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지속가능한 미술
탄소중립을 위한 미술 전시
최근 미술계에서는 기후변화에 직면한 미술관이 어떤 고민과 실천을 해야 하는지에 대해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이 미술관에 모여 고민을 공유하고 논의를 시작하는 자리를 가졌다. 국제근현대미술관위원회(이하 CiMAM)는 2022년부터 사회적·경제적·환경적 관점에서 지속가능성을 고려하고, UN의 지속가능발전목표(SDGs)에 대응하는 미술관 실천 툴킷(Toolkit)을 개발해 전 세계 미술관의 동참을 독려하고 있다. CiMAM 지속가능한 미술관 실천 툴킷은 현대 미술관 전문가들이 기관과 개인 작업에서 지속가능한 실천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를 통해 사회적, 경제적, 환경적 지속가능성을 촉진하기 위한 필요한 변화를 용이하게 한다. 이 툴킷은 미술관의 환경적, 사회적, 경제적 지속가능성 측면에서 다음과 같이 구성되어 있다.
1. 즉각 실행가능한 사례들
2. 지속가능성 실천 계획
3. 탄소 발자국 계산기와 인증
4. 지속가능성 컨설턴트
5. 영감을 주는 프로젝트, 플랫폼, 자원
6. 추천 도서 목록

(출처: CiMAM)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산하 아르코미술관은 팬데믹 이후 기후위기가 가속화하는 가운데, 국제박물관협의회(ICOM) 산하 CiMAM과 UN이 공표한 지속가능성의 중요성에 공감하고 환경친화적 미술관을 위한 기본 운영 지침 ‘필(必)환경 실천 매뉴얼’을 제작했다. 이 매뉴얼은 CiMAM의 지속가능한 미술관을 위한 툴킷(Toolkit)과 공공 프로젝트 ‘제로의 예술’이 공개한 ‘비거니즘(다양한 이유로 동물 착취에 반대하는 철학) 전시 매뉴얼’을 토대로 만들었다. 아르코미술관은 다양한 이용자를 위한 접근성 강화 및 참여 프로그램, 배리어 프리(barrier-free)와 기후대응을 포괄하는 ‘지속가능한 미술관’으로서 필환경 실천을 수행하고 있다. 본 보고서에서는 아르코미술관에서 진행하고 있는 지속가능한 프로그램에 대해 알아보고 미술계의 탄소중립 실천방안에 대해 공유하고자 한다.
유사 사례로서 영국의 ACE 환경 프로그램
ACE(Arts Council England, 이하 ACE: 잉글랜드 예술위원회)는 2012년 최초로 예술지원 조건에 환경 프로그램을 도입한 사례다. ACE는 에너지, 물 사용으로 인한 환경영향을 보고하고 환경계획을 수립하도록 권고함으로써, 주요 지원사업 프로그램에 환경적 지속가능성을 포함시킨 세계 최초의 예술지원 기관이 되었다. 이에 영국 런던시는 극장, 미술관, 박물관, 축제 등 중장기·다년간 지원을 받는 조직(National Portfolio Organisations, NPOs)들이 환경적 영향을 측정 및 보고하도록 했다. NPO들은 공공기금의 지원 규모가 크고(최소 £40,000~ 최대 평균 £1,000,000), 시설 및 프로그램 운영에서 에너지 사용 비율이 높다는 점에서 사회적 책임이 있고, 문화 부문의 탄소 저감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환경적 책임 또한 지기 때문에 환경 프로그램의 대상이 되기에 적합했다.

(출처: 아르코미술관, 2023.11.)
환경 프로그램의 목적은 ① NPO들이 자금 지원 조건으로 환경 보고 및 계획을 수립·제출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② 문화 부문의 긍정적 환경 변화와 가치를 보여주고, ③ 이러한 변화를 지원하고 추진할 수 있는 예술위원회 자체 역량을 개발하는 것이다. 이러한 공공 부문의 지원과 전문 서비스를 제공하는 민간 부문이 합을 이루어 기후-예술 생태계를 만들어가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기반에서 NPO 조직들의 약 91%가 ACE의 환경 프로그램이 조직에 긍정적인 변화를 가져왔거나 만들 수 있다는 점에 동의하고 있다(비용 절감 등 금전적 이익 45%, 이미지 상승 44% 등). 이와 같은 프로그램은 문화예술 진흥을 위한 사업과 활동을 지원하기 위해 설립된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예술가들을 지원하는 방식과 비슷하다고 볼 수 있다.
2. 지속가능한 미술관, 아르코미술관
지속가능한 미술관을 위한 노력
아르코미술관은 1974년 미술회관으로 시작해 2005년에는 한국문화예술위원회(Arts Council Korea)의 영문 명칭을 따 이름을 바꾸고 재탄생했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운영하는 아르코미술관은 ‘문화예술현장의 파트너’라는 위원회의 비전하에 사회적 전환기의 예술 환경 변화에 대응하는 시각예술의 가치 발굴과 공유를 위하여 연구, 창작, 전시, 교류 활동이 선순환하는 플랫폼 기능을 수행한다. 아르코미술관은 ‘지속가능한 미술관’을 위한 실천에 해당하는 친환경, 접근성, 포용성 강화를 위한 선언적 의지와 구체적 방법을 매뉴얼에 담았다.
지속가능한 미술관 운영 매뉴얼 제작
아르코미술관은 2020년도 이후 ‘미술관 접근성 및 사회적 역할 확대(+)’‚ ‘혐오·차별 없는 포용적 환경 조성 및 탄소발자국 줄이기(-)’‚ ‘학제간 협업을 통한 포스트 팬데믹 시대의 미술 담론 생성(×)’‚ ‘다양한 예술 주체 간의 지식과 자원의 공유와 소통(÷)’을 4대 중점 과제로 설정하고 이를 전시 및 공공 프로그램뿐 아니라 미술관 운영 전반의 기본 방향으로 삼고 있다. 이 중 지속가능한 미술관을 위한 실천에 해당하는 ‘친환경’‚ ‘접근성’‚ ‘포용성’ 강화를 위한 선언적 의지와 구체적 방법을 논의하고 전문가 검토를 거쳐 매뉴얼에 담았다. 아르코미술관은 1단계 ‘필환경 실천 매뉴얼’을 시작으로, 평등, 인권, 문화적 다양성을 지향하고, 장벽 없는(barrier-free) 미술관을 실현하기 위한 지속가능한 미술관 운영지침을 확대해 나갈 예정이다. 지속가능한 미술관 운영 매뉴얼은 아래 표 1과 같다.
1 | 전시 기간을 3개월 2주 이상 운영하여 전시를 장기간 운영한다. – 전시 설치/철수의 빈도를 줄인다. |
2 | 전시 기획 시 공간 연출에 사용되는 자재의 양을 최소화하여 설계한다. – 가벽과 자재 설치를 최소화한다. |
3 | 전시 조성 시 이전 전시의 진열장, 가벽 등의 가구 및 집기를 재사용 하거나 보양재로 재활용한다. – 공간 계획을 공유해 재사용 가능한 가벽은 철거하지 않는다. – 관람 의자, 가구 등 집기를 재사용한다. |
4 | 해외 작가 작품의 경우 작가나 외부 큐레이터의 현장 방문 없이 가능한 한 원격으로 설치한다. – 작품 제작 매뉴얼을 전달받아‚ 국내에서 매뉴얼에 따라 작품을 제작 및 전시한다. |
5 | 운송 및 이동에 드는 탄소 발자국을 최대한 절감한다. – 가능한 한 인근 지역의 협력사 및 창작자와 협력한다. |
6 | 시트지 사용을 축소한다. – 캘리그라피/손글씨 또는 설명보드를 만들어 시트지 사용을 대체한다. – 오디오 가이드를 제공한다. |
7 | 각종 미술관 행사 및 프로그램 운영 시 일회용품 사용을 절감한다. – 최대한 다회용기를 사용하고‚ 일회용품을 사용할 경우 분리수거 및 재활용 가능한 용품을 사용한다. |
8 | 전시 폐기물이나 폐자원을 분해‚ 분류하고 관련 단체/기관에 기증한다. – 목재 재활용 단체‚ 금속 자투리 자재 수급 단체 등 자재 종류별로 협의 가능한 Pool을 구축한다. |
9 | 환경 의식을 고취시키는 워크숍 및 교육 프로그램을 시행한다. – 전시별 연계 프로그램을 기획한다. – 어린이/성인 등 대상 별로 정례적인 공공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
10 | 공공 및 민간단체와 협력해 필(必)환경 미션을 실현하고, 환경에 대한 인식을 증진시킨다. – 전시 공간 및 단체 등과 협력하여 자원을 공유하거나 상호 재사용 한다. – 친환경 인식을 공유하는 박물관/미술관과 탄소 절감 및 환경 의식을 이야기하는 라운드테이블을 진행한다. |
11 | 리플릿 수거를 통해 재활용하고 리플릿 수량을 축소한다. – 가급적 친환경 용지 및 친환경 잉크를 사용한다. – 관람 후 가져가지 않는 리플릿을 수거해 소독 후 활용한다. |
12 | 초대장, 포스터 등의 홍보 인쇄물을 줄이고‚ 웹으로 배포한다. – 전시 개막 홍보 레터 및 초대장 등을 이메일로 발송한다. – 전시 포스터는 미술관 전시 아카이빙용으로 최소 수량만 인쇄한다. |
13 | 도록 등 출판물을 제작할 때 가능한 한 온라인(웹도록 등)으로 대체하고 인쇄 부수를 줄인다. – 웹 도록과 실물 도록을 병행하여 출판하되‚ 실물 도록은 최소 수량만 인쇄한다. |
14 | 현수막 제작을 축소한다. – 디지털 미디어로 현수막을 대체하는 것을 검토한다. – 현수막 제작 시 친환경 소재(타이벡‚ 천 등)으로 제작한다. – 현수막 철거 후 가급적 에코백 등으로 재활용한다. |
15 | LED 조명을 사용한다. – 형광들을 LED로 교체한다. |
16 | 전시 상영 장비의 에너지 소비율을 절감한다. – 고효율 장비를 사용한다. – 타이머를 사용해 ON/OFF 자동화한다. |
17 | 별도 가벽 설치 없이도 스크리닝이 가능하게 지속적으로 벽을 보수한다. – 2년 주기로 벽 보수를 시행한다. |
18 | 공공 화장실 등에서 수자원 사용을 절약한다. – 수전에 감지식 센서 또는 절수 장치를 설치한다. |
19 | 보관 중인 물품 목록을 작성하고‚ 각 물품의 재활용 가능 여부를 공유해 효율적으로 관리한다. – 보관공간에 대해서도 주기적으로 업데이트해 공간의 포화 상태를 파악할 수 있도록 한다. – 전시에 사용되는 공용물품을 중립적으로 제작해 연간 전시에 활용되도록 한다. |
표 1 지속가능한 미술관 운영 매뉴얼 1단계: 필환경 실천
(출처: 아르코미술관, 2023)
전시 운영의 친환경 실천
아르코미술관은 지속가능한 미술관 운영을 위해 전시 설치 가벽 재사용, 모듈 및 스크린을 재활용하여 폐기물을 줄였다. 친환경 현수막은 업사이클을 통해 에코백으로 제작하였으며, 전시 개막 홍보 엽서 및 초대장은 이메일로 발송하였다. 또한, 설치 작품을 원격으로 프로덕션하고 해외 작가의 작품을 국내 제작하여 항공에서 배출되는 탄소를 절감하였다.
2024년 아르코미술관과 지역문화재단 협력기획전인 ≪여기 닿은 노래≫는 장애 예술에 대해 보여주면서 친환경 재생용지로 리플렛을 제작하고 가벽을 최소화하였다. 가벽을 최소화함으로써 공간 연출에 사용되는 자재의 양을 감축할 수 있었다.

(출처: 아르코미술관 제공)
주제기획전 《인투 더 리듬: 스코어로부터- 접촉지대로》 은 스위스 취리히에서 활동하는 비영리 조직 온큐레이팅과 아르코미술관의 협력기획전이다. 전시 제작 구조물과 스크린을 재활용하였다. 가벽제작을 최소화하고 벽면 색면 구성으로 자재를 감축하였다. 인투 더 리듬 연계프로그램으로 <그린레시피랩>의 지속가능한 실천 관련 프로그램을 기획 운영하였다.

(출처: 아르코미술관 제공)
레지던스 해외작가 초대전인 《나의 벗 나의 집》 의 경우, 해외작가 7인과 그들의 동료가 참여하는 전시로, 레지던시 기간 한국에서 경험한 우정과 환대라는 가치를 주제로 삼았다. 이 전시를 하면서 이전 전시에 쓰던 모듈가구 및 전시 스크린 재활용하였다. 벽돌 자재로 공간디자인함으로서 목공 작업 최소화하였고 벽돌 자재는 재사용 예정이다. 일부 작가의 설치 작품은 원격으로 프로덕션하여 탄소를 줄일 수 있었다.

(출처: 아르코미술관 제공)
아르코미술관은 예술 작품이 관람이라는 일회성 경험으로만 소비되지 않기 위해 친환경 실천 매뉴얼 제작과 내부적인 시스템 개선을 함께 진행했다. 그 결과, 총 인쇄물을 전년 대비 60% 이상 감축, 전시 기물은 전년 대비 90% 재활용 할 수 있었다. 또한 전시별 미디어 장비 활용시 자동 on/off 기능 전면 적용으로 에너지 절감을 실현했다. 더 나아가, 공간 개선에 있어서도 절수 수전, LED 조명 등 설비 교체로 탄소배출을 줄였다.
환경 및 기후변화를 주제로 한 전시 작품
아르코미술관은 팬데믹으로 인해 사회문제로 떠오른 기후변화, 생태, 환경 및 이동, 지역, 공동체 등에 대한 사회적 의제를 전시주제로 발굴하였다. 인간과 환경 간의 상호 연결을 가정한 ≪횡단하는 물질의 세계≫, 생태적 관점을 중심으로 한 ≪홍이현숙: 횡, 추-푸≫, ≪정재철: 사랑과 평화≫ 등의 전시가 그 결과물이다.
아르코미술관의 2022년 주제기획전 ≪일시적 개입≫은 자원 순환 문제를 논하기 위해 환경 문제를 생각하는 사회적 기업인 ‘어디가든’과 국내 문화예술노동자들이 모인 예술가 콜렉티브 ‘피스오브피스’가 협업한 전시이다. 전시가 막을 내린 뒤, 26개의 목재 테이블, 카펫, 선반, 좌대, 흙 등의 물품과 기물이 재순환되도록 했다. 자투리 재료를 모아 판매하거나 리폼을 해온 피스오브피스가 전시장에서 사용한 가구와 카페트를 수거하였고 흙은 사연 신청을 받아 나눠주는 이벤트를 진행했다. 코코넛 껍질을 분쇄해 얻은 흙인 ‘코코피트’는 유기된 햄스터의 보금자리로 또는 분갈이를 위해 쓰이게 됐고, 남는 흙은 어디가든의 협력 농가로 보내졌다.

(출처: 아르코미술관, 2023)
3. 지속가능한 미술을 위한 업계의 노력
국립현대미술관의 탄소 배출량 산정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전시가 만들어질 때 발생하는 탄소배출량을 전시 관련 활동별로 산정하였고, 2022년 8월 19일부터 10월 30일까지 개별 프로젝트가 기획되었다. ≪미술관-탄소-프로젝트≫는 국립현대미술관의 탄소배출량, 지속가능한 예술실천을 위한 재료, 미술재료의 환경적 영향, 기후변화시대 미술(관), 미술관 ESG 등을 논의하고, 더불어 지속가능한 예술실천을 위한 재료 워크숍 ‘미래의 재료를 만나다’ 의 관객참여 워크숍 등 다양한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국립현대미술관은 이러한 다양한 논의결과와 함께 전시가 만들어질 때 발생하는 탄소배출량 산정 과정과 결과, 프로젝트 발표 등을 정리하여 자료집1)으로 출간하였다.
국립현대미술관은 미술관의 환경적인 영향을 가늠하기 위해, 전시를 만들고 미술관을 운영할 때 어떤 과정에서 어느 정도의 온실가스가 배출되는지를 산정하기로 했다.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은 매해 12개 정도의 전시를 선보이고 있다. 그중에서도 최근 2년 사이에 열린 4건(국내 작가의 회화전, 해외 작가의 영상설치전, 코로나19 확산 직후에 열린 국제 단체전, 사회적 거리두기가 완화된 시기의 국제 단체전)을 선정했다. 탄소배출량 산정을 위해 전시 관련 활동은 작품 제작, 전시를 위한 출장, 작품의 포장과 운송, 전시 공간 조성 공사, 홍보물 제작, 전시장 에너지 사용, 관람객의 이동, 작품의 반출, 전시 관련 폐기물 처리 등으로 하였다. 그러나, 산출과정에서 배출계수가 없는 재료를 활용하거나 사용량이 없으면 산정이 불가능하고, 외부에서 진행되는 작가의 작품 활동은 배출원에서 제외되었다. 또한, 특정 전시만의 사용량은 정확하게 알 수 없고 미술관의 탄소배출량은 추정치였다. 이는 다른 미술관도 같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데이터 수집의 한계와 수많은 변수 때문에 탄소배출량 산정에 난관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미술관의 환경적 영향을 고려하면서 현실적인 방안을 고민할 수 있는 가장 기초적인 기준선을 제공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해외 예술기관과 협력
국내 미술관(갤러리)은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해외 예술기관(단체)과 다각도로 협력을 모색하고 있다. 부산현대미술관은 <지속가능한 미술관: 미술과 환경> 전을 준비하면서 갤러리 기후 연합(Gallery Climate Coalition·GCC)에 가입했다. 이 전시는 탄소저감을 위해 모듈벽 사용, 미디어 작품의 전력 사용량 측정, 항공운송 대신 해상운송 이용, 해외 미술관 전시 생중계를 통한 운송 배제, 도록 온라인 배포 등을 실천했다. 갤러리 기후 연합은 예술 분야의 활동이 환경에 끼치는 영향을 줄이기 위해 노력하는 비영리 단체다. ‘2030년까지 예술 분야 탄소 및 폐기물 배출량 50% 감축’을 목표로 회원들에게 자체 개발한 ‘탄소 계산기’를 무료 제공하고, 폐기물 감소와 자원 재활용에 대한 모범사례를 공유한다.
윤호섭 ‘그린캔버스 전시’
최근 국내 1세대 그래픽 디자이너이자 국내 최초 그린 디자이너로 활동 중인 윤호섭 디자이너의 전시를 방문한 적이 있다. 그의 전시 형태가 앞으로의 미술계의 탄소중립의 좋은 예시이자 방향이 될 수 있을 듯해서 소개한다.
윤호섭 디자이너는 그린 디자이너로서 주제뿐만 아니라 제작 과정에서도 그린 디자인의 가치를 실현한다. 2000년도에 연 첫 개인전에서 소개한 ‘돌고래, 사람, 새’ 포스터 제작과정에서 환경 오염을 유발하는 인쇄 공정이 아닌 손으로 직접 신문지 위에 그렸고, 사용한 물감도 환경에 무해한 물감을 활용했다.

최근 전시 ≪그린캔버스(greencanvas) in DDP≫는 DDP 전시장에 있는 170m 길이의 둘레길 복도에 멸종위기종 제주남방큰돌고래 100여 마리를 그렸다. 실물 크기 그림에 친환경 페인트와 친환경 천이 사용되었다. 전시가 끝나면 모두 제주도에서 돌고래 보호 활동을 하는 환경단체 핫핑크돌핀스 팀에게 기증된다.
DDP 전시장에는 관객에게 녹색 DNA를 심기 위해 버려진 테이프로 만든 공과 흙을 담은 페트병을 놓아 관객참여형 작품을 만들었다. 골판지 방석은 골판지를 포개 노끈으로 꿰멘 방석으로, 2000년 첫 개인전을 준비하며 제작해 국내외 여러 행사에서 20여 년간 사용하고 있다.

4. 나가며 : 통합적인 노력을 통한 미술관의 탄소중립
뮤지엄 이노베이션
『뮤지엄 이노베이션』(Museum Innovation)의 저자 하이탐 에이드(Haitham Eid)는 뮤지엄 이노베이션을 “사회적 문제에 능동적 대응과 적극적 개입을 통해 사회적 유의미성과 지속가능성을 획득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임근혜 아르코미술관장에 따르면 아르코미술관의 ‘지속가능한 미술관 실천 매뉴얼’은 이러한 뮤지엄 이노베이션의 문제의식 및 실천전략과 맞닿아 있다. 아르코미술관의 지속가능한 미술관 매뉴얼이 미술 현장의 목소리에 귀기울이고‚ 이를 통해 얻은 새로운 질문과 발견을 다시 누군가에게로 알리는 선순환의 고리가 되기를 바라는 것처럼, 지속가능한 전시문화가 필환경으로 가기 위한 새로운 길이라고 할 수 있다. 전시예술계의 더 많은 관계자들이 이와 같은 행보를 뒤따라 탄소중립을 향해 노력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통합적인 관점의 미술관 탄소중립
미술관의 탄소중립을 위해서는 해당 미술관과 작가의 노력도 중요하겠지만, 당연히 미술관을 찾는 관객들의 참여와 실천이 중요하다. 관객들이 탄소중립에 대한 이해가 있어야만 이러한 노력들이 점차 인정을 받아 미술계 전반으로 널리 확대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이를 위해 예술정책의 노력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 권용민 책임연구원은 2021~2023년 동안 국가문화예술지원시스템(NCAS)를 통해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지원사업 신청자 중 559명의 응답을 확보해 예술인의 기후변화에 대한 인식조사를 하였다. 응답결과에 따르면, 기후변화에 대한 예술정책의 역할에 대한 인식 수준은 비교적 높았으며, 관련 주제에 대한 창작이나 기후변화 대응 실천 활동에 대한 지원이 우선 추진돼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바탕으로 권 연구원은 통합적인 관점에서 예술과 예술정책의 역할을 모색해야한다고 주장한다.
기후변화 아젠다를 반영한 문화예술 정책이 무엇인가에 대한 합의는 없으나, 해외의 국가 및 예술 지원기관 정책을 살펴보면 크게 두 가지 방향으로 전개되고 있다. 첫째는 탄소중립(Net Zero)이라는 전 지구적 목표 아래, 문화예술 부문의 실질적 생태 발자국(ecological footprint)을 줄이기 위한 노력으로 국가의 의지 및 여건에 따라 환경에 대한 문화예술 정책을 다르게 시행하고 있다. 둘째는 시민들이 기후변화를 감각하고 대안을 찾고 환경 행동에 참여하는 문화적 접근을 지원하는 것이다. 박물관, 도서관, 미술관 같은 문화예술 공간이나 생활 공간에서의 문화적 접근을 통해 더 일상적이면서도 효과적으로 기후변화를 이해하고 전환의 지향점을 함께 상상할 수 있다.
문화예술계에서는 작품이 만들어지는 방식의 문제 때문에 좋은 목적을 내세우는 것이 무색해지는 경우가 있고, 자원과 연료의 대체에만 집중하는 무늬만 지속가능성을 추구하는 경우가 있다. 문화예술계가 지속가능성을 위해서 할 수 있는 다른 실천의 방향이 있다면, 이는 작품을 통해서 사람들이 환경문제를 내 삶의 문제로 사유하고 각자의 영역에서 가능한 실천의 방법을 만드는 것에 있다. 이처럼 미술관의 탄소중립을 위해 예술가와 미술관의 자체적인 노력뿐만 아니라, 통합적인 관점의 문화예술 정책 및 시민들의 인식변화와 행동의 결과로 미술관 탄소중립을 향해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각주
- 국립현대미술관 다원예술 2022 «미술관-탄소-프로젝트»로 이 프로젝트와 자료집은 기후변화와 탄소중립에 관한 해결책이나 방침을 제시하기보다는, 지속 가능한 미술관이란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를 제기하고 직면하는 데 목적이 있다.
참고문헌
- 국립현대미술관 (n.d) 국립현대미술관 다원예술 2022: 미술관-탄소-프로젝트.
- 나혜영 (2022) 영국예술위원회의 환경적 책임 강화, 주요 흐름과 시사점, 아키스브리핑 제321호.
- 노컷뉴스 (2022.10.08) 미술계 기후대응…친환경 매뉴얼 만들고 재활용하고.
- 서울신문 (2024.01.09.) 장애·돌봄 등 전시로 발굴… 지속가능한 미술관 그려요.
- 아르코미술관 (2023) 지속가능한 미술관 운영 매뉴얼 1단계: 필(必) 환경 실천.
- 한국섬유신문 (2024.10.02.) [오피니언기고] 시대를 읽어내는 디자인.
- A SQUARE (2023.11.) 기후 변화 예술 활동에 대한 예술인 인식조사.
- A SQUARE (2023.11.) 지금, 환경 아젠다를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때.
- A SQUARE (2023.11.) 친환경 예술의 이면, 문화예술계 그린워싱.
- CiMAM Official Homepage. About the Toolkit on Sustainable Museum Practices.
- Design+ (2024.07.30.) 디자인으로 녹색 DNA를 심다, 윤호섭 디자이너.
- MBN (2023.03.11.) 미술계 탄소 중립은?…”올해 5~6월, 지속 가능한 미술관 매뉴얼 공개” [김기자의 문화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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