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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를 위한 ‘덕후’들의 역습, K-POP의 푸른 미래

정연우
성공회대학교 인문융합자율학부
정연우
성공회대학교 인문융합자율학부

팬덤의 힘으로 만드는 지속가능한 K-POP

대중문화는 노래, 영화, 드라마, 공연 등을 통해 우리에게 큰 즐거움을 주는 분야이다. 그런데 이런 대중문화를 즐기다 보면 가끔 꼭 필요하지 않은 물건들을 사게 되는 일이 있다. 나는 그냥 내가 좋아하는 아티스트나 작품을 응원하고 싶었던 것뿐인데, 정신을 차려보면 필요 없는 굿즈를 잔뜩 사거나, 이미 가지고 있는 물건과 비슷한 한정판 상품을 또 사게 되는 것이다. 이런 경험은 대중문화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해봤을 것이다. 현대 사회는 “더 많은 것, 더 새롭고 멋진 것”을 끊임없이 추구하는 분위기이다. 그래서 대중문화도 사람들의 마음을 채우기보다는 물질적인 것에 더 집중하는 방향으로 변하고 있다.

한국 대중문화 시장을 선도하는 K-POP 또한 이런 문제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예를 들어, K-POP 시장이 발전하고 변화하면서 실물음반 판매량은 아티스트의 성과를 평가하는 중요한 기준이 되었다. 하지만 이 때문에 기획사는 음반을 너무 많이 만들고, 팬들은 이 음반을 과소비하고, 그대로 버리는 일은 이미 K-POP 팬들 사이에서 오랫동안 문제시 되어왔다. 뿐만 아니라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의 차트 순위가 가수들의 인지도와 팬덤 충성도를 가늠하는 척도가 되면서, 팬들이 음악을 듣지 않으면서 재생만 해두는, 이른바 ‘스밍 문화’가 퍼지면서 스트리밍 과정에서 사용되는 전기와 에너지에 대한 경각심도 커지고 있다. 

이 모든 현상의 중심에는 ‘팬덤’이라고 불리는 팬들의 모임이 있다. 팬덤은 아티스트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음반도 사고, 콘서트도 가고, 굿즈도 사는 등 높은 구매력으로 K-POP 시장을 움직이는 영향력을 가지고 있다. 과거에는 팬들이 과소비를 유도하는 시장의 불합리를 그냥 받아들였다면, 요즘의 팬들은 똑똑하고 책임감 있는 시민이 되어 적극적으로 행동한다. 팬들은 환경을 보호하고, 회사가 올바르게 행동하도록 요구하며, 윤리적인 소비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특히나 대부분 청년 세대로 구성되어 있는 K-POP 팬덤은 기후위기에 대한 남다른 의식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흐름의 중심에 ‘KPOP 4 PLANET’이 있다. KPOP 4 PLANET은 아티스트나 기획사 혹은 환경단체의 간섭 없이 일반인이나 다름없는 팬들이 조직하여 운영하는 매우 특별한 집단이다. 이 단체는 K-POP 산업에 집중해 다양한 캠페인을 펼치고 있다.
이 글에서는 해외 음악 시장과 K-POP 시장에서 생기는 탄소배출 문제를 살펴보고, 이를 줄이기 위한 노력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고, KPOP 4 PLANET이 꿈꾸는 미래, 즉 팬들이 앞장서서 만들어나갈 지속가능한 K-POP의 일면을 소개하고자 한다.

음악과 환경, 우리가 놓치고 있는 이야기

해외 음악계의 탄소배출 현황

팝 음악 산업이 지구 환경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들어본 적이 있는가? 음악 산업이 배출하는 온실가스는 이미 2007년에 무려 54만 톤에 달했다고 한다. 이 중 13만 톤은 앨범과 음원을 제작하고 배포하는 과정에서, 42만 톤은 콘서트와 같은 라이브 공연에서 발생한 것이었다. 음악 산업에서 가장 큰 환경 부담을 주는 것은 공연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하지만 이 데이터는 15년 전 자료이고, 최근 더욱 커진 음악 시장과 스트리밍으로 인한 탄소배출까지 포함한다면 현재 그 양은 훨씬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음악 스트리밍도 환경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이 조금 의외일 수도 있다. 기술의 발전으로 우리는 스마트폰을 사용해 언제 어디서든 편리하게 음악을 들을 수 있게 되었지만, 이 편리함을 위해 막대한 에너지가 필요하다. 스트리밍 데이터센터에 저장된 음악 파일이 네트워크와 라우터를 거쳐 스마트폰으로 전송되고, 우리 귀에 들어오기까지 모든 과정에서 엄청난 전력이 쓰이기 때문이다. 이런 전력 소비는 결국 탄소배출로 이어진다. 미국의 유명 팝가수 올리비아 로드리고의 최대 히트곡 “Drivers License”가 2021년 1월부터 지금까지 스트리밍 되면서, 런던에서 뉴욕까지 비행기로 4,000번 왕복하는 것보다 더 많은 탄소를 배출했다고 한다. 이는 영국인 500명이 1년 동안 내뿜는 탄소량보다 많으니, 꽤 놀라운 수치이다.

콘서트와 같은 라이브 공연은 어떨까? 이는 여전히 음악 산업에서 가장 많은 탄소를 배출하는 부문이다. 2019년 진행된 연구에 따르면, 영국에서 열리는 각종 라이브 콘서트는 매년 약 40만 5,000톤의 온실가스를 내뿜는다고 한다. 이러한 라이브 공연이 한 곳에서만 머무르지 않고 전국, 전 세계를 돌아다니는 투어 공연일 경우에는 아티스트와 스태프 그리고 관객의 이동이 주된 탄소 배출 원인이다. 예를 들어, 2023년 테일러 스위프트는 Eras Tour 동안 전용기 두 대를 사용해 6개월간 166시간 동안 비행하며 많은 탄소를 배출했다. 여기에 조명, 음향 장비, 무대 세트까지 포함되니 환경 부담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공연이 끝난 뒤 남겨지는 플랜카드와 콘서트 굿즈 같은 쓰레기도 환경오염의 주범이다.

음악과 콘서트는 우리에게 무한한 즐거움과 감동을 준다. 하지만 그 이면에서 환경에 적지 않은 부담을 주고 있다는 사실은 우리가 마음 놓고 음악을 즐길 수 없게 한다. 이러한 환경오염과 탄소배출을 줄이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은 정말 없는 걸까?

음악으로 지구를 구하기 위한 팝 인더스트리의 무한도전

해외 음악계의 탄소감축 노력

기후위기로 인한 변화가 더이상 무시할 수 없는 수준에 이른 지금, 다양한 팝 음악 업계 구성원들이 탄소배출 문제에 대해 경각심을 갖고 이를 감축하기 위한 노력을 활발히 실천하고 있다. 세계 최대의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인 스포티파이는 스트리밍 서비스가 환경에 미치는 악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유엔 기후변화협약의 탄소중립 캠페인인 ‘레이스 투 제로(Race to Zero)’ 캠페인에 동참하고 있으며, 매년 자사의 탄소 배출량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있다. 2022년 발표에 따르면, 스포티파이는 2019년과 2020년 사이에 직원과 사용자당 온실가스 배출량을 약 25% 감소시켰으며, 스트리밍 데이터 센터를 재생에너지를 사용하는 친환경 데이터센터인 구글 클라우드 플랫폼으로 이전했다. 레이스 투 제로 캠페인에 참여하는 스포티파이의 궁극적 목표는 향후 10년 내에 탄소배출을 제로로 만드는 것이다. 애플뮤직 또한 스트리밍에 사용되는 에너지의 100%를 재생가능 에너지로 전환하며 친환경 흐름에 동참하고 있다.

매년 20만 명 이상이 참여하는 세계 최대 규모의 록페스티벌 중 하나인 영국의 글래스턴베리 페스티벌은 화석 연료 없이 진행된 음악 페스티벌의 대표적인 사례로 주목받고 있다. 태양광으로 만든 재생에너지 전기, 폐식용유를 연료로 사용하는 발전기를 결합하여 축제를 성공적으로 진행하여 “친환경 축제도 얼마든지 멋질 수 있다!”는 메시지를 팝 음악계에 전했다.

아티스트들도 환경 보호를 위한 실천에 앞장서고 있다. 스포티파이에서 26억 회 이상 스트리밍된 히트곡 ‘Shape of you’를 보유한 가수 에드 시런은 2022년 유럽 투어에서 항공편을 최소화해 그해의 가장 친환경적인 투어라는 평가를 받았다. 같은 기간 동안 진행된 두아 리파의 투어가 1,800미터톤 이상의 탄소를 배출한 것에 비해, 에드 시런의 투어는 150미터톤 미만으로 마무리되었으니, 주목할만한 성과라고 할 수 있다. 콜드플레이는 그보다도 더욱 큰 노력을 기울였다. 2021년 투어에서 탄소배출량을 59% 줄였으며, 공연 관람객당 한 그루씩 총 700만 그루의 나무를 심었다. 또한, 지속 가능한 항공 연료를 사용해 3,000CO₂e를 절감했고, 투어에서 발생한 폐기물의 72%를 재활용하거나 재사용하며 지속가능한 투어란 무엇인지를 보여주었다.

그림 1 콜드플레이 공연장 내 자전거 페달링을 통한 에너지발전 모습
(출처: Coldplay Official Homepage)

Gen Z의 아이콘 빌리 아일리시는 기후 위기 문제 해결에 가장 적극적으로 나서는 팝 아티스트 중 한 명으로 인터뷰에서 채식의 중요성을 설파하거나, 팝 음악 탄소감축 NGO ‘REVERB’와 협력해 ‘Music Decarbonization Project’를 창립하는 등 다양한 활동에 나서고 있다. 특히 Music Decarbonization Project 프로젝트는 음악 산업에서 화석 연료 의존도를 줄이고, 궁극적으로 이를 없애는 것을 목표로 하는 프로젝트이다. 이 프로젝트는 35,000건 이상의 팬 주도 기후행동을 이끌어냈으며 해리 스타일스, 마룬 파이브 등 유명 아티스트들의 탄소중립 콘서트를 성공적으로 진행했다. 

이 프로젝트를 공동 진행하는 단체인 REVERB는 인디 록 밴드 기타리스트 애덤 가드너와 그의 아내이자 환경 운동가인 로렌 설리번이 설립한 NGO로, 음악 산업 전반에 걸쳐 지속가능한 변화를 이루기 위해 활동하고 있다. 애덤 가드너는 아티스트와 그 팬들이 함께 힘을 모으면 큰 변화를 일으킬 수 있다고 믿고 있다. 그는 “작은 실천이 모이면 거대한 변화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을 강조하며, 텀블러를 사용하는 것, 카풀을 통해 공연장에 가는 것 같은 사소한 행동들이 모이면 투어에서 발생하는 탄소배출을 크게 줄일 수 있다고 말한다. 음악은 사람들을 연결하고, 변화를 이끄는 힘을 가지고 있다. 애덤 가드너는 “희망과 행동은 함께할 때 가장 강력하다”고 말한다. 대중문화예술의 주 향유층인 젊은 세대는 지속가능한 예술이 가능하다고 믿는다.

내 사랑 때문에 지구가 아파한다고?

국내 음악계의 탄소배출 현황

한편 국내 대중음악계, 특히 K-POP 업계는 해외 팝 음악계와 같은 투어와 스트리밍으로 인한 탄소배출 외에, 추가적으로 특유의 문화적 특성으로 인한 불필요한 탄소배출이 상당히 많이 이루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여기서 말하는 문화적 특성이란, 경쟁적인 K-POP 업계 분위기를 조성하는 연예기획사들의 각종 상술을 의미한다. 이러한 상술은 아티스트를 응원하기 위한 팬들의 소비 심리를 자극하여 팬들이 앨범을 필요 이상으로 많이 사도록 만들어, 음반이 과잉 생산되고 소비되는 상황을 초래하고 있다. 특히 문제가 되는 것은 음반 판매량을 늘리기 위해 앨범에 팬 이벤트 응모권이나 아티스트의 포토카드 같은 상품을 추가하는 관행이다. 팬 이벤트 응모권은 앨범을 많이 살수록 당첨 확률이 높아지고, 포토카드는 다양한 버전으로 제작되어 랜덤으로 제공되기 때문에 원하는 상품을 얻기 위해서는 여러 장을 구매해야만 한다. 이런 식으로 과소비된 앨범은 결국 그대로 버려지게 되며, 이는 대량의 폐기물을 만들어낸다.

그림 2 2017-2022년 사이 앨범 폐기물 증가량
(출처: KPOP 4 PLANET 공식 X 계정)

연예기획사들이 악착같이 음반 판매량을 늘리려는 이유는 ‘초동 음판’이라는 차트 때문이다. 초동 음판 차트는 K-POP에 존재하는 독특한 형태의 순위 차트로, 초동이란 음반 발매 후 첫 일주일 동안의 판매량을 뜻하며, 원래는 아티스트의 음악이 얼마나 사랑받는지 알아보려는 것이 목적이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초동 음판 기록은 아티스트의 인기와 팬덤의 충성도를 보여주는 척도로 변질되었다. 팬들은 자신이 좋아하는 아티스트의 초동 기록을 높이기 위해 경쟁적으로 앨범을 대량 구매하게 되었고, 이는 결과적으로 음반 판매량이 과도하게 증가하는 ‘음반 인플레이션’ 현상으로 이어졌다. 결과적으로 팬들은 아티스트가 컴백을 할 때마다 기존의 초동을 넘어서기 위해서 앨범을 더욱 무리하게 사재기하는 악순환에 빠지게 되었다.

이 같은 앨범 과잉생산과 과잉소비는 환경에 심각한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 대부분의 K-POP 앨범은 음악을 담은 CD뿐 아니라 가사집, 포토북, 포토카드 등 다양한 구성품으로 구성된다. 이로 인해 앨범 한 장당 플라스틱, 포장재, 코팅된 종이, 염색된 종이 등 재활용이 어려운 폐기물이 많이 발생한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의 조사에 따르면, 팬들이 음반을 실제 음악 감상 목적으로 사용하는 비율은 12.7%에 불과했다. 이는 대부분의 음반이 이벤트 참여를 위해 사용된 후 결국 버려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2022년 환경부 자료에 따르면, 국내 연예기획사가 앨범 제작에 사용한 플라스틱은 연간 801.5톤에 달했다. 이는 2017년 55.8톤에 비해 무려 14배 이상 증가한 수치이다. 실제로 국내 주요 연예기획사 중 하나인 하이브의 지속가능경영보고서에 따르면, 2022년 한 해 동안 하이브 아티스트의 굿즈 제작과 포장에 사용한 플라스틱 양만 해도 894.6톤에 달했다. 이는 K-POP 업계의 음판 문화가 환경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환경을 망치는 K-POP 업계의 상술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가수의 인기와 연예기획사의 성과를 보여주는 또 다른 중요한 척도는 바로 실시간 차트이다. 실시간 차트는 음악 스트리밍 플랫폼의 실시간 스트리밍 데이터를 기반으로 음악의 순위를 줄 세우는 차트이다. 아티스트의 곡이 이 차트에서 얼마나 상위권을 차지하는가에 따라 곡의 성공 여부가 평가되곤 한다. 아티스트에 대한 애정과 충성심으로 뭉친 팬들은 아티스트의 곡을 차트 상위권에 올리기 위해 음악을 반복해서 듣거나, 심지어 듣지도 않으면서 차트 순위를 올리기 위해 재생만 해놓는 ‘스밍’은 팬들 사이에서 필수적 덕목으로 취급되고 있다. 하지만 앞서 설명했듯 스트리밍 또한 실물 앨범 못지않게 탄소를 배출한다. 심지어 국내 최대 스트리밍 플랫폼인 멜론은 화석 연료를 사용하는 데이터센터를 이용하고 있기 때문에 스밍 문화는 환경에 더욱 큰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그림 3 BTS 지민 팬의 스트리밍 독려 이미지
(출처: BTS 지민의 팬 X계정, ‘박지민기록계’)

이처럼 K-POP 업계의 각종 경쟁적 상술은 단순히 문화적인 현상으로 끝나지 않고, 심각한 환경 문제로 이어지고 있다. 팬들은 아티스트를 응원하는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따라오는 기후 죄책감에 지쳐가고 있다. 이제는 지속가능한 K-POP을 위한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다.

K-POP의 녹색 변신,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내 음악계의 탄소감축 노력

팬들의 지속적인 문제 제기와 정책 변화 덕분에 최근 들어 연예기획사들도 음반에서 나오는 쓰레기와 환경 문제를 줄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예를 들어, 2022년에 데뷔한 전 뉴진스(현 NJZ)를 비롯한 하이브 소속 아티스트들은 기존 플라스틱 CD 대신 음반에 QR코드를 넣어 디지털 플랫폼에서 음원을 이용할 수 있는 방식을 도입했다. 이렇게 하면 폐기되는 CD를 줄이고, 팬들이 선호하는 포토카드나 응모권 같은 구성품에 집중할 수 있다. 이는 기존의 플라스틱 음반 제작 과정을 간소화하고, 소비자들이 실질적으로 원하는 부분에 초점을 맞춘 새로운 시도라고 할 수 있다.

SM엔터테인먼트는 소속 가수 NCT127과 함께 새로운 형태의 음반을 선보였다. 기존 음반이 플라스틱이나 종이로 구성된 책자 형태였다면, 이제는 MZ세대 사이에서 유행하는 아이템인 키링 형태로 음반을 만드는 것이다. 이 키링은 팬들이 소장하기에도 실용적이며, 키링 안에 내장된 NFC CD를 통해 디지털 음원을 감상할 수도 있다. 이런 접근법은 기존 음반의 불필요한 폐기물을 줄이고, 음반이 단순히 소비되고 버려지는 상품이 아니라 오랫동안 사랑받을 수 있는 유니크한 소장품으로 자리 잡게 만든다.

그림 4 전 뉴진스(현 NJZ)의 QR 앨범 이미지
(출처: 마케팅 연구소 소마코 네이버 블로그)
그림 5 NCT 127의 키링 앨범
(출처: 예스 24)

YG엔터테인먼트는 자사의 대표적인 K-POP 걸그룹 블랙핑크(BLACKPINK)의 정규 2집 ≪BORN PINK≫를 친환경 음반으로 제작했다. 이 음반은 BOX SET, 키트(KiT), LP 등 세 가지 형태로 제작되었으며, FSC 인증 용지, 저탄소 친환경 용지, 콩기름 잉크와 친환경 코팅을 활용했다. 키트 음반은 생분해 플라스틱(PLA)을 사용했으며, 포장에는 옥수수 전분 가루로 만든 친환경 비닐을 적용해 환경을 고려한 제작 방식을 도입했다. 이는 팬들의 소장 욕구를 충족시키면서도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려는 노력의 일환이다.

솔로 가수 청하 또한 2021년에 정규 음반 ≪Querencia≫를 친환경 소재로 제작해 발표했다. FNC 엔터테인먼트의 보이그룹 SF9 역시 미니 앨범 ≪THE WAVE OF9≫에서 전체 인쇄물의 80%를 FSC 인증 용지와 콩기름 인쇄, 수성 코팅 같은 친환경 소재로 제작했다. 이는 단순히 음반을 제작하는 단계를 넘어 환경을 생각한 제작 방식의 확장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할 수 있다. KPOP 4 PLANET의 적극적 요구 덕분에 멜론도 2030년까지 스트리밍 데이터를 탄소를 배출하지 않는 클라우드로 100% 이전하겠다고 약속한 상태이다. 

이처럼 케이팝 업계에서도 환경을 고려한 다양한 시도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노력이 꾸준하지 않고 이벤트성으로 이루어지며, 주로 친환경적 앨범 생산에 집중되어 있다는 점은 한계로 지적된다. 이제는 연예기획사의 운영 방식이나 대규모 팬 활동 등 더 광범위한 영역에서 지속가능성을 고려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K-POP의 지속가능하지 않은 경쟁적 풍토를 개선하고, K-POP의 비약적인 글로벌 성장에 발맞춰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는 환경 인식을 갖추기 위한 새로운 시도가 요구되고 있는 시점이다.

기후위기, 내 사랑이 이겨!

팬덤 주도 기후행동

글을 열며 언급했듯, 최근의 K-POP 팬덤은 단순한 팬을 넘어 업계에서 아주 중요한 존재로 자리 잡았다. 과거에는 팬덤이 대중문화의 작은 부분으로만 여겨졌지만, 이제는 인터넷과 SNS의 발전 덕분에 사회적 영향력이 어마어마한 문화적 집단으로 변신했다. 현재 K-POP 시장에서 팬덤은 없어선 안 될 핵심 소비자이고, 팬들은 그들만의 커뮤니티를 통해 정보를 빠르게 공유하며 서로 단단히 뭉쳐 있다.

팬덤은 아티스트를 위해 아낌없이 적극적으로 소비하는 주체이기도 하다. 이들은 좋아하는 가수의 브랜드 가치를 진심으로 사랑하는 마음으로, 그들의 상품이나 서비스를 기꺼이 구매하고, 이를 통해 지지와 응원의 마음을 표현한다. 이에 더해 팬덤은 단순히 소비하는 데서 끝나지 않고, 자신만의 스타일로 재해석해서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내는 “프로슈머”의 모습도 보여준다. 일례로, K-POP 팬들은 오래전부터 자신이 좋아하는 아이돌 이름으로 다양한 기부 활동을 해왔다. 나무 심기나 숲 조성, 멸종위기 동물 돕기, 우물이나 학교를 만드는 프로젝트까지 정말 다양한 활동이 지금까지도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 특히 요즘 젊은 세대는 기후위기 문제에 아주 예민하기 때문에 팬덤의 이런 활동은 단발적인 이벤트를 넘어 음악 산업 전체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에 대한 대표적인 예시로는 미국의 인디 팝 밴드 AJR의 멤버인 아담 멧과 인권 운동가인 밀라 로젠탈이 공동 창립한 기후위기 이니셔티브인 Planet Reimagined와 K-POP 팬인 이다연과 누룰 사리파가 공동 창립한 KPOP 4 PLANET이 있다.

Planet Reimagined의 주요 프로젝트 중 하나는 바로 ‘Amplify’ 프로젝트이다. 이 프로젝트는 다양한 아티스트의 팬들과 함께 기후 문제에 대한 인식을 높이고, 실질적인 행동을 촉구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Planet Reimagined는 Amplify 프로젝트를 통해 티켓 판매 플랫폼인 Ticketmaster, 미국의 라디오 겸 스트리밍 서비스 iHeartRadio, 그리고 앞서 소개한 REVERB 등과 협력하여 미국 전역의 수천 명의 음악 팬들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실시했다. 이를 통해 팬들이 기후 변화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어떤 실천을 하고 있는지를 확인할 수 있었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자신이 좋아하는 아티스트의 콘서트에 참석한 팬들 중 73%가 “기후 변화는 현실이고, 더 많은 행동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또한 78%의 팬들은 이미 일상에서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어떤 형태의 실천을 하고 있다고 응답했다. 전체 팬의 53%는 아티스트가 기후 변화에 대해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생각했으며, 40%는 그렇게 목소리를 내는 아티스트에게 더 큰 영감을 받는다고 말했다. 특히 72%의 팬들은 기후 변화가 “매우 중요”하거나 “꽤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이 연구는 아티스트의 팬덤이 기후위기 대응에 높은 관심을 가지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던 의미 깊은 연구였다. 

Amplify 프로젝트는 이러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AJR의 2024년 전국 투어에서 각 공연장이 위치한 지역의 환경 정책에 대한 팬들의 참여를 적극적으로 독려했다. 그 결과, 팬들은 서명 운동, 지역 정치인에게 메시지 보내기 등 총 35,000건 이상의 환경 보호 행동에 참여할 수 있었다. AJR의 솔트레이크시티 팬들은 유타 주 의원들에게 그레이트 솔트레이크의 수자원 보호를 촉구하는 편지와 엽서를 보냈고, 애리조나주의 팬들은 피닉스 시의회에 극심한 폭염을 기후 비상사태로 인정하도록 요청하는 서한을 작성했다. 이처럼 AJR의 팬들은 아티스트의 적극적 독려 속에 자신이 사는 지역 맞춤형 환경 프로젝트를 통해 살고 있는 지역 사회의 기후 문제 해결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소중한 기회를 얻을 수 있었다. Planet Reimagined의 프로젝트는 아티스트의 팬덤이 일반 시민들보다 기후 문제에 높은 관심을 갖고 있음을 증명했으며, 팬들의 적극적 참여가 기후 행동을 성공적으로 추진할 수 있음을 증명했다. 

팬들이 직접 기후대응행동에 참여한다는 점에서 Amplify 프로젝트는 KPOP 4 PLANET의 캠페인과 결을 같이 한다. 하지만 KPOP 4 PLANET은 아티스트나 환경 전문가 혹은 기업의 지원 없이 오롯이 팬들의 힘으로 진행된 자발적 행동이라는 매우 특별한 특징을 가진다. 

KPOP 4 PLANET, 그 ‘빠순이’들이 세상을 바꾸는 방법

K-POP 팬덤의 특징과 KPOP 4 PLANET의 과거, 현재, 미래

우선 KPOP 4 PLANET을 만들고 키운 존재인 ‘팬덤’에 대해 알아보자. 팬덤은 무엇일까? 변화를 만들어가는 이들의 원동력은 무엇일까? 팬덤은 같은 아티스트를 좋아하는 팬들의 모임으로, 매우 강력한 소속감과 끈끈한 유대감, 적극적 행동력, 강력한 화력을 가진 집단이다. 팬덤은 구체적인 형태와 구심점을 가진 조직은 아니지만, “아티스트를 응원하고 싶다”는 이유 하나로 힘을 모아 앨범을 구매하고, 음악을 스트리밍하며, 기부와 다양한 선행 캠페인을 진행한다. 각종 연구에 따르면, 팬덤은 긍정적인 지지자 그룹의 구성원으로서 자신을 인식하고, 같은 팬덤 구성원에게 깊은 유대감을 느끼며 팬덤에 소속된다는 사실이 개인의 정체성에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고 한다.

이러한 팬덤은 단순히 아티스트를 응원하는 것을 넘어 환경 문제를 포함한 진보적인 의제에도 깊은 관심을 가진 청년들로 이루어져 있다. 앞서 언급했듯이, 미국 아티스트 팬덤의 기후위기 인식과 대응 의지가 매우 높다는 사실이 드러난 바 있다. 하지만 K-POP 팬들의 기후위기 의식 또한 이에 못지않게 높은 수준을 보인다. 환경일보와 KPOP 4 PLANET이 함께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조사에 참여한 K-POP 팬들 중 82.7%는 K-POP 제품이 환경을 오염시킨다면 구매를 멈추겠다고 응답했다. 또한 96%는 K-POP 시장이 기후위기를 고려한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했으며, 팬들은 특히 연예기획사가 환경오염에 대해 가장 큰 책임을 져야 한다고 보고 있었다(95.6%).

KPOP 4 PLANET은 이러한 팬들의 목소리를 반영하여 스트리밍 플랫폼 데이터센터 탈탄소화 캠페인, 탄소중립 콘서트 촉구 캠페인, 앨범 과소비 상술 규탄 캠페인 등 K-POP과 음악 업계에 직접적인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활동을 진행했다. KPOP 4 PLANET은 2021년 3월 출범하여 같은 해 4월 유명 K-POP 아이돌을 브랜드 홍보대사로 기용한 동남아 최대의 이커머스 기업 ‘토코피디아’에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로 전환할 것을 촉구하는 ‘토코피디아포부미(TOKOPEDIA4BUMI)’ 캠페인으로 활동을 시작했다. 이 캠페인은 총 2,083명이 서명에 참여하였고, 본사 앞 평화시위와 기업 내부 팀과의 미팅도 진행하는 등 규모가 컸다. 그러나 이 첫 번째 캠페인은 뚜렷한 성과 없이 종료되었다.

두 번째 캠페인은 같은 해 9월 BTS의 히트곡인 ’Butter’의 뮤직비디오가 촬영된 강원도 삼척의 맹방해변을 화력발전소 건설로 인한 파괴로부터 보호하는 ‘SAVE THE BUTTER BEACH’ 캠페인이었다. BTS가 뮤직비디오를 촬영한 맹방해변은 국내외 팬들의 성지로 급부상하며 큰 관심을 받았다. 하지만 맹방해변 인근 삼척석탄화력발전소의 석탄 운반 항만 공사로 인해 맹방해변의 모래 이동에 변화가 생기는 등 환경 변화가 나타났다. KPOP 4 PLANET은 국내 환경단체 ‘석탄을 넘어서’와 협력하여 이러한 환경 파괴를 막고, 석탄화력발전의 축소를 촉구하며 BTS의 팬덤 ‘아미’와 일반 시민을 대상으로 온라인 서명을 받고, 언론에 전면 광고를 게재하는 등 활발한 캠페인 활동을 벌였다. 

이러한 초기 캠페인들은 K-POP과 연관이 되어 있긴 하지만, 대중문화예술계에 직접적 영향을 주었다고 보기는 어려웠다. 그래서 KPOP 4 PLANET이 기획한 다음 캠페인은 K-POP 아티스트들에게 앞서 소개한 콜드플레이나 빌리 아일리시처럼 탄소중립 콘서트를 열 것을 촉구하는 ‘KPOP ZERO EMISSION CONCERT’ 캠페인이었다. 주요 요구 사항은 콘서트 진행 시 일회용 플라스틱 사용 금지할 것, 가수와 팬들이 이동할 때 친환경 버스 및 차량을 이용할 것, 콘서트 수익을 탄소 감축을 위해 기부할 것 등이었다. 가상의 탄소중립 콘서트 티켓을 예매하는 독특한 이벤트를 통해 4,977명이 캠페인에 참여했으며, 한국연예제작자협회, 네이버 ESG, 카카오엔터테인먼트와 함께 지속가능한 K-엔터산업 간담회를 개최하는 등의 성과를 냈다.

그림 6 KPOP ZERO EMISSION CONCERT 가상예매 이미지
(출처: KPOP 4 PLANET 공식 X 계정)

KPOP 4 PLANET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2022년 연예기획사들에게 앨범 상술의 시정을 요구하는 ‘죽은 지구에 케이팝은 없다’ 캠페인이 론칭되었다. 이 캠페인은 대중에게 가장 많은 관심을 받았던 캠페인 중 하나로, 아티스트의 앨범 구매 시 폐기물을 줄일 수 있는 친환경 선택지를 제공하고, 앨범 및 굿즈의 플라스틱 패키징을 최소화하며 디지털 플랫폼 앨범 발매를 확대할 것, 그리고 아티스트와 함께 적극적으로 기후위기를 알리고 행동할 것을 요구하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이 캠페인은 팬들이 떠안은 앨범들을 모아 각 연예기획사에 전달하고, 하이브 사옥 앞에서 댄스 퍼포먼스를 진행하는 등 보다 적극적인 행동을 통해 1만 명의 동의 서명이라는 쾌거를 이루었다. 그 결과 메이저 연예기획사들이 ESG 리포트를 발간하고 친환경 소재로 앨범을 제작하거나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는 등의 변화가 일어났다. 이 캠페인은 현재 KPOP 4 PLANET의 주력 캠페인인 ‘플라스틱 앨범의 죄악’의 기틀이 되었다. 

‘죽은 지구에 케이팝은 없다’ 캠페인이 가요계에 지속가능성의 바람을 가져왔지만, 이는 대부분 소극적이거나 일회성 이벤트에 그칠 뿐이었다. KPOP 4 PLANET은 보다 근본적이고 제도적인 변화가 필요하다고 판단하여 2024년 연예기획사들에게 앨범 중복구매를 조장하는 마케팅(랜덤 포토카드, 팬사인회 응모권 등)을 전면 중단하고 온실가스 배출량과 앨범 관련 폐기물 발생량을 투명하게 공개할 것을 촉구하는 ‘플라스틱 앨범의 죄악’ 캠페인을 론칭했다. 이 캠페인을 통해 KPOP 4 PLANET은 업계 선두 기업인 하이브에게 앨범 상술을 중단할 것을 촉구하는 오픈레터를 보내고, 하이브 사옥 앞에서 반지구적 앨범 마케팅 중단 퍼포먼스를 진행하기도 했다. 이 캠페인은 현재 10,925명의 청원 동의를 받은 상태로, 만약 이 캠페인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된다면 국내 음반 업계에 지각변동이 일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그림 7 플라스틱 앨범의 죄악 오프라인 퍼포먼스 현장
(출처: KPOP 4 PLANET 공식 X 계정)

이에 더해 KPOP 4 PLANET은 국내 최대 스트리밍 플랫폼이자, K-POP 아이돌들의 인기순위를 가늠하는 가장 중요한 차트인 ‘실시간 TOP 100’을 보유한 중요 척도인 ‘멜론’을 대상으로도 캠페인을 진행했다. K-POP 팬덤의 스밍 문화가 활발해지면서 멜론도 이에 대응하기 위해 서버를 확대했다. 문제는 멜론의 서버와 데이터센터가 화력발전 전기를 사용한다는 점이다. KPOP 4 PLANET은 이 점을 규탄하고 재생에너지 전기를 사용하도록 요구하는 ‘멜론은 탄소맛’ 캠페인을 2022년에 진행했다. 그 결과 멜론은 2030년까지 스트리밍 데이터센터를 탄소중립화 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처럼 가요계와 관련된 캠페인뿐만 아니라, KPOP 4 PLANET은 강력한 영향력을 무기로 다양한 분야에 발을 걸치고 있는 K-POP 아티스트들의 특성을 이용한 캠페인도 진행한다. 예를 들어 최근 명품 브랜드들이 점차 구매력이 커지고 있는 MZ세대 및 아시아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K-POP 아이돌들을 브랜드의 앰버서더로 기용해왔다. 그 결과 자신의 아티스트가 어떤 브랜드의 얼굴이 되느냐는 팬들의 최대 관심사 중 하나이다. 이에 KPOP 4 PLANET은 팬들의 영향력을 이용해 명품 브랜드들에게 100% 재생에너지 전환과 에너지 사용 내역을 공개할 것을 요구하는 ‘명품 언박싱 : 그린워싱 에디션’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또한 BTS를 모델로 기용하여 친환경적 이미지를 구축하고 있는 기업 현대자동차가 인도네시아 석탄화력발전소 알루미늄 구매 협약을 맺은 사실을 규탄하는 ‘현대, 석탄 멈춰!’ 캠페인을 진행했고, 그 결과 해당 MOU는 중단되었다. 

이에 더해 KPOP 4 PLANET은 아이돌 팬덤이 과거부터 꾸준히 아티스트의 이름으로 숲을 조성하고 기부활동을 해왔다는 점에서 착안하여, 이러한 K-POP 팬들의 선행을 널리 알리고 장려할 목적으로 ‘케이팝 팬덤 숲 지도를 만들고, 숲 입양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FANDOM 4 FOREST’ 캠페인을 상시 진행하고 있다.

나가며: KPOP 4 PLANET의 도전과 비전

KPOP 4 PLANET의 초대 캠페이너이자 현재도 활발히 활동 중인 이다연 활동가는 KPOP 4 PLANET이 지속가능하려면 주된 캠페인 타겟을 K-POP 팬들로 설정하되, K-POP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인 광범위성과 경계의 모호성을 활용해 다양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저변을 확대해 나가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K-POP이 더이상 한국만의 것이 아니라 글로벌로 확산된 막대한 영향력을 지닌 문화현상이라고 강조하며, 이를 오래 향유하고 발전시키려면 책임감을 가지고 변화하여 국내와 세계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쳐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를 위해 팬들뿐만 아니라, 아티스트와 연예기획사 모두가 함께 행동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현재 K-POP 업계의 환경 파괴 문제, 특히 앨범 과소비와 같은 현상은 가수 이름을 단 물건이라면 무엇이든 구매하는 팬들을 비난하는 목소리로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이다연 활동가와 다수의 연구자들은 팬들이 비난의 대상이 되어선 안 된다고 지적한다. 업계의 기본적인 시스템이 팬들의 대량 구매를 장려하는 구조를 가지고 있는 한, 팬들이 아이돌을 만나고 싶어 하거나 특정 멤버의 포토카드를 얻기 위해 소비하는 행위를 무조건 비난할 수는 없다. 그들은 단지 주어진 선택지 안에서 자신에게 가장 큰 만족을 줄 수 있는 선택을 할 뿐이다.

오히려 팬들의 애정과 구매력을 금전적 가치로만 환산하며 팬들의 니즈나 시장의 지속가능성, 환경에 끼칠 영향을 고려하지 않고 끊임없이 상품을 생산해내는 연예기획사의 근시안적 사고를 비판하는 것이 더욱 타당하다. 앨범 인플레이션 현상이 지속되는 한, K-POP 앨범은 해마다 더 많이 생산될 가능성이 크며 이는 더 많은 앨범이 낭비되고 버려지는 결과를 초래한다. 연예기획사들은 시장의 지속가능성을 위해 앨범과 팬미팅, 포토카드를 분리해야 한다. 포토카드는 무작위성이 아닌 일반 상품처럼 판매되어야 하며, 팬미팅 응모권은 디지털로 구매할 수 있어야 한다. 물론 무작위성 전략을 없앨 경우 앨범 판매량이 줄어들겠지만, 포토카드와 디지털 팬미팅 응모권의 수익이 그 손실을 상쇄할 가능성이 높다. 또한, 업계는 ‘100만 장 판매’나 ‘앨범 차트 1위’와 같은 숫자에 집착하지 않고 경쟁적인 분위기를 벗어날 필요가 있다.

이다연 활동가는 K-POP이 글로벌로 뻗어나가고 있는 지금, 더 오래 지속되고 발전하려면 환경적 책임감을 갖고 변화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는 KPOP 4 PLANET이 이러한 변화를 만들어가기 위해 팬들, 아티스트, 연예기획사가 모두 함께 협력해야 한다고 믿고 있다. KPOP 4 PLANET의 다음 행보에 대한 질문에 이다연 활동가는 당분간 연예기획사의 앨범 판매 상술을 규탄하고 앨범 관련 폐기물과 온실가스 배출량 공개 및 감축 계획 수립을 촉구하는 ‘플라스틱 앨범의 죄악’ 캠페인에 집중할 계획이라고 답했다. 기존에 진행했던 캠페인들의 결과로 다수의 연예기획사들이 ESG 보고서를 공시하고 친환경 소재로 앨범을 내는 등 성과도 있었지만, 팬들이 원하고 있는 근본적 해결책, 예를 들어 앨범 판매 상술을 멈추기와 같은 변화를 이끌어내지 못해 아쉬움이 남았기 때문이라고 그는 설명했다. 케이팝이 글로벌 영향력을 갖게 되자, K-POP의 악습인 앨범 상술을 따라하는 팝스타1)들이 나타나기도 했기 때문에 만약 ‘플라스틱 앨범의 죄악’ 캠페인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된다면 국내 가요계는 물론 해외 음반 업계에도 큰 변화가 일어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기대감을 보였다.

그림 8 모든 트랙을 들으려면 4가지 버전의 앨범을 모두 사야 하는 테일러 스위프트의 11집 앨범,
K-POP의 앨범 상술과 유사점을 보인다.
(출처: 인스티즈 글)

이다연 활동가의 궁극적 목표는 케이팝 팬들의 환경 문제에 대한 관심과 특유의 화력을 이용해 K-POP을 넘어 보다 다양한 분야에서 캠페인을 진행하고 변화를 이루어 내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아이돌 팬들을 비하해서 이르는 단어인 ‘빠순이’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타파하고 사회 문제에 관심 많고 공익 활동에 적극적인 청년 집단이라는 이미지로 개선할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을 것이다.

K-POP은 지금까지 특유의 경쟁적 화려함으로 대중들의 흥미를 끌고 선망이 대상이 되어왔다. 그러나 이런 즐거움은 K-POP 씬 구성원들과 환경을 착취한 결과물이다. 앞으로 K-POP이 변화하여 KPOP 4 PLANET과 함께 지구에 피해를 주지 않고, 지구를 살리는 문화가 될 수 있다면, 지속가능한 K-POP을 위해 우리 모두가 작은 실천을 이어간다면, 그 힘은 놀라운 변화를 만들어낼 것이다. KPOP 4 PLANET이 보여준 가능성은 그 시발점이다. KPOP 4 PLANET의 도전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고, 열정적인 팬들과 함께라면 ‘지속가능한 K-POP’의 꿈은 분명히 현실이 될 수 있을 것이다.


  • 그린비즈 (2024.09.11). 록밴드도 기후변화 막는 데 동참…저탄소 라이브 콘서트.
  • 네이버블로그 ‘마케팅연구소, 소마코’ (2022.12.19.) 뉴진스, 제이홉 CD앨범에는 CD가 없다고요?
  • 세계일보 (2024.10.09.) K팝 앨범 플라스틱’ 증가세…하이브, 전체 사용량 75% 차지 [국감 현장].
  • 연합뉴스 (2023.10.22.) ‘하이브만 연간 900t’…최근 6년간 ‘K팝 플라스틱’ 14배로 늘어.
  • 예스 24. 엔시티 위시 (NCT WISH) – 미니앨범 1집 : Steady Keyring Ver.
  • 오마이뉴스 (2023.06.13.) 케이팝, 팬덤 경고 무시하다간 먼저 죽을 수 있다. 환경 문제 야기하는 케이팝 음반산업 “죽은 지구에 케이팝은 없다”.
  • 우은경 & 김성준 (2023) 케이팝 산업에서의 지속가능 디자인 서비스 사례 연구. 조형미디어학, Vol. 26, No. 3, pp. 189-197.
  • 인스티즈 (2024.05.24.) 팬들한테 욕 먹고 있다는 테일러 스위프트 앨범 상술.
  • 정세영 (2022) 친환경 음반에 대한 K-Pop 팬덤의 인식도 및 구매행동 연구. 경기대학교 한류문화 대학원 석사학위 논문.
  • 케이팝포플래닛 공식 홈페이지.
  • 케이팝포플래닛 공식 X.
  • 코리아타임스 (2021.03.04.) Global K-pop fans unite forces at KPOP 4 PLANET for climate action.
  • 환경일보 (2022.10.28.) 과소비에 빠진 K-Pop 문화‧‧‧ 팬과 지구만 ‘신음’.
  • Apple News (2018.04.10.) Apple, 이제 전 세계에서 100% 재생 가능 에너지로 가동.
  • BBC (2024.06.03.) Coldplay say they have beaten eco-touring targets.
  • Battagello, L. (2024.12.08.) Eras Tour has huge carbon footprint. What’s a green Taylor Swift fan to do?
  • BTS 지민팬 X 계정. https://x.com/traceofjimin/status/1540957558114254848
  • ColdPlay 공식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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