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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이다연 KPOP 4 PLANET 활동가

정연우
성공회대학교 인문융합자율학부
정연우
성공회대학교 인문융합자율학부

이 글은 KPOP 4 PLANET 이다연 활동가와의 인터뷰를 바탕으로 구성한 글입니다.


KPOP 4 PLANET 이다연 활동가

음반/굿즈, 월드 투어 공연, 스트리밍, 의상 네 가지 분야 중에 탄소감축이 가장 시급한 분야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왜 그렇게 생각하시나요?

우열을 가릴 수 없을 정도로 모두 탄소배출이 심각한 분야이기 때문에 KPOP 4 PLANET(이하 K4P)에서 한번씩 캠페인으로 다룬 문제들입니다. 그러나 특히 심각하다고 생각하여 최근 장기 프로젝트로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는 문제는 앨범 과생산입니다. 앨범 상술 문제는 K4P가 지난 2021년에도 캠페인을 진행한 바 있는데, 그 후에 문제가 근본적으로 해결되지 않았다고 느껴 같은 취지의 캠페인을 보다 본격적으로 진행 중입니다.

음반 과생산 문제가 근본적으로 해결되지 않았다고 느낀 이유는 무엇인가요?

2021년에 관련 캠페인을 2년 정도 진행했는데, 그 과정에서 국회에서 포럼도 열고 청원도 전달하고 K-Pop 팬들에게 기부받은 앨범으로 퍼포먼스도 펼치는 등 다양한 활동을 진행했습니다. 결과적으로 ‘하이브’ 관계자로부터 유선 상으로 팬들의 의견을 인지하고 있고 반영하기 위해 노력하겠다는 답변을 듣기도 했어요. 이후 모든 메이저 엔터테인먼트사들이 ESG리포트를 발간하는 등 많은 변화가 이루어졌습니다. ‘JYP’의 경우, 한국형 RE100을 이행하겠다고 약속했고, ‘YG’와 ‘SM’은 친환경 소재로 앨범을 발매했으며, ‘하이브’는 플랫폼 앨범 발매를 통해 실물앨범 쓰레기를 대량 감축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이런 행동들은 대부분 일회성 이벤트이고, 탄소를 많이 배출하는 형태의 기존 앨범을 계속 판매하면서 하는 행동이기 때문에 근본적으로 문제가 해결되었다고 느끼지 못했습니다.

플라스틱 앨범이 과하게 많이 소비되는 가장 큰 이유는 팬들이 가수의 커리어 등 부차적 목적을 위해 필요 이상으로 앨범을 많이 사는 문화 때문이라고도 볼 수 있는데, K4P의 캠페인은 팬들이 주도하는 캠페인이다 보니 그런 방향의 접근은 조심스럽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K4P가 캠페인을 진행할 때 가장 염두에 두는 것은 팬들의 정서입니다. 되도록 백래시를 피하기 위해 매우 조심스럽게 접근합니다. 그래서 플라스틱 앨범 캠페인의 메인 메세지도 일부러 ‘앨범 쓰레기가 큰 문제이니 팬들이 앨범을 사지 말아야 한다’는 방향이 아니라, ‘팬들이 그렇게 과소비를 할 수 밖에 없도록 만든 엔터테인먼트사의 상술이 문제다’라는 방향으로 설정했습니다. 소비자의 탓을 하기 보다는 그 물건을 생산하는 기업이 책임을 져야한다고 설득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앨범 판매는 엔터테인먼트사의 수익과 직결되는 문제이기 때문에 변화를 이끌어내기가 어려울 수도 있겠어요. ‘플라스틱 앨범의 죄악’ 캠페인의 결과에 대해 어떻게 전망하시나요?

이 캠페인을 진행하는 것 자체가 사실 쉽지 않았어요. 처음에는 팬들이 앨범을 필요 이상으로 과도하게 구매하게 만드는 원인 중 하나인 랜덤 포토카드를 규제하려고 ‘랜덤’이라는 점에 집중을 해서 사행성을 문제삼아 보려고 했는데, 법적으로 성립이 안된다고 하더라고요. 포켓몬빵 대란처럼 소비자들은 사실 포토카드를 가지려고 앨범을 사는거지만, 앨범이 주된 상품이고 포토카드는 부산물일 뿐이라는 식으로 말해버리면 되니까요. 법적 그레이존을 파악해서 포토카드를 끼워팔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어요. 이런 식으로 오래 지속된 적폐와 장벽이 굉장히 많아서 이번 캠페인은 기존과는 달리 5년 이상 장기 프로젝트가 될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우선은 올해 11월에 열리는 ‘유엔 플라스틱 협약 성안을 위한 제5차 정부간협상위원회(INC-5)’에 대비해서 이것저것 준비하고 있습니다.

K-Pop이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얻으면서 가수들의 해외 투어가 활발해졌습니다. 이 때문에 팬들이 공연을 보기 위해 이동하는 과정에서 탄소가 많이 배출된다고 하는데, 가수로서 공연은 필수적 활동이기 때문에 고민이 되는 것 같아요. 이 문제에 대해 어떻게 접근하면 좋다고 생각하시나요?

저도 K-Pop의 팬이고, K-Pop 뿐 아니라 다양한 공연을 즐깁니다. 그래서 ‘탄소가 많이 배출되니 공연을 하지 말자’보다는 공연 문화 자체를 지속가능하게 만들 방법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좋은 예시로 팝 가수 콜드플레이는 탄소중립 콘서트를 위해 팬들에게 저탄소로 이동하는 방법을 안내한다든가, 바닥에 특수 자재를 깔아서 팬들이 점프하는 에너지와 공연을 즐기면서 전기자전거를 탈 때 생기는 에너지로 전기를 만들어서 공연을 진행하는 등 다양한 시도를 한 바 있고, 빌리 아일리시는 콘서트장에서 비건 메뉴를 도입하고 에코빌리지를 만드는 등 기후위기 문제를 알리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K-Pop 가수들도 이제 팝 스타들 만큼의 영향력을 끼치게 된 만큼, 더 책임감을 가지고 지속가능성을 추구해야 하지 않나 생각합니다. 실제로 ‘YG’가 블랙핑크 월드 투어에서 배출한 탄소량을 추산한 지속가능 보고서를 발간하는 경우 등이 있습니다. 그러나 이는 단편적인 행동에 그칠 뿐이고, 이제는 보다 실질적인 논의가 필요한 단계인 것 같습니다.

현재 음반 과생산, 과공급 문화를 규탄하는 캠페인과 스트리밍 서비스 데이터 센터의 재생에너지 전환을 촉구하는 캠페인이 진행 중에 있습니다. 이 캠페인에서 요구하는 내용 외에 음반/굿즈 생산 및 소비, 스트리밍 서비스나 아이돌 ‘스밍’ 문화에 대해 추가적으로 조치를 취해야 한다면 어떤 조치가 가장 효과적일 것이라 생각하시나요?

스트리밍 서비스 캠페인 같은 경우는 실제 주목할만한 실질적 변화를 불러왔습니다. 국내 최대 스트리밍 서비스 플랫폼인 멜론 측과 협의가 잘 되어서 2030년까지 스트리밍 데이터를 탄소를 배출하지 않는 클라우드로 100% 이전하겠다는 약속을 받으면서 스트리밍 캠페인은 일단락되었고, 현재는 앨범 상술 캠페인에 주력하고 있습니다. 2021년에 모든 엔터테인먼트사를 대상으로 캠페인을 진행했던 것과 달리 올해는 ‘하이브’를 타겟으로 정해 팬들로 하여금 앨범을 과도하게 구매하게 만드는 상술을 멈출 것을 다음과 같은 구체적 요구사항과 함께 전달하고 있습니다. 첫째, 랜덤 포토카트 금지. 둘째, 무분별한 앨범 버전 늘리기 금지. 셋째, 앨범을 팬사인회 응모 수단으로 사용하기 금지. 이외에도 온실가스 배출량과 앨범 폐기량을 공개하고 구체적인 감축목표 설정 및 감축계획 공개 등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요구사항을 관철하기 위해 ‘하이브’ 사옥 앞에서 퍼포먼스를 하기도 했고, 이에 더해 올해 11월 부산에서 열리는 ‘유엔 플라스틱 협약 성안을 위한 제5차 정부간협상위원회(INC-5)’에 맞춘 캠페인을 기획 중에 있습니다.

K-Pop 산업이 규모에 비해 탄소를 많이 배출하는 이유는 K-Pop이 매우 경쟁적인 산업이며 즉각적 즐거움과 시청각적 자극을 추구하기 때문입니다. 이는 K-Pop의 본질과 직결되는 문제이기도 한데, K-Pop이 이러한 풍토를 유지하면서 지속가능성을 추구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보시나요? 만약 K-Pop 산업이 변해야 한다면 구체적으로 어떤 방향이어야 한다고 생각하시나요?

개인적으로 굉장히 공감합니다. K-Pop 문화 자체가 매우 경쟁적이기 때문에 흥미를 유발하는 점도 있고, 이 산업이 빠르게 성장할 수 있었던 이유도 여기 있지 않나 싶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경향이 점점 과열되면서 오히려 엔터테인먼트 산업으로서의 본질이 흐려지고 있는 것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앨범은 본질적으로 아티스트의 작업물이지만, 현재는 아티스트를 직접 만날 수 있는 기회인 팬 사인회에 당첨되기 위한 티켓처럼 소비되어 앨범을 구매하고 뜯어보지도 않고 버려지는 경우가 빈번합니다. 또 앨범에 포토카드 등 굿즈를 끼워팔면서 앨범 과소비를 유도하는 등의 상술이 앨범의 본질을 흐리듯이 K-Pop 생태 자체가 너무 과열되어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이번 ‘플라스틱 앨범의 죄악’ 캠페인을 기획하면서 이런 구조적 문제가 먼저 바뀌어야 한다는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문제는 이러한 시스템이 너무 오래 전부터 자리를 잡아왔고, 이걸 하루아침에 바꾸기란 너무 어려운 일이라는 것입니다. 그래서 그 첫걸음으로 앨범 상술을 폐지하라는 취지의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K-Pop의 가장 큰 특징은 바로 팬들의 즐거움을 무엇보다 중시하는 산업이라는 점입니다. 그런 만큼 이러한 사회적 문제제기를 달갑지 않게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 같아요. 이런 사람들을 어떻게 설득할 수 있을까요?

사실 K-Pop에 왜 이렇게 진지하냐고 생각하시는 분들도 계시는 것 같고, K-Pop 산업의 탄소배출량이 철강 등 다른 산업의 탄소배출량에 비해 큰 비중을 차지 하지도 않는데 이런 캠페인을 왜 하냐는 시선도 있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지금 K-Pop은 더 이상 한국에서만 향유되는 문화가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영향력 있는 문화가 되었습니다. 실제 무분별한 앨범 버전 늘리기와 같은 K-Pop 산업의 적폐를 팝가수들이 따라하는 사례도 생겨나고 있습니다(테일러 스위프트 등). 그렇기 때문에 K-Pop이 더 오래 향유되고 발전하려면 책임감을 가지고 변화하여 긍정적 영향력을 행사해야 하기 때문에 이런 캠페인을 해야 한다고 설득하고 싶습니다.

K4P의 캠페인에 대한 팬들의 참여율은 어떤 편인가요? 참여율을 제고하려면 무엇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시나요?

따로 캠페인 참여 인원을 세고 있지는 않습니다. 다만, 온라인 청원 동의 인원수로 캠페인 참여도를 가늠하는데, 이제까지 총 9개의 온라인 청원이 있었고, 총 6만 2천 명이 넘는 동의 서명을 받았습니다. 특히나 규모가 컸던 2021년 앨범 캠페인과 스트리밍 캠페인은 목표인원수를 100% 달성하는 등 참여율은 좋은 편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또 저희가 캠페인을 진행할 때는 이 문제에 대해 부정적인 사람들을 설득하기보다는 이미 관심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과 함께 하려고 노력합니다. 어떤 문제에 대해 한 사람이 이미 가지고 있는 생각을 바꾸는 것은 어려운 일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어떻게 하면 이미 경각심을 가진 사람들을 끌어들이고 우리의 캠페인에 함께하도록 설득할 수 있을까에 집중합니다.

지금까지 진행했던 캠페인 중 가장 반응이 뜨거웠던 캠페인은 무엇이었나요?

2021년에 진행한 ‘죽은 지구에 K-Pop은 없다’ 캠페인입니다. 아마 그 캠페인에서 다룬 문제에 대해 이미 K-Pop 팬들도 다 인지하고 경각심을 가지고 있었는데, 누군가 나서서 이끌어주니까 반응이 좋았고, 많은 분들의 공감을 얻었던 것 같습니다.

누군가의 팬이라는 정체성이 기후위기 대응 행동에 나서는데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하시나요?

영향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 역시 K4P 활동을 하다 지칠 때 좋아하는 아티스트를 보면 힘을 내기도 하고요. K4P가 생기기 이전에도 팬들이 본인이 좋아하는 가수 이름으로 숲 조성을 하는 등 친환경적 활동을 많이 하고 있었는데, 이 행동의 원동력은 가수의 이름을 알리고 가수에게 뭐라도 좋은 일을 해주고 싶은 마음입니다. 이런 단체행동을 가능하게 한 것이 응집력 높은 ‘팬덤’이라는 집단으로서의 소속감이라고 생각합니다.

가수 이름을 딴 숲 조성과 같은 친환경 행동은 가수에게 직접적인 이익이 있는 것도 아닌데, 이렇게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는 이유가 뭐라고 보시나요?

결국 아티스트에 대한 애정이라고 생각합니다. 팬들이 아티스트에게 선물을 통해 애정을 표현하는 ‘서포트 문화’의 변화라고 생각합니다. 예전에는 가수에게 물질적 선물을 전달하는 문화였는데, 이것이 점점 과열되자 아티스트들이 팬들의 선물을 고사하기 시작했고, 이게 미담처럼 번져나가자 엔터테인먼트사들이 팬들이 가수에게 선물하는 행위 자체를 금지시켰습니다. 하지만 팬들은 가수에게 뭐든 해주고 싶기 마련이고, 그 마음이 선행을 통해서 가수의 이름을 알리는 방향으로 자리를 잡게 된 것 같습니다.

시민 차원의 기후 행동이 눈에 띄는 성과를 내는 것이 쉽지 않은데, K4P가 이렇게 좋은 결과를 내고 있는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K-Pop 팬을 구성하는 주요 연령층이 10대~20대인데, 이들은 기후위기로 인해 달라진 미래를 직접 살아갈 장본인들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K4P의 활동이 이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을 수 있었고, 엔터테인먼트 업계에서 이들의 구매력과 영향력이 크다보니 그 목소리가 효과적으로 먹혀들어간 것 같습니다. 또 저희 캠페인이 환경문제에 대해 너무 과격하지 않고 유쾌하게 접근하려고 밈이나 신조어를 사용하는 등 노력을 많이 하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끌려면 무겁지도 어렵지도 않은 어조가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인데, 이런 부분이 도움이 되지 않았나 싶습니다.

활동가로서 가장 큰 애로사항은 무엇인가요?

엔터테인먼트사들이 매우 보수적이고 소통이 어렵다는 점인 것 같습니다. 캠페인 진행 과정에서 사측 담당자와 연락을 하고 싶어도 연락처 자체를 찾기가 어려운 경우가 있고, 연락이 닿아도 실제로 만나 대화할 기회를 잡기가 어렵습니다. 소비자들, 즉 팬들과 소통하는 창구가 너무 없다고 느꼈습니다. 팬들이 아티스트를 좋아하는 마음 때문에 회사에 불만을 적극적으로 표시하기 어렵고, 불만이 있어도 아티스트를 계속 소비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그런게 아닌가 싶습니다. 또 다른 애로사항은 저 또한 K-Pop 아티스트의 팬인 만큼 가수가 컴백을 하면 환경문제를 신경쓰지 않으면서 마음껏 좋아하고 싶은 마음이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K-Pop 활동가이기도 하기 때문에 항상 그 두 가지 정체성 사이에서 갈등하게 됩니다. 그런 죄책감과 갈등하는 마음이 애초에 K4P 활동을 시작하게 된 이유기도 합니다.

K4P는 다양한 가수의 팬들이 함께 모여 활동하는 단체입니다. 의견 조율하는 것이 쉽지 않을 것 같은데, 이들과 원활히 협력하기 위한 노하우가 있다면 무엇인가요?

‘팬덤’이라는 집단의 성격 상 저희의 행동은 백래시를 맞기 쉽기 때문에, 프로젝트를 진행하기 전에는 항상 캠페인 대상이 되는 가수나 엔터테인먼트사에 대해 공부를 합니다. ‘팬덤’ 내 금기나 터부시되는 사건이 있지는 않은지, 혹은 특정한 ‘팬덤’이 소외되지는 않을지, 그 ‘팬덤’의 정서는 대체로 어떠한지에 대해 알아보고 사이가 안좋은 ‘팬덤’은 캠페인 진행 과정에서 붙여놓지 않는다든지 하는 조치를 취합니다.

K4P 활동을 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팬덤’이 있다면 어디일까요?

BTS의 ‘팬덤’인 ‘아미(A.R.M.Y.)’입니다. 특히 인도네시아의 아미 분들이 저희 캠페인에 많은 도움을 주시는데, ‘팬덤 포 포레스트’라는 숲 조성 캠페인과 현대차의 재생에너지 전환 캠페인에 많은 지지를 보내주셨습니다. 아무래도 인도네시아 팬덤은 K4P가 있기 이전에도 K-Pop 팬들이 진행하는 재해모금 등에 매우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주체이기도 했고, 특히 최근엔 대기오염이 심각하고 미래에 수도가 가라앉을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도 있어서 더욱 저희 캠페인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주시는 것 같아요.

경계가 모호하고 광범위하다는 K-Pop의 특징 덕분에 엔터테인먼트 산업에 국한되지 않고 명품 산업, 전기자동차 산업 등 다양한 분야에서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가장 기억에 남거나 성공적이었던 캠페인 하나를 구체적으로 소개해주세요.

현대자동차 석탄 발전 규탄 캠페인입니다. 현대자동차가 전기자동차를 생산하는데 사용하는 부품 중 일부를 인도네시아에서 들여옵니다. 그런데 그 부품을 생산하는 기업이 석탄화력발전을 사용하는 기업이고, 심지어 새로운 석탄화력발전소를 세우고자 했습니다. 그런 기업의 부품을 사용해서 생산하는 자동차가 완전한 친환경 자동차는 아니기 때문에 그 기업으로부터 더 이상 부품을 사오지 말고, MOU도 연장하지 말라는 취지의 캠페인을 인도네시아의 K-Pop 팬들과 진행했습니다. 결과적으로 올해 2월 현대차가 그 기업과 MOU를 연장하지 않고, 친환경 소재로 전기차를 생산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입장을 발표했습니다.

꽤 큰 반향을 일으킨 캠페인 같은데, 백래시는 없었나요?

인도네시아 K-Pop 팬들에게는 큰 지지를 얻었지만, 타겟이 된 기업과 인도네시아 정부 측에서 반발이 적지 않았습니다. 왜냐하면 그 기업은 인도네시아 정부가 지원을 많이 해주는 기업이고, 국가 차원에서 새로 시작하려고 한 알루미늄 사업의 주력 기업이기도 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그 기업이 현대자동차와 MOU가 끊어지면서 타격을 받자 현지에서 저희 활동을 제한해야하는 거 아니냐는 논의가 오갔다고 합니다. 실제로 캠페인 운영진들은 사이버불링을 당하기도 했고요. 인도네시아 입장에서는 이미 선진국인 한국이 개도국인 인도네시아의 발전을 방해하는 것처럼 느꼈던 것 같습니다. 충분히 이해가 되지만, 저희 입장에서는 현대자동차 같은 큰 기업이 앞장서서 지속가능성을 실천해야 다른 기업에도 좋은 영향력을 미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반대로 다소 아쉬움이 남는 캠페인이 있다면 소개해주세요.

가장 처음 진행했던 ‘죽은 지구에 K-Pop은 없다’ 캠페인입니다. 큰 호응을 얻었던 캠페인이기도 하고, 진행 결과 다수의 엔터테인먼트사들이 ESG 보고서를 공시하고 친환경 소재로 앨범을 내는 등 성과도 있었지만, 팬들이 원하는 근본적 해결책, 예를 들어 ‘앨범 판매 상술 멈추기’와 같은 변화를 이끌어내지는 못해서 아쉬움이 남습니다. 현재 진행하고 있는 ‘플라스틱 앨범의 죄악’ 캠페인이 그런 아쉬움에서 출발한 캠페인입니다.

K-Pop의 글로벌 위상이 점점 높아지고 있습니다. 이에 발맞추어 앞으로 어떤 글로벌 액션을 구상 중이신가요?

아까 말씀드렸다시피 현재는 ‘플라스틱 앨범의 죄악’ 캠페인에 집중할 계획입니다. 이 캠페인만 성공적으로 끝나도 국내 뿐 아니라 해외 음반 업계에 많은 변화가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이외에 현대자동차 캠페인과 비슷하게 전기산업에서의 화석연료 사용을 규제하고 RE100 전환을 촉구하는 캠페인도 구상 단계에 있습니다.

K4P 조직 자체에 대한 질문입니다. K4P은 상주직원이 있는 조직인가요? 활동을 위한 후원금은 어떻게 마련하고 계신가요? K4P 조직의 지속가능성 측면에서 하고 계신 고민들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K4P는 호주의 환경단체인 ‘액션 스피크스 라우더(Action Speaks Louder, ASL)’에 소속된 조직입니다. 캠페인 진행 외에 실무적인 부분을 담당해주시는 직원이 3분 정도 계시고 캠페인 후원금도 ASL 측에서 지원받고 있습니다. K4P 고정 캠페이너는 저 포함 한국에 3분, 인도네시아에 3분, 벨기에에 1분, 총 7명입니다. K4P라는 단체의 지속가능성에 대해서는 저도 정말 고민이 많은데, 개인적으로 저는 K-Pop이라는 장르가 영원할 수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K-Pop팬들과 함께 이런 좋은 취지의 활동을 할 수 있을 때 이 화력을 이용해 최대한 많은 것을 이루고 다양한 산업을 커버하고 싶어요. 특히 저희가 현대자동차나 명품 패션과 관련된 활동을 했을 때는 K-Pop 팬들 뿐 아니라 일반 20대 청년들의 관심도 많이 받았거든요. 이런 식으로 주요 타겟은 K-Pop으로 가져가되 차츰 저변을 넓혀나가야 K4P가 오래 활동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K-Pop 팬이라고 하면 아직도 소위 “빠순이”라는 인식이 강합니다. 이런 부정적인 인식을 타파하고 사회적으로도 좋은 활동을 많이 하는 집단이라는 인식이 확산될 수 있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