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들어가며
날씨가 좋아지며 공연업계가 성수기를 맞아 공연과 콘서트가 성행하고 있다. 코로나 엔데믹 선언을 기다렸던 만큼 더욱 많은 인원이 몰리고 있다. 하지만 이런 콘서트가 기후변화에 악영향을 준다는 사실을 대부분은 알지 못한다. 단지 음악을 듣고 공연을 즐길 뿐인데 온실가스가 배출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온실가스 배출은 공연을 주최·관람하는 인력의 이동, 조명 및 음향 장치의 사용, 다양한 무대 세트, 소품, 의상의 제작과 폐기하는 등 모든 과정에서 일어난다. 한국문화관광연구원에 따르면 문화예술 분야는 창작-매개-향유 전 과정에서 환경 오염이 일어나며 2020년 기준 공연장 한 곳의 1년간 탄소배출량은 약 542톤 CO2eq으로 산정했다 1).
영국예술위원회(Arts Council England) 보고서에 따르면 환경프로그램에 가입한 747개 문화예술 관련 시설이 일년(’18~’19)간 사용한 전기량은 379,000,000kW/h, 소비한 물의 양은 72억 리터, 배출한 쓰레기양은 154,400톤으로 환산한 전체 탄소발자국은 114,547톤 CO2eq2)이었다. 해당 전기량은 영국 내 122,000가구가 사용할 양이며, 115,000개의 나무가 100년간 흡수해야 하는 온실가스의 양이다.
세계적인 뮤지컬 핫플레이스 브로드웨이는 공연 산업의 환경 영향을 줄이기 위해 녹색전환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브로드웨이 사례조사를 통해 한국 연극·뮤지컬 거리의 녹색전환 전략을 모색하고자 한다.
2. 브로드웨이(Broadway)
브로드웨이는 미국 뉴욕 맨해튼 남쪽 끝에서 북쪽 끝을 비스듬하게 가로지르는 길이자 미국의 연극 뮤지컬 계를 일컫는 말이다. 1900년 브로드웨이 42번가에 빅토리아 극장이 설립된 것을 시작으로 세계적인 뮤지컬을 대표하는 장소로 거듭났다. 현재 웨스트 42번가에서 웨스트 53번가에 걸친 브로드웨이의 극장 지구에는 40여개의 극장이 위치하고 있다.
브로드웨이 극장들은 극장의 크기와 공연 성향에 따라 3가지로 나뉘는데, 브로드웨이 극장, 오프브로드웨이 극장, 오프오프브로드웨이 극장이다. 우선 브로드웨이 극장(Broadway theatre)은 브로드웨이 중심가에 있는 수용인원 500명 이상의 대형극장이다. 이런 큰 극장은 대개 오래된 극장으로 예술적 가치보다는 상업성을 우선하는 경향이 강했으며, 상업적 성공을 노린 유명 극이 주로 공연된다. 이러한 브로드웨이 대형극장의 상업성을 비판하는 20세기 초 미국 연극 사조에 의해 두 번째 유형인 오프브로드웨이 극장(Off-Broadway theatre)이 만들어졌다. 오프브로드웨이 극장은 중심가를 벗어난 곳이나 골목에 위치한 조금 작은 규모의 중형극장이다. 주로 상업성과 예술이 균형을 이룬 작품이 공연된다. 마지막 유형인 오프오프브로드웨이 극장(Off-Off-Broadway theatre)은 브로드웨이식 상업연극에 반대하는 오프브로드웨이 연극 범위에서 더 나아가 1960년대 중반부터 뉴욕을 중심으로 전개된 전위적인 연극운동을 말한다. 오프오프브로드웨이 극장은 수용인원이 100명 이하 수준이며 지하실 등 비교적 외딴곳에 있는 소형극장을 말한다. 주로 예술성만을 추구한 실험적인 연극이 많이 개최된다. 이렇듯 가지각색의 화려한 극장들과 뮤지컬을 떠올리면 탄소중립과 거리감이 느껴진다. 실제로 지속가능한 공연을 만들기 위한 노력이 공연의 미적인 부분을 떨어뜨리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존재한다. 브로드웨이는 어떻게 녹색전환을 추진 중일까?
3. 글로벌 공연예술계의 녹색전환
친환경 공연을 위한 정책 수립
공연 업계의 친환경 정책은 줄리의 자전거(Julie’s Bicycle)의 친환경 정책 및 실천 가이드라인을 참고하면 된다. 줄리의 자전거는 문화예술 분야의 지속가능성을 위한 컨설팅 비영리 단체이다. 환경정책 가이드라인은 조직이 가치있게 생각하는 것과 어떠한 변화를 원하는지 이해관계자 간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자신이 속한 조직이 무엇을 대표하는지, 어떤 편에 서 있는지 이해하면 변화를 원하는 영역의 범위를 정할 수 있다. 조직이 통제하고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요인을 찾고 우선순위를 정하는 것이다. 아래 질문을 통해 어떤 영역부터 다루기 시작할지, 누구와 협력을 시작할지 알아낼 수 있다. 이러한 범위를 설정한 후에 정책과 액션플랜 수립 단계로 넘어갈 수 있다.
환경정책은 의사결정을 뒷받침하는 원칙으로 조직의 사명과 목표, 이러한 목표가 사회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이해하고 수립해야 한다. 정책 개발을 위한 프로세스는 5가지로 나눠진다. 아래 표에 세부적으로 나와 있다. 나아가 액션플랜은 주요 목표와 구체적인 조치와 책임, 일정, 예산이 포함되어야 하며 모니터링도 함께 진행해야 한다.
[문화예술 분야 환경정책 개발 프로세스]
1. 중요한 것을 결정하고 비전을 수립 가치를 체계화하고 주요 이해관계자를 식별하며, 협력 방안과 목표 파악
2. 지금 할 수 있는 영향력의 범위를 지정 환경을 주제로 한 창작 작업을 개발, 관람객에게 대중교통 이용요청 등
3. 조직 활동에 대한 관련 정보를 수집 에너지와 수도, 폐기물 청구서 등으로 폐기물의 양과 유형을 추정, 환경영향평가 등
4. 수집한 정보와 이해관계자의 관점을 이해한 뒤 주요 포인트를 식별해 우선순위 지정 제작자와 관객, 공급 업체의 관점을 얻기 위한 전략 설계(인터뷰,
설문조사 등)
5. 변화를 약속하고 정책을 반복 전달 우선순위 영역을 기반으로 액션플랜 개발(액션플랜, 모니터링, 검토 포함)
글로벌 지속가능한 극장 네트워크 STAGES
유럽연극협회(European Theatre Convention)는 1988년 설립되어 오랜 전통을 가진 유럽의 공공극장 네트워크로 유럽 31개국에 64개 회원사를 보유하고 있다. 유럽연극협회는 문화예술 분야에서 지속가능성을 적용하는 새로운 연극 방식에 도전하기 위해 STAGES(Sustainable Theatre Alliance for a Green Environmental Shift) 극장 연합을 만들었다.
STAGES는 유럽의 주요 연극 네트워크, 학계의 파트너 등 14개의 영향력 있는 연극 단체와 연출가 케이티 미첼(Katie Mitchell)과 안무가 제롬 벨(Jérôme Bel)을 중심으로 기후 위기로 인한 가장 큰 도전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책을 도출하기 위해 모였다. 해당 프로젝트는 세 가지 프로젝트로 나눌 수 있다.
첫 번째, 지속가능한 공연 프로젝트로 파트너들은 사람이나 물건을 옮기지 않고 유럽 전역과 멀리 대만까지 기후위기에 대한 긴급한 새로운 공연 투어할 수 있는 혁신적인 공동 제작 시스템을 개발했다. 이 무대는 현지 자원, 현지 감독, 현지 배우, 현지 세트 및 현지에서 생산된 전기를 기반으로 재창조된다.
두 번째, 지속가능한 혁신 프로젝트에서 로잔(Theâtre Vidy-Lausanne)과 UNIL 지속가능성 역량 센터에서 개발한 새로운 자동 분석 프로세스는 파트너가 조직에서 지속가능한 변화를 위한 주요 영역을 식별하도록 도와준다. 도넛 경제학 개념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전체적인 이해를 기반으로 하며 건물, 폐기물 관리만 평가하는 것이 아니라 관람객의 여행 및 일과 삶의 균형과 같이 더 폭넓은 주제를 다 포괄하여 인사이트를 제공한다.
마지막으로 지속가능한 미래 프로젝트는 매년 참여형 온라인 포럼과 워크숍을 개최한다. 다양한 예술가와 과학자 및 관객이 모여 바람직한 미래에 대해 의논하며 향후 연극의 방향성을 그려간다.
4. 브로드웨이의 ‘그린 쇼’
브로드웨이 그린 얼라이언스
“기후위기는 우리가 내린 크고 작은 수백만 번의 의사결정의 결과이다. 변화는 우리 행동이 축적되어야 시작된다. ”
-BGA의 원칙 중 일부 발췌
브로드웨이 그린 얼라이언스(Broadway Green Alliance, BGA)는 2008년 미국 브로드웨이 공연산업협회인 브로드웨이 리그(Broadway League)와 미국 천연자원보호협회(Natural Resources Defense Council)가 협력하여 만들어졌다. 공연전문가와 환경전문가가 함께 브로드웨이에서 친환경 공연 산업을 정착시키기 위해 만들어진 단체이다.
BGA는 공연업계에서 친환경적인 문화를 확산시키기 위해 극장 커뮤니티에 대한 환경교육, 동기부여, 구체적인 실현 방안 등을 제공하는 친환경 공연 산업 이니셔티브 활동을 추진하고 있다. ‘친환경 공연(green show)’를 만들기 위해 가장 강조하는 부분은 모든 출연진과 제작진이 참여하는 것이다. BGA는 구성원을 참여시키기 위해 제작 시작 단계에서 1) 친환경 공연을 달성하기 위한 정책 수립과 전달, 2) 그린캡틴을 선출을 강조한다.
그린 캡틴 교육프로그램
“13개월간 제작했던 무대 세트가 단 13회 공연 후에 쓰레기장에 처박히는 모습을 본 후 본격적으로 재활용을 추구하게 됐습니다.”
– Donyale werle (2012년 토니상 연극 부문 최우수 무대디자인 수상자)
뮤지컬에는 댄스 캡틴이라는 포지션이 존재하는데 말 그대로 안무와 관련된 모든 부문을 총괄하는 중요한 역할이다. 이와 비슷하게 브로드웨이 뮤지컬에는 그린 캡틴이라는 특별한 역할이 있다. 그린 캡틴은 공연 전후 과정에서 각종 재활용, 친환경적인 조언과 실행을 총괄하는데, 개인 텀블러 사용부터 화학물질이 들어간 얼음 팩 대신 냉동 완두콩으로 마사지를 하고 의상 세탁에 친환경 세제를 사용하는 등 창의적인 방법으로 친환경 공연을 만들기 위해 노력한다. 리허설 첫날, 출연진이나 제작진 가운데 한 명이 그린 캡틴으로 지정되며 그린 캡틴은 친환경 활동을 추진하고 BGA와 공유하는 매개자 역할을 맡는다. 현재 브로드웨이의 모든 공연에 그린 캡틴이 활동하고 있으며, BGA 홈페이지에서 각 뮤지컬을 담당하는 그린 캡틴을 확인할 수 있다.
그 외 순회공연 회사의 구성원들을 대상으로 한 투어링 그린 캡틴(Touring Green Captain), 뉴욕 바깥 지역 극장에서 모집하는 지역별 그린 캡틴(Regional Green Captain), 대학 연극을 대상으로 한 대학 그린 캡틴(College Green Captain), 브로드웨이를 넘어서 오프브로드웨이 그린 캡틴까지 확대해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다. 현재 미국 내 1,200여 명의 그린 캡틴이 활동 중이다.
에너지 및 자원 절감 이니셔티브
에너지와 자원 절감을 위한 여러 가지 활동을 하고 있다. 먼저 에너지 부문에서는 브로드웨이의 모든 조명을 에너지 효율이 높은 LED 조명으로 변경해 매년 800톤 이상의 탄소배출량을 절감하고 있다. 공연 후 의상 세탁에도 에너지 효율이 높은 세탁기를 사용해 두 달 동안 외부 조명을 밝힐 수 있는 양의 에너지를 절감하고 있다. 친환경 세제를 이용해 환경 영향 역시 줄이고 있다.
재활용 부문도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섬유 부문은 Actors Equity Building의 섬유 수집 거점을 활용해 8,600kg 이상의 섬유를 수거하여 재활용하였다. 그 외에도 악보와 대본 등에 사용되는 바인더를 만개 넘게 재활용하고 있으며, 마이크와 백스테이지에서 근무하는 의상, 헤어, 메이크업 스태프를 위한 손전등을 일회용 배터리가 아닌 충전식 배터리로 변경하여 폐기물을 절감하였다.
BGA는 주요 이니셔티브 중 하나로 타임스퀘어에서 일 년에 두 번 전자폐기물과 섬유 재활용 행사를 개최한다. 업계 관계자는 물론 관광객도 자유롭게 함께 참여할 수 있다. 섬유 재활용 드라이브(Textile Recycling Drive)는 사용하지 않는 옷, 신발, 커텐, 가방 등 다양한 물품을 기부할 수 있으며, 업계 관계자와 관광객 모두 무료로 참가할 수 있다. 전자폐기물 드라이브(E-waste Drive)는 컴퓨터, 카메라, 스마트폰 등 전자폐기물을 재활용하는 행사로 첫 번째 폐기물 바구니는 무료이다.
BGA는 홈페이지에 극장용 자재 재활용에 관련된 데이터베이스를 제공한다. 각 주(state)별로 진행 중인 재활용 프로젝트의 재생 물질, 회사의 위치와 홈페이지를 공개해 공연업계의 자원순환을 위한 오픈플랫폼을 구축했다.
그리너 리오프닝 툴킷: 백스테이지에서 역할
브로드웨이 그린 얼라이언스는 녹색전환을 위한 공연업계 가이드라인을 제공한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공연을 재개하는 시점을 변화를 위한 기회로 보고 그리너 리오프닝 툴킷 보고서(Greener Reopening toolkit)를 통해 포괄적인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보고서의 3개 섹션은 1) 환경보건 및 안전, 2) 백스테이지 및 공연 진행, 3) 식음료 운영 등으로 구성돼있다. 백스테이지 및 공연진행 섹션에서 회사 운영, 무대, 조명, 음향, 분장, 오케스트라 등 파트 별로 개선 사항을 제시하여 공연 제작자들이 지속가능한 공연을 개최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세부적인 예시로 극장에서 다회용기 사용, 종이 자료를 디지털 매체로 대체(티켓, 프로그램, 악보, 대본 등), 재활용이 가능한 의상·무대·악기 사용, 일회용 배터리가 아닌 충전이 되는 기기 사용, 친환경 조명·소재를 사용하는 등 대안을 제공한다. 이외에도 홈페이지에서 지속가능한 생산에 대한 사례 소개와 교육 비디오를 제공하고 있다.
연극 무대의 업사이클링
연극 배경 천은 여러 겹으로 칠해진 직물 폐기물이기 때문에 일반적인 직물처럼 재활용할 수 없으며 여러 가지 환경적 문제를 유발한다. 천연섬유로 만든 직물은 매립지에서 분해되어 메탄을 생산하지만, 의류를 만드는 과정에서 화학적 처리를 하기 때문에 매립지에서 분해되지 않는다. 또한, 석유 유래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진 합성 섬유는 매립지에서 분해되는데 수백년이 걸린다. 이런 배경에서 Scenery는 브로드웨이에서 버려지는 연극 배경 천을 가방으로 업사이클링했다. 뮤지컬 무대의 일부를 소장할 수 있다는 부분이 굉장히 인상적이다. 현재까지 29,150파운드의 섬유 폐기물을 가방으로 전환했으며 앞서 언급한 위키드 “Green Bag”을 디자인과 제작을 맡는 등 여러 방면에서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브로드웨이의 친환경 공연 무대 제작 과정을 통해 문화예술계에서 다양한 형태로 기후변화와 지속가능성에 대해 고민하는 모습을 살펴보았다. 한편에서 친환경 공연 제작 과정에서 심미적인 요소를 해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존재한다. 하지만 중요한 부분은 제작 과정에서관습적으로 해오던 방법을 의심하고 필요한 부분만을 추려내어 새로운 대안을 찾고자 하는 태도이다.
미래지향적이고 지속가능한 공연
위키드(WICKED)
<위키드>는 8년 전부터 모든 무선 마이크에 들어가는 일회용 알카라인 배터리를 니켈 금속 수소화물 충전식 배터리로 전환했다. 이전에 일회용 배터리는 쇼당 38개의 AA배터리가 필요했기 때문에 매년 15,808개의 배터리가 폐기되었다. 충전식 배터리로 전환하여 매년 96개의 배터리로 버려지는 양을 줄였고, 5년 동안 22,000달러를 절약했다. 충전식 배터리는 일반적으로 다섯 시간에서 여섯 시간이 소요되어 공연이 여러 번 있는 경우에 충전시간을 고려해 계획해야 한다. 위키드는 두 세트의 배터리를 사용하여 문제를 해결했다. 두 세트는 헷갈리지 않게 색상을 다르게 지정하였다. 배터리 용량을 유지하기 위해 24시간 동안 완전한 충전, 방전, 냉각하는 방식으로 관리하지만, 결국 배터리 용량은 줄어들기 때문에 꾸준한 모니터링을 통해 주기적으로 교체해주는 것이 중요하다. BGA는 일 년에 두 번 충전식 배터리의 교체 비용을 지원해주어 평균수명인 10개월 주기로 교체하고 있으며, 모든 배터리는 재활용을 위해 수거하고 있다.
인쇄 부문에서도 전문업체에 대량으로 사전 주문하는 대신 사내에서 재활용 용지를 활용해 대본과 악보를 인쇄하며, 이를 통해 매월 5,000 달러 가량을 절약하고 있다. 직접 인쇄를 통해 쇼에 필요한 부수만 인쇄할 수 있으며 마지막 캐스팅 변경사항도 포함할 수 있어 제작 비용을 절약할 수 있다.
그리닝 슈렉(Greening Shrek)
뉴욕시 녹색 보조금 지원 대상(NYC Theatre Greening Grants) 중 하나로 AfterWork 극장이 선정되었다. 해당 보조금의 목표는 이러한 지역사회 구성원이 개발한 환경친화적인 프로젝트를 지원하고 이러한 프로그램을 더 많은 관객에게 홍보하는 것이다. 선정된 극장의 요구사항을 검토하고 최대 750달러까지 지급한다. AfterWork 극장은 <슈렉> 연극을 제작하는 접근방식을 바꿔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획기적으로 줄였다. 세트는 같은 공연을 했던 다른 극장에서 기증을 받았으며, 추가적으로 필요한 세트는 주변 극장의 세트를 활용하였다. 슈렉 전용 의상과 소품은 대부분 재활용하여 제작했다. 새로운 재료의 구매는 최소화했으며, 의상은 각 출연진이 가지고 있는 옷을 활용하고, BGA 커뮤니티원에게 빌리거나 기부물품을 대여했다. BGA는 공연을 만들면서 남은 자재와 자투리 천부터 소품, 공연이 끝난 후 폐기되는 무대 의상까지 재사용 될 수 있게 커뮤니티를 활성화하고 각 부문의 학교와 제휴하여 재활용을 촉진한다.
이 외에도 공연의 주제 자체를 기후변화로 설정하고 저탄소 공연을 만드려는 노력도 진행 중이다. 국내에서도 국립극단에서 <기후비상사태:리허설>, <당신에게 닿는 길> 등 기후위기를 주제로 한 작품들이 종종 보이고 있다. 이런 공연의 의의는 무대를 보는 관객에게 기후변화와 환경 보호에 대해 생각할 기회를 주고, 개인이 지속가능성에 한 걸음 더 나아가 인식하고 삶에 적용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준다는 점에 있다.
5. 브로드웨이를 품은 뉴욕시의 탄소중립
브로드웨이가 자리하고 있는 뉴욕은 미국에서 가장 공격적인 기후변화 대응 정책을 펼치는 주 중 하나이다. 2019년 뉴욕의 기후 리더십 및 지역사회 보호법(Climate Leadership and Community Protection Act)을 제정하고 1990년 배출량을 기준으로 2030년까지 40%, 2050년까지 85% 이상의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을 추진하며, 2050년까지 탄소중립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온실가스를 줄이기 위해 장기적인 에너지 전략을 세웠으며 첫 번째 목표는 2030년까지 70%를 재생에너지 발전으로 채우고, 2040년까지 전력 부문에서 탄소배출 제로화라는 야심찬 목표를 세웠다. 이를 위해 91개 대규모 신재생에너지 프로젝트에 210억 달러, 건물의 탄소 배출 절감에 68억 달러, 태양에너지 활용 확대에 18억 달러를 투자하고 있다. 동시에 건물분야의 에너지 효율을 향상시키기 위한 정책도 함께 시행 중이다.
두 번째, 교통 부문에서 23%가 발생하고 있어 트럭과 개인 승용차를 줄이기 위한 정책을 강화하고 있다. 시내에서 자동차가 필요하지 않게끔 자전거 도로 시스템을 강화하고 보행자 친화적인 거리를 만들었다. 2035년부터 신규 가솔린 차량의 판매를 금지했으며, 2035년까지는 소형차의, 2045년까지 모든 신규 중대형 차량의 배기가스를 제로화하는 법을 제정했다. 전기 차량 도입을 촉진하고 전기차량 충전 인프라 역시 확대하는 등 친환경 교통 부문에 10억 달러 이상을 투자하고 있다.
세 번째, 폐기물 감축을 통한 온실가스 감축을 시도하고 있다. 매립장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의 양은 전체 뉴욕 배출량의 4%이다. 매립지로 향하는 물품을 최소화하기 위해 중고물건 거래 활성화를 위한 재활용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옷, 사무용품, 전자제품 등에 대한 분리수거와 재사용을 통해 순환경제를 촉진하고 있다. 뉴욕시의 적극적인 기후변화 대처와 브로드웨이 그린 얼라이언스의 에너지 감축과 자원순환이 촘촘하게 얽혀 돌아가 브로드웨이의 녹색화가 촉진된 것으로 보인다.
6. 결론
브로드웨이의 녹색전환 사례를 통해 문화예술계의 지속가능성을 달성하기 위해 노력을 살펴보았다. 브로드웨이의 가지각색 다른 매력의 극장들이 얼라이언스 안에서 같은 목표를 갖고 움직였기에 많은 양의 에너지와 자원의 사용을 절감할 수 있었다. 이러한 결과는 연극 산업에서 책임감을 느끼고 지속가능성에 대해 고민하며 현장에서 조금씩 적용했기에 달성할 수 있었다. 가장 중요한 부분은 참여자들이 일상에서 번거로움을 이기고 친환경 행동을 실천하는 것이다.
예술경영지원센터가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티켓 판매 규모는 콘서트를 제외하고 5,590억 원 규모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 중 뮤지컬이 전체 공연 티켓 판매액의 76%를 차지한다. 국내 공연시장의 규모가 성장하는 만큼 온실가스 배출량도 급진적으로 증가할 것이다. 2022년 뮤지컬 시장의 극장 규모별 비중을 살펴보면 대형극장 뮤지컬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다. 1,000석 이상 대극장 뮤지컬 공연 건수는 558건으로 전체 공연 건수의 20%였다. 하지만 대형극장 뮤지컬 티켓 판매액은 3,157억 원으로 전체 뮤지컬 티켓 판매액의 74%를 차지했다. 대형극장 뮤지컬은 공연 건수는 적지만 한 공연 당 객석 수가 많고 평균 티켓 가격도 높아 공연 수에 비해 높은 매출을 창출하고, 그 결과 뮤지컬 시장이 대형극장에 의존하는 경향이 높게 나타났다. 이러한 배경에서 국내 녹색전환은 브로드웨이의 극장들과 같이 대형극장을 중심으로 시작하여 중소규모 극장으로 확장하는 방법이 효과적일 것으로 보인다.
국내에서 국립극단이 기후위기를 주제로 창작극을 제작하고 제작 과정에서 발생하는 탄소발자국을 산정하는 등 저탄소 공연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국내 예술 현장의 저탄소화는 구체적인 방안이 마련되어있지 않아 실천하기 어려운 점이 많다. 공연예술계 저탄소화를 촉진하기 위해 브로드웨이의 그리너 리오프닝 툴킷(Greener reopening toolkit)과 영국의 시어터 그린 북(The Theatre Green book) 등 국내에도 공연예술 창작환경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철학을 담은 매뉴얼 제작이 필요하다.
뉴욕시 사례를 통해 지자체 정부의 지원이 문화예술계 전환을 촉진할 수 있음을 확인했다. 문화예술계 자원순환을 위해 정부의 장기적인 지원도 필요해 보인다. 영국예술위원회는 예술위원회 보조금을 받는 기관을 대상으로 연간 탄소발자국 보고를 권고하고 있다. 지속가능한 문화예술계를 만들 수 있도록 정부에서 점진적인 보조금을 도입하고 문화예술계 탄소배출량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한다면 분석을 통해 국내에 적합한 친환경 정책을 수립할 수 있을 것이라 기대된다.
마지막으로 예술 단체와 공공 부문에는 전문가가 부족한 상황으로 브로드웨이의 그린 캡틴과 같이 지속가능한 공연부문을 이끌어갈 기후전문가 양성이 필요해 보인다. 전문가들은 “기후위기는 과학적 조치만이 아니라 문화적 전환이 동시에 이뤄져야 근본적인 해결이 될 수 있다”고 말한다. 기후위기를 주제로 한 공연은 무대를 보는 관객에게 기후변화에 대해 생각할 기회와 함께 개인이 지속가능성에 인식하고 삶에 적용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줄 수 있어 문화적 전환을 촉진할 수 있는 좋은 수단이라 생각된다. 동시에 공연의 제작과 상영, 무대의 폐기 등 모든 과정에서 강조할 부분은 저탄소 공연을 만들기 위해 아이디어를 내고 이를 실천할 참여 구성원의 인식변화라고 생각된다.
각주
- 문화시설 운영 탄소발자국 = (연간 전력 사용량 * 전력 탄소배출 계수) + (연간 도시가스 사용량× 도시가스 탄소배출 계수) + (연간 유류 사용량 * 유류 탄소배출 계수) + (연간 수도 사용량 × 수도 탄소배출 계수) + (연간 폐기물 배출량 * 폐기물 탄소배출 계수)
- Arts Council England, 2020, Sustaining Great Art and Culture: Environmental Report 2018/19
참고문헌
- 노영순 외 2인 (2021) 문화예술의 친환경적 관점 도입을 위한 연구
- 예술경영지원센터: 2022년 공연티켓판매동향 총결산
- 최준영 외 (2023) 공연예술분야의 지속가능한 창작 사례집: 공연예술 창제작 중심으로
- Broadway green alliance Official Website: About Us
- New York Theatre Guide Official Website: Overview of New York Theatre – Scenerybags Official Website
- Julie’s Bicycle (2022) Environmental Policy and Action Plans 2022
- 이데일리 (2023.09.04.) 2043년 기후위기로 종말이 찾아온다…연극 ‘당신에게 닿는 길’
- KOTRA (2021.12.13.) 뉴욕주, 2035년부터 모든 신규 경량 차량 탄소배출 제로 의무화
- The Musical (2023.04.05.) [Focus]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들어선 뮤지컬 시장
- The Musical (2023.09.28.) [Special] 지속가능한 공연예술 ①~③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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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친환경적인 월드투어, 문화산업의 새로운 패러다임: 콜드플레이(Coldplay) ‘월드투어’
- 녹색 놀이공원, 월트 디즈니 월드: 플로리다 매직킹덤
- 친환경 분야에서도 세계 최고와 최초의 역사를 쓰다: 영국 자연사박물관
- 베네치아를 침몰로부터 구하려는 이탈리아의 고군분투: 기후적응 대표 관광도시
- ESG 가치를 실천하며 지역사회의 지속가능한 미래를 그려가는 타워: 도쿄 스카이트리
- 호주 문화·예술 공간의 녹색전환: 시드니 오페라 하우스
- 지속가능한 올림픽과 에펠탑: 2024 파리올림픽과 에펠탑(Eiffel Tow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