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서울프린지페스티벌 백교희 사무총장님과의 인터뷰를 바탕으로 구성한 글입니다.
서울프린지페스티벌은 탄소 감축을 위해 ‘환경 친화적 공연’이나 ‘제로 웨이스트’ 프로그램을 도입했는데, 초기 실행 단계에서 가장 큰 애로사항은 무엇이었나요?
서울프린지페스티벌에 참여하는 예술가의 작업 규모는 사실 큰 규모가 아니어서 대학로 등에서 작업하는 기성 예술가들과 작업했을 때보다는 반발이 거의 없는 축에 속했습니다. 기성 예술가들은 창작과정에 있어 이미 익숙한 관습이 있어서 변하기 어렵지만 프린지의 예술가들은 상대적으로 관습에서 자유롭고, 세대상으로도 기후위기에 대한 관심이 많은 경우가 많아 오히려 적극적으로 워크숍에도 참여합니다.
사무국장님이 보시기에, 예술 축제가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지속가능한 모델이 되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하다고 보시나요? 지속가능한 예술 축제를 위해 탄소발자국을 줄이기 위해 추가적으로 고려해야 할 사항은 무엇인가요?
작품발표공간(극장), 홍보/마케팅, 운영, 관객운영 등 축제에서 탄소발자국을 줄일 수 있는 방법들은 무궁무진합니다. 단, 축제마다 예산, 규모, 환경, 도시, 관객층이 모두 다르기 때문에 일률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방법은 없는 것 같습니다. ‘씨어터 그린 북’의 가장 중요한 지점 중에 하나인데요, ‘사람과 시간에 돈을 쓰라’는 문장이 있습니다. 저는 이 내용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무대나 소품 등을 제작하는 대신, 사람과 시간에 돈을 쓰면 더 오랜 시간, 프로덕션에 참여하는 모두가 함께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방법을 고민할 수 있어요. 이 원칙을 중심으로 축제가 할 수 있는 부분을 각자의 창의성을 발현해서 고민해야 하는 것 같아요. 또 각자가 고민했던 부분을 다른 축제의 동료들과 공유하는 것이 중요하고요.
서울프린지페스티벌이 예술과 환경이 공존할 수 있는 새로운 지속가능한 예술 형식을 제시한다고 생각하시나요? 그렇다면 그 본질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그리고 서울프린지페스티벌이 다른 국제 예술 행사나 축제에 비해 기후대응에서 더 앞서 있는 부분이 있다면 그것은 무엇이고 어떤 차별성이 있는지에 대해서도 말씀 부탁드립니다.
서울프린지페스티벌이 여타 축제들에 비해 특별한 차별점이 있다거나 선도적인 실천을 해서 새로운 예술 형식을 제시하는 지는 잘 모르겠어요. 기후위기를 지난 몇 년간 고민하다 보니 지속가능한, 대안적인 삶의 방식은 무엇일까에 대해 많이 고민하고 있어요. 소외된 사람들, 생명들과 예술이 지속적으로 연대할 수 있는 방법, 축제에 올 수 없는 존재들은 누구일까, 기후위기에 대해서만이 아니라 소수자, 장애인, 비인간생명, 외국인 등등의 존재들을 어떻게 하면 축제가 환대하며 초대할 수 있을까에 대한 방법을 고민하고 있어요.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자본주의적 사고방식을 극복할 수 있는 방법들을 찾게 돼요. 공동체적 축제, 예술가나 기획자 그리고 관객과 비인간생명을 착취하지 않는 축제, 누구나 올 수 있는 축제를 만들 수 있는 방법 등이요. 저희가 농담으로 종종 하는 말인데 축제가 기후위기를 극복하는 데 있어 가장 큰 장벽은 야근이에요. 저희가 평소에는 도시락도 싸서 다니고 나름 이런저런 실천을 하는데, 축제가 다가오면 야근을 하고, 야근을 하면 아무래도 배달음식도 많이 시켜먹게 되고, 그러면 쓰레기가 많이 발생하고요. 생각보다 많은 것들이 서로 연결되어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기획자로서 앞으로 서울프린지페스티벌 등 관련 행사 기획에 있어 어떤 방식으로 기후변화 대응과 탄소 중립을 실천해 나갈 계획이신지 말씀 부탁드려도 될까요? 그리고, 향후 다른 예술 축제나 단체와 협력해 기후 관련 프로젝트를 진행할 계획이 있다면 들려주세요.
구체적인 방식은 계속 찾아가는 중이에요. 우리에게 중요한 태도와 방향성을 설정하고, 방법은 계속 찾아나가는 거죠. 요즘엔 축제에 참여하는 예술가 중, 기후위기에 관심 있어 하는 예술가 외에 나머지 예술가들에게 어떻게 하면 이 주제를 함께 다루자고 하면 좋을지 고민 중이에요. 다른 축제나 단체들과 협력할 가능성은 늘 열려있어요. 특히 요즘은 정부 지원이 많이 줄고 있는 상황도 있어서 민간축제, 독립기획자들이 가지고 있는 자원을 나누는 것이 굉장히 중요해졌거든요
예술계가 기후변화 대응에 더 적극적으로 나서기 위해 필요한 정책 변화나 제도가 있다면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많은 축제들이 공공에서 예산을 지원받아 진행되는데요. 공공축제야말로 기후위기 대응에 소극적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시민들을 만족시키기 위한 스펙타클을 만들기 위해 쓰레기를 엄청나게 발생시키는 개폐막작을 하기도 하고, 식음료부스가 있는 경우 스폰서가 있다면 다회용 용기를 사용할 수 없다거나, 공공극장에서 여전히 티켓봉투를 사용한다거나 하는 것들이요. 이런 사소한 실천들 없이 기후변화에 대응한다고 하는 축제나 극장을 보면 앞뒤가 다르다고 느낄 때가 많아요. 또 동시에 다른 산업 분야에 비해서 탄소배출량이 현저히 적은 예술계에 실질적인 탄소배출량을 줄이라고 압박하기 보다는, 예술이 어떻게 하면 사회에 기후위기에 대한 메시지를 낼 것인가에 대해 고민하는 작품을 소개하는 축제가 많아져야 하고, 그런 축제들을 더 지원해줘야 한다고 생각해요.
서울 프린지페스티벌이 환경 문제를 실천하는 데 있어서 정부나 지자체의 구체적인 지원이 있었나요?
앞으로 필요한 지원이 있다면 어떤 제도를 더 개선해야 한다고 생각하시나요? 인터뷰 때 말씀드렸다시피 2021년에 서울시의 비영리활동지원사업의 지원을 받아 에코프린지 프로젝트를 진행했습니다. 문예위, 서울문화재단 등 지원금을 신청할 때 기후예산을 편성할 수 있도록 해주면 좋겠습니다. 올해 문예위 축제지원사업 지원서를 보니 작년까지는 기후위기 대응책에 대해서 묻기라도 했었는데(비록 CCCS 예시를 넣었지만..) 올해는 아예 기후위기 대응에 대한 내용이 빠졌고, 도리어 배리어프리, 영유아 자녀를 둔 예술가를 위한 보육지원예산은 공식적으로 편성할 수 있도록 내용이 추가되었습니다.
공연예술업계 종사자로서 더 해보고 싶으신 일과 관련된 이야기를 해주실 수 있을까요?
저는 서울프린지페스티벌이 독립예술가, 기획자와 같은 이들의 활동을 애정으로 지켜보는 관객들이 모일 수 있는 플랫폼으로 확장되면 좋겠어요. 앞으로도 다양한 이들을 연결하는 플랫폼 단체로서의 활동을 하고 싶어요. 또 우리 사회 안에서 예술의 필요와 쓸모를 설득할 수 있는 언어와 방식을 개발하고 싶어서 내년엔 홍보마케팅, 옹호활동(advocacy), 아카이브 분야에 더 신경쓰려고 해요.