를 들어 에너지 절감을 위한 공조 시스템의 효율적 대체, 공동 조명 사용량 감축 등을 제시한 정도이다. 그러나 2010년부터는 발표된 계획은 탄소중립 및 지속가능성과 관련하여 명확한 목표와 수치를 제시하고 있다. 이를 위해 탄소 감축을 통한 기후변화의 위험 감축 방향성 설정 및 친환경적 건축물로의 전환을 위한 정기적인 계획안을 수립하였다. 2010년 이후부터, 연간 약 20,000톤에 달하는 탄소 배출량을 감축하기 위해 주요 원인 요소(전기소모량, 폐기물, 각종 소모재 등)를 파악하고 아래와 같은 다년 계획을 만들어 목표를 설정하고 이행했다.
이렇게 자체적으로 설정한 수치적 목표들 이외에도 단계별로 외부 기관에 인증을 받는 방안 또한 고려되었다. 예를 들어 녹색 전환 방안을 고려할 때, 호주그린빌딩위원회(Green Building Council of Australia, 이하 GBCA)의 인증 요소들을 고려하는 부분이다. 그렇기에 첫 번째 환경·지속가능성 계획(Environmental Sustainability Plan, 이하 ESP)에서 나온 계획(2010~2013)으로, GBCA의 녹색건물 4성급 인증 목표, 그리고 제일 최근의 계획(EAP 2020~2023)에 있어서 이들로부터 녹색건물 6성급 등급 획득을 최우선 목표로 설정하였다. GBCA 인증 제도는 2003년부터 도입된 인증제도로 10가지 요소의 기대치 충족의 정도에 따라 최대 6개 등급으로 구분하는 인증제도로, 건물의 온실가스와 탄소배출을 줄여 급변하는 기후변화에 대응하고 사회적·환경적 영향을 개선하기 위해 수립됐다. 이러한 시드니 오페라 하우스의 GBCA 등급 획득 목표는 2015년 4성 등급 획득, 2019년에는 5성 등급을 받았으며 2023년에는 최초로 6성급 녹색건물로 인증받게 되는 쾌거를 이룩하였다. 2020년에는 시드니 오페라 하우스는 UN 지속가능발전목표(UN SDGs)를 기반으로, 17개의 개발 목표 중 9개를 달성하기 위한 청사진인 글로벌 목표(Global Goals)를 발표하는 등 자체적 기준을 설정하여 노력하는 것이 아닌 외부 기관으로부터의 인증과 국제적 기준에 맞추는 노력을 해왔다.
정리하자면, 시드니 오페라 하우스는 단계적인 계획들을 통해서 정량적 수치뿐만 아니라 까다로운 친환경 건축물 인증 획득 목표와 국제 사회와 협력함으로써 50년이 된 건축물에 대한 친환경적 전환과 지속가능성 제고를 실현하고자 했다. 엠마 봄보나토가 오페라 하우스를 지속가능성 분야의 선두 주자로 만들겠다는 포부를 밝혔을 당시, 그 방법을 벤치마킹할 공연·예술 기관이 없었기에 시드니 오페라 하우스의 방식이 가이드라인이 되었다. 그렇기에 객관적인 평가를 위해 GBCA 등급을 주요 평가 방법으로 고려하는 등 다양한 방안을 통해 공연·예술 기관이 지속가능성 분야에서 얼마나 중요한 위치에 있고 어떻게 선도할 수 있는지를 보여준 것이다. 다음은 GBCA 6성급 인증을 위해 오페라 하우스는 다양한 이해관계자들과 어떤 협업관계를 형성해왔는지를 안내하고자 한다.
지속가능 분야 리더십 구축을 위한 민-관 협업 증대
지속가능성을 전담하는 부서는 시드니 오페라 하우스를 지속가능한 건물로 전환하기 위해 정량적 수치와 정성적인 계획 목표에만 집중한 것이 아닌, 다양한 이해관계자들과의 협업 관계형성, 지원 방안 논의, 그리고 다양한 대내외적 활동 등을 통해 다 같이 지속가능한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노력해왔다. 대표적으로는 시드니가 위치해있는 호주의 뉴사우스웨일스주(State of New South Wales, 이하 NSW)와의 협업을 통해서 끊임없는 환경 지속가능성 제고 방안을 모색하였다. 시드니의 대표적 현대건축물 및 상징으로 자리매김한 시드니 오페라 하우스는 자연스럽게 주 정부의 다양한 정책에 우선 대상으로 고려되었으며, 오페라 하우스 또한 NSW주 정부 차원에서 진행하는 프로그램에 적극 참여하였다. 당시 오페라 하우스는 NSW 정부 지속가능성 어드벤티지 프로그램(NSW Government Sustainability Advantage Program)에 참여했다. 해당 프로그램은 환경 전문가의 자문 및 전략 개발을 통한 지원 대상의 탄소, 기후, 지속가능성 노력 촉진을 목표로, 일정한 기준(Sustainability Advantage Recognition Scheme)을 통해 특정 등급(브론즈 등급부터 플래티넘 등급까지)을 부여하는 제도이다. 주 정부의 지원과 함께 오페라 하우스는 2009년부터 해당 프로그램에 참여하였고, 2010년에 브론즈 등급, 2012년에는 실버 등급, 2019년에는 골드 등급의 자격을 갖추게 되었다.
다양한 지원을 통한 인증제도 참여뿐만 아니라 아래 표2와 같이 오페라 하우스는 NSW 건물 개조 프로그램(NSW Building Retrofit Program)에도 참여하는 등 주 정부의 지원 정책에도 참여했으며, 지역 정부뿐만 아니라 학계 및 기업과의 협업을 통해 환경 문제에 대응하기도 하였다. 환경 지속가능성에 대해 시드니 오페라 하우스는 2011년, NSW 건물 개조 프로그램에 참여하여, 건물의 에너지 사용량을 줄이는 프로젝트를 수행하기도 하였다. 해당 프로그램은 주 정부의 지원하에 자동 점등 통제 시스템 도입과 동시에 LED 전구 교체를 통해서 건물 내 공간들의 전력 에너지 사용을 절감하는 부분에 중점을 둔 프로그램이다.
주 정부의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것뿐만 아니라, 오페라 하우스는 시드니시 정부와의 협업 및 지원 정책들을 함께 논의하였는데, 시드니시 스마트 그린 비즈니스(City of Sydney Smart Green Business) 참여를 통해, 물 사용량의 효율성을 제고하는 프로젝트를 수행하였다. 해당 프로젝트를 통해 식당과 화장실에 효율적 물 사용 장치 및 조절 주입기(flow-regulator)를 설치하고, 연간 약 5 메가 리터 절약의 효과를 볼 수 있었다. 또한 2018년에 지속가능 관광지 파트너십 프로그램(Sustainable Destination Partnership Program) 참여를 결정하였다. 해당 프로그램의 경우 시드니 도심내에 있는 호텔과 문화 관광 기관들이 건물의 에너지, 물, 폐기물 효율성 향상과 더불어 재생에너지 활용을 증가시켜서 시드니를 지속가능한 관광지로서 명성을 높이기 위한 프로그램이었다. 해당 프로그램에서 강조하는 부분은 재생에너지 구매 및 사용, 일회용품 감축, 음식물 쓰레기 감축 등이며, 이를 통해 2030년까지 건물의 탄소배출량 70% 감축과 배출 폐기물 90% 감축을 목표로 하고 있다.
오페라 하우스는 공연의 질, 사회적 가치 등을 제고하기 위해서 기업들과도 다양한 협업을 이어왔다. 친환경 전환을 위한 협력으로 에너지 오스트레일리아(Energy Australia)가 처음으로 오페라 하우스와 주요 파트너십을 체결하여, 연구에 기반한 오페라 하우스 최적의 전력 소비 계힉을 수립하였다. 특히 탄소중립 인증 전략과 중장기 탄소감축 전략을 함께 수립하기도 하였다. 또한 항공, 건축, 에너지 산업을 운영하는 허니웰(Honeywell) 그룹과 협업하여 GBCA 6성급 인증을 받고자 하였다. 특히 허니웰은 실내 공기 질과 습도의 모니터링 기술 구축, 물 사용 시스템 개선, 수도 및 전기 계량기 설치를 통한 건물의 에너지 절약 도모 등의 지원과 솔루션을 제공하였다. 하드웨어적인 해결방안만이 아니라 프로그램을 개발하여 오페라 하우스에 적합한 에너지 사용 계획을 통해 지속가능한 환경을 유지할 수 있는 기반을 구축하게 도와주었다.
오페라 하우스는 전력 소비뿐만 아니라 생산방식의 중요성 또한 고려하고 있다. 2008년에는 건물 전체 소비 에너지의 6%를 녹색전력(Green Power)사로부터 재생에너지를 구입하여 충당하였으며, 2019년부터는 플로전력(Flow Power)사와 연간 240만 달러 재생에너지 구매계약을 체결하는 등 기업과의 협업을 통해 건물의 전력 소비 효율성을 제고하였을 뿐만 아니라, 건물의 운영 전력 자체를 친환경 전력으로 전환하고자 노력해 왔다.
4. 오페라 하우스 녹색전환 대표성과
혁신적인 설계의 성공: 해수 냉난방 시스템
오페라 하우스의 혁신은 시대를 초월한 성공 사례를 보여주기도 하였는데, 설계 엔지니어 중 한 명이었던 오베 아럽(Ove Arup)이 자연에서 영감을 받은 해수 냉난방 시스템(Seawater Heating/Cooling System)을 구축한 것이다. 오페라 하우스는 건물의 냉난방을 유지하기 위해 전기를 사용하게 되는데, 해당 시스템(총 35km의 파이프를 건물 각 측면에 삽입하여 세계최초로 대규모의 건물 냉난방 시스템 구축)을 통해 탄소 배출량을 절감할 수 있었다.
조기 달성된 탄소중립과 배출량 감축 전략
시드니 오페라 하우스는 인증 이후 매년 탄소중립을 위해 전기, 폐기물 생산량, 물 사용량, 주변 서비스(항공편 및 직원들이 오페라 하우스로 이동하는 방법 등) 등 탄소 발자국에 포함되는 모든 요소들을 계산해 왔다. 엠마 봄보나토에 따르면, 오페라 하우스는 탄소 배출량을 지속적으로 줄이기 위해 에너지 절약, 대체 에너지 구매 및 사용, 건물의 리모델링을 통한 에너지 효율성 증진, 프린트용 종이 교체, 식업장에서의 쓰레기 감축과 일회용품 사용 자제 등을 통해 폐기물 감축을 시도하고 있다.
전기 사용량의 경우, 2017년 냉각기 시스템 업그레이드를 통해 오페라 하우스는 탄소배출량을 9~10% 더 줄일 수 있었으며, 콘서트홀의 경우, 2015년에 기존의 모든 조명을 LED로 업그레이드하는 프로젝트를 통해 콘서트홀의 에너지 효율을 약 75%까지 높일 수 있었다. 더불어 중앙발전기의 업그레이드 및 건물관리 중앙시스템(Building Management Control System, 이하 BMCS)의 시행과 같은 조치들을 통해 전기 사용량을 줄일 수 있었다. 이는 마치 건물의 두뇌와 같은 시스템으로 내부의 쾌적함을 유지하는 온도를 모니터링하여 설정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외부 환경 조건도 분석할 수 있다. 따라서 자외선 지수가 높은 날, 더운 날, 비가 오거나 습도가 높을 것으로 예상되는 모든 경우의 정보들이 건물 관리 제어 시스템에 전달되어 건물이 대응할 수 있도록 돕는다. 예를 들어, BMCS에서 향후 2~3일간 외부 온도가 30℃가 될 것이라고 알리면 건물은 모든 문과 창문을 차단하고 냉방을 하게 된다. 또한 한시적으로 특정 공간에 대한 설정 포인트를 줄 수 있는데 로비 공간은 더운 공기와 더 많이 접촉할 수 있기에 온도를 2도 올려 전기 사용량을 최대한 효율적으로 운영할 수 있다. 덧붙여 오페라 하우스는 매년 외부에서 재생에너지를 일부 구매하여 사용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탄소 배출량을 줄이기 힘든 최저 배출 수준에 도달하면 호주 전역과 해외의 탄소배출 프로젝트에 투자하여 잔여 배출량을 상쇄하고자 노력해 왔다.
식음료 쓰레기 감축을 통한 지속가능한 운영 전략
시드니 오페라 하우스는 에너지 효율 제고를 위해 리뉴얼하면서 발생하는 건축 폐기물의 양을 줄이고 재활용을 활성화하고자 노력하였다. 폐기물을 감축하기 위해 지하에 새로운 재활용 시스템을 구축하였으며, 조달 부분에서도 프린트 기기 및 종이 재질 교체를 통해 종이 사용량을 줄이고자 했다.
특히 오페라 하우스에서는 매년 3백만 개의 식음료가 판매되고 있으며, 전체 폐기물의 80%가 식음료 운영업체에서 발생하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이에 식음료 운영 업자와 긴밀히 협력하여 재활용을 통해 폐기물을 최대한 줄일 수 있는 기회를 찾는 것이 매우 중요했으며, 각 업체들과 긴밀히 논의하여 다양한 전략을 도입하였다. 실제로 식음업장의 쓰레기를 줄이기 위해서 각 업장에서는 일회용 비닐봉지 사용 금지, 빨대 사용 자제 등을 진행하였으며, 식료품의 낭비 방지 및 재활용률을 향상시키고자, OzHarvest라는 식품 구호 기부단체와 협업을 시작하였다. 이들은 2015년 Vivid Live를 기점으로, 시드니 오페라 하우스에서 사용되었던 음식물 중에서 잉여분 일부를 사회적 취약계층을 위해 기부하는 등의 활동을 진행해 오고 있다.
폐기물, 특히 음식물 쓰레기는 잘 분리 배출되고 있다는 사실과 총 폐기물 발생량을 줄일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는 정보를 알리는 게 매우 중요하다. 그래서 오페라 하우스는 모든 쓰레기통(일반과 재활용)의 무게를 측정하는 시스템을 도입하여, 획득된 모든 데이터를 현장의 작업자들과 소통할 수 있게 한다. 예를 들어 ‘이번 달 공연에서 여러분이 올바른 일을 하였기에 폐기물의 70%가 재활용되었습니다’ 혹은 ‘쓰레기통 10개 중 5개가 잘 분리수거 되지 못해 오염되어 버렸습니다’ 등의 정보를 제공하는 시스템을 도입한 이후 재활용률이 평균적으로 40~50% 상승하였으며, 최대 95%까지 상승하는 것을 확인하였다.
시드니 공과대학교와의 협업을 통한 해양생물 다양성 복구
앞서 언급했듯, 2017년 시드니 오페라 하우스는 과학연구 프로젝트를 위해서 조성된 기금을 활용하여 시드니공과대학(University of Technology Sydney, 이하 UTS) 팀과 인공 어초 설치 프로젝트 협업을 진행하였다. 어초는 산호, 모래 또는 바다돌로 이루어진 자연적인 구조물로, 다양한 해양생물들에게 서식지와 먹이원을 제공하는 건강한 해양생태계 유지를 위한 필수 요소이다. 그러나 오페라 하우스 건축 및 도시의 발전으로 시드니 항구 끝부분 해저면에 보강벽과 부두들이 건설되면서, 기존의 자연적인 바위와 암초들이 소멸하여 해양생태계가 파괴되었다.
시드니 오페라 하우스는 UTS와의 3년간 협업을 통해 인공 육각 어초를 개발하여 베넬롱 포인트(Bennelong point) 주변 방파제를 따라 9개의 인공 육각 어초를 설치함으로써 해양생물다양성을 활성화 및 자연 서식지 복원을 위해 노력했다. 선행된 연구들을 통해 인공적 구조물 설치가 해양생물 다양성에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고 밝혀졌기에, 해당 구조물은 시드니 항구의 해양생태계 다양성 회복을 위해 설치되었다. 특히 이번 인공어초 설치를 통해 소형 어류 및 문어를 위한 서식처를 제공하고자 했다.
지난 몇 년 동안 ‘인공 산호초’를 설치한 결과, 현황 조사에서 기대했던 대로 문어가 첫 입주자로 기록되었을 뿐만 아니라 해당 지역에서 8종의 생물종 이상이 증가한 것으로 확인되었다. 더욱이 가장 최근 조사에서는 멸종위기종인 흰 해마(White Seahorse)를 발견하는 등 해양생물 서식지 조성 및 활성화에 인공 산호초가 큰 역할을 한다는 것을 또다시 증명하기도 하였다. 이로써 시드니 오페라 하우스는 UN SDG 중 14번째 목표인 “수생태계보존(Life Below Water),” 해양생태계 보전을 위해 노력하고 있음을 증명하는 등 단순히 건물 내부에 한정하지 않고 주변 또한 포함하는 전체적 환경이라는 개념을 도입하였다.
탄소중립을 위한 오페라 하우스의 기타 지속가능성 전략
시드니 오페라 하우스는 건물의 이용 측면에서도 시설의 업그레이드 및 리뉴얼과 함께 친환경적인 측면을 적극적으로 고려하고 도입해 왔다. 예를 들면, 화장실과 같은 곳을 개축 공사를 하면서도 물을 아낄 수 있는 구조로 변경하였다. 또한 차량 사용을 줄이기 위해서 시드니 오페라 하우스에서는 직원들에게 지속가능한 교통수단 사용을 권장하거나, ‘GoGet’이라는 차량 공유 서비스를 도입하여 시행하기도 하였다.
시드니 오페라 하우스는 2007년부터 지속가능성 관리 매니저를 선임하고 환경 지속가능성 팀을 만들어 전담 조직을 운영해왔을 뿐만 아니라, 내부 직원들을 교육함으로써 환경 지속가능성의 중요성을 부각하고 다양한 활동들에 참여하도록 유도하였다. 시드니 오페라 하우스 내부에서는 지속가능한 환경활동 리더(Sustainable Environment Action Leaders) 프로그램을 통해 관리자들을 대상으로 환경적 위험 관리 및 준수에 대한 교육을 진행해 왔다. 해당 프로그램 같은 경우에는 그저 일회성 교육이 아닌, 클린업 호주의 날(Clean Up Australia Day), 지구의 시간(Earth Hour), 걸어서 일터까지(Ride to Work Day), 세계 환경의 날(World Environment Day) 등에 대한 직원 참여를 독려할 뿐만 아니라, 오페라 하우스의‘환경 지속가능성 팀’을 직접 해당 행사에서 연사로 참여시키기도 하였다.
건물 시설뿐만 아니라 공연 및 행사에서도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 여러 시도를 진행하고 있다. 2015년에는 유명한 조명행사(Vivid Live) 자체를 탄소중립을 위해 친환경 에너지로 (약 120MWh) 대체하여 운영했으며, 해당 행사에서 사용하고 남은 음식은 식품 기부(food-donation) 방식을 통해 활용함으로써 음식물 쓰레기를 감축하였다.
또한 2021년부터 Vivid Live에서는 재활용 컵을 제공하여 일회용 컵의 사용을 원천 차단하였으며, 조명은 LED 중 전력 소모가 적은 녹색 전력을 사용하였다. 이를 통해 행사에서 발생하는 폐기물의 재사용 및 재활용 비율이 확대되었으며 2022년 행사에서는 96%의 폐기물이 재사용 및 재활용 되었다고 밝혔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조명행사인 Vivid Live는 매해 대규모 인원이 몰리는 점을 고려한다면, 행사를 통한 폐기물 감축과 에너지 절감 효과가 상당할 것이라 생각한다.
5. 시사점
한국의 부산 오페라하우스
기존의 부산 국제항이 위치해 있던 북항의 항만 시설이 부산 신항으로 이전함에 따라, 기존의 북항 부지를 국제해양관광도시, 해륙교통 관문도시, 환경친화적 복합도시 컨셉에 기반하여 IT 영상, 마리나, 상업, 해양문화 지구로 설정하여 재개발하는 계획을 2008년 시작하였다. 재개발 계획은 총 2단계로 구성되어 있으며 1단계에서 정부 부산지방합동청사, 마리나 지구, 부산항기념관, 오페라 하우스 등 상징적인 랜드마크를 건설하여 일종의 워터프론트(Water Front) 관광지를 개발할 계획이다. 부산 오페라 하우스는 시드니의 사례와 유사한 점이 존재한다. 부산 오페라 하우스 또한 아이코닉 랜드마크로써 건물 외부 파사드(Façade: 건물의 얼굴 즉 정면 외벽 부분)를 진주를 품은 조개 형상인 비정형 곡면으로 건설하고자 하였다. 하지만 당시 국제 공모로 확정된 ‘트위스트 공법’이 시공의 어려움으로 논란이 되어 공사기간이 2018년에서 2026년 말로 그리고 공사 금액 또한 2,115억원에서 3,115억원으로 증가하였다.
부산 오페라 하우스는 오페라, 뮤지컬, 발레 등을 볼 수 있는 대극장(1,800석), 소득장(300석), 전시실, 야외공연장등을 포함한 대규모 전문 공연장이다. 2019년 발표된 부산 오페라 하우스 개관준비 및 관리운영 기본계획수립에 따르면, 부산 오페라 하우스의 중점 테마는 개방성과 시민 친화성으로 보인다. 다양한 국내외 공연시설들을 조사하고 시민들 의견을 청취하여 관리운영 계획을 수립하였으나 친환경, 녹색건물, 재생에너지와 같은 키워드는 찾아 볼 수 없는 상황이다. 해당 보고서에서는 부산 오페라 하우스는 시드니 오페라 하우스와 동일하게 이름을 도시명과 오페라 하우스를 혼합하는 형태를 채택하였으나, 단순히 시드니 오페라 하우스의 행사 운영적인 요소만을 참고하고 있을 뿐이다. 특히 시드니 오페라 하우스 벽면과 입구 전면부 광장을 활용한 조명 축제(비비드 페스티벌)와 가이드 투어 & 백스테이지 투어만을 선택적으로 소개하고 있을 뿐 시드니 오페라 하우스의 녹색전환에 대한 내용은 소개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부산 오페라 하우스 건설 및 운영에 친환경적 요소는 반영되지 않았다.
세계문화유산이자 오페라 하우스의 대명사인 시드니 오페라 하우스는 지속가능성이라는 키워드를 중심으로 친환경적인 역량을 확대 및 강화해 왔다. 시드니 오페라 하우스는 친환경이라는 부분이 당시에는 주목받지 못하거나 기술력이 없어 실현하지 못하였기에 현시점에서 대규모 자원을 투입하여 녹색 전환을 해야 하는 상황이다. 그렇기에 부산 오페라 하우스 건설에서 이런 부분을 놓치고 있다는 점이 향후 우리의 미래 세대들이 치루어야할 비용이 너무 크지는 않을지 걱정이 된다.
나가며
시드니 오페라 하우스는 탄생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혁신과 도전이라는 대명제에서 녹색 전환이라는 방향성을 보여주고 있다. 단순히 정량적인 수치만이 아니라 다양한 활동과 협업을 통한 정성적인 결과인 에피소드들로 사람들을 매료시키고 있다. 실제로 시드니 오페라 하우스는 데이터로 친환경적 변모를 증명하고 있다. 2010년 대비 물 사용량 51.7% 감소, 전기 사용량은 27.2% 감소, 쓰레기 배출 총량 57.3% 감소를 달성하여 다양한 국내외 기관들로부터 탄소중립을 인정받기도 하였다. 물론 매해 매번 목표했던 모든 수치를 전부 달성할 수는 없었다. 물 사용량의 경우 2018년에는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고 오히려 사용량이 치솟는 등의 결과가 나타나긴 했지만, 이는 이동통로를 확보하기 위해 시드니 오페라 하우스가 대대적으로 전개한 내부 공사의 영향이 컸다. 또한 그런 와중에 전력 에너지 사용량은 지난 기간에 비하면 목표 했던 것 보다 더 절약에 성공하기도 하였다.
개인적으로 시드니 오페라 하우스의 녹색 전환을 통해 유산을 보존한다는 것이 특정시점의 형태와 상태를 유지시키는 것이 아니라 개입의 통한 지속가능성으로 전환한다는 생각에 매우 공감할 수 있었다. 보존 가치가 높은 역사적 건물이라도 사람들에게 긍정적인 영감과 방향성을 제시할 수 있다면, 모든 실패의 순간들이 결국에는 혁신적 도전으로 보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 친환경, 녹색전환을 고려해야하는 현 시점에서 우리나라의 건물들 또한 보존의 방법으로써의 지속가능성 도입을 고려해 볼 것을 제안하며 본고를 마무리하고자 한다.
참고문헌
- Green Building Council Australia Official Website: Buildings – A rating tool for new buildings and major refurbishments
- Green Building Council Australia Official Website: Green Star > Exploring Green Star – What is Green Star
- NSW Department of Planning and Environment Official Website: Sustainability Advantage Services – NSW Environment and Heritage
- Sydney Opera House (2008) Sydney Opera House Annual Report 2007-2008. p. 27
- Sydney Opera House (2009) Sydney Opera House Annual Report 2008-2009. p. 58
- Sydney Opera House (2012) Sydney Opera House Annual Report 2011-2012. p. 52 & pp. 107-108
- Sydney Opera House (2015) Sydney Opera House Annual Report 2014-2015. pp. 9-151
- Sydney Opera House (2016) Sydney Opera House Annual Report 2015-2016. pp. 50-163
- Sydney Opera House (2017) Sydney Opera House Annual Report 2016-2017. pp. 235-238
- Sydney Opera House (2018) Sydney Opera House Annual Report 2017-2018. pp. 75-221
- Sydney Opera House (2019) Sydney Opera House Annual Report 2018-2019. p. 71
- Sydney Opera House (2020) Sydney Opera House Annual Report 2019-2020. p. 77
- Sydney Opera House (2021) Sydney Opera House Annual Report 2020-2021. p. 95
- Sydney Opera House (2022) Sydney Opera House Annual Report 2021-2022. pp. 20-97
- Honeywell Official Website (2023.05.18.) Press – Honeywell Supports Sydney Opera House To Reach Six Star Green Star Rating
함께 보면 좋은 자료들: 글로벌 탄소중립 관광명소 10: ‘그린 핫플’을 찾아라!
- 지구가 없으면 테니스도 없다: 윔블던 챔피언십(The Championships, Wimbledon
- 세계가 감탄할 만한 독보적인 행보를 보이는 친환경 축구 경기장: 토트넘 홋스퍼 스타디움
- 미래를 꿈꾸는 예술의 거리: 브로드웨이(Broadway)
- 친환경적인 월드투어, 문화산업의 새로운 패러다임: 콜드플레이(Coldplay) ‘월드투어’
- 녹색 놀이공원, 월트 디즈니 월드: 플로리다 매직킹덤
- 친환경 분야에서도 세계 최고와 최초의 역사를 쓰다: 영국 자연사박물관
- 베네치아를 침몰로부터 구하려는 이탈리아의 고군분투: 기후적응 대표 관광도시
- ESG 가치를 실천하며 지역사회의 지속가능한 미래를 그려가는 타워: 도쿄 스카이트리
- 지속가능한 올림픽과 에펠탑: 2024 파리올림픽과 에펠탑(Eiffel Tow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