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서울문화재단 무대기자재공유센터의 임지은 매니저와 김유리 주임의 인터뷰를 바탕으로 구성한 글입니다.
리스테이지 서울이 만들어지게 된 배경에 대해 이야기를 들려주실 수 있을까요?
이 사업은 2020년에 마련된 서울시의 ‘서울연극플랜2025’에 바탕을 두고 있어요. 연극인들이 공연·예술 현장에서 사용한 무대 소품이나 세트를 보관할 장소가 부족하다는 애로사항을 듣고 기획된 사업이죠. 이 쪽에 연극 센터가 세워진 것도 그렇고 대여 서비스를 해보자는 의견이 모아진거죠. 대여 서비스라기보다는 무대 소품 보관에 관한 서비스라고 보시면 돼요. 지금도 극단마다 주로 컨테이너에 따로 보관을 하고 있어서 비용도 많이 들고 관리하기도 힘들다보니 공공에서 이와 관련한 서비스가 있으면 좋겠다는 의견이 있었고, 연극인들의 이런 애로사항을 담아낸 게 ‘서울연극플랜2025’이었어요.
서울시가 2021년도에 무대 소품 창고 조성 실태조사 용역사업을 했고, 그 이듬해인 2022년도에 이 사업을 민간에 위탁하여 한국예술종합학교(이하 한예종)로 하여금 사업을 시작하게 했어요. 2022년은 민간 건물에 임차 형태로 창고를 마련하고, 물품을 모아서 창고를 조성한 시기였죠. 그렇게 창고 사업 준비를 하다가 2023년에는 공공기관인 저희 서울문화재단이 이 사업을 넘겨받아서 운영하게 됐어요. 시범운영을 하다가 올해부터 정식으로 운영하고 있죠.
히스토리의 흐름은 그래요. 이 흐름을 먼저 알면 이해하기가 좀 더 수월할 겁니다.
이 사업은 누구의 어떤 아이디어가 출발점이 되어 구체화되었나요?
시작은 연극인들이 물품을 보관할 곳이 없어 창고가 필요하다는 요구였고, 공식화된 배경에는 오세훈 시장님의 주력 사업 중 하나가 있다고 보시면 됩니다. 시장님께서는 본인도 아이디어를 냈다는 얘기를 들려주신 적이 있어요. 안건이 구체적으로 실현되어 가는 과정에서 이 사업도 첫 발을 내딛게 된 거죠. 서울시의 사업으로 시작을 할 수가 있었던 거죠.
이 사업이 시작했을 무렵, 실태 조사 용역을 비롯한 조사 및 연구를 하는 과정에서 ‘창고’라는 영역이 물리적으로 제한이나 한계가 있었어요. 부동산 문제도 그런 차원의 문제였어요. 서울시의 땅값도 무척 비싼데, 큰 창고를 계속 관리하면서 물건도 계속 늘어날 경우 한계가 있을 거라는 생각을 했던 거죠. 그래서 궁극적인 방향은 온라인 플랫폼이어야 한다는 결론에 다다랐어요. 실태조사 용역이나 한예종 측 사업 방향 조사에서도 그런 결과가 나왔어요. 그래서 온라인 플랫폼을 만드는 것으로 방향이 정해진 가운데, 친환경적 실천이 함께 하는 플랫폼이어야 한다는 포지셔닝의 아웃라인이 마련되었죠.
이 사업이 서울문화재단으로 넘어온 것은 사업이 세상 밖으로 나오기 직전이었어요. 저희 재단이 위탁 계약을 맺은 게 1월이었고, 5월부터 시범운영이 시작되어 서비스를 개시했는데, 전신은 한예종이 ‘무대 곳간’이라는 이름으로 세팅했던 사업이었어요. 한예종이 민간 위탁을 받고 사업 개시를 하려고 준비하던 중에 만든 ‘무대 곳간’이 용역 마무리 단계에서 사업설명회까지 하고 난 후에 서울문화재단으로 넘어오면서 리브랜딩된 거라고 보시면 됩니다.
서울문화재단은 이 사업에 ‘리스테이지 서울’이라는 이름을 붙였어요. ‘무대 곳간’은 가지고 있는 물건을 보는 정도 수준의 임시 홈페이지가 있었는데, 원래 있는 플랫폼을 사용하는 형태이다보니 로딩 속도가 느렸어요. 그래서 정식 오픈을 하기 전에 온라인 플랫폼을 개발하는 일부터 시작할 필요가 있었고, 그 이후인 2023년 12월에야 정식 오픈을 할 수 있게 되었어요.
‘리스테이지 서울’이 유사 서비스들과 차별되는 점은 뭔가요?
저희의 온라인 대여 시스템이 국내 최초라고는 하는데, 이와 유사한 사업으로 국립극장과 세종문화회관의 대여 서비스가 있기는 해요. 하지만 이 기관들의 사업은 인력난으로 인해 대외적으로 오픈하고 홍보를 해서 활발하게 운영할 수 있는 여건은 아니에요. 독립 단체나 세종문화회관 등이 시립 단원이나 각종 단체에서 사용했던 물건을 대여해주는 서비스를 하지만, 직접 찾아가서 필요한 물건을 찾고 빌려야 하는데다 가격이 아주 저렴하지도 않죠.
저희 사업은 대여료가 아주 저렴하다는 점과 위탁자가 있다는 점이 달라요. 저희의 물건이 아니라 위탁자의 물건을 대여하는 시스템이자 일종의 순환 서비스라고 보시면 돼요. 이 사업은 맡길 곳이나 보관할 곳이 없는 의상이나 소품을 저희에게 맡겨 보관을 하면서도 다른 사람들이 저렴한 가격으로 해당 물건을 빌려서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방식의 선순환 구조로 세팅이 된 거죠. 일단, 이용자들이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어야 하기에, 저희가 미리 물건의 사진을 찍어서 온라인상에 업로드해 두면 사람들이 필요한 물건의 대여 비용을 확인하고 결제까지 할 수 있는 예약 및 결제 시스템을 만들었어요. ‘리마켓*’도 아까 말씀드렸듯 궁극적으로는 오프라인 플랫폼이 한계가 있기 때문에 지속가능한 플랫폼이기 위해서는 온라인이라는 방향성이 필요했구요. 사업 세팅은 그렇게 시작되어 팀간 논의를 거치면서 ‘친환경적이고 가치지향적인 사업을 하자’는 부분이 부각되는 방향이 잡혔고, 지금은 공연·예술계의 대표적인 실천 플랫폼으로 자리 잡기 위해 노력 중이에요. 이 사업은 그런 취지로 운영이 되고 있습니다.
* 리마켓은 서울문화재단에서 운영하는 공연물품 온라인 판매 및 나눔 공간이에요.
관리자측은 어떤 메리트가 있을까요?
그런 건 없어요. 저희가 대여료를 받다 보니까 수수료 수입이 있지는 않나 궁금해하시는 경우도 있는데, 그로 인한 수입은 많지도 않지만 전부 세금으로 귀속이 돼요. 메리트라고 하면 이용자 측면에서 보관할 곳이 없는 물건을 저희가 대신 보관하고 관리하는 것일 거에요. 이 과정에서 기부 형태로 처리하는 건 행정적인 문제가 있더라고요. 기부 심의를 일일이 받아야 하는 어려움 때문에 위탁 형태로 문제를 풀었고요. 주인이 언제든지 본인의 물건을 맡기고 공연할 때 가져가서 사용할 수 있는 방식의 위탁이라는 개념으로 말이죠.
국내 최초라는 타이틀이 붙은 이 사업을 준비하고 진행하시면서 참고한 사례가 있을까요?
저희 사업의 경우, 가치지향적인 부분을 보기 위해 영국 국립극장의 ‘씨어터 그린 북’을 참고했어요. 다른 나라의 공연·예술계에서는 이미 환경이 중요한 테마였고, 영국의 경우 국립극장이 공연을 친환경적으로 제작할 수 있는 가이드를 만들었어요. 내용을 보면 제작을 할 때 어떻게 합의를 해나가는지, 누가 친환경을 지향하고, 어떻게 재활용품을 최대 활용할 수 있는지 등과 관련한 방법이 구체적으로 나와 있어요. 이 가이드는 공연·예술계의 실천에 있어 중요한 지표라고 생각해요. 저희는 해외 사례 중 이 ‘씨어터 그린 북’을 참고했고, 무엇보다 재활용 및 재사용을 극대화하는 실천을 중심으로 하는 플랫폼을 만들어보자는 생각을 했어요. 국내 사례로는 아까 말씀드렸던 국립극장이나 세종문화회관, 그리고 유사 사례를 찾아다니면서 벤치마킹하려고 했지만, 엑셀 프로그램을 통한 관리를 하는 정도의 시스템이 부재하다시피 한 상황이라 벤치마킹할 수 있는 사례가 없었어요.
국내 온라인 플랫폼으로는 ‘공쓰재(공연 쓰레기 재활용)’라는 민간 단체에서 페이스북을 통해 ‘리마켓’같은 형식을 취하는 서비스를 제공하기도 했지만, 그건 ‘나눔’만 하는 서비스였어요. ‘공쓰재’는 공연 단체들이 공연 후 버리는 물건들이 아깝고, 폐기물이 되어 환경에 악영향을 끼치는 게 마음에 걸려서 물건을 나눠 쓸 수 있는 사이트를 만들자는 취지로 오래전에 활동을 시작했어요. 공연 후 쓸모가 없어진 물건을 ‘나눔’하기 위해 페이스북에 올리면 필요한 사람이 가져가는 식으로 운영이 되었는데, 그마저도 코로나를 거치면서 업로드가 이루어지지 않아서 없어진 거나 마찬가지인 상황이에요. 그래서 참고할 만한 국내 사례를 찾기는 어려웠죠.
결국, 저희는 모든 걸 처음부터 만들어나가야 했어요. 그냥 치고 나가야 하는 상황이었죠. 홈페이지 개발단계에서부터 설계는 물론 우리가 어떻게 만들어야 이용자들이 편리할지, 물건을 어떤 방식으로 보여줘야 좋을지를 참고할 만한 쇼핑몰 등을 직접 찾아가면서 처음부터 하나하나 만들 수밖에 없었어요.
이 플랫폼을 만드시면서 중시한 가치나 중점을 두고 해나가신 일이 있을까요?
저희는 친환경성을 중시했어요. 이 사업의 주된 목적은 예술가들이 공연할 때 제작비를 절감할 수 있게 하자는 거였죠. 지원 측면에서는 직접적인 지원과 간접적인 지원을 모두 해나가자는 생각을 했어요. 개별적으로 필요한 의상 하나를 제작하려면 100만 원이 들지만, 저희 플랫폼을 통해 2만 원을 주고 빌리면 제작비를 절감할 수 있다는 것이 직접적인 지원의 범주에 해당할 거에요 하지만, 이와는 별개로 공연·예술계에서 친환경 부문의 선두에 서서 자발적인 공유 문화(자원 재활용 및 재사용)를 만들어가는 데에도 힘이 되어보자는 포부도 있었죠.
공연·예술계에 부는 친환경적인 바람은 문화·예술 전반에 이미 들어와 있지만, 현실적인 문제로 실천을 하기 어려운 부분이 많죠. 일반적인 제작이나 운영과 관련한 비용 문제 외에도 폐기하는 것조차 비용이 들잖아요. 제작 단계에서부터 친환경성을 실천하려면 비용도 비용이지만, 제작 기간도 길어지고 한 사람 사람의 동의도 얻어야 하는 수고로움도 따르죠. 이런 어려운 일들을 실천할 수 있는 플랫폼 역할을 저희가 해줄 수 있으니까, 여기 이렇게 저희가 존재하는 한, 쉽고 편리하게 필요한 물건을 빌려 가서 사용할 수 있는 플랫폼이 운영될 것이고, 이 플랫폼이 자리를 잡아간다면 플랫폼이 지향하는 공유 문화의 가치도 확산되지 않을까 생각해요.
이 서비스를 정식 운영하기 시작한 이후, 경험하신 어려운 일이나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을까요?
많았어요. 너무 많았어요. 저희가 여기까지 오기가 너무 힘들었어요. 모든 게 다 저희 직원들의 한 땀 한 땀의 수고로움의 결과에요. 물건을 관리해야 하는 부분에서는 기계적으로 접근할 수가 없어서 디테일을 신경 써야 하고, 무엇보다 이제 가장 어려운 점은 공간을 확보하는 것이었어요. 서울시가 이 사업을 시작하면서 처음에는 민간 건물을 임차했잖아요. 성수에 있는 민간 건물에서 시작해서 올해 6월에 이사를 왔으니까 운영 기간으로 보면 약 1년 정도 있었던 건데 거기는 지하였어요. 접근성과 물건 상하차의 편의성을 고려해야 해서 서울시가 그곳을 고를 수밖에 없었어요. 그런데, 지하실이다 보니 습기도 차고, 자동차 배기가스도 들어오는 등의 문제가 있어서 저희 직원이 상주할 수가 없었죠. 공간이 너무 협소한 창고 규모였기 때문에 안정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공간을 확보하는 게 저희에게는 중요한 과제였어요. 하지만, 서울시의 유휴 공간을 찾아보아도 마땅한 곳이 없어서 결국 올해가 되어서야 정착이랄까 터전을 잡을 수 있게 됐어요. 대학로 인근이라 접근성도 좋고, 대도구 창고도 연말에 오픈할 예정이라 좋았죠. 너무 큰 가구나 세트, 부피가 큰 덧마루 등은 이곳에는 수용이 안 되기 때문에 큰 물건을 보관할 수 있는 대도구 창고를 지금 수유동에 오픈할 예정이거든요. 운영이 이원화되어 이루어지기는 하지만, 공간 확보가 해결이 필요한 중요한 문제였어요. 여기 이곳도 물건 수용 측면에 있어 완벽한 장소가 아니기는 해요. 물건은 계속 늘어난다는 문제가 있더라고요. 사실 온라인 플랫폼을 만드는 일도 선례가 없는 일이라 힘들었지만, 늘어나는 물건과 공간 확보의 문제로 인한 어려움이 크네요.
보관중인 물품들이 홈페이지에서 본 것보다 더 많네요. 바코드 관련 전산화 시스템은 어떻게 구현되었나요?
바코드도 원래는 하나도 없었어요. 저희가 이 사업을 넘겨받을 당시에는 물건만 있는 상태였죠. 그 물건들을 일일이 시스템화하면서 바코드 작업과 전산 작업을 함께 했어요. 물건을 빌려 쓰려고 하는 이들에게 시스템 없이 물건을 빌려줄 수는 없으니까, 이 수많은 물건의 개수와 상태 등을 일일이 파악하면서 폐기나 수선해야 할 것들과 미등록된 것 등을 분류하는 작업을 해야 했고, 분류 기호에 맞는 바코드 작업도 함께 해야 했어요. 그렇게 이 물건들을 모두 전산화된 하나의 시스템에 넣는 작업을 했다고 보시면 돼요. 온라인 관리를 위한 기본적인 작업이었던 거죠.
이 사업이 한예종에서 넘어왔을 때는 전체 품목이 2,011점이었는데, 지금은 5,166점이에요. 더 늘어날 수도 있는 상황이라 사업이 활성화되어 좋기는 하지만, 관리면에서 어려움이 있다 보니 주신다는 물건을 다 못 받기도 해요. 보관과 관리에 인력적 한계가 있어서 이 부분을 어떻게 풀어갈 것인지가 앞으로의 숙제죠.
이 서비스의 이용자들은 주로 어떤 분야에 종사하는 분들인가요?
발레나 오페라 공연의 종사자들도 있지만, 공연·예술계에 종사하시는 분들은 장르를 불문하고 다양한 사람들이 이곳을 이용하고 계세요. 하지만, 연극 공연 종사자들이 가장 많기는 해요. 저희 팀원들과 이야기를 해보니, 전문 극단이 7할 정도고 학생들과 기타의 경우가 3할 정도 차지하더라구요. 학생들의 경우, 오디션 보는 학생부터 동아리 활동을 위해 이용을 해주시고, 극단도 아마추어 극단부터 전문 극단까지 많이 찾아주세요. 작년에 시스템이 없었을 때, 대여 시 계약서를 수기로 작성하면서 시범운영을 한 기간이 있었는데, 그 때는 이용률이 굉장히 저조했어요. 그럴 수밖에 없었죠. 저희가 홍보를 대대적으로 하지도 않았고, 지금처럼 시스템이나 인프라가 갖춰진 상태도 아니었거든요. 올해는 이용률이 작년 대비 6배 정도 증가했어요. 바쁘죠. 저희가 사업을 시작하고 정착하는 과정에서 걱정했던 것에 비해 많이 활성화되었어요.
가장 많이 대여되는 물품은 무엇인가요?
데이터상, 여행 가방이 인기 아이템으로 나타나요. 저희가 가진 여행 가방들은 희소성이 있거든요. 아까 보신 모형 책은 디스플레이용 소품이에요. 가짜 책이지만 이런 모형 책도 많이 빌려가시고, 위스키병 등의 모형 병이나 (저 앞에 보이는) 장총 같은 것도 많이 빌려가세요. 이런 건 누가 빌려갈까 싶어도 빌려가시는 분들이 계세요 (웃음). 아무래도 공연극의 형태나 종류가 워낙 다양하다 보니까 정말 다양한 물품을 빌려가세요. 의상도 시대 의상이나 경찰복 같은 제복, 독일군 군복이나 유럽의 중세 시대 옷 등 다양해요. 정말 너무 다양해서 신기할 때도 있어요. 연극 공연에서 가장 많이 빌려가세요. 오페라 공연의 경우는 중세 시대의 옷이 필요할 때가 많고, 무용 공연에서는 전통 공연도 많아서 관련 의상을 찾으시죠.
물품 관리는 어떻게 하시나요?
물품 관리는 저희 직원들이 하고 있어요. 그게 좀 고민이기는 해요. 사업이 저희한테 넘어오기 전에는 소품 디자이너나 의상 디자이너들이 관리하는 형태였지만 저희는 그렇게 할 수가 없거든요. 일을 하다 보니 그런 분들이 꼭 상주할 필요가 없더라구요. 저희가 필요시 직접 세탁을 주거나 수선이 필요한 것들은 전문가한테 의뢰하는 방식으로 관리하고 있어요.
환경 측면의 성과를 측정하는 등의 일도 진행하고 계신가요?
저희도 이걸 정말 하고 싶긴 한데 아직 수치화하는 작업은 하지 못하고 있어요. 그 작업은 내년 이후 구체화하려고 준비 중이에요. 물건을 재사용함으로써 탄소발자국을 얼마나 줄이고 있는 건지 궁금하기도 하고, 수치화하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런데, 연차가 더 쌓여야 데이터화하는 것도 가능해지는 부분이 있다 보니 계획을 구체화하면서 전문가들과 만나기도 하고, 캠페인 등도 하면서 수치화된 성과를 포함한 이런 활동을 홍보하려고 하고 있어요. 감사하게도 이 사업의 친환경적 노력을 인정하고 독려해주는 의미의 상을 수상했는데, 자속가능한 실천을 객관하기 위한 방안도 만들어가고 싶어요.
‘리마켓’은 어떻게 운영이 되고 있나요?
‘리마켓’은 공연계의 ‘당근마켓’이라는 느낌으로 만들었어요. 만들 때 꽤나 힘들었어요. 왜냐하면 ‘당근마켓’ 개념으로 만들기는 했지만, ‘당근마켓’이 한 건물에 있는 사람들이 모두 그 일을 하는 형태라고 하면 저희는 그럴 인력이 부족하거든요. 처음 시작할 때 그 부분이 너무 어려웠어요. 하지만, 인력은 이미 정해진 사항이라 온라인 플랫폼 개발에 더 집중하게 되었죠. ‘리마켓’이 활성화되려면 저희가 운영하는 웹사이트 자체가 커뮤니티적으로 활성화되어야 이용자 유입도 쉬이 이루어지고, 다양한 물건을 업로드하는 것도 활발히 진행되겠죠. 그런데 저희 사이트는 커뮤니티 기능이 빠진 오롯이 대여와 반납을 목적으로 하는 사이트라서 이용자들도 그런 목적을 가지고 방문을 하다보니 정체가 되는 느낌이 있죠. 다 말씀드리기는 어렵지만 어려움이 많았어요. 일례로, 카드 결제 관련 심사와 관련해서도 중고 거래가 있으면 심사가 불가하더라고요. 중고 거래 자체에 문제가 많아서 그렇대요. 그래서 웹사이트를 개설할 때도 도메인을 분리해야 한다거나 하는 등의 복잡한 일들이 발생했죠, 솔직히 ‘리마켓’의 존속 여부에 대해 고민할 때도 있어요. 이 사업의 활성화를 위한 계획이 예기치 못한 상황으로 인해 진전시키기 어려운 경우도 생기거든요.
극단이나 개인 이용자들과 관련된 인상적인 에피소드나 고충이 있다면 들려주세요
두산아트센터에서 공연했던 ‘명태 말고 영태’라는 연극이 있었어요. 연출가님이 생선 인형을 대여하려고 오셨죠. 그 분이 대여할 수 있는 물품을 둘러보시면서 저희 사업 취지에 깊이 공감을 해주시더니 공연이 끝나고 공연에서 썼던 물품을 위탁해 주신 적이 있어요. 그렇게 대여에서 위탁까지 이어지고, 저희 사업이 추구하는 가치에 공감하는 분과 만나게 될 때 보람을 느껴요. 그리고 다행히 그런 경우가 많아지고 있어요. 제작비를 절감하고자 오시는 분들도 있지만, 저희 사업의 취지에 공감을 해주시면서 잘 됐으면 좋겠다는 분들이 많아요. 이 사업은 누가 봐도 착한 사업이라 그런지 공감이나 응원을 많이 해주세요. 물건을 빌리러 왔다가 맡기게 되는 경우도 많아지고, 재방문이나 재대여율도 많아요.
이 사업이 대여사업이다 보니까 대여와 반납이 원활히 이루어져야 해요. 크게 문제가 생긴 경우는 없지만, 반납과 관련해서 이용자와 연락이 안 되는 이런 경우가 가끔 있기는 하죠. 이건 운영할 때 경험하게 되는 힘든 부분이죠. 이 사업을 시작할 때, 약관이나 정책 부분이 잘 정립되어 있어야 사업을 유지해 나갈 수 있다는 점에서 해당 부분을 중시했는데도 고민이 생기더라고요. 운영을 하면서 이용자 중심의 편의성을 최대한 우선시 하려다 보니, 지켜지지 않는 약속과 관한한 문제가 생길 때는 약관이나 정책 부분을 더 강화해야 하는 건 아닌가 하는 고민을 하게 돼요.
‘리스테이지 서울’의 인지도가 궁금해요
저희가 정말 바닥에서부터 시작을 했어요. 인지도는 커녕 물건만 손에 쥐고 아무 것도 없을 때부터 시작했는데 지금은 공연 업계에서는 대부분 알고 계세요. ‘들어봤다’는 말을 하시는 분들이 많아서 저희도 신기해하는 상황이에요. 작년 12월에 시스템을 정식으로 오픈한 이후, 사실상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운영을 하는 거잖아요. 사업 초반에는 이 사업을 알리고 다양한 단체들과 동행하고 싶어서기 ESG 파트너십 방식으로 협약을 맺었어요. 다양한 기관이나 단체들이 공연·예술을 하면서 친환경 행동 실천에 동참하겠다는 약속을 하는 예술 파트너십을 맺은 거죠. 현재는 100여 개의 단체들이 함께 하고 있어요. 덕분에 입소문도 자연스럽게 나는 상황이랄까요. 하나의 단체가 또 다른 단체에게 저희 사업을 소개해 주기도 하고, 이미 대여 경험이 있는 사람을 통해 소개받아서 찾아오는 사람도 있어요. 그런 식으로 저희 사업을 알게 된 사람이 많아진 느낌이 들어요. 신기하죠.
공연·예술 단체들 외에 어떤 기관들과 업무협약을 맺고 계신가요?
‘교육청’, ‘한국장애인문화예술원’, ‘KT&G 상상유니브’ 등 큰 규모의 기관이나 기업도 있고, ‘서울연극협회’나 ‘한국연극협회’, ‘한국소극장협회,’ 그리고 무용 관련 기관들 외에도 저희 서울문화재단의 지원을 받는 단체들도 있어요. 이런 기관들과의 협약은 저희가 먼저 제안을 드리는 경우도 있지만, 상대가 먼저 제안을 해서 협업을 하게 되는 경우도 있어요.
업무 협약을 통해 해나가신 일들은 무엇인가요?
다양한 시도를 해나갔어요. 일례로, ‘대한민국연극제’나 ‘서울프린지페스티벌’에 참여하는 단체의 경우, 물품 활용을 친환경적으로 할 수 있도록 돕고 있어요. 제작비를 절감하면서 친환경적인 공연을 만들 수 있도록 저희 물품을 무료로 대여할 수 있게 하거나 스폰서십을 맺기도 해요. KT&G에서 진행하는 일종의 지원 사업형 공연에서도 저희 물품을 대여하여 사용하기도 하고, 대여사업은 아니지만 KT&G 관련 패션쇼의 홍보 부스에 저희가 참여하기도 하는 식으로 다양한 형태로 일을 진행해보고 있어요. 그리고 조금 다른 시도일 수 있지만, ‘교육청’과는 학생들에게 재활용과 재사용에 대해 알리는 일을 하기도 해요. 많지는 않지만 협업 관련 문의가 있기도 하고, 선생님들이 직접 찾아오는 경우도 있어요. 교육청이 저희 사업을 초・중・고등학교에 알리는 가교 역할을 하기도 하는 거죠.
타 기관이나 단체들과 할 수 있는 새로운 협력 사업도 계획하고 있으신가요?
올해가 이 사업을 보다 많은 사람이 인지하고 이용할 수 있게 알리면서 활성화하기 위한 ‘시작’을 하는 한 해였다면, 내년에는 친환경적인 요소를 좀 더 부각하면서 시스템을 견고히 다지는 데에 집중할 예정이에요. 여러 상황상 실현하기는 어렵겠지만, 하고 싶은 것도 있어요. 이를테면, 인프라를 갖추고 나면 시민을 대상으로 하는 프로그램을 기획하자는 계획이 그런 거죠. 이곳으로 이사를 오면서 2층에 작은 쇼룸을 만들자는 구상안이 있었거든요. 저희가 가진 물품을 착용하고 사진을 찍어볼 수 있는 등의 작은 쇼룸이 만들어진다면, 주로 공연·예술업계를 대상으로 하는 이 사업 자체가 시민사회로 확장될 가능성도 있겠다 싶었어요. 시민들이 공연·예술계의 지속가능성 관련 실천들을 알게 되면서 좋은 영향을 확산하게 된다면 더없이 좋을 거고요.
사업이 확장되면 다른 웹사이트가 생기는 등의 변화도 기대해볼 수 있을까요?
프로젝트가 잘 진행된다면 그런 식의 확장성도 생각해 볼 수 있겠죠. 웹사이트가 커질 수도, 협소한 물품 보관 공간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단독 건물로 갈 수도 있는 거죠. 하지만, 아직은 가능성 차원에 머물러 있는 이야기라 사업적 추이를 지켜봐야 해요. 서울시의 정책 흐름도 고려해야 하고요. 물론, 이용자가 많아지고 사업이 활성화되는 게 저희는 물론, 연극인들도 원하는 바이기는 하죠.
올해 9월 말에 국립극장에서 파주에 굉장히 큰 무대 제작소까지 겸비한 ‘국립극장 무대예술지원센터’를 만들었어요. 그 규모가 어마어마해요. 이제 국·공립 공연 관련 기관의 거대 규모 세트 등을 보관하는 데가 생긴 거죠. 이곳도 대여 서비스를 할 예정이라고 하는데 오픈한 상태는 아니에요. 저희랑 유사한 서비스를 하는 곳이 생긴 거죠.
이제 저희는 포지셔닝을 명확히 할 필요가 생겼다고 봐요. 서울시 안에서 접근성 좋고, 편리하고, 민간의 작은 단체나 기관을 중심으로 하는 사업으로 차별화하는 것에 대해 생각하는 시기랄까요. 국립극장급 기관의 사업과는 좀 다른 방향을 잡고 운영하면서도 상생해 나갈 부분도 찾고 있어요.
실례가 안 되다면, 마지막으로, 이곳에서 근무하시는 분들이 문화예술적 배경이 있는지 그리고 친환경적 실천에 대한 여러분들의 생각도 궁금해요
연극 전공자도 있고, 뮤지컬 전공자도 있어요. 이곳에는 공연·예술 전공자가 많아요. 지속가능성이나 친환경성 관련 전문 인력을 채용하는 것은 아니지만, 저희끼리 그 분야와 관련한 논의와 합의를 해나가면서 실천할 수 있는 것들을 해나가려고 하는 중이죠. 하지만 아직 미미한 단계에 머물러 있고, 할 일이 많죠. 저희가 하는 이런 류의 물품 공유 사업이 잘 운영되면 공연계 사람들이 좀 더 손쉽게 친환경적인 실천을 하면서 일상생활에서도 변하는 부분이 생길 것이라는 바람이 있죠. 요즘은 저희끼리 그런 고민을 서로 나누면서 논의해 나갈 기회가 많아졌어요. 이렇게 인터뷰를 위해 찾아오는 사람도 있고, 포럼에 참가해달라는 연락을 받기도 하는 등 저희뿐 아니라 다양한 사람들과 함께 고민할 기회가 생기는 것도 유의미하게 받아들이고 있어요.
사실 해외에는 지속가능한 공연을 위한 활동이 다양하고 활발하게 이루어진 지 꽤 됐어요. 하지만, 나라별 공연·예술계의 분위기나 환경이 다르기 때문에 우리가 하기에는 어려운 부분들도 있기 마련이죠. 유럽의 경우, 제작을 하는 극장을 중심으로 가이드라인이 만들어지는 경향도 있다 보니, 한국의 공연업계 사정상 당장 공연을 해야 하는 사람들은 실천할 수 있는 게 많지 않기도 해요. 비용, 시간 등에 제약에 있죠. 그래서 요즘은 공연·예술 관계자들이 모여서 우리 환경에서 실천할 수 있는 것들에 대해 고민하는 자리들이 생겨나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다고 생각해요.
서울시가 시작을 먼저 하기는 했지만, 국립극장도 그 흐름 안에서 새로운 플랫폼을 만들어보기도 하잖아요. 이렇게 조금씩 변화가 시작되면 큰 범주에서 정책도 바뀌어가지 않을까 생각해요. 어떻게 하면 공연업계가 친환경적인 실천을 할 수 있도록 도울 수 있을까?에서 출발하는 정책이나 지원 사업 등이 생기면, 판도가 바뀌겠죠. 지금도 그런 방향을 향해 조금씩 움직이고 있다고 생각해요. 그런 방향으로 움직이는 속도는 느릴지 모르지만, 조금씩 바뀌고 있다는 건 사실이에요. 저희는 그 흐름 안에서 첫발을 빨리 내딛었다는 것에 자부심이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