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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네치아를 침몰로부터 구하려는 이탈리아의 고군분투

– 기후적응 대표 관광도시, 베네치아 –

김 은 회 ㅣ 경희대학교 국어국문학과

1. 들어가며: 기후변화의 위기에 직면한 도시

도시는 온실가스의 주요한 배출원이며, 기후변화에 취약한 곳이다. 동시에 도시는 기후변화 감축과 적응 정책이 적용되는 곳이다. 기후위기에 회복 탄력성 있는 관광도시를 만들기 위해서 지역의 인식을 파악하고 자연 과학적인 위험 데이터를 기반으로 융복합적인 분석을 통해 지역 맞춤형 기후변화 감축 및 적응 대책을 만들고 시행해야 한다. 우리가 살펴볼 베네치아는 120여 개의 섬과 177개의 운하로 이루어져 경이로움과 기이함이 교차한다. 수로로 벽을 세운 미로 같은 이곳에는 광장과 미술광, 오래된 성당 등 볼거리가 즐비하다. 391개의 연결 다리를 통해 정수를 만낄 수 있다. 특히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만큼 뛰어난 경관을 가진 명소가 많아 세계 각국에서 베네치아를 관광하기 위해 방문한다. 

베네치아와 같이 인구와 사회 주요 시설이 밀집한 도시는 기후변화의 극한 기후 위험으로 인해 큰 피해를 볼 가능성이 높다. IPCC는 도시의 기후위험을 크게 5가지인 홍수, 가뭄, 대기오염, 보건, 열로 분류하였는데(IPCC 2022), 베네치아는 수상 도시로서 강수량 변화 등으로 인한 홍수와 폭풍, 집중호우로부터 취약하며, 도시를 둘러싼 석호의 해수면 상승과 염도 증가로 건물들이 부식되는 등 위기를 겪고 있다. 

이 글에서는 전 세계적인 관광 명소인 이탈리아의 베네치아가 기후변화의 위기를 어떻게 극복하고 있는지 살펴보고 시사점을 도출하고자 한다.

2. 위험에 처한 인류의 자산, 베네치아

수상 도시 베네치아의 형성 과정

<그림 1>  2019년 12월 베네치아 대홍수로 인해 침수된 잠긴 도로와 운하 (출처: 위키피디아, 2019)

베네치아는 이민족의 침공을 피해 석호에 있는 작은 섬들로 이주했던 주민들로부터 시작되었다. 베네치아와 석호 일대는 충적 미사토(진흙)로 이루어져 있다. 이 지역에는 석호와 바람, 파도, 조류에 밀린 모래와 사주가 많다. 토르첼로(Torcello), 이에솔로(Iesolo), 말라모코(Malamocco) 같은 작은 모래섬은 처음에는 임시 피난처였지만, 이후 피난민이 계속 몰려들고 어부를 비롯한 정주 인구가 늘어나면서 거주지의 면적을 늘릴 필요성이 대두되었다. 베네치아인들은 건물을 지을 단단한 기초를 다지기 위해 진흙 습지대에 물기에 강한 오리나무 말뚝을 깊고 촘촘하게 박아 넣었다. 이 나무 말뚝 위에 이스트리아 석회암 팜을 올린 뒤 건물을 지었다. 임시 거주지는 점차 영구 정착지가 되었고, 농민과 어부의 최초 피난처였던 베네치아는 해양 국가로 변화하여, 작은 섬인 리알토(Rialto)가 새로운 도시의 핵심부로 선정되었다. 척박한 자연환경에 적응하고 극복하기 위한 건축 방식을 고안해내어 독특한 도시 형태를 이룩한 것이다. 베네치아의 수로는 도시가 바닷물에 잠기는 것을 막고, 도시 내외 물자를 운송하는 역할을 담당해왔다. 광장과 주택을 연결했던 수로는 자연스럽게 사람을 모이게 하여 커뮤니티를 형성시키는 역할도 하였다. 이러한 자연과의 지속적인 상호작용은 오늘날에도 이어지고 있다.

홍수와 폭우로 점차 가라앉는 도시와 그에 적응해온 베네치아

<그림 2>  아쿠아 알타 기간 동안 침수된 베네치아의 폰다멘타 델 스퀘로 (출처: 위키피디아, 2019)

2019년 11월 13일, 이탈리아의 베네치아에서는 큰 홍수가 발생했다. 12일 밤부터 시작된 폭우로 인해 수위가 상승하여 최대 수위는 187㎝까지 치솟았다. 베네치아 조수 모니터링 및 예측 센터에서 기록한 최고 수위인 194㎝까지 치솟았던 1966년 이래 53년 만에 가장 높은 수위를 기록한 홍수였다. 이로 인해 베네치아 도시 대부분의 주택과 상가의 1층이 침수되었고 산 마르코 대성당도 물에 잠겼다. 이번 침수는 산 마르코 대성당이 1200년 동안 여섯 번째로 침수된 사건이었다. 산 마르코 대성당의 모자이크 바닥과 대리석 기둥에 소금물이 스며들었고, 종탑 산책로도 파괴될 정도로 큰 홍수였다. 

이 홍수는 한 번의 침수로 끝나지 않았다. 13일 이후 일주일 동안 계속되는 폭우로 수위는 이후에도 154㎝, 150㎝를 기록했다. 짧은 기간에 세 차례의 홍수가 발생한 것은 역사상 매우 이례적인 사건이었다. 홍수로 인해 베네치아 도시의 90%가 물에 잠겼고, 산 마르코 대성당뿐만 아니라 주변 60여 곳의 교회가 피해를 입었다. 베네치아 전체 교회의 절반에 달하는 피해였다. 같은 해 12월 23일에는 베네치아의 조수 수위가 약 한 달 반 만에 급격하게 상승하여 143㎝까지 치솟았다.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산 마르코 광장을 포함한 많은 지역이 홍수 피해를 입었다. 루이지 브루나로(Luigi Brugnaro) 베네치아 시장에 따르면 2019년 베네치아의 홍수 피해액은 10억 유로 (약 1조 3천억 원)에 달했다.

수상 도시로 잘 알려진 베네치아는 아드리아해 베네치아만 안쪽의 거대한 석호 위에 흩어져 있는 120개의 작은 섬들 위에 건설되었다. 도시 내에는 운하가 마치 거미줄처럼 얽혀 있다. 베네치아의 시가지는 석호를 이루는 사주 위에 세워졌기 때문에 지반이 약해서 지반침하의 문제가 자주 발생하는 문제가 있었다. 비가 많이 내리는 시기에는 물난리가 빈번했고, 베네치아는 바다와 가까이 있기 때문에 조수의 영향을 받아 수위 변동이 일어나는 것은 비일비재한 일이었다. 특히 아드리아해 북부에서는 가을부터 봄까지 계절풍으로 알려진 시로코가 북쪽을 향해 불고, 이에 반대되는 하강풍인 보라가 베네치아 석호의 바닷물이 외해로 흐르는 것을 막는 역할을 하는데, 이 과정에서 바닷물의 만조가 겹치면 베네치아 석호의 조수 수위가 높아졌다. 베네치아에서는 이러한 현상을 ‘아쿠아 알타(acqua alta)’라고 부른다. 

앞서 2019년의 홍수와 1966년 홍수, 이 두 차례 대형 홍수 사이에 50년이 넘는 시차가 있다. 하지만 최근 추세를 보면 대규모의 침수피해가 도래하기까지는 반세기가 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1923년부터 기록된 공식 수위 자료를 보면 지금까지 150cm를 넘은 아쿠아 알타 사건은 십여 차례인데, 그중 다섯 차례가 최근 3년간 발생했다. 맨체스터 대학 건축학부 교수인 샐리 스톤은 “기후변화로 해수면이 올라가면서 해수면 높이에 세워진 도시들이 모두 취약함을 드러내고 있다”라고 말했다. 그중 하나인 베네치아에서도 지난 수 세기 동안 수차례 아쿠아 알타와 맞물린 소규모 홍수가 발생한 것이다. 그런데 최근에는 높은 수위의 발생 빈도가 전례 없이 빈번해지고 있다. 

게다가 이런 상황은 앞으로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탈리아 살렌토대와 베네치아 카포스카리대 공동 연구진은 기후변화 진행 속도에 따라 2100년의 베네치아의 평균 해수면이 지금보다 최소 17㎝에서 최대 120㎝까지 상승할 것으로 예상했다. 지구 기온 상승폭이 산업화 이전에 비해 2도 이하로 관리되더라도 2100년 베네치아의 해수면은 32cm 상승할 전망이다. 해수면이 120㎝까지 오르면 베네치아의 15% 정도가 물에 잠기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사실상 도시의 7분의 1이 영구 침수되는 셈이다. 기온이 4도 상승하고 빙하가 대거 녹는 최악의 시나리오에선, 2100년 베네치아 해수면 상승을 180cm로 전망한다. 이는 2019년 홍수 때와 비슷한 수위이다. 영국 리즈대학 교수인 나타샤 바로우는 “남극 및 그린란드 대륙 빙하와 산악 빙하가 계속 녹고 있기 때문에 향후 수십 년간 해수면은 계속 상승할 것”이라고 말했다. 해수면이 조금만 높아져도 폭풍과 조수 및 파도의 최저 수위가 오르기 때문에 베네치아 해안가에는 홍수의 강도와 빈도가 크게 증가하는 것이다. 

<그림 3> 동일한 조수 현상이 지반 높이에 따라 다르게 나타나는 아쿠아 알타 (출처: Città di Venezia) 

베네치아에서는 아쿠아 알타 현상이 발생할 때, 수위가 해수면을 기준으로 100~120㎝ 사이로 상승하거나 하강하는 것이 일상적인 일이다. 계절적 홍수로 알려진 아쿠아 알타는 베네치아 지역 특성상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여겨지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조수 현상의 지속 시간은 짧은 편이다. 예를 들어 만조가 최대 120㎝에 도달하면 평균 1시간 30분 이내로 지속된다. 조위 값은 ㎝ 단위로 표시되며, 1897년에 베네치아의 기준(0)이 된 Punta della Salute로부터 해수면이 110㎝를 초과하면 아쿠아 알타로 간주된다. 베네치아의 지반은 균일한 평면에 펼쳐져 있지 않기 때문에 도시 포장도로의 높이에 따라 동일한 조수 현상이 도시의 여러 지점에서 다양하게 발생한다. 가령, 베네치아의 가장 낮은 지역 중 한 곳인 산 마르코 광장에서는 조수 높이가 82㎝ 이상이면 만조가 감지되는 반면, 조수위가 105㎝까지 상승하면 리알토 다리 지역이 침수되기 시작한다. Stazione FS 기차역 앞 광장에서는 사람이 걸을 수 있는 높이에 닿으려면 135㎝의 조수 높이가 되어야 한다

<그림 4> 산 마르코 교회를 방문하기 위해 인도교에서 기다리고 있는 관광객들 (출처: 위키피디아, 2008)

최근 10년 동안 해수면이 평균적으로 110㎝를 넘어서는 일은 일 년에 6번밖에 없었다. 해수면이 110㎝를 넘어서면 도시의 12%가 몇 시간 동안 물에 잠긴다. 특히 늦가을이나 겨울에 이 도시를 방문하면, 베네치아에서 가장 낮은 지역인 산 마르코 광장에 물이 차오르는 모습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장화를 신고 임시 다리를 건너는 사람들이나 이러한 침수 상황에 적응하는 상인을 포함한 베네치아 주민들의 모습을 흔히 볼 수 있다. 이상 조류가 발생하면, 해수면이 140㎝를 훌쩍 넘어 59%의 구시가지가 물에 잠기게 된다. 해수면이 140㎝를 넘는 경우, 산 마르코 광장의 경우에는 60㎝ 정도 침수된다. 따라서 베네치아에는 이러한 수위 변동을 예측하고 대응할 수 있는 시스템이 갖추어져 있다.

<그림 5> 만조 시 수상 서비스 (출처: ACTV)

아쿠아 알타로 인해 물이 차오른 경우에는 임시 고가 플랫폼으로 구성된 지정 보행자 경로를 따라서 시내를 이동할 수 있으며, 보행로는 조수 높이가 120㎝에 도달할 때까지 사용할 수 있다. 조수 높이가 95㎝에 도달하면 일부 노선이 변경될 수 있지만, 매우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고 대중 수상 교통 서비스는 일정에 따라 운영된다. 육지와 해상 모두에서 운송 서비스를 제공하는 베네치아대중교통회사(Azienda del Consorzio Trasporti Veneziano,ACTV)에서 만조 시 수상 교통 서비스를 확인할 수 있다. 베네치아 지방자치단체의 ICPSM(Istituzione Centro Previsione e Segnalazioni Maree)에서 수신한 조수 수준을 기반으로 수상 서비스를 제공한다. 해수면 상승에 관한 정보는 베네치아 해상 예측 및 경보 센터(Centro Previsioni e Segnalazioni Maree del Comune di Venezia)에서 확인할 수 있다. 홍수 정보는 웹과 스마트폰을 통해 실시간으로 제공된다. 베네치아 시민에게 아쿠아 알타 예보를 담당하는 센터는 하루에 수차례 예보를 하고 있으며, 웹사이트나 베네치아 자치 단체의 소셜 채널을 통해 베네치아 해수면 높이의 실시간 관측, 당일은 물론 이틀 이후까지 해상 예보를 확인할 수 있다. 아쿠아 알타 현상이 있는 날에는 베네치아 구시가지와 섬에서 해상 경보 사이렌이 울린다. 해수면 상승에 앞서 여러 가지 알림 소리가 나는데, 예상 해수면 상승 높이를 미리 알려 대비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3. 모세 프로젝트(MOSE Project): 홍수를 방어하는 이동식 장벽

모세 시스템의 기술과 위치

<그림 6> 모세 시스템 설치 위치 (출처: MOSE Projects)

1966년 홍수로 인해 수위가 194㎝까지 올라 베네치아 전 지역이 침수되는 일이 발생하자, 위험에 대비하고자 1984년 이탈리아는 유명 엔지니어들을 모아 모세(Modulo Sperimentale Elettromeccanico, MOSE; 실험적 전자 기계 모듈) 프로젝트를 설계했다. 베네치아 석호를 둘러싼 사주 부분에 조수 유입을 차단하는 전자 기계 모듈, 즉 인공 장벽을 설치한다는 계획이었다. 이 모듈은 평상시에는 바닷속에 잠겨 있다가 조 수 수위가 110㎝를 넘으면 공기가 주입되어 가벼워지면서 수면 위로 올라와 베네치아로 들어오는 조수를 차단하게 된다. 모세 프로젝트는 오랜 설계 끝에 2003년 착공했지만, 환경보호론자들의 반대와 일부 정치인들의 사업 지연 시도, 시 당국의 예산 부족으로 중단되기를 반복하였다. 완공 시점이 2016년에서 2021년으로 연기되었고 사업비도 16억 유로(약 2조 6백억 원)에서 55억 유로(약 7조 8백억 원) 로 증액되었다. 2019년 11월 53년 만에 수위가 187㎝까지 올라가는 대홍수를 겪은 베네치아는 30년째 추진 중인 모세 프로젝트 추진에 속도를 내겠다고 밝혔다. 

석호 입구의 이동식 방벽은 베네치아 누오바 컨소시엄을 통해 트리베네토주 교통부(Provveditorato Interregionale per le Opere Pubbliche del Triveneto)가 건설을 총괄한다. 공사는 2003년에 시작되어 리도, 말라모코, 키오지아 입구에서 동시에 진행되고 있다. 모세 시스템은 아드리아해에서 석호로 조수가 퍼져나가는 해안 철책의 세 문인 리도, 말라모코, 치오지아 입구에 위치해있다. 만조로부터 석호 전체를 완벽하게 방어할 수 있도록 하는 베네치아 798/84법1)에 의거하여 모바일 게이트의 장벽을 예측하는 통합 작업 시스템이 개발되었다. 수질, 형태 및 경관 보호, 항구 활동의 유지를 보장하는 기능적인 방어 체계를 제공한다.  

모세는 거대한 장벽처럼 보이는 이동 게이트로 구성되어 있으며, 총 4개의 모세(인공 방어 장벽)가 있다. 리도 입구에 2개(베네치아에 가장 가까운 장벽은 다른 두 장벽의 두 배 크기이며 깊이가 다른 2개의 수로로 구성됨)는 각각 21개의 문으로 구성되고 북쪽에 1개의 장벽이 있다. 남쪽 수로에서 두 개의 장벽이 중간 섬에 의해 서로 연결되는 20개의 수로; 말라모코 항구 입구에 19개의 수문으로 구성된 1개의 장벽과 치오지아 항구 입구에 18개의 문으로 구성된 1개의 장벽이 있다.

모세 수문의 작동 방식

<그림 7> 수문의 작동 방식 (출처: MOSE Projects)

홍해를 가른 모세의 기적을 본떠 ‘모세 프로젝트’라고 명명된 이 프로젝트는 아드리아해 해저에 78개의 거대한 이동식 댐을 설치해 큰 파도가 밀려올 때 등 필요한 경우 댐이 수면 위로 부상하도록 작동된다. 모세가 작동하지 않는 평상시에는 바다에 잠겨 있기에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베네치아에 홍수를 일으킬 수 있는 조수 위험이 높아지면, 압축 공기가 주입되어 가벼워진 수문이 수면 위로 올라오게 된다. 수면 위로 올라온 수문은 베네치아로 들어오는 조수를 차단한다. 경첩축을 중심으로 회전하면서 바닷물이 빠지게 되면 수문은 수면 위로 올라와 석호로 들어오는 조수의 흐름을 차단하는 것이다. 수문은 만조 기간 동안에만 작동한다. 조수가 감소해 석호와 바다의 수위가 같은 수준에 도달하면 수문은 다시 바닷물로 채워져 잠기게 된다. 각 게이트는 두 개의 경첩으로 하우징 상자에 연결된 금속 상자 모양의 구조로 구성된다. 각 게이트의 너비는 20m이며 설치된 입구 채널의 깊이에 비례하여 길이나 두께가 다르다. 리도(Lido-Treporti) 게이트의 길이는 18.6미터, 두께는 3.6미터, 말라모코(Malamocco) 게이트 길이는 29.6미터이고, 키오지아(Chioggia) 게이트의 두께는 5미터이다. 항구 입구의 평균 폐쇄 시간은 수문 개폐 조작 시간 포함하여 약 4~5시간이다. 5년마다 수문을 주기적으로 교체하며 장벽 당 4개의 문을 매년 교체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그림 8> 장벽 이동 실험 (리도, 말라모코, 키오지아 방벽의 움직임 테스트) (출처: MOSE Projects. 2021)

그러나 전문가들은 모세 프로젝트의 장기적인 홍수 예방 효과를 두고 엇갈린 견해를 보인다. 시스템을 설계한 엔지니어와 베네치아시에서는 모세 시스템이 완공되면 3미터 높이의 조수까지 차단할 수 있다고 주장하지만, 일부 전문가 집단의 반응은 회의적이다. 2011년 유네스코 보고서 역시 모세 프로젝트가 몇 년간은 홍수 예방에 도움이 되겠으나 기후변화가 촉발한 해수면 상승으로 인해 결국 조수 높이는 시스템이 막을 수 없는 수준에 이른다는 것이다. 

4. 지속가능한 관광을 위한 베네치아의 노력

대형상선 금지법령: 석호 생태계를 위한 보호 정책

관광 산업에서 주목받는 세계유산의 일부 지역에서는 기후변화와 더불어 인간의 활동으로 인하여 훼손되는 경우가 발생한다. 베네치아의 경우, 석호 내 선박 배기가스와 모터보트의 사용이 큰 문제가 되었다. 따라서 베네치아에서는 더 큰 위험 발생과 훼손 방지 및 보존을 위하여 2021년 3월 여객선, 유람선, 수상택시 등과 관련한 대형상선 금지법령을 마련하였다. 

 2021년 3월 31일, 이탈리아 정부는 베네치아 석호에서 유람선과 대형상선의 입항을 금지하고 석호 외곽에 새로운 항구를 건설하기 위한 입찰을 요청하는 법령을 발표했다. 베네치아 주민들은 수년 동안 정부에 석호에서 대형상선의 통항을 금지할 것을 촉구해 왔다. 상업용 선박 교통으로 인한 침식이 석호의 생태계를 손상시킨다는 것이 결정적인 계기였으며, 안전사고와 관련된 문제도 이유가 되었다. 무게가 상당한 크루즈가 석호의 운하를 통과할 때 침전물을 빨아들이기 때문에 정기적으로 수로를 준설해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동식물이 포함된 퇴적물은 석호의 생태계로 되돌아가지 않고 버려지게 된다. 안전사고와 관련해서는 2012년 토스카나 질리오 섬에서 114,500톤급 대형 여객선이 침몰해 32명이 목숨을 잃은 사건과 2019년에 베네치아에서 유람선이 지우 데카 운하의 여객 터미널에 접근하던 중 부두와 관광 보트에 충돌하여 4명이 부상을 입은 사건이 있었다. 이탈리아 정부는 7월 13일 성명을 통해 “베네치아 석호 보호를 위한 중요한 조치”라며 금지 조치를 발표했고, “베네치아와 석호의 예술적, 문화적, 환경적 유산을 보호해야 할 필요성과 크루즈 활동 및 상품 운송과 관련된 필요성을 조화시키고자 한다”고 밝혔다.

<그림 9>  베니스의 크루즈선 코스타 네오 클래시카와 곤돌라 (출처: 위키피디아, 2015)

이후 정부는 같은 해 8월 1일부터 베네치아 도심을 통과하는 유람선 운항이 금지됨을 선언했다. 이탈리아 크루즈선 국제협회(CLIA) 등 크루즈 산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의 반대가 있었지만 베네치아 석호 보호라는 큰 목적 아래 금지령을 발표한 것이다. 대형 유람선은 도심 항구에 정박하는 대신 베네치아 석호를 통과하여 본토의 산업 항구인 마르게라에 정박하는 경로로 항로를 변경할 예정이다. 금지 조치는 대형상선의 길이가 180미터, 높이 35미터(약115피트), 무게 25,000톤 이상이거나 조종 시 일정량 이상의 연료를 사용하는 상선에 적용된다. 정부는 1억 5,700만 유로(1억 8,500만 달러)를 들여 마르게라에 최대 5개의 선석을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아직까지는 대형상산 금지법령의 한계점이 존재한다. 정부는 이 법령으로 인해 재정적 손실을 입는 사람들에게 보상을 약속했지만 여객선 산업에 고용된 4,200명의 현지 근로자가 포함되는지 여부는 분명히 명시하지 않았다. 대형상선의 특성상 베네치아에서 수천 명을 고용하기 때문에 경제적 이익을 충당하는 근로자에 대한 대책이 미비했다는 아쉬움을 받았다. 대형선박이 마르게라 산업 항구에 정박하기에는 아직 인프라가 정비되지 않았다는 점도 있다. 마르게라는 본토에 있지만 여전히 베네치아 석호 안에 위치하기에, 마르게라 부두는 “단기 및 중기적 해결책”이 될 것이라는 한계가 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정부는 석호 바깥에 영구적인 항구를 건설해야 한다는 판결을 내리며 장기적인 해결책을 모색하고 있다. 

지속가능한 베네치아 투어: Enjoy Respect Venezia

<그림 10>  지속가능한 관광을 장려하는 베네치아 시의 인식 개선 캠페인 (출처: The New York Times, 2021)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도 지정된 베네치아의 아름다움과 독특함을 보존하기 위해서는 자연과 예술적 환경을 훼손하지 않고, 주민들의 일상과 조화를 이루는 다른 사회 및 경제 활동의 발전을 방해하지 않는 지속가능한 관광이 필요하다. 베네치아 시 공식 관광 웹사이트(CITYPASS VENEZIA UNICA)에서는 지속가능한 베네치아 투어를 제안한다. Enjoy Respect Venezia는 베네치아의 환경, 경관, 예술적 아름다움, 주민의 정체성을 존중하는 책임감 있는 행동을 하도록 방문객을 유도하기 위해 마련된 시 차원의 베네치아 인식 개선 캠페인이다. 책임감 있는 여행이 지속가능한 발전에 기여할 수 있다는 믿음으로 관광객이 미치는 영향에 대한 인식을 제고하는 것이 목표이다.  

시민들의 자발적인 참여: 베네치아 라군 플라스틱 프리의 활동

베네치아 라군 플라스틱 프리(Venice Lagoon Plastic Free)는 베네치아에 기반을 둔 젊은 비영리 단체이다. 베네토 지역의 자발적 협회 지역 등록부와 베네치아시 협회 등록부에 공식적으로 등록되어 있다. 베네치아시와 석호, 인근 본토 마을과 도시에서 분산된 대규모 정화 활동을 운영하며, 연구, 교육 기관 및 센터와 협력하여 베네치아 해역에서 독립적인 환경 모니터링 이니셔티브를 수행한다. 지역 및 국제적으로 다른 조직과 개인을 연결하여 행동의 플랫폼 역할을 한다. 관광객이 많이 찾는 지역에서 일회용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도록 장려한다. 베네치아의 운하, 다리, 둑에 일회용 플라스틱을 무단 투기하지 않도록 재사용 가능한 보조용기 사용을 권장하거나, 일회용 플라스틱을 줄이는 캠페인을 진행한다.

<그림 11>  베네치아현의 도시인 치오지아 청소 및 모니터링 (출처: plasticfreevenice, 2022)

‘베네치아 라군 플라스틱 프리’는 2019년 여름부터 베네치아의 수로와 석호에서 플라스틱 및 기타 파생 미세 오염 물질을 찾기 위해 매년 물 샘플링 및 분석을 수행했다. 2019년 8월 말, 해양 생태계의 미세플라스틱과 상관관계가 있는 미량원소를 파악하기 위해 베네치아 대운하 수역에서 질적 분석을 실시했다.

5. 시사점: 안전하고 회복력 있는 관광도시이자 정주지를 조성하기 위한 노력

베네치아는 해수면 상승에 대처하는 글로벌 관광 명소이다. 자금력과 관광지로서의 세계적인 명성을 고려할 때, 해수면 상승 문제에 대한 기술과 접근법을 실험하고 검증하는 중요한 기반 역할을 한다. 이를 위해 베네치아는 모세 해안 방벽부터 물결을 최소화하는 보트, 대형상선 금지, 주민들의 자발적인 참여까지 다양한 방법을 시도하고 있다. 이러한 시도들은 베네치아를 해수면 상승에 대처하는 실험적인 도시로 자리매김하며 다른 도시나 지역의 해수면 상승 대응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중요한 지식과 기술의 발전으로 이어질 것이다. 

우리나라 동해에서는 다른 해역보다 높은 해수면 상승이 예상되는데, 동해안은 이미 해안침식과 육지부 후퇴 문제가 심각한 곳이다. 앞으로 해수면이 계속 높아진다면 더 많은 모래 해안의 질식이 예상되고 이는 해수욕장과 같은 지역의 관광자원의 훼손은 물론 시민의 재산과 안전에도 심각한 위협이 된다. 연안 지역 기후변화 대응 방향으로는 크게 범람의 영향 감소(내수 및 외수 침수), 재해 취약성 감소, 연안 생태계의 보전 및 복원, 의사결정 구조의 변화로 구분할 수 있다. 재해 대응체계 구축 및 점검, 재해 사후 복구 체계, 이상기상 예보 및 경보, 훼손된 연안 서식지 복원, 연안습지 등 주요 생태계 보호 등의 방법을 지역 특성에 적합한 맞춤형 정책으로 발전시켜 현장에 적용시켜야 한다. 이는 결국 의사결정의 구조인 지역의 거버넌스로 귀결된다. 이해관계자 협의체 구성, 적응정책의 거버넌스 확보, 불확실성에 기초한 리스크 관리 등을 통해 지역에 따라 다르게 나타나는 기후변화 영향과 이에 따른 적응 대책을 검토, 결정해 시행해야 한다. 기후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적응 대책을 간과하지 않고 선도적으로 대응하는 것이 중요하다. 

탄소중립을 추구하는 관광 정책과 관광객들의 인식과 정책 지지, 그리고 그들의 실제 행동들은 각각 독립적으로 측정하기 어렵다. 이러한 다양한 측면들이 유기적으로 맞물려 나아가고 상호 영향을 주고받을 때 관광 분야에서 탄소중립과 온실가스 감축과 기후변화 적응 정책을 실현하는 데 더 큰 성과를 이끌어 낼 수 있다. 추후 관광 관련 정책입안자 및 관광지 운영자들은 기후변화와 관련하여 관광객의 기후변화 인식을 향상시키고 관광 정책 지지와 친환경 행동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항공사, 호텔 및 기타 여행업체들이 탄소 배출량 감소와 폐기물 관리에 주도적으로 참여함으로써 지속가능한 관광을 실현하는 것 역시 중요하다. 환경친화적인 기술 도입, 재생에너지 사용, 효율적인 자원 활용, 지속가능한 건축 및 운영 관행 채택 등 관광지의 특징과 조건에 따른 노력이 필요하다. 지역 사회와의 협력을 강화하고 관광 업계의 이해와 참여를 촉진하여 종합적인 지속가능성을 추구해야 한다. 지속적인 안내 홍보와 관광객를 대상으로 하는 기후변화 프로그램 운영 및 교육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


각 주 
1)  베네치아 798/84호 법은 Mose 건설을 규정하고 홍수 구호 조치와 관련된 위원회를 소개한다.

참 고 문 헌  

•김종갑 외 (2020) 우리는 가장 빠르고 확실하게 죽어가고 있다 2 

• 노현석 (2015) 기존수로를 활용한 내륙뱃길 제안에 관한 연구. 부산대학교 대학원 석사학위논문 

• 손세관 (2003) 베네치아의 도시조직과 주거형식의 변천에 관한 연구. 한국도시설계학회지 도시설계, 제10권, 제1호, pp. 5-20 

• 이태동 (2023) 기후변화와 도시: 감축과 적응 

• ACTV Official Website: Servizi di navigazione in caso di alta marea https://actv.avmspa.it/it/content/acqua-alta-servizi-di-navigazione-previsti 

• T. Alberti et al. (2023) Dynamical diagnostic of extreme events in Venice lagoon and their mitigation with the MoSE. Scientific Reports, Vol. 13, No. 1, p. 10475 

• Città di Venezia Official Website: Venice and high water https://www.comune.venezia.it/en/content/venice-and-high-water 

• D. Faranda et al. (2023) Attributing Venice Acqua Alta events to a changing climate and evaluating the efficacy of MoSE adaptation strategy. NPJ Climate and Atmospheric Science, Vol. 6, No. 1, pp. 181–188 

• MOSE Projects Official Website: Lagoon https://www.mosevenezia.eu/lagoon/?lang=en 

• The Official Tourism Website of the City of Venice: Visit Venice > Sustainable Venice 

• Venice Lagoon Plastic Free Official Website 

• Wikipedia: Acqua Alta 

• CNN (2021.07.14.) Venice bans cruise ships from the city center – again 

• Reuters (2021.04.01.) Italy approves new decree to keep cruise ships out of Venice lagoon 

• The New York Times (2021.07.14.) Italy’s Government to Ban Cruise Ships From Venice 

• 서울경제 (2019.11.13.) 폭우에 침수된 伊 베네치아…산마르코대성당도 일부 잠겨 

• 연합뉴스 (2021.09.04.) 기후변화로 2100년 베네치아 해수면 최대 120㎝ 이를수도 

• BBC Future Planet (2022.09.28.) Italy’s plan to save Venice from sinking 

• BBC News 코리아 (2022.10.01.) 베네치아 침몰을 막기 위한 이탈리아의 계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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